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4일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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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k

2024년 09월 04일 00:46

(늦은 밤, 불현듯 순간이동하여 프랑스 니스의 어느 작은 집으로 향한다. 잠든 어머니를 깨웠다.) 어머니, 저 루데크예요. 주무시는데 죄송해요. …며칠 혹은 몇 주 정도 못 뵐 것 같아서 다급하게 왔어요. 아, 별일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위원회 일이 좀 바빠져서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게 평화롭고 제자리에 있어요… …

다시는 예전처럼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거예요. …예. 잘할게요. 어머니 건강이 최우선이란 거 잊지 마시고요. 저는… 언제나 어머니를 사랑해요. 그것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다시 주무셔야죠, 깨워서 죄송해요…

(그리고 그는 다시 영국에 있다. 텅 빈 집안은 어둡고 춥다. 오늘도 잠들 수 없다. 곁에 있어달라고 말했어야 했다. — 누구에게?…)

Kyleclark739

2024년 09월 04일 00:49

@Ludwik (눈알을 벌겋게 뜨고 창 너머를 바라봤다.)

Ludwik

2024년 09월 04일 10:27

@Kyleclark739 (잿빛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창을 연다.) 전선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클라크 씨.

Kyleclark739

2024년 09월 04일 23:10

@Ludwik (그는 걸음이 멈춰 대답도 하지 않고 동창을 바라보았다. 들은 기억대로가 맞다면 그는 현재 머글 태생 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높이 갔다. 스무 해 전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를 자신의 집에 숨겼다. 그가 집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했으니 됐다. 그는 아주 오래 그 자리에 멈춰있다가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자리를 떴다. 두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창 아래로 돌아왔다.)

Ludwik

2024년 09월 05일 15:22

@Kyleclark739 (여전히 열려 있는 창가에는 약간 식은 로수우(*폴란드식 닭 수프)가 숟가락과 함께 한 그릇 놓여 있고, 그 옆엔 시집이 있었다. 칼리노프스키 부위원장은 일전에 얻어먹은 것의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Kyleclark739

2024년 09월 05일 17:14

@Ludwik (창 하나를 앞에 두고 닭스프를 먹었다. 예의 없게도 더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빨리 먹어버렸으므로 곧바로 시집 21페이지를 펼쳤다.)

Ludwik

2024년 09월 05일 22:08

@Kyleclark739 (시집 21페이지는 폴란드어로 되어 있었고, 다른 페이지도 똑같다.) 또 왔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제 몫으로 먹으려고 로수우 한 그릇을 퍼오는 길이었다. 그것을 창가에 두고 카일과 마주 본다. 한 그릇 더 먹으라는 뜻이다.) 요즘 굶고 다닙니까? 물론 당신 근황이야 심심찮게 듣습니다만.

Kyleclark739

2024년 09월 05일 23:58

@Ludwik (그는 로수우를 다시 곧바로 먹어버렸다. 왜 그렇게 빨리 사라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동창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렇게 빨리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배가 터지게 먹었다. 먹을 걸 다 먹었는데도 네 집앞까지 와서 추태를 부리고 있는 거야. (그는 읽을 수 없는 폴란드어 위에 손톱을 갖다댔다.)

너는, 충분히, 먹었나?

읽어줘. 아주 느리게.

Ludwik

2024년 09월 06일 10:49

@Kyleclark739 (시집을 읽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저는 그다지 식욕이 없습니다. 영국에서 먹는 로수우는 그리운 맛을 낼 뿐, 진짜 로수우가 될 수 없으니까요. 인간의 삶은 전부 흉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남이 쓴 시를 읽는 것도. … … (아주 느리게, 읽는다.)

Bez serc, bez ducha, to szkieletów ludy;
Młodości! dodaj mi skrzydła!…
Niech nad martwym wzlecę światem
W rajską dziedzinę ułudy: Kędy zapał tworzy cudy,
Nowości potrząsa kwiatem I obleka w nadziei złote malowidła¹…

무슨 뜻인지 해석해드리길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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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아담 미츠키에비치 〈젊음에 바치는 송가Oda do młodości〉

Kyleclark739

2024년 09월 06일 20:53

@Ludwik 기왕 흉내를 낼 거라면 잘 낼 걸 그랬다. 확실하게 낼 걸 그랬다. 진지하게 낼 걸 그랬다. 흉내를 낸 것도 아닌 아주 긴 모욕을 한 기분이야. (뜻을 단 하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가 아주 느리게 읽어주었으므로 발음 하나하나를 잘 들을 수 있었다.)

충분해. 괜찮아.

('인간의 삶은 전부 흉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카일 클라크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치열함이나 고독이나 권태의 본질에 대해, 젊음과 젊음이 아닌 것에 대해, 뼈만 남은 사람과 죽은 세계 위로 날아가는 사람에 대해, 망상의 낙원에 대해 남은 생 동안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들을 자격이 없었다.) 흉내를 내면 그 삶은 가짜인가? 네가 그래?

Ludwik

2024년 09월 07일 15:20

@Kyleclark739 예. 제가 그래요. 이건 전부 가짜입니다. 근데,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카일 클라크의 팔을 움켰다. 눈을 감고 지금 당장 가고 싶은 곳을 떠올렸다. 순간이동으로 도착한 곳은 튀니지의 카르타고. 카르타고 항구. 먼 옛날 멸망당해야 했던 곳. 밤바다는 어둡다.) 아니, ‘근데’가 아니라 ‘그래서’. 내게는 아무것도 충분하지 않고 괜찮지도 않네요. 다시 한 번 ‘그래서’, 갑자기 당신과 이곳에 오고 싶어졌습니다.

보세요. 카르타고입니다. 여기서 터 잡고 살다가 로마 군대에 의해 멸망당한 이들의 삶은 진짜였을까요, 가짜였을까요? 이런 질문은 모욕일까요.

하하… 간만에 만나서 하는 얘기 치곤 바보 같네요.

Kyleclark739

2024년 09월 07일 22:37

@Ludwik (파도소리를 들었다. 그는 대뜸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의 양 어깨를 잡았다.)

이게 전부 가짜라고? 그들이 마지막에 얼마나 거세게 저항했는데, 머리카락이나 옷으로 활 같은 걸 만들고 그 많은 도시를 봉쇄하고, 불을 지르면 맞불을 지르고, (그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 어설픈 정보들을 엉망으로 엮어가며 열변을 토했다. 눈알에 핏줄이 섰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어왔고 카일 클라크가 아는 것은 이제 없었다.) 그들은 심장을 불길에 던지며 싸웠어.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내가 더 그들을 잘 모욕할 수 있다. 내가 더 그들을 잘 모욕했다. 그들만큼은 내가 이렇게 확실하게 모욕했다.

(그는 자신이 알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것들을 장엄하게 말했다. 너무 오래 말했다.) 왜 충분하지 않고 괜찮지 않지? 진짜도 아닌 가짜 하나하나에 뒤돌아봐야 할 만큼 우리가 미련이 많은 사람인가? 충분한 게, 아니라고? 진짜? (질문 세례, 어깨를 놔주지 않고 말했다.) 폴란드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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