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의 귀퉁이 어딘가, 그가 있다. 헐떡임을 참으며. 그의 발 아래 다섯 개 째의 지팡이가 부서진다. 색색거리는 소음들. 비명. 신음. 죽음을 먹는자 여럿이 쓰러져 있다. 그의 것을 제하면 발목이 열 개. 그중 셋은 주인을 잃어버렸고, 나머지는 죄 힘줄이 잘렸다. 주인 잃은 팔 네 개가 나동그라진다. 그의 손은 핏물 하나 묻지 않은 채 순결하다. 그는 그곳에서 시대의 그림자를, 죄를 본다. 비척, 피웅덩이가 찰박이는 소리를 낸다. 그가 벽에 기대 앉는다. 고질적인 피로가 그를 두드린다.).....
@Raymond_M
(아래 계단에서부터 느린 걸음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기척을 감지해 잠시 멈추곤 이어진다. 한순간 당신 앞으로 방어벽이 길게 펼쳐지고, 그러자마자 익숙한 낯이 발을 딛는다. 다행히도 팔과 발목은 제자리에 붙어있다.)
@yahweh_1971
(그러나 그를 공격할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여기 있는 이들은 죄다 발목을 잃고, 그의 것을 제외한 마지막 지팡이가 부러진 와중에. 이상하지, 그럼에도 제 앞을 막아선 보호막을 보며 끝없는 안도를 느낀다는 건.)....헤니, 담배 있어?(그는 비흡연자다.)
@Raymond_M
(살해한 친구의 사체를 아래층에 뒀다. 살피러 나온 자리엔 어느 다른 친구가 발목들을 딛어 서고. 그야말로, 이야말로 얼마나 친애로 가득한 풍경인지...... 웃었다. 피가 말라굳은 낯짝 위로 미소가 번진다. 그의 것은 아니다.) 안하던 짓을? (대꾸하며 당신을 가벼이 훑었다.) 유감이야. 저 사람들 망토나 뒤적여보던지. ...... ......
@yahweh_1971
전쟁터에서 한, 두개피 정도 피워봤거든. 지독한 기침을 동반했지만.(그가 킬킬거린다. 끄트머리가 매캐한 웃음이다. 사람들과 섞이기 위해서였다. 가장 내밀한 이야기는 피로감이 섞인 채 흘러나오곤 했다. 살육의 현장에서 목소리를 잃는 것은 때때로 피해자만이 아니다...)왜 다들 그렇게 담배를 피워대는지 처음에는 이해 못했는데 가끔 생각나더란 말이지..... 웃기지?(그가 당신을 향해 손을 뻗는다. 일으켜주라, 응?)
@Raymond_M
도무지...... 동의할 수가 없네. 입에 대본 적도 없거든. (그러나 중독이 두려워 도피했던 것이다. 친애하는 가족들이 죽은 뒤론 술조차 섣불리 입에 대지 않았으며, 강박적일 만큼 반복을 요하는 모든 것을 멀리했다.)
(밤은 짧으며 해야 할 일들은 명료하다. 지독히도 시간이 없었으나- 이곳엔 핏물에 젖어 지친 친구가 있다. 지나치지 못해 손을 내밀었다. 부언 없이 당신의 손을 단단히 감아쥐어 힘을 실어준다.)
@yahweh_1971
알아, 알지. 모를수가 없지....(그는 탄식하듯 읊조린다. 당신은 무언가가 거세된것처럼 살았다. 혹은 무언가를 거세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는 당신의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그냥 생각하는 거야. 아, 이래서 당신들은 그랬나 하고. 삶에 지쳐서 성당으로 도망치는 이들을 이해라도 할 것처럼.(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다. 입 안이 버석하다.)이 '다음'을 향해 가야지. 목격자가 되든, 살인자가 되든, 뭐라도 좋으니 앞으로....
@Raymond_M
(접촉이라면 익숙해졌다. 이것은 당신의 탓이다. 표면이 번질거리는 인간을 꽉꽉 뭉쳐내 기어코 손자국을 남겼다. 물러나길 대신해 기댄 머리 위로 손을 가벼이 덮었다. 머리칼을 간질이듯 툭 매만진다.) ...... ...... 초를 치는 것이라면 미안하지만- 넌 목격자도 살인자도 못 돼. 그건 전장에서의 수식이 아니거든. 넌 그냥 투사야, 레이. (오래 서려있었던 건조함이 다소 가셨다. 목소리는 기묘하게 다정하다. 오래도록 생각한 양 말을 곱씹어 내어놓았다. 어조는 수십년 전과 같다.) ─싸우는 사람은 무릇 사체를 고깃덩이처럼 밟지. 전쟁이란 선의와 선량함에 기반한 투사들은 지칠 수밖에 없는 구조야. 그리해 성당으로 도망치는 이들도 있겠지...... 의지를 잃거나 단념하게 될 수도 있어. 하지만 본질은 같아. 그게 널 지치게 만든다고 해서 싸움이 잘못된 것은 아니야. 그것에 지친대서 네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건 그냥 그런 거야.
@Raymond_M
기운 내, 친구. 자정이 지났으니 곧 새벽이야. 네가 사랑하는 태양이 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