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3일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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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VERGREEN_

2024년 09월 03일 22:51

(아래로 내린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묶어둔 푸른 눈을 가진 어떤 아이가 불안하기라도 한 것인지 주변을 급히 살피며 다이애건 앨리의 어느 외진 골목을 달린다. 그리고 이내, 어른들의 가슴께에 겨우 닿일 그 아이는⋯) "으악! 죄송해요!" (⋯ 당신에게 와서 꽝! 부딪히고는 제 이마를 문지른다.)

LSW

2024년 09월 04일 13:29

@2VERGREEN_ (말이 없는 그 어른은 꼬마를 내려다본다. 루스를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꾸준히 힐데가르트의 가게에 사람을 보내는 위원장으로서... 먼발치에서 이 꼬마를 본 적도 있었다.) 괜찮아요. 머리는 안 아파요? 어딜 그렇게 가고 있었어요?

2VERGREEN_

2024년 09월 04일 22:14

@LSW "저는 괜찮아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쩌면 다행히도) 루스는 제 이모와 기사단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나 당신에 대해 접할 수 있었으므로⋯. 마찬가지로 말수가 적은 그 꼬마는 당신과 닮은 푸른 눈으로 가만히 어른을 올려다보았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모가 없어져서 찾으러 가고 있었어요. 혹시 저랑 닮은 사람 본 적 없으세요?"

LSW

2024년 09월 05일 02:36

@2VERGREEN_ (레아는 잠시 침묵한다. 얼마 전 힐데가르트에게서 들었던 말이 생각난 탓이다. 정말 비슷한 채도의 파란 눈이라... 그러길 삼 초.) 봤어요, 오는 길에. 저쪽 골목으로 들어가던데. 같이 찾아줄까요? 참, 전 레아 로버츠라고 해요. (외가 쪽의 성씨를 말한다. 어떤 점에서는 거짓이 아니니까... 어떤 점에서는.)

2VERGREEN_

2024년 09월 05일 19:21

@LSW "— 도와주시면 감사하죠!" (방긋 웃었다. 그는 힐데가르트와 달리 캐럴라인 로버츠에 대해 알 리가 없고, 어른들이 심각한 목소리로 떠들어대던 '레아 윈필드'라는 사람과 눈 앞의 친절해보이는 '레아 로버츠'를 연결지을 수 있을 단서는 또 없는 지라.) "저는 루스 아이젠슈타인이에요. 레아 이모라고 불러도 돼요?" (⋯ 방금 처음 만난 주제에. 아이는 당신의 옆에 와 서서는 손을 뻗는다. 뿌리치지 않으면 손을 붙들 작정이다.)

LSW

2024년 09월 05일 22:14

@2VERGREEN_ 그럼요. (루스가 손을 잡게 내버려둔다. 조그만 손이 따뜻하다. 힐데가르트의 손처럼.) ...사실 말이죠, 루스. 전 당신을 안답니다. 힐데가르트의 친구거든요. 힐데에게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아마 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한동안 멀리 떠나있다가 이번에 잠깐 돌아온 거거든요.

2VERGREEN_

2024년 09월 06일 11:01

@LSW (가만히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는 가볍게 손을 고쳐잡는다. 이제 가을의 초입에 다다른 터라 제법 날이 따스한데도, 맞잡은 어른의 손은 차다.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렇구나. 이모 말고도 저번 전쟁이 끝나고 '떠난' 친구들이 많다고 했어요. 그래서 익숙해요." (⋯ 죽음과, 실종과, 투옥의 완곡어법이다. 대략 그런 이야기하기 힘든 사정이 있었겠거니, 하고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돌아오게 된 이유가 있어요?"

LSW

2024년 09월 06일 20:58

@2VERGREEN_ (아마 윈필드 위원장으로서 '떠나보내게' 만든 사람이 많을 텐데, 아이 앞에서 그런 행세를 하자니 어딘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힐데가르트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손을 대지 않았다고 그 아이의 인생을 내버려둔 게 아니라고. 레아는 어떤 방식으로든 루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테다. 차가운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힐데를 보고 싶었어요. 오랜만에. 그 애가 뭘 하는지가 항상 궁금한데 제가 전부 알 수는 없었거든요. 힐데는 요즈음 무얼 하고 지내요? (그새 힐데가 사라졌다고 말한 골목에 다다른다. 인적이 드문 안쪽으로 향한다.)

2VERGREEN_

2024년 09월 06일 22:26

@LSW "⋯ 우리 이모랑 많이 친했구나? 진작 연락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똑같아요. 매일 가게 일 하고, 도와달라는 사람들 있으면 도와주고." (그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깨닫자마자 조금 걱정스러운 낯을 한 아이는 조금이나마 온기를 전하고자 조심스레, 그 손을 깍지껴 잡고는 싱긋이 미소짓는다. 당신이 만들어놓은 세상에서도 천성은 지워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몇 어른들이 노력을 다해 다정을 새겨넣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고도 피곤하지도 않은지 맨날 나한테 잔소리하고!" (골목길에 들어서고 나서야 새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발걸음은 우뚝 멈춘다.) "근데 이모, 여기 맞아요?"

LSW

2024년 09월 06일 22:59

@2VERGREEN_ (깍지 낀 손이 어딘가 어색하다. 정말 사랑받고 자란 아이의 표상이라 얼마 전 힐데가르트에게 을러대며 했던 말을—그러니까 루스마저 해치겠다던 위협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 여기가 아닌가보네요. 힐데는 워낙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곤 하니까. 이번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우러 간 걸수도 있겠어요, 당신 말대로면. ...(아이를 곁눈질하며 내려다보곤) 그냥 가게로 데려다줄게요. 기다리다 보면 힐데는 꼭 돌아올 거예요. 붙잡은 걸 절대 놓치지 않는 사람이잖아요. 그렇죠?

...아니면 좋아하는 책이 있어요? 그걸 사 줄게요. 힐데도 서점에 종종 들르거든요.

2VERGREEN_

2024년 09월 07일 00:14

@LSW (그리고 당신이 힐데가르트와 나누었던 어떤 대화도 지금의 루스는 알 턱이 없으므로, 그저 이 모든 것은 작은 착각이 될 터였다. 당신이 위협한 대로 행동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 될 것이다. 서점이라는 단어에는 일순간 눈이 반짝였으나,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아니에요, 이미 가게에도 읽을 책들이 많은 걸요. 이모가 이모 친구들은 다들 돈 없다고 자꾸 뭐 받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당신도 알다시피 대부분의 기사단원들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편이다. 그런 주제에 어린애들만 보면 자꾸 뭘 사주지 못해 안달이라.) "그냥 저 골목까지만 데려다주시면 혼자서 올라갈게요. 레아 이모 말대로 힐데 이모는 꼭 돌아올 거니까요." (하고는 당신의 손을 붙들고 다시금 큰길가로 이끌었다.)

LSW

2024년 09월 07일 00:18

@2VERGREEN_ (어쩐지 루스를 따라가는 걸음이 느리다. 이 어린아이를 보고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그냥 하는 소리인데, 루스... 저는 돈 많아요. 루스가 원하는 건 다 사줄 수 있어요. 뭐든지 말만 하면. (조금 머뭇거리다가) 루스는 뭐든지 부족하다고 느낀 적 없었어요? 이때까지 살면서.

2VERGREEN_

2024년 09월 07일 00:47

@LSW (당신이 발맞추어 따라오지 않으면 성미 급한 어린아이는 결국 당신에게 다가가 다시 손을 붙들고 이끈다. 한참 고민하던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없어요. 딱 하나 부족하다고 느껴본 건 친구인데." (전쟁 속,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대. 이런 세상 속에서 또래 친구들과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다는 것이 아이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결핍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웃어보였다.) "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모 마음은 마음으로만 받을게요."

LSW

2024년 09월 07일 01:17

@2VERGREEN_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 채 큰길가까지 나오고 말았다. 루스 아이젠슈타인의 손에 이끌려서. 레아 윈필드는 이 꼬마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없다. 그리고 그건 자신을 비롯한 자들이 빼앗아간 것이다. 잃어버린 유년은 되찾기 어렵다. 시간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힐데가르트의 말을 체감한다. ...어쩐지 머리가 아파왔다. 익숙한 편두통이다.) 미안해요. 루스. 친구들과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세상을 주지 못해서. (또는, 빼앗아서. 다소 건조한 목소리를 잘 연기할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이의 손을 놓는다.) 그럼 잘 가요. 참, 다 못한 말이 있는데...

LSW

2024년 09월 07일 01:19

@2VERGREEN_ (가슴이 두근거린다.) 제 다른 성은 윈필드랍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루스. (하고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돌아섰다. 그대로 조금 빠른 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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