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웃으며 이마를 문질러 준다.) 찾던 이가 있어서 미처 당신을 보지 못했습니다. 내 잘못입니다, 사과할게요. 당신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마치 처음 보는 아이인 듯 굴고 있으나 실은 알았다. 위원회가 지속적으로 감시 중인 Sonnenblume에서 곧잘 목격되는 아이이자, 누가 봐도 힐데가르트의 조카다.) …그런데, 여기서 존넨부르메가 많이 멀던가요? (지나칠 정도로 명료한 발음…)
@Ludwik "— 괜찮⋯" (말을 채 맺기도 전에 슬쩍 뜬 제 시야에 들어오는 익숙한 낯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뒤로 두어 발자국 물러난다. 하나, 열 살의 루스는 열한 살의 힐데가르트보다 훨씬 영특한 아이였고. 둘, 무시하거나 눈치채지 못하기에는⋯ '미레크 오빠랑 똑같이 생겼잖아.' 그래, 제가 제 이모를 닮은 것만큼 판박이였으니까. 그렇다면 제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그'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다. 눈이 구른다. 작은 머리가 돌아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오늘 가게 휴업이에요. 가도 아무도 없어요."
@2VERGREEN_ 그렇습니까? (영혼 없이 반문하곤 Sonnenblume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곤란하네요. 온 김에 들리려고 했는데. 미로스와프와는 아마 만날 수 없겠지만 내 딸 베라가… … (흘끔 뒤를 돌아본다. 아이는 따라오고 있을까? 아니면 역시 ‘그’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와 거리를 두고 있을까.) 아, 당신이라면 미로스와프한테서 베라 얘길 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작년에 호그와트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집을 나간 것 같아서요. 다이애건 앨리에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찾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착한 아이니까 도와 주실 거죠, 아이젠슈타인 양?
@Ludwik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달싹이기만 하면서 자리에 못박히듯 서있던 루스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착한 아이'라는 말이었다. 으례 그런 방식으로 키워진 아이들이 가지는 일종의 강박이 결국 잔뜩 울상을 지으면서도 당신을 따라가게 만드는 것이다⋯.) "오빠한테 몇 번 들어봤어요." (후플푸프에 배정되었다는 배다른 동생. 끝끝내 최악의 방식으로 자라고 있는 것만 같아 걱정이라던⋯) "⋯ 만약 다이애건 앨리에도 없으면 어떻게 하시려구요⋯?"
@2VERGREEN_ 그렇다면 호그와트에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집에 여분 포트키를 두는 게 아니었는데… (가게 앞에 섰다. 문은 닫혀 있을까?) 당신 이모는 호그와트에 있지요?… 분명 미로스와프도 거기 있을 테고. (불현듯.) 당신도 같이 가고 싶지 않으십니까?
@Ludwik "잠시만요." (가게의 문은 마법으로도 열 수 없을 만큼 굳게 닫힌 채, 예의 휴업 팻말만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당신을 따라 가게로 올라가던 아이의 발걸음이 다시 한 번 우뚝 멈춘다.) "이모랑 미르 오빠가 왜 호그와트에 있어요?" ('같이 가고 싶다'는 것 이전에, 지금의 상황을 영 모르고 있는 듯 하다⋯.)
@2VERGREEN_ (루스를 돌아본다.) …당신에게 말하지 않고 떠났나요? 하하… 이것 참… 자기들 나름대로 아이를 배려한 것이겠지만… (어린 시절의 힐데가르트를 연상시키는 어린아이 앞에서 할 말을 고른다. 뭘 말해야 자기 안의 인간성마저 전부 지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잘 들으세요, 아이젠슈타인 양. 당신의 이모와 미르 오빠는 호그와트를 불법 점거하러 갔습니다. 그러다 죽을 수도 있겠네요. 흠!… 생포당하면 아즈카반 종신형을 살 수도 있고요. 왜냐하면 두 사람은 현 마법사 사회의 기준에 따르자면 흉악한 반정부 단체의 테러리스트들이기 때문입니다. 테러리스트가 뭔지 아나요?
@Ludwik "⋯ 결국에는 법과 규칙도 사람들이 정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라면 현 마법사 사회의 기준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새삼스레 그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이야기해보자면, 열한 살의 힐데가르트 마치는 파르티잔에 대해 떠들어대는 루드비크의 옆에서 '정치적 숙청'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였고, 그리고 루스는 그런 힐데가르트의 아이였기에, 이런 말들은 아이에게 있어 공포로 와닿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미르 오빠가 맨날 자기 아빠도 예전에 기사단원이었다고 얘기하던데. 그러면 아저씨도 예전에는 테러리스트였던 거 아니에요? 테러가 나쁜 거예요?" (푸르고 순진한 눈이 당신을 끈질기게 좇았다.)
@2VERGREEN_ 예, 세상을 이루는 모든 건 사람들이 정한 것입니다. 법과 규칙만이 아니라 전부 다요. 자의적이고, 제멋대로고, 의미가 없죠… 전부 다… (가게 앞에 앉는다. 어쩐지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마흔 번째 명명일을 겨우 지났건만 벌써 지쳐버렸다. 그는 삶을 다 살아내 삼라만상에 지루해진 노인의 눈을 하고 아이를 바라본다. 저 새파란 눈 안에 여름의 발트 해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왜냐면 사람은 세상의 종양 같은 거거든요. 당초 존재하면 안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존재해버린… 그런 거죠. 나도, 당신도. (‘베라에게도 이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런다면 정말로 인간성을 잃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 만족스럽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단 말입니다. 운 나쁘게 태어나버려서 도덕이니 윤리니, 사회적 기준이니 흰소리를 늘어놓는 겁니다.
@2VERGREEN_ 저도 흰소리 하나 해 보겠습니다. 당신 말대로, 예, 저는 예전에 ‘테러리스트’였습니다. 사람을 여럿 죽였어요, 하지만 불사조 기사단의 기준으로는 여전히 ‘군인’이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사람을 죽여서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재미있지요?… 힐데가르트 마치와 미로스와프 칼리노프스키도 어떤 기준으로는 군인이고, 어쩌면 혁명가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또 다른 기준으로는 그저 살인자들입니다.
(중얼거리다 말고 오늘 날씨는 어떻냐고 묻듯이 루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아이젠슈타인 양, 그렇다면 저는 왜 의미 없는 기준에 천착하고 있는 걸까요?
@Ludwik (발트 해와 북해가 만나, 두 개의 해류가 도무지 섞일 줄 모르고 부유하는 그곳을 우리는 세상의 끝이라 불렀다. 그 끝은 이곳에서 너무 머나먼 곳에 있다. 가까이 있다고 해도 모든 것에 익숙해지다 못해 질려버린 당신의 두 눈에는 그 바다가 비칠 리 없다. 그럼에도 아이는 답변한다.) "⋯ 이미 태어났는데 존재하면 안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너무 슬퍼지잖아요. 그래서, 세상에 있어도 괜찮다는 이유를 만들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닐까요? 어떤 사람들은 법과 규칙으로 존재에 대해서 설명할 거고, 또 어떤 사람들은 행동으로 증명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시대 속에서 자라난다. 애초에 당신은 당신의 딸에게 인간성을 상실해가며 그 말을 건네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
@Ludwik (어른들이 만들어낸 이런 세상 속에서 자라난 아이에게 '당초에 존재하면 안 되었던 존재'와 같은 말은 어느 순간,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제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저 살인자일 뿐이라고 말해오는 — 애초에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했으니 — 당신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것처럼.) "그래도 이왕이면 조금 더 의미 있는 것에 천착하는 게— 아이고. 큰일났네."
(⋯ 그리고 짧은 순간, 특유의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가게 앞에는 인영 하나가 더 나타나고,) —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설명해 줄래? (당신에게는 제법 익숙할 목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2VERGREEN_ (그런데 그는 모든 바다와 세상의 끝에 대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한다면요? “그래도 어떤 이들은 이해해 줄 테니 괜찮다”면서 합리화해야 하는 건가요? “언젠가는 모두가 이해받을 날이 올 테니 괜찮다”고 해야 합니까?… 하하, 이건 그냥 묻는 겁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삼아, 심심풀이처럼 묻는 거죠… … 내가 나를 증명하려고 행동해 보았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 그때도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볼 만하지 않나요? 재미있잖아요, 우습고…
(중얼거리다 말고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을 가렸다. ‘대체 애한테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다. 술 취한 사람처럼 중얼거리게 되는 버릇은 아즈카반을 나온 지가 한참인데 아직 고쳐지지 못했다. 평생 이따위로 살게 되겠지…’ 짐승의 그것처럼 낮은 웃음소릴 내다가, “펑!” …이내 손을 떼고 힐데가르트를 올려다보았다.) 당신 조카와 놀던 참이었는데. 안녕하세요, 마치 씨.
@Ludwik ("하지만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다고 해서 죽을 건 아니잖아요." 얼굴을 묻은 당신 앞에서도 여전히 제 이야기를 멈추지 않던 아이의 입을 닫게 만든 것은 이 자리에 새로이 나타난 또다른 어른이었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가, 또 가게 앞 좁은 공간에 몸을 구긴 채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제 목에 걸려있던 열쇠로 익숙하게 가게의 문을 연 힐데가르트는 당신의 등을 두어 번 두들겼다.)
네가 열 살 짜리 어린애랑 놀기에는 세상에 너무 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들어와. 누구처럼 공격하지는 않을 테니까. (당신이 만취한 사람처럼 제 얘기를 중얼거리는 병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것은 병이 아닐 지도 모른다. 스무 해 전에도 그리 생각했었다⋯.)
@2VERGREEN_ …세상에 찌들긴 했네요. 그건 사실입니다. 하펜사이터 씨가 저더러 왜 이렇게 늙었냐더라고요, 나이는 같은데… (천천히, 비틀대듯 일어나 안으로 들어간다. 중얼대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젠슈타인 양도 같이 가시죠. … …그런데 마치 씨, 절 공격할 게 아니라면 가게 안에는 왜 들여보내 주시는 겁니까? 제가 또 압수수색이라도 명령하면 어쩌려고요. 혹은 당신의 사랑스러운 조카에게 지팡이를 들이밀 수도 있잖아요. (…) 그도 아니면, 어쩌면 총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