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W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보지 않기란 어렵다. 썩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지만... 그걸 드러낼 까닭도 없었으므로 적당히 대꾸한다.) 못 올 데를 온 것도 아니고. (사이.) 요즘 바쁘시겠군요, 위원장님.
@LSW 그렇습니까? 심문을 받게 된다면 117호로 보내주시면 좋겠는데요...(허세인지 덤덤함인지, 제법 뻔뻔히 대꾸했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내가 순순히 여기서 사라지는 걸 원해?
@LSW 꺼림칙하지 않아? 마음을 읽힌다는 거 말이야. (조금 떨어져 당신의 눈을 본다. 익숙한 푸른 광채.) 특히 언제든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그 정도 방어 수단은 있어야지. (그 또한 잠깐의 정적 뒤에 묻는다.) ...그때 왜 그냥 넘어간 거지? 난 어차피 의심받고 있었어. 내 오클러먼시는 너에 비하면 완벽하지 못했을 텐데.
@LSW 자비로워졌네, 레아. 내가 널 잘못 알고 있었던 모양이야. (비꼬는 기색은 없다. ‘그 짓’에 지쳤던 건 이디스 역시 비슷했다. 그런 선택-그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당신과 비슷한 곳에 서 있을 테다.) 레질리먼시를 쓰지 못하는 게 아쉽네. 난 늘 궁금했거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마음이란 게 뭔지. (사이.) 그게 부러웠던 걸지도 모르지.
@LSW (그러나 이디스에게 당신이 모르는 면이 있듯 당신에게도 그가 모르는 면이 있을 테다. 거기에 ‘나보다 더한’ 사람을 보며 자기위안 삼는 시도는... 그의 머릿속에 꽤 징글맞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 —이디스는 문득 오래 전 일을 떠올렸다. 전쟁 한복판의 다이애건 앨리에서 둘은 술잔을 기울인다. “이런 세상에 별로 있고 싶지 않다면 헛소리로 들릴까요?“ 레아 윈필드가 말한다...) 맞아.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 (사이.) 세상이 또 변할지도 몰라. 너는 변할 건가?
@LSW (이디스는 무엇이 당신과 그의 길을 갈라놓았는지 생각한다. 그는 도망쳤고 당신은 침몰하는 배에 남았다는 것? 그것이 제 나약함의 방증일 뿐은 아닌지...) *결단*은 너무 거창한 단어야. 그냥 정신 차려 보니 갑판에서 떨어져 휩쓸려 가고 있었던 거지. 어디에 상륙해야 할지는 아직도 몰라... (사이.) 나 자신만은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오만이더군.
@LSW (당신이 가리킨 방향으로 느릿하게 발을 옮긴다.) ‘누구나’라면 너도 포함인가? (어둑해진 하늘을 본다. 하루가 또다시 저물고 있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만약을 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마 네 말대로겠지. 그런데도 떨어진 이후의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때는... 내가 체스말을 어디 놓고 있는지도 몰랐지. 단지 이 판을 끝내든 엎어놓든... 그게 중요했어.
@Edith (문을 밀고 들어가서 바 테이블 앞에 앉는다. 아직 직장 동료이던 시절에 이렇게 함께 술을 마시곤 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하다.) 지금은 어떤 기분이죠? 더는 체스판에 올라 있지 않은 열외의 말이고... 라인하트 서기관도 위원도 아닌 지금이요. ...전 당신에게 후회하느냐고 묻고 싶어요. (무얼 후회하느냐면 목적어를 말하지 않았다. 이제껏 모르가나 가민의 독재 정권에 충실했던 것을 말하는 걸수도 있고, 가진 것을 잃고 굴러떨어진 일을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저는... 그러니까 저도 방금 말한 범위에 포함되거든요. 항상 제가 이끌었던 적이 없었어요. 항상. 손이 묶여 끌려다니기나 했지.
@LSW (뒤따라 들어가 당신의 옆자리에 앉는다. 늘 마시던 위스키를 한 잔 주문한다.) 처음에는 해방감에 중독된 듯이 움직였지. 아무 생각도 안 했어. 그 뒤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다 보니까, 내 과거를 감당하는 게 두려워졌고. (늘 죄인됨에 매달렸던 것이 무색하게. 그러면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나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그의 말은 다소 횡설수설하게 이어졌다.)
... ...후회는 안 해. 말로만 후회한다고 해봤자 과거의 내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걸 알거든. (동지가 될 수 있었던 이들에게 등을 돌리고 사회적 안정과 인정을 택하는 것이든, 결국 그 모든 것을 둘러싼 위화감을 견디지 못한 것이든. 위스키를 홀짝인다.) ... ...그래서 너는 후회하나?
@Edith ...네. 그래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알면서 후회해요. 그래도 굳이 당신의 죄를 추산해 보자면... 징역 5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아닌가. 십 년? 감옥을 나서면 다이애건 앨리도 꽤 바뀌어 있을걸요. 전 가석방도 안 될 것 같고. (무척이나 가벼운 어조다. 술잔 가장자리에 입을 대고 목을 축인다. 얼음이 달그락거린다.) 그래서 당신이 후회하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네요. 적어도 발목을 잡힌대도 넘어질 일은 없어서. 그럼 다시 일어나면 돼요. 힘들여 일어나서 다시 걸어요. 당신은 충분히 그럴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