Started: 2024년 09월 04일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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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hweh_1971

2024년 09월 04일 23:17

(기사단이 점거한 구역의 가장자리이자 구석- 잘 보이지 않는 미끄럼틀 계단 어딘가 새까만 덩어리가 머리칼을 다 흐트러뜨리고 누워있다. 자칫 보면 사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인간 위로 하얀 무언가 일렁인다. 안개처럼 흐리되 새의 형체를 닮은 패트로누스다.)

Ludwik

2024년 09월 05일 15:33

@yahweh_1971 (빛을 보았다. 흐릿하고 일렁이는 빛은 새를 닮아 있었다. 저것이라면 성층권 너머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서 지척까지 순간이동했다. 이유는 단지 그뿐이다. 루드비크는 얼굴이 잘 알려진 편이었기에 불사조 기사단원에게 생포되면 목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는가?…’)

익스펙토 패트로눔. (인삿말처럼 얌전히 왼다. 죽음을 기대하며 찾아온 사람의 지팡이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역시 안 되네요. 당신은 어떻게 그걸 불러내는 건지 방법이라도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무튼… 예. 왔습니다. (꼿꼿이 서서 누운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살인하다 지치셨습니까?

yahweh_1971

2024년 09월 05일 22:44

@Ludwik
(기척에 눈은 번쩍 뜨이지만, 인영을 알아본 뒤론 곧장 지팡이를 겨누진 않는다. 대신하여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미동 없이 잠잠한 지팡이 끝을 보고서야 살짝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 그래, 왔군?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앉는다. 다른 단원들을 부를 마음은 없다. 그 자신이 공격해 숨을 자를 마음도 없었다. 그러므로 대치는 기묘하게도 평화롭다.) 지금 이곳엔 누구로서 왔어, 칼리노프스키? ─내가 지금 내 옛 친구를 마주하고 있나?

Ludwik

2024년 09월 06일 10:38

@yahweh_1971 허니컷 차관님께는 전선에 있을 게 뻔한 아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씀드리고 허락받았습니다. (‘허니컷 차관님’은 말했다. “그럼 가서 죽고 싶은 거로군요.” 적절한 평가였다.) …그러므로 공적인 면에서 보자면 아버지로서 온 셈입니다.

하지만 사적인 면에서 보자면. (지팡이를 내린다. 천천히 헨에게로 걸어갔다.) 지금의 저는 당신 판단에 의하자면 이미 죽은 사람이자 낡아빠진 전단 조각이라서.

시체처럼 온 겁니다. 이런 비루한 인간도 옛 친구라고 치부해 주실 겁니까?

yahweh_1971

2024년 09월 06일 16:57

@Ludwik
'허니컷 차관님'. (당신 말을 따라 읊었다. 바람 빠지듯 웃음이 샌다.) 그 애도 제법 출세하긴 했어. ...... 그래. 미로스와프를 만나러 왔나? 미르는 그리 대화하고 싶지 않을 눈치던데. (새가 날개를 펼친다. 그러나 그것은 날아오르자마자 빛무리로 사라지고, 그는 단지 당신을 바라본다. 지팡이는 그저 쥐여있다. 벽에 기댄 그대로 몸을 느리게 일으킨다.)
루디오. 옛 친구야. 넌 늘 내 오랜 친애였지...... (그러나 그것만이 정의하는 관계는 아니다. 코트 위의 오래된 기운 자국과 오가는 시선이 증명한다.) 네 안장을 내게 맡기러 온 것처럼도 보이는데. 혹은 안아 애도해달라며 걷는 거야? (물러설 구석은 없으매 다가갈 이유도 없다. 그저 지켜보며 히쭉 웃었다.) 투정은.

Ludwik

2024년 09월 06일 21:49

@yahweh_1971 …좋은 분이시니까요. (그는 그 말로 보편적 윤리를 보이지 않는 구석에 밀어넣는다. 다만 빛무리가 되어 사라진 새를 응시했다. ‘우리네 시대도 저렇게 사라져버릴 것이다. 아니, 더 추잡한 흔적을 남기고 어딘가로 떠나버리겠지… 그게 네가 바라는 미래인가? 가 닿을 곳이 분명히 있기에 넌 지팡이를 휘두르길 멈추지 않는 건가? 그럼 네가 원하는 곳에 가 닿고 난 다음엔?’) …미르는 절 죽이고 싶어하던데. 대화하긴 싫어도 저와 만나고 싶긴 할 겁니다. …조금 큰 소리를 내어 볼까요? 제 아비 목소릴 벌써 잊었을 린 없으니, 분명 알아듣고 올 텐데.

(시선이 마주하면 약간 웃고 만다.) 당신도 저의 오랜 친애였습니다. 그래서인가 봅니다. 투정 부리게 되는 것은요. …홉킨스 씨, 혹시 이것도 투정이라고 치부하고 좀 들어 주시겠습니까? 전 사실 궁금하거든요, 당신이 왜 아직도 살아 있는지.

Ludwik

2024년 09월 06일 21:54

@yahweh_1971 …왜 아직 죽지 않았는지. 내가 당신이라면 죽음을 바랄 텐데. 사실 난 지금도, 그리고 예전에도 그저 죽어버리고 싶었는데. 당신은 나와 다른 이유로 악착같이 살고 있고 그건 다만 구시대를 당신 손으로 끝장내기 위함인 건지… 혹은 우리 둘 다 그다지 다를 게 없는 건지. 문득 그게 알고 싶어지더군요. (이해를 바라다니. 여전히 남을 이해할 생각이나 하다니. 스스로가 우스워 견딜 수 없었지만 물어야 했다. 당신은 지금도 그 빛나는 새를 불러낼 수 있으니까… …)

…난 다가오는 시대에서 눈을 돌리지만, 당신은 그 시대를 향해 나아가죠. 그게 우리의 다른 점인가요?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닐 거예요. 그렇죠?…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45

@Ludwik
원한다면 불러. 네 아들을 '살인범'으로도 모자라 친족살해자로 만들 셈이라면- 그래, 하긴 네 동료들 중엔 그런 예시들이 많지...... (그러나 그것이 죄라 여기지는 않았다. 그저 재회한 이래 당신이 지겹도록 주워섬기는 가치일 뿐이다. 시선은 그저 곧고, 그것이 당신을 수십 해 전과 같이 마주한다. 이어 중얼거리듯 대꾸했다.) 그래. 그저 투정이라면- 기꺼이.
(그러나 이어지는 말엔 오래 침묵했다.)
(웃음은 느리게 다시 번진다. 그것은 자조와도 닮았다.)
루디오. 이때까지도 단순하긴.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45

@Ludwik
절망에 빠진 인간은 죽음을 향해서만 걸어야 하나? 어째서 죽음이 모든 것을 사한다는 단순하고도 멍청한 말을 믿지? 그건 그저 안식이야. 안식이고 종막이지. 나는 할 일이 있고, 여전히 바라는 것이 있고, 날 죽인 인간들이 여전히 살아 숨쉬어. 그네들이 행복하고 안락하게 연명하고 살아가는 사회가 도처에 산재한데 내가 무슨 수로 그저 오래 자길 소망하겠어.
단순한 시대의 문제만은 아니야. 적어도 난- 목적이 있잖아. 난 뭐가 날 밟았고- 내가 무얼 향해 걷는지 알고 있어. 이건 무엇도 바꾸지 못할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은 아주 중요하거든.
남은 투정이 있다면 마음껏 토로해. 아니면...... 이제 진짜 목적을 말해줘야겠는데. (사이.) 죽음을 바라 찾아왔나?

Ludwik

2024년 09월 07일 10:43

@yahweh_1971 (아들 이야기에 잠깐 입을 다문다. 이내 지팡이를 휘둘러 프레데리크 쇼팽의 ‘녹턴’ 시리즈가 조용히 흘러나오게 한다─그들이 열넷인가 열다섯 살 즈음 되었을 때 열렸던 무도회에서처럼─. 한 번도 폴란드에 가 본 적 없는 미로스와프더라도 아버지가 즐겨 듣던 조국의 노래는 기억할 것이다. 기억한다면, 찾아오리라. 기억과 반응은 그가 아는 단순한 논리 중 하나였다. 밤마다 옛 사진을 보다 잠드는 그에게 중요한 건 기억, 단 하나였다. 이젠 영웅이 될 수 없으며 헨 홉킨스의 제자는 더더욱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거 아세요? 망국을 떠나야 했던 쇼팽은 죽을 때 자기 심장만이라도 바르샤바에 묻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죽으면 그단스크에 묻히고 싶다고 말하려 했는데, 이젠 거기도 제 나라가 아니라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면… 제게는 사후의 안식도 없을 것 같단 뜻입니다. 그런데도 긴 잠을 자고 싶어요.

Ludwik

2024년 09월 07일 10:43

자살 사고

@yahweh_1971 이제 내게 중요한 건 내 죄와 과거뿐이라 그런가 봐요. 전자는 사함받고 싶고 후자는 사랑하지요. 둘 모두 끝내기 위해서는 징벌 같은 죽음밖에 없다고 봅니다. 당신은 부정하겠지만. 그러니까,

예.

(미로스와프가 뛰듯이 걸어온다. 한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고, 조금 긴장한 낯은 어린 날의 루드비크와 같다. 그는 아버지를 보았다가 ‘존경하는 홉킨스 씨’를 돌아본다.) 죽고 싶어요.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3:20

유혈, 고어(신체 훼손), 가족 앞에서의 일방적 폭력

@Ludwik
(쇼팽의 연주와 섞여 걸음소리가 들린다. 이를 짐작하되 걸음이 모퉁이를 돌 즈음 한 손을 든다. 턱없이 오만하며 간단한 동작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공격이나 배격을 막았다. 혈기어린 미로스와프 칼리노프스키는 아직 턱없이 깨끗하다. 그리하며 대중과 영웅에게 필요할 만큼 어리석다. 그 청년은 당신의 징벌을 죽음이라 여기겠지. 당신을 사할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갈라진 목소리가 답한다. 가까이 다가온 몸을 쥐어잡았다. 그는 차라리 그린파크 곁가의 비둘기일지언정 영영 뱀이 아니었지만, 메말라 뼈마디가 드러난 손으로- 사과나무를 등진 양 어깨를 쥐곤 읊조렸다. 지팡이가 겨누어진다.) 내 손으로 거둬줄게. 난 네 가장 영광됐던 시절도 알고 있으니.
─섹튬셈프라.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3:20

유혈, 고어(신체 훼손), 가족 앞에서의 일방적 폭력

@Ludwik
(지팡이는 아래를 겨눈다. 당신의 두 발목을 겨누어 섬광이 튄다. 그것을 잘라내고 저밀 것이다. 뒤의 바닥까지 갈라놓을 저주를 뱉으며 웃었다. 옆의 어드매에서는 미로스와프가 숨을 삼키고, 그는 당신을 지탱하듯 쥐며 들여다본다.)

Ludwik

2024년 09월 07일 16:17

신체 훼손의 간접적인 묘사, 자식을 징그러워하는 부모의 심정 묘사

@yahweh_1971 (녹턴, 혹은 야상곡. 밤을 묘사한 음악. 조용한 슬픔이 서정적인 곡조를 노래한다. 노래만이 설명하고 포착해낼 수 있는 인간의 예민한 영혼이란 게 있는 법이다. 부끄럽고 죄 많던 생애 마지막으로 듣는 노래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사형수도 최후의 순간 직전엔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권리가 있다고 하던가. ‘아들이 참관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꼭 장례식을 미리 치르는 것 같다. 어머니와 베라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상념과 함께 눈을 감는다. 이어진 것은 격통과… …)

…윽, (무너짐이다.) 잠깐, …무슨… … (아니, 무너지기 직전 아들이 그를 붙잡았다. 무너지지 않게─무너지지 못하게─ 붙들고, 들여다본다. 가까이서 마주 본 낯은 스무 살의 자신과 지나치게 닮아 있어서 소름이 끼쳤다. 저도 모르게 버둥거렸다. 드디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헨… 홉킨스!… … 왜… 제길… 윽… …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6:34

적나라한 신체 훼손 묘사, 가족 앞에서의 폭력

@Ludwik
("홉킨스 씨! 홉킨스 씨, 이건─ 잠시만요─"
귓가를 거슬거리며 간지럽히는 음성을 걷어냈다. 당신을 쥔 손 또한 뜯어내듯 거둬주며 몸을 바닥으로 밀어눕힌다. 절단된 단면이 보일 것이다. 뒤이어 떨어져나간 발이 터져나간다. 영영 수복될 수 없을 상처의 표면이 아물고, 얼기설기 핏줄들이 기워진다. 웃음은 껌벅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숨을 탁 터뜨리며 웃었다. 서리는 감정마저 꼭 빼닮은 두 쌍의 눈알들을 봤다.)
봐─ 루디오. 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 ...... (핏물이 난자한다. 그것을 뒤집어쓰곤 몸을 숙였다. 미로스와프가 본 살해는 편안하며 고요한 저주에 의한 것이었을 테다. 당신이 겪어본 괴로움은 절단된 신체에서 비롯된 적 없었을 것이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6:35

적나라한 신체 훼손 묘사, 가족 앞에서의 폭력

@Ludwik
넌 못 죽어. 미르, 너도 내 말을 들어─...... ...... 넌 못 죽어, 루디오...... 사해지지도 못할뿐더러 안식하지도 못해. (지팡이를 빼앗지도 않았다. 한쪽 무릎을 곁에 꿇어앉는다. 이것은 친애인가? 형벌이자 미련이자 친애일 것이다.) 네가 사해질 기회는 내 손으로 거뒀다. 더 이상 전장으로 나오지도 못하겠지. 죽음을 먹는 자들이라면 불러줄 테니─ 관료답게 다시 돌아가서 처박혀. 거기서 네 새 시대를 봐. 네 아들이 영광스런 투사가 되고, 네가 집착해온 정상성이 쓰레기가 되는 시대.
(오래도록 생각해온 결말인 양 언어는 거침없이 쏟아진다. 무릎이 다 젖었다.) 그야말로 널 위한 시대야. 넌 그곳의 폐기물이 되겠지만.

Ludwik

2024년 09월 07일 18:35

유혈

@yahweh_1971 (웃음소리와 고통에 찬 비명 아래로 녹턴이 흐른다. 꿈결 같았다. 음악보다도 지나치게 많은 피를 흘려 정신이 몽롱했던 탓이다. 비명이 잦아들고 나면,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숨만 들이쉬고 내쉰다. 그러나 이해해야 할 날이 오고 있다…) 하, …하, 하하하… …

넌 끝까지… 끝까지… 아… (언어는 틀어막혀져 나오지 않는다. 그저 곁에서 친애의 저주를 내리는 이와 마주 보았다. 얼어붙어 있던 미로스와프가 헨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역시 홉킨스 씨다”라고 감탄에 차 중얼거리는 것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귓가에 닿는 것은 조국을 그리워한 이의 야상곡과 옛 친우, 그리고… 제 고동소리였다.)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살아 있다. 죽지 못한다. 시대의 돌풍에 휩쓸려, 새로운 시대로 내던져질 것이다.)

Ludwik

2024년 09월 07일 18:39

상해 (총상)

@yahweh_1971 (어쩐지 웃음이 나와서 웃었다. 헨의 옷자락을 붙들고 웃음과 눈물을 흘렸다. 그는 삶을 느낀다. 아주 오랜만에 자신이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곤 겁에 질렸다. 나는 살아 있다… 모든 게 무너진 자리에 남겨졌다. 함께 죽을 수도 없다면, 사함받지 못한다면 의미를 찾으며 살아갈 도리밖에 없다. 끝내지 못한 생과 지나가는 시대가 못내 고통스러워 다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웃음이 나오지? 왜?…)

헨. (하지만 붉은 웃음은 종착에 다다른다. 이제는 멎은 피와 끝나버린 시대의 끝에서 호명한다. 동시에, 익숙한 태도로 권총집에서 꺼낸 마카레프가 총성을 울린다─손에 들린 지팡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그는 줄곧 ‘명예 머글’이 아니던가!─. 무릎이나 발목을 향해 쏘았던 것 같다. 이것은 낙인이 아니라 흔적이 될 것이다.) …너도 죽지 마… 이, 빌어먹을 놈아… …

Ludwik

2024년 09월 07일 18:39

@yahweh_1971 (역사의 의미는 아마도 거기에 있다: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는 것. 흔적을 기억하되, 매몰되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살아가는 것.)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9:20

@Ludwik
괜찮아. 이게 네게 어울리는 결말이니까. ...... (청년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새파랗게 뜬 눈, 너털웃음 아래로 심장이 뛴다. 그것은 생명의 고동이 아니되 선고였다. 당신은 살아갈 것이다! 그는 당신을 남겨 새 시대의 급류로 흘려보낼 것이다. 당신은 오래도록 고통스러워하며 부딪히고, 깨지고, 가장 낮은 곳에서 당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러므로 삶은 형벌처럼 이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당신이 살길 바란다-) 루디오- 난, 사실...... (사실 그냥 네가 살아있길 바라기도 해. 내 작은 소년이, 어느 날의 제자가 땅을 딛고 풀내음과 흙내음을 맡으며 살길 원하기도 해. 어쩌면 피투성이의 친구를 안으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허리를 굽혔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9:25

유혈, 폭력의 피해 묘사

@Ludwik
(그러나 총성이 울린다. 한순간 치밀어올랐던 고해는 끊어진다. 무릎 아래가 부서지며 몸이 앞으로 턱 꺾이고, 핏물과 살점이 튄다.)
악─ 흐, 아윽...... ...... (이를 악물기 전엔 비명이 샌다. 당신의 아들이 총을 걷어찬다. 몸을 부축하려는 손길을 쳐내며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쥐었다. 하얀 빛이 튀자마자 뼈가 짜맞추어지며 상처가 속도를 더해 수복되지만- 문득 찾아오는 깨달음에 웃음은 속절없이 터져나온다. 바닥을 기며 환히 웃었다.) 아. ....... 윽. 그래...... 아직 공격할 수 있잖아-!
(숨을 들이마신다. 당신과 같이 누워 웃었다. 죽지 말라는 피상적인 말은 그저 귓가를 스친다. 그것은 무의미하며 쓸데없다. 대신하여 숨만 오래 터졌다.) 잘했어...... ....... 하하.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9:31

@Ludwik
(그를 영웅으로, 당신을 악으로 숭상하는 미로스와프는 영영 모를 것이다. 이것은 개혁가도, 영웅도, 온전한 '정상인'도 될 수 없었던 실패자들의 난투다. 쓰레기들이 모여 삶을 들이미는 징그러운 광경이다. 그러나 그는 좋았다.)

Ludwik

2024년 09월 07일 23:42

@yahweh_1971 (만족스럽다. 정말로, 만족스럽다. 어쩔 줄 몰라하는 미로스와프와 곁에 드러누워버린 헨, 그리고 여태 밤을 노래하는 쇼팽 덕분에 즐겁기까지 했다. 하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웃지 말자… 전쟁영웅 놀이에 즐거워하던 소년과는 작별해야만 한다.)

(21세기가 오고 있지 않은가. 징그러운 신세계가.)

Ludwik

2024년 09월 07일 23:43

@yahweh_1971 괜찮아. 헨. (그냥… 괜찮다고 말하자.) 이게 네게 어울리는 결말일지도 모르잖아… …

…아무튼 지금은 조금만 누워 있자… 아파 죽겠으니까. (그 다음엔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야 하겠지. 혹은 나아가거나…)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23:52

@Ludwik
(그러나 떠올린다. 괜찮을 날이 올까?)
(하여간에 단발성으로는- 그래, 지금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옆엔 어울리지도 않는 존댓말을 집어치운 제자가 드러누워있고, 피가 난자하고, 눈을 반짝이는 청년이 있다. 한참 그리 누워있다 다리가 다 낫고서야 몸을 일으켰다. 그는 미로스와프와 함께 떠났다.)
(갈라져 맞이할지언정 21세기가 오고 있다. 그러니 어긋난 사제로선 제법 괜찮은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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