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6일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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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hweh_1971

2024년 09월 06일 23:48

(어둠이 내려앉은 성 외곽을 걷고 있다. 말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버석해진 머리칼이 밤바람에 살랑이고, 걸음엔 종종 돌조각이나 유리 파편들이 채인다. 산책이라도 하는 양 홀로 떨어져나왔되 목적지는 있다. 걸음은 명확히 성으로 통하는 샛길을 향한다.)

2VERGREEN_

2024년 09월 06일 23:55

@yahweh_1971 (그리고 성벽 위에서 주변을 살피던 그의 시야에, 당신이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참 당신의 발자취를 가만 좇다가, 성으로 향하는 것이 확실해진 후에야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헨. 헨 홉킨스—. 이 시간에 어디 가?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00

@2VERGREEN_
(기척을 감지하더라도 내버려두었을 것이다. 다만 조금 긴장했을 뿐이다. -걸음은 부름에 멎는다. 잠시 그저 성을 올려다보다가도 당신을 돌아보았다. 웃고 있다.) 성에 뭘 두고 왔어. (사이. 음성은 부드럽게 이어 묻는다.) 너야말로 뭐하는 거야? 애들을 돌보는 줄 알았어.

2VERGREEN_

2024년 09월 07일 00:19

@yahweh_1971 (주위를 느리게 살핀다. 부러 자리를 비운 것도 아닌데 당신 말고는 방해할 만한 사람도 없다. 이제는 익숙해진 완충 주문을 제게 걸고는 훌쩍 성벽에서 뛰어내려 당신 앞에 선다.) 애들은 잘 시간이지. (⋯ 이제는 오히려 당신의 그런 웃음이 낯설다. 당신의 말이 거짓이라는 직감이 들고.) ⋯ 헨,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건 없잖아. 안 그래?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1:14

@2VERGREEN_
왜 이래...... 난 우리가 신뢰로 이루어진 사이라고 생각했어. (한 걸음을 물러났다. 뻐근하게 위를 올려다보던 목을 매만진다. 이어 부상 여부를 확인하듯 당신을 가벼이 훑어보았다. 수 년간 최전방을 넘나들며 들인 버릇이다.) 별 거 아니야. 정말 중요한 걸 두고 와서 그래. (사이.) 그래도 얼굴 보니 좋네. 걱정했어......

2VERGREEN_

2024년 09월 07일 01:28

@yahweh_1971 아니면⋯ 설마 이게 메타모프마구스 능력을 써먹기로 결심한 에스마일 시프의 장난질은 아닐 거 아니야. (느릿하게 팔을 들어 제 목을 문지르며 대꾸했다. 온몸은 가늘게 찢어졌다 봉합된 듯한, 치료받았으나 채 전부 회복되지 않은 상처로 뒤덮인 상태다.) 안 말릴게. 안 말릴 테니까, 어디 가는 건지만 얘기해 줘. 물건 하나 찾는 거 가지고 오랜 친구랑 싸울 필요는 없잖아?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1:45

@2VERGREEN_
(그것에 시선이 오래 머무른다. 문득 숨이 막혀 고개를 돌렸다. 지독한 편애일지언정- 세상엔 훼손돼서는 안될 이들이 있다. 스러져서는 안 되는 다정들. 그는 그러나 그 연약하고 강인한 것들의 죽음을 오래도록 봤다.) ...... 레번클로 기숙사. (느리게 읊조렸다. 탑에 오르는 것은 같았으니.) 걱정 마. 에시는 아직 마주치지도 못했거든. 증명하길 원한다면 기꺼이 뒷담화라도 해주지.

2VERGREEN_

2024년 09월 07일 02:33

@yahweh_1971 오, 굳이 내 앞에서 너보다 더 오랜 친구의 뒷담화를 할 필요는 없겠지. (나지막히 웃었다. 당신의 앞에 선 연약하고 강인한 것은 몇 번이나 찢기고 상처입고 숨이 끊어졌으나 몇 번이고 봉합되어 다시 선 것이었다. 이제는 그것이 '죽을 수 있는' 것인지조차 흐릿했다.) 하지만 헨, 네가 저 탑 위에 우리의 친애하는 전 교수가 있다는 걸 모를 것 같지는 않은데. ⋯ 갈 거야, 정말로?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2:42

@2VERGREEN_
설마. 다른 탑이잖아? 그리고, 설령 내가 그를 찾아가더라도...... (목소리는 느려진다. 그러나 흐려지지는 않았다. 경계할지 모르는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손을 천천히 뻗었다. 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 목의 흉터 위로 내려앉는다.) 그건 전사戰死가 될 거야. 전장에선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발에 채이는 그것. (두 손의 상처보다도 당신의 흉이 아픈 것은 기이한 일이다.)

2VERGREEN_

2024년 09월 07일 03:04

@yahweh_1971 (경계하는 구석은 없다. 당신의 손길이니. 옷 너머로 언뜻 이어지는 흐릿한 화인 위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찢어진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수많은 모래알만큼 발에 채인다고 해서 그것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지. (네가 네 손의 상처보다 나의 작은 흉에 더욱 아파하는 것처럼.) ⋯ 그래도 정 탑에 올라야겠으면, 네 오랜 친구에게 말미를 조금만 주지 그래. 그 정도도 안될 만큼 바쁜 일인가?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3:17

@2VERGREEN_
(손이 부드럽게 흉을 가려 덮었다. 수많은 흉들을 다 가릴 수는 없을지언정 그의 시선에서만큼은 당신은 완전해진다. 그러나 손바닥 아래론 도도록한 살갗이 만져지고, 그것은 괴리와 깨달음을 불러올 뿐이다. 지레 흠칫 놀라 손을 거뒀다.) ...... ...... 그건 옳아. (수많은 흉들이 있대서 목덜미의 하나에 무뎌지지 못하듯이. 기구한 편애는 도무지 감출 수 없다. 그것은 다정에 대한 편애이자 오랜 친애에 대한 편애다.) 시간을 할애할 수는 있지...... 그래. 유언이라도 들어주려고? (못된 농담이다.) 그건 좀 그래. 사체로 돌아올 마음 없거든.

2VERGREEN_

2024년 09월 07일 12:50

@yahweh_1971 (눈이 구른다. 못된 농담에는 어쩐지 힘이 빠져버려서. 성벽에 기대어 적당히 자리를 잡고는 주저앉아버린다.) 죽어오면 죽여버릴 거니까, 단단히 각오해. (진담이다. 생각이 흐른다. 서른 해에 가까운 시간 동안 어쩌다 보니 제게 흘러온 기구한 편애까지 생각이 가닿으면, 괜히 못된 웃음이 새어나온다.) ⋯ 그러니까 처음부터 '우리' 편에 붙었으면 얼마나 좋았어. 어차피 이런 꼴이 될 거였으면⋯.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3:38

@2VERGREEN_
그거 빌어먹게 진부한 농담이네. (훅 꺼져버린 눈높이를 굳이 맞추지 않았다. 대신 두 걸음을 물러섰다. 눈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과거를 되짚어 후회하는 것은 무용하되 그는 처음으로 그러한 방식의 '만약'에 동의했다. 여전히 잔상처럼 흉의 형태가 남았던 까닭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랬을 걸 그랬지...... (그랬다면 저 상처를 하나라도 줄였을지 모르는데. 대화는 멋대로 맺어진다. 잠시 지팡이를 살펴 고쳐쥐곤 당신을 지나쳐 걸었다.)

2VERGREEN_

2024년 09월 07일 18:03

@yahweh_1971 ⋯ 그래도, 어떤 형태더라도, 난 너랑 이제껏 친구여서 행복했어. (맺어진 대화 뒤로 갈 곳 잃은 친애가 맴돈다. 우리에게 남겨진,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더듬는다.

여전히 서쪽 탑에는 어른 행세를 하려 날개를 활짝 펴 보아도 날 수 없는 어린 독수리들이 웅크리고 있다. 그 속에서 당신이 끝끝내 핀갈 모레이의 대적자가 되고, 에스마일 시프와 프러드 허니컷의 친애를 거슬러 그들의 지팡이 끝에 서고, 레아 윈필드의 기나긴 고해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창공의 일이다. 앞으로의 각본에는 제 이름이 쓰여있지 않으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단상 아래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는 당신을 붙잡지 않았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18:08

@2VERGREEN_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배역이 다를지언정 영영 친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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