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의 귀퉁이 어딘가, 그가 있다. 헐떡임을 참으며. 그의 발 아래 다섯 개 째의 지팡이가 부서진다. 색색거리는 소음들. 비명. 신음. 죽음을 먹는자 여럿이 쓰러져 있다. 그의 것을 제하면 발목이 열 개. 그중 셋은 주인을 잃어버렸고, 나머지는 죄 힘줄이 잘렸다. 주인 잃은 팔 네 개가 나동그라진다. 그의 손은 핏물 하나 묻지 않은 채 순결하다. 그는 그곳에서 시대의 그림자를, 죄를 본다. 비척, 피웅덩이가 찰박이는 소리를 낸다. 그가 벽에 기대 앉는다. 고질적인 피로가 그를 두드린다.).....
@Raymond_M (지겹다. 모퉁이를 돌자 제 발치에 나동그라진 팔과 발목이 차인다. 핏물을 밟고 선 힐데가르트는 모든 광경을 무시한 채 당신의 옆에 와 앉는다. 그조차도 이전의 부상으로 '멀쩡한' 상태는 아니긴 하지만.) 레이, 일단은 자리를 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2VERGREEN_
...지원은 없어. 이들이 마지막 지원이었거든.(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당신의 말을 따라 일어난다. 꽉 움켜쥐었던 왼쪽 어깨에서 손을 떼면 손은 이미 멎어있다. 그는 잃은 피를 대신해 디터니 용액을 삼킨다. 과연, 저 모퉁이 너머, 시체가 되었음이 분명한 팔이 비죽, 튀어나와 있다. 웅덩이를 이룬 핏물이 달빛에 반짝인다. 피로감은 순전히 정신적인 것. 그는 고개를 흔들어 그걸 떨궈버린다. 흐렸던 눈이 순식간에 분명해진다.)가자.
@Raymond_M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전쟁은 참 마법같지 못한 일이야, 안 그래? (비틀거리며 모퉁이를 돌아 연회장 방향으로 향하다, 적당한 복도에 자리를 잡고 주저앉아버린다. 애초에 또다른 전투가 두려웠기보다는⋯ 글쎄, 당장 코끝을 괴롭히는 피 냄새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터라.) 그만하고 싶어, 그만⋯. (웃었다. 웃음은 멈추지 않았으나, 당신의 것과 달리 한쪽 남은 그의 푸름은 도무지 분명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VERGREEN_
(그가 당신을 끌어안는다. 타조같은 꼴이다. 그가 아무리 거대해도 당신을 온 세상으로부터 숨기지는 못한다. 그걸 알면서도, 그는 당신이 조금이라도 온전하길 바란다. 전쟁에서 사람을 갉아먹는 것은 육신의 상처와 죽음만이 아니다.)너는 언제나 평화주의자였지. 그래서 나는 네가 불사조기사단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네가 최전선에는 나가지 않길 바랐어....(사람이, 자신의 손에 묻힌 피로 무너지는 장면을 그는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그가 택하는 것은 애원이다.)힐다, 부서지지 마. 나는 고작 사람이라 네 파편들을 주워모을 수 없어... 나는 네 육신밖에는 지킬 수 없단말이야.....
@Raymond_M (그러나 당신의 품에 안긴 그에게는 그 품이, 그 온기가, 순간 세상의 전부로만 느껴졌다. 그 안에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기사단의 문을 두드린 이후로 이토록 괴로웠던 적은 없었다.) ⋯ 이런 걸로 부서지지 않아. 그냥, 그냥, 조금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서⋯. (내가 온전하지 못하게 되면 너는 분명히 괴로워하겠지. 아직 그런 것들을 숨길 수 있을 정도는 되어서 다행이다, 생각하며 그는 당신의 품 안에서 다시 느릿하게 웃었다.) 넌 나보다 이런 것들을 많이 보면서 살아왔잖아. 도대체 어떻게 버티는 거야. ⋯ 사랑? 이런 곳에도 정말 그런 게 있어⋯?
@2VERGREEN_
알아, 그리고... 힐다, 만일 네가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그는 짧게 숨을 들이쉰다. 이곳을 내려가, 복도를 건너서, 아무도 모르게 당신이 지키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그는 당신의 웃는 얼굴을 상상한다, 마법처럼, 조금은 괜찮아진다.)아무도 널 탓하지 못해.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내가 그렇게 만들거야.(그대들에게는 당신을 탓할 권리가 없다고, 그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부서지지 않기 위해 날아오르는 것은 모든 생애의 필연이고 본능이라고. 그는 당신의 곁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항변자가 될것이다... 맹세컨대.)이곳에 있는 사랑을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이곳에 남아있는 건 비명과... 사람의 절규 뿐이거든. 그런데 힐다, 나한데는... 나한테는 내 뒤에 서있는 이들이 있어. 내가 물러서고 패배하는 순간 스러질지도 모르는 연약한 것이. ...그때마다 생각해. 결코 지지 말아야한다고. 혈겁과 핏물로 된 길이라도 걸어야한다고.
@Raymond_M ⋯ 네 한결같음은 멍청하고 무모한 거라고 불러야 할 지, 아니면 정말⋯ 대단하고 찬란한 무언가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손을 들어 느리게 당신의 등을 토닥인다. 말하지 못한 것: 스무 해 전, 아직 학교를 떠나기 전에. 이 근처에서 쓰러져 숨을 몰아쉬는 당신을 발견했을 때에 나는 차라리 당신이 투사가 되지 않기를 바랐었다고. 그 모든 일을 겪고 괜찮을 리가 없는데, 아무리 단단하게 견뎌보아도 모든 상처와 흉터가 자긍이 될 날은 아득하게 멀기만 한데. 그 모든 것을 붙들고 혈겁과 핏물로 된 길을 걷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고, 당신의 다정은 평생의 업이 될 거라.) 네가 그런 마음으로 사는데 어떻게 그 연약한 것들이 패배할 수 있겠어. (나의 웃는 낯이 마법처럼 다가오는 네가, 내 마지막 항변자가 되기를 기꺼이 자처하는 네가 있는데.) ⋯ 빨리 이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어. 전쟁 후에도 네 귀한 다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아주, 아주 많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