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7일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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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04

(조금 전 불사조 기사단이 밀고 들어오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반파된 계단 위에 널브러져 있다. 여기저기 다치고 지쳐 있지만 의식은 분명한 상태.)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05

@Finnghal
(척척하게 젖은 걸음소리가 들리고, 이어 익숙할 그림자가 조금 거리를 두고 멈추어 선다. 날 수 없는 새에게 탑으로 오르는 길은 하나뿐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지나야 했다. 시선이 다친 몸을 훑는다.) 핀. (이어 손 안에서 지팡이가 구른다. 고쳐쥐었다.)

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08

@yahweh_1971 (발소리가 들리면 느리게 몸을 일으킨다. 여느 때와 같은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었다. 어차피 여기에는 숨을 엄폐물도 없고, 뒤에 있는 것을 내주고 도망칠 수도 없다. *이기든가, 죽든가.* 뭍에서는 드물게도, 그에게 익숙한 보다 ‘정통적인’ 생사결의 장이다. 몇 번이고 마음을 다졌는데도 드러난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내려앉았다. 동시에 아주, 아주 강하게 무언가 벅차올랐다. 낭비해도 될 힘이 있었다면 패트로누스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찰이야? (이미 답을 예감하면서도 굳이 한 번 확인한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12

@Finnghal
(비애가 짙게 깔린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바도 아니었으매 계단을 가로막은 것은 그의 마지막 방해물이다. 저것을 타넘어야 종막에 도달할 수 있다. 그곳엔 짙게 드리운 커튼 뒤의 새 시대가 있을 것이다. 기구하게도 가슴이 뛴다. 숨을 고르며 부드럽게 대꾸했다.) ─아니. (미소가 껍질처럼 스친다. 사위를 훑어보고, 당신만이 남았음을 확인했다. 걸음 끝 레번클로의 기숙사가 이어질 이곳은 익숙한 복도다. 그의 목적은 인간이므로 영원히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투항해, 핀갈 모레이. 네 해역으로 돌려보내줄게. (사이.) 저곳에 올라야 해.

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14

@yahweh_1971 내가 그 바다를 어떻게 되찾았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헨 홉킨스. 나는 이 전선의 양편에 갚아야 할 것이 있다.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는 지팡이를 마주 겨눈다. 언젠가 이 계단에서 헨 홉킨스에게 보복하려는 무리들을 염탐하고 ‘작전 회의’를 했었다. 그 때 결국 어떻게 됐더라?)

게다가 혼자 저기에 가겠다고? 농담이겠지. 헨, 너는 분명 강하고 기민해. 하지만 마왕의 상대는 아니다. 그걸 모를 정도로 무모하진 않잖아?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16

@Finnghal
핀, 너는 분명 강하고 기민하지. 하지만 혼자 이 계단에 누워 목숨을 부지할 정도는 아니야. (그를 배격하려던 낯짝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오랜 세월은 편리하게도 기억을 깎아내 오롯이 친애만을 남겼다. 그러므로 그는 그를 비호해주려 어린 작전들을 속삭이던 꼬마만 기억한다. 그것을 겹쳐 당신을 보았다.) 내가 뭘 바라는지 알잖아. 그것이 분명한 인과에 따르고, 형편없는 죽음이 아니라는 것도.
(그러나 망설였다. 마지막의 미련으로 속삭여 묻길.) 돌아가지 않을 거지?

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17

@yahweh_1971 적수가 안 되는 상대에게 덤비면 형편없는 죽음이 될 수도 있지. (머리가 울린다. 잠깐 이를 물고 이명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사그라드는 통증과 교차하여, 신음처럼.) 바라는 걸 이루는 데 힘과 머리를 써……. 내가 바라는 것은 여기에 있으니. (그는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래도 말이지, 헨, 나는 나를 먹어치운 녀석이 그러고서 살지도 않으면 좀 화가 날 거야.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18

@Finnghal
그런가? 멋진 포식이 되겠네...... (비스듬히 웃었다. 그러나 말은 더 이어지지 않는다. 당신은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손에 죽거나 탑을 오를 것이다. 그리하여 피식자가 되거나 바라는 것을 쥘 셈이었으며- 포식의 주체가 당신이라면 그 또한 아주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전조 없이 지팡이 끝에서 빛이 튄다. 당신이 딛었던 곳이 내려앉고, 초가 지나지도 않아 새까만 뱀이 아가리를 쩍 벌리며 덮쳐든다. 한 걸음을 물러섰다.)

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21

@yahweh_1971 (발밑이 함몰되자 비틀거리며 주저앉는다. 당신을 향해 비스듬히 겨눠진 지팡이에서 흰 불꽃들이 쏘아져나간다.) 버밀리우스!

마법 결투는 예전부터 호각이었지… … (중얼거리며 발목의 통증을 무시하고 주저앉은 자리에서 앞으로 뛴다. 몸으로 덮쳐 누를 공산이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23

@Finnghal
(불꽃에 눈먼 뱀이 몸을 뒤튼다. 그것을 다시 불러들이며 쳐냈다. 복도의 조각상이 쓰러져 당신의 앞을 가로막고, 그 너머 익숙한 음성이 읊조린다.)
임페디멘타─
(손쉬운 길을 멀리하곤 돌아가는 것이다. 평생 어둠의 마법을 혐오한 이에게 그는 감히 살인 저주를 외칠 수 없다. 임페리오를 속삭여 당신을 바다로 돌려보낼 수도 없다. 이어 파란 불꽃이 복도를 살라먹을 듯 일어난다.)

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24

@yahweh_1971 아구아멘티! (몸을 날려 주문을 피하면서, 불꽃의 면적을 가로질러 폭포수 같은 물줄기를 뿜어낸다.)

(어떤 주문이든지 살상을 하자면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옳다. 그가 배우고 몸에 익히며 자라난 법도로, 생사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최저최악의 모욕이었다. 우의가 깊을수록 대결은 마땅히 격렬해지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창잡이’답게 온 힘으로 부딪히는 대신에, 그는 *인간처럼* 주저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분다. 마침내 몸을 흔드는 바람이다.)

엑스펠리아르무스! (사람 하나를 반대편 벽으로 날려보내기 충분한, 터무니없이 위력적인 무장 해제 주문은, 그럼에도 공격이라기엔 보잘것없었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25

@Finnghal
(일렁이는 화염을 투과해 물이 쏟아진다. 시야를 가리는 그것을 걷어내려 지팡이를 휘두르고, 한 박자 늦어 섬광이 뻗어오는 것을 본다. 피하려 몸을 던지되, 무장을 지킨 대신 돌벽 위로 어깨가 거세게 부딪힌다. 가까스로 지팡이를 쥐며 숨을 헉 들이켰다. 이것은 살해를 위한 부딪힘이다. 통증이 번뜩이는 순간 돌이켰다. 누군가의 영혼이 조각날 것이다. 마음이 부서져내릴 것이다. 그것은 그가 되어야 했다. 그러므로 주저할 수 없다- 이것은 인간의 사유인가?)
(지팡이를 겨누자 당신 곁 조각상이 굉음과 함께 폭발한다.)

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27

@yahweh_1971 ―아, ... ... 참패다, 이거. (온몸에 파편이 너덜너덜하게 박힌 채 아까와 대칭꼴로 계단에 널브러진다.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명백하게 움직일 수 없다. 몸통은 차마 봐줄 수도 없는 지경이며, 머리에서는 피가 흐른다. 안경은 진작에 날아갔으며, 지팡이를 든 손이 관통당했다. 뭍 위와 물 아래 수없이 다치고 굴렀지만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죽음에 가까운 상해라고. 조금 웃음이 나왔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29

@Finnghal
인카라-...... …… (그러나 당신을 구속할 이유는 사라졌다. 조각난 몸과 영원할 친애를 보았다. 주문을 삼키고, 지팡이를 얕게 까닥이자 당신 것이 날아온다. 낯선 지팡이를 쥐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노란 눈을 가리던 안경을 짓밟아 으스러뜨렸다. 그것은 당신 위로 그림자가 질 즈음 멈춘다.)
핀.
(목소리가 내려앉는다. 눈을 뜬다면 선명한 파란색이 보일 것이다. 바다처럼 젖어있는 그것.)
(당신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만족스럽나?

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38

@yahweh_1971 (하필이면 '인면어'의 단골 주문이라니. 정말 뿌린 씨앗이 그 형태 그대로 나무에 열려 떨어진 기분이다. 그는 속으로 헛웃음친다. 소리내어 웃기에는 숨이 부족했다. 대신에 옅게 안개가 낀 듯이 흐려진 노란 눈이 젖은 파랑을 올려다보았다.)

(… 이렇게 상처입을 줄 알았으면 그런 약속 따윈 하지 말 걸 그랬지. 때늦은 후회가 잔잔하게 가슴에 와 부딪힌다. 뭍에서 만난 친우에게 되지도 않는 ‘창잡이’ 흉내를 시키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어떠한 일도 되돌릴 수 없으므로 그는 웃는다.)

Finnghal

2024년 09월 07일 00:39

@yahweh_1971

… 어머니가, (목소리가 잔뜩 쉬어 나온다. 가는 철필로 어딘가를 긁는 것 같다.) 바닷말을… 하니까. (리델 모레이는 그의 시체를 찾으러 올까?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저, 그가 아는 그녀는 그랬으니까,) … 대화를 맡겨줘.

(그의 사람들을 영원히 기만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는 끝끝내 그럴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누군가는, 적어도 그보다 나은 누군가는, 그래도 최악의 결말이 되지 않게 이끌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떨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눈을 감는다. 무언가를 매듭짓는 것보다는, 넘기고 가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system_1971

yahweh_1971

2024년 09월 07일 00:40

유혈, 고어

@Finnghal
(당신의 미련을 들었다. 어쩌면 살려달라는 말을 기대했을지도 몰랐으나, 표정은 고요하며 눈에 맺힌 바다는 그저 일렁일 뿐이다. 그것은 짙은 상처를 머금고도 쏟아져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형편없이 떨리는 지팡이 끝이 목을 겨눈다. 제대로 겨냥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 무릎을 대고 앉았다. 당신은 반항하지 않을 것이다. 갈려나간 끝이 울대를 짚었다.) 그래. 안심해, 내 친구야. 그러니…… 내세에서 만나.
─디핀도.
(전사하는 것은 최초의 죄악이다. 그것은 목을 갈라 양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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