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mond_M (한밤중의 호그와트를 서성거리던 아이는 후플푸프 교복을 입은 채 더티 블론드 머리카락을 곱게 땋아내리고 있다. 얌전히 레이먼드의 등 뒤에 서 있지만, 실상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색이며, 카메라에 시선이 꽂혀 있다… “전 못 나간 게 아니라 안 나가는 거예요, 아저씨. 그런데 그거 카메라예요? 기자? 아니면 우리 아빠처럼 사진이 취미예요?” 그리 묻는 아이의 이름은 베라 칼리놉스카야-라키치나다. 레이먼드는 베라의 얼굴을 알까?)
@Ludwik
(바람이 창을 거칠게 후려친다. 고요가 찾아온다. 그가 비로소 몸을 돌리고 무릎을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맞춘다. 그는 어렵지 않게 아이의 얼굴을 알아본다. 아이의 얼굴은 루드비크와 그의 아내를 절반씩 섞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그의 따뜻한 손이 아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쥔다.)아저씨는 사진작가란다. 사진찍는 게 직업인 사람이지. 지금은 호그와트를 기록하고 있단다.(그는 여기서 잠시 말을 고른다. 아이의 이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아가, 여기 있다가는 눈 먼 마법에 맞을지도 몰라. 그럼 아저씨처럼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어. 아빠랑 엄마가 보고 싶지 않니?
@Raymond_M (베라는 무심한 척하려고 애쓰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레이먼드의 얼굴 흉터를 바라보다 말한다. “제 이름은 아가가 아니라 베라 블라디미로브나 칼리놉스카야-라키치나입니다. 그리고…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단 건 저도 알아요. 아는데 온 거예요, 일부러. 아빠가 갖고 있던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하는 포트키를 몰래 써서요. 아빠한텐 비밀이에요.” 엄마 얘긴 하지 않았다. 대뜸 물었다. “아저씬 어느 쪽이에요?” 반정부냐 친정부냐는 뜻 같다.)
@Ludwik
역시나, 루디오의 딸이었구나. 그녀석과 눈매가 꼭 닮았어.(그가 쓰게 웃는다.)...이렇게 보자니 어째 무모한것도 닮아버린 것 같지만.(그는 당신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했지.)나는 학창시절 너희 아빠의 등 뒤를 지켰던 사람이란다. 어찌나 혈기왕성했는지 얼굴에 상처를 달고다니지 않았던 날이 없었지. 네 아빠에게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걸 비밀로 해주렴.(그가 부드럽게 웃는다. 숱한 어린애들을 안심시키곤 했던 사람좋은 웃음이다.)그래, 베라. 네가 왜 여기 왔는지 알려주면 삼촌이 널 도와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Raymond_M (아이의 눈이 깜빡인다. 이 ‘커다란 아저씨’의 말을 듣자 하니 아빠의 학창 시절 친구인 것 같았고, 아빠와 같은 편으로 짐작되었다. 그야 아빠 친구고 착해 보이니까 ‘야만적인 머글’을 옹호하는 부류는 아닐 것이다… … “우리 아빠를 잘 아는 것 같으니 그냥 말할게요. 저는 총리 각하를 도울 일이 제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서 여기 왔어요. 왜냐면…” 표정이 어두워다. “아빠를 돕고 싶으니까요.”)
@Ludwik
(대답하는 대신 가족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었다. 그는 레흐의 푸념을 기억했다. '베라가 걱정이에요, 아이들은 그게 뭐든 금방 물드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면 더더욱.' 과연, 아이는 그 걱정대로 자랐다. 슬픈 일이지. 그는 다정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베라는 아빠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그렇지만 베라, 루디오는 네가 자신을 돕다가 죽는 것보다는 살아서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는 편을 더 기뻐할 거야. 아저씨도 가족을 잃어봐서 안단다, 그건...끔찍한 일이지. 악몽보다 훨씬 더. ...그러니 베라, 오늘은 나와 함께 아빠에게 가지 않으련? 네 아빠에게는 네가 얼마나 자신을 돕고싶어했는지에 대해 내가 이야기해줄게. 어떠니?
@Raymond_M (“…정말로요? 우리 아빤 총리 각하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도 바칠 줄 알아야 진정한 시민이라고 했는데.” 그러나 고뇌하는 기색이다. 아저씨도 가족을 잃어봐서 안다, 그 말에 연민을 느낀 까닭일 것이다. 베라는 후플푸프답게 다정하다 ─ 레이먼드 메르체처럼. 다정의 방향이 다를 뿐. “그리고 아저씬 사진 찍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이를 신경 쓸 여유는 없잖아요.”)
@Ludwik
누가 그러니? 자기 할일이 있는 어른이 아이를 신경쓸 수 없다고.(그는 아이를 이해한다. 삶이 어느 방향으로 굽어진 채 자라는 것은 그 아이의 탓이 아니다.)그 어떤 의무도 어른이 아이를 지켜야 할 의무보다 선행할 수는 없지. 그게 내 친구를 울리지 않을 일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난 방금 막 마지막 사진을 찍은 참이니... 널 돕는데 오롯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구나. 아저씨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여기서 나란히 삼촌이랑 한 장 찍을까? 네 아버지께 보여주며 네가 얼마나 대견한 결심을 했는지에 대해 더 생생히 말해줄 수 있도록.
@Raymond_M (“음… 네, 한 장 찍어 주세요. 아빠가 보면 기뻐하실 거예요. … …아저씬 좋은 마법사 같아요.” 베라가 말하는 ‘마법사’에 머글 태생은 들어가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막연히 자기 앞의 아저씨가 순수 혈통일 거라고 믿었다. 그러니 같이 돌아가자는 말에도 따를 것이다.)
@Ludwik
(그는 아이의 그 뒤틀린 오해를 바로잡지 않는다. 바로잡을 여력이 없다는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머글본 마법사임을 밝힘과 동시에 이 아이는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그에게서 멀어질 것이므로. 그는 사진기를 들어 아이의 웃는 얼굴 한 장을 찍는다. 찰칵, 플래쉬가 터진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마법과-그는 그것을 간신히 쳐내고 아이를 안아올린다. 그리고는 외친다.)칼리노프스키 부위원장의 따님입니다!(그러나 상대는 마법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부로 호그와트에 있는 전원에 대해 사살 명령이 내려왔다! 어린애도 예외는 아니야!')통할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지!(그가 아이를 향해 속삭인다.)베리, 잠깐만 귀를 막고 있으련? 눈을 꼭 감아야 한다. 아버지한테 얼른 가자꾸나.
@Raymond_M (주문이 날아오기 전까진 신이 나 있었다.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아빠 친구도 만났고, 아빠한테 보여 줄 사진도 찍었으니까. 그런데 그 다음 일어난 일들은 레아의 이해 너머의 것이었다. “저… 저 사람들 왜 우릴 공격해요? 불사조 기사단인 거예요? …우리 죽어요?” 아이는 호기심이 많은 편인 동시에 말을 잘 들었다. 두 눈을 감고 얌전히 군다. 그리고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명백히 호그와트 바깥 ─ 부역자의 삶에 충실한 현장에 있다. 레이먼드 메르체로 하여금 머글 태생 마법사임을 쉬이 드러낼 수 없게 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Ludwik
(그가 아주 잠깐, 고민한다. 그러나 그는 안락한 거짓이 아닌 진실을 선택한다.)아니, 죽음을 먹는자들이란다. 그렇지만 아가,(그가 한 걸음을 내딛는다.)...내가 약속했잖니.(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이 길다. 그 사이에도 서너방은 됨직한 주문들이 날아들었다.)널 네 아버지 품으로,(그는 이번 주문을 받아내기로 한다. 룬 부적의 귀퉁이가 끊어져 흩날린다. 대신 죽음을 먹는 자 하나가 뒤로 날아간다.)..돌려보내 줄거라고.(아이를 안은 몸이 크게 흔들린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은 크루시오다. 그가 쓰러진 이의 지팡이를 밟아 부러뜨리고 상대의 아래턱을 걷어찬다. 그리고 곧장 기절마법. 뚝, 지팡이 하나가 더 부러진다. 그제서야 그가 당신을 내려다본다. 다정한 남자다. 지금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인. 방금 전 '총리를 지키는 이들'을 아무렇지 않게 날려버린 사내. 따뜻한 손이 당신의 뺨을 훔친다.)...괜찮니? 다친데는 없지?
@Raymond_M (아이는 결국 눈을 떴고, 얼어붙은 표정으로 ‘다정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베라 칼리놉스카야-라키치나는 정의로운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이분된 세상에서 살아왔으므로 이것은 제 세상이 부정당하는 경험이었다. 두 갈래의 길에서, 아이는 제 뺨에 닿은 따뜻한 손을 밀쳐 내기로 선택한다. “… …”)
(그리고 저 멀리.) …루샤? (‘아버지’가 서 있다. 딸아일 찾아 호그와트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듯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와 함께 있는 이가 ‘불온서적의 배포자’임을 깨닫고 지팡이부터 겨눈다.) …그리고 메르체 씨군요. 뭡니까, 지금?
@Ludwik
(그래, 그는 이렇게 될것을 알았다. 그러나 알았음에도 입맛이 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그는 허리를 굽혀 조심스럽게 아이를 내려준다. '당신의' 아이 말이다. 살아있고, 온전하고 다치지 않은 어린 것.)지팡이 내리는 게 어떻습니까? 이제 막 당신 아이를 죽음으로부터 지켜낸 인간에게 보일 마지막 감사가 있다면 말입니다. 베라는 포트키로 호그와트에 왔고... 죽음을 먹는자들에게 살해당할뻔 했습니다.(저를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로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고. 그는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말하지 않는 편이 나으며,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문장들이 많다. 이것은 그 일부다.)믿지 못하겠다면 베라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러고도 믿기 싫다면,(그가 씹어 뱉듯이 중얼거린다.)당신의 아이가 명예로운 죽음을 말하며 전선으로 뛰어들기 전에 붙잡았어야지. 그렇지 않습니까?
@Raymond_M (“папа아빠!” 베라는 아빠에게로 달려가 그 품에 안긴다. 부녀간의 키 차이는 많이 나지 않았지만, 일말의 공포와 혼란이 담긴 앳된 얼굴은 영락없는 아이였다. 레이먼드가 베라의 표정에서 생각을 읽기란 레질리먼시를 익히지 않았더라도 쉬울 것이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왜 날 죽이려고 한 거지? 저 사람은 머글 태생인데, 야만적이고 우리 마법사 사회를 어지럽히는 인간 이하의 존재들인데 왜 다정하게 굴지?…)
당신 말을 못 믿겠다는 게 아닙니다. 내 딸이라면 이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했었으니까. (“Нет, папа, Я так хотел помочь тебе아니에요, 아빠, 난 정말 아빠를 돕고 싶어서…”) 알겠단다. 우리 딸 마음 아빠가 다 알지. 지금은 그냥… 어른끼리 이야기하게 잠시 두겠니. 자, 여기 마법부 청사와 연결된 포트키 받고… 거기 가면 상냥한 직원들이 집까지 데려가 주실 거야, 그래…
@Raymond_M (베라는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으로 조심히 레이먼드를 돌아본다. 루드비크의 시선도 그를 향해 있다.) …아이를 도와 주신 건 감사합니다. 아버지로서 감사 인사는 분명히 전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니잖습니까?… 지팡이를 내리고 싶진 않은데요.
@Ludwik
(그는 자신을 향해 돌아본 베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이 상황이 적어도 '지나치게 적대적'이어 보이는 탓에 아이의 악몽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럼 누가 죽든 오래도록 못잊을 꿈이 되리라는 건 분명하지 않은가...)'좋은 사람'이라... 마법사회의 불온서적의 저자이기 때문에, 머글이면서 마법을 쓰거나 마법을 쓰면서도 순순히 제 목을 조르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죽이라고 목을 내밀고 아즈카반에 수감되어 디멘터와 키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므로 호그와트에 있어서 당신의 딸을 구할 수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의 저는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닌거군요.(상황이 맞지 않는데도 웃음이 터질 것 같다. 이상하게 자꾸만 말에 가시가 돋는다.)그렇다면 들고 계십시오. 아니지, 좋은 사람이 아닌 날 잡아 고발하면 적어도 이 난장판에서 떠나있을 정도의 자유는 주어질지도 모르겠군요. 어떻습니까, 날 팔아 넘기고 은전 30냥의 자유를 누려보시는 건?
@Raymond_M 잘 알고 계시네요. 잘 아시는 분이 왜 굳이 물어보는 거죠? (시선만 딸에게로 향한 채 고한다.) 베라. 어서 가. 아빠 말 들어야 착한 아이지… 그래야 총리 각하도 널 예뻐해 주실 거야. 그래, 어서… (베라는 여전히 주춤하는 기색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제 옷자락만 쥐다가, 결국 레이먼드에게 작게 손을 흔든다. 아버지는 딸이 ‘야만적인 머글 태생’에게 인사를─‘같은 인간’에게 하듯이─ 하는 걸 보고 눈만 깜빡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라가 포트키를 사용해 이 공간에서 사라졌다. ‘이제 거리낄 것이 없다.’ 루드비크는 생각한다. ‘아니, 아니지. 어째서 나는 아이 앞에서 거리낌이 있다고 여겼던가… …’)
…전 이 난장판에 원해서 온 거라서요. (상념을 치우고 입을 연다.) 하지만 당신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에도 불온서적을 퍼뜨리려 오신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