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ud_ens
(만신창이로 조각난 몸이 복도 벽에 기대앉아있다. 느리게 심호흡하고, 떨리는 지팡이로 몸을 훑어간다. 의지가 껌벅여 상처가 낫는 속도도 더디다.)
(핏물과 파편이 낭자한 이곳은 핀갈이 죽은 곳, 탑을 오르는 계단 아래다. 층계를 두 번 오르면 탑으로 이어질 것이다. 당신도 알지 모르는 것: 그곳에 당신들의 모르가나가 있다.)
@yahweh_1971 (저편에서 빠른 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발소리에 돌바닥을 때리는 금속성의 지팡이 소리가 섞이는 것으로 정체를, 그리고 평소 같지 않은 템포와 강도에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어둠보다 더 검은 질량이 나타난다. 그가 당신에게 지팡이를 겨눈다.) 헨 야훼 홉킨스. 당장 여기서 꺼져. (이름부터 단어 하나하나의 음절들을 짓씹듯 발음한다.)
@Furud_ens
이게 누구야. ...... '허니컷 차관님'이네. (그리 우습진 않은 듯 읊조렸다. 지팡이는 손에 느슨히 쥐여있되 방어하지 못할 바는 없다. 그러므로 겨누어진 지팡이를 그저 지켜봤다. 창백한 얼굴 위로 눈물이 버석거리며 말라붙었다.) ...... 그러지 마. 나도 속상해. (목소리엔 맥이 없다. 그러나 힘이 없을지언정 그것이 유순함을 증명하진 않는다. 그저 웃었다.) 알았어? 너나 저리 가.
@yahweh_1971 핀갈 모레이를 죽였다지. 그의 마지막 싸움이 네가 되게 했다지. 네 대적자에게 고마워하도록 해, 헨. 내가 지금 죽음을 먹는 자들 수십을 끌고 오지 않은 것도, 너를 당장 기절시켜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 며칠 후에 얘기하지 않는 것도 다 너를 적수로 인정했던 그의 유지를 잇기 때문이니까. (이가 부득부득 갈린다. 눈물이 진화(鎭火)의 용수 아닌 분노의 연료로서 쓰이며 씹어뱉는다.) 다시 말하는데 지금 당장, 네 의지로 여기서 꺼져.
@Furud_ens
...... ...... (반쯤 치료한 몸을 일으킨다. 벽을 짚으며 오래 바라보았다. 웃음의 형태로 덧씌워진 위악은 변함없다. 느리게 말을 끊어 잇고.) 복수하러 온 거야? (이름을 듣는 것은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다. 다만 코트에 새로이 묻어난 핏물이 괴로움을 동반했다. 눈을 일그러뜨리곤 다시 표정을 정돈했다.) 악역들끼리 무슨...... 쓸데없는 놀음인지 모르겠어. 모레이는 그가 바라는 방식대로 죽었다. 그건 '창잡이'들의 방식이자- 인간의 방식이야. (사이.) 그만하자. 오늘은 충분히 싸웠어.
@yahweh_1971 충분히 싸웠으니 돌아가. 네가 어쩌다가 싸우게 된 건지도 알아. 돌아가. 너 자신을 포함해서 네가 만드는 더 이상의 개죽음은 내가 용납하지 않아. (눈빛은 다른 곳을 보지 않는다. 오직 당신에게만 붙박인 듯 향한다.) 세 번째로 말한다. 꺼져.
@Furud_ens
싫어, 안 가. (발음은 명료하다. 구사하는 문장은 어리기 짝이 없되 그랬다. 미소 비슷한 것이 일그러져 스친다.) 여기 개죽음은 없어. 너야말로 돌아가. 해가 뜨면 만나러 갈게. 원한다면 그때 다시 뺨이라도 치던지, 그래, 네 부하들을 끌고 와 맞이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