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처음 보는 얼굴인데 취미가 나쁘군. 그런 버릇이 들면 안 좋을 거다. (분명 기사단이 점하고 있었을 통로 반대편에서 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다가온다. 지팡이 끝에 검게 꾸물거리는 무언 마법이 맺혀 있다.) 이 이상 헛짓하지 말고 그분을 얌전히 이쪽에 넘겨라. 그러면 이번에는 살려보내주겠다.
@Finnghal (보지 않아도 모든 부분에서 그것이 당신임을 눈치채지 못할 이유는 없다.) 너보고 '그분'이래. 몰라봤는데, 너 되게 중요한 집 아가씨인가 보네. (장난은 이쯤해야지. 완충 마법을 건 채로 제 앞의 단원을 떨군다. 색이 다른 시선이 통로 반대편의 인영을 향하고, 어딘가 성가신 구석이 있는 웃음을 지어보이나 대꾸하지 않는다.)
@2VERGREEN_ 모시러 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단원을 부축해 포박을 해제하고 통로 반대편으로 이끈다. “손 대지 마! 더러운 잡종 같으니.” 죽음을 먹는 자는 그 손을 뿌리치고 꾸역꾸역 제 발로 걸어간다. 그는 당신을 향해 눈썹을 한 번 치켜올려보이고, 어깨를 으쓱하곤 그 뒤를 따른다.)
@Finnghal (그는 당신을 막아서지 않는다. 대신 두어 시간 뒤에 양피지로 된 새 비슷한 형상을 한 무언가가 당신의 곁에 날아와 어깨를 툭툭 두들길 뿐이다. ⋯ 스무 해도 더 전,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할 때나 쓰였던 장난이다.)
@2VERGREEN_ 허. (헛웃음을 흘리며 그것을 손으로 붙잡으려 해본다.)
@Finnghal (당신의 손을 연신 깨물고자 시도했던 그것은 이내 얌전해진다. 펼쳐보면 대략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너 연기 잘 하더라? 추신. 답장 적으면 나한테 돌아온다. 답답하면 직접 찾아오고." ⋯ 이어지는 전투에 적잖게 피곤하기라도 한 것인지 좀 '이상하게' 굴고 있다!)
@2VERGREEN_ ....... (근처에 굴러다니는 아무 잡동사니나 깃펜으로 변신시켜 종이 아래쪽에 딱 두 마디 적는다. “무슨 연기?”)
@Finnghal (종이는 쏜살같이 날아갔다가, 다시 한 번 비슷한 속도로 당신에게 날아든다. "나 모르는 척 잘 하더라고. 적어도 두꺼비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네.")
@2VERGREEN_ (“말 못 하는 괴수인 척도 1년 반 했다. 그건 연기라고 부를 것도 못 되지.”)
@Finnghal (이번에는 답장이 오기까지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도덕 따지는 것만큼 웃긴 일 또 없다는 걸 아는데 정말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견뎠냐." ⋯ 그나저나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지?)
@2VERGREEN_ (그는 한 무리의 죽음을 먹는 자들이 진을 친 천문탑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주관적으로 마왕 비위 맞추기와 죽음을-먹는-자-사회-생활에서 면제된 기분이라 숨통이 트이는 중... “그들이 나한테 잘해줬으면 기분이 훨씬 더 끔찍했을 거야.”)
@Finnghal (문득 당신이 어디에 있길래 이리 시덥잖은 쪽지에 곧장 답장을 해주는 것일까, 의문한 힐데가르트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답장을 보낸다. "한때는 네가 나와 같이 기사단원이 된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었는데." 괜히 딴소리다.)
@2VERGREEN_ (대답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돌아온다. “내가?” 어쩐지 글씨가 크다... 특히 물음표가)
@Finnghal ("왜, 프러드도 기사단에 도움을 청해보라고 권했었다며.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쪽지의 한 귀퉁이에는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양팔을 들고 있는 낙서가 함께 동봉된 채다. 곱슬머리에 흉터까지, 간단하지만 제법 그를 닮아있다.)
@2VERGREEN_ (피식 웃으며 쪽지를 복제한다. 복사본을 망토에 잘 집어넣고 원본에 쓴다. “머글들을 세상에서 없애고 싶어하는 불사조의 기사는 좀 그렇잖아?”)
@Finnghal ("그렇다고 네가 죽음을 먹는 자들의 의견에 완전히 동조하는 것도 아니고." 그 아래로 몇 번 지웠다 쓴 것인지 검은 잉크 자국들이 이어지고, 조금 흔들리는 필체로 쓴 이야기가 이어진다. "⋯ 새삼 머글이라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나 30년 전부터 진짜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지금 물어봤다가는 네가 화낼까봐 걱정되기는 하는데 좀 무례한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 사설이 지나치게 길다!)
@2VERGREEN_ (“음, 짧은 거라면. 슬슬 교대 시간 다 돼 가니까.” 그러면서 자기도 답장이 늦었다... ... 주로 검은 잉크 자국 아래를 읽으려고 애쓰다가 시간을 허비한 결과.)
@Finnghal ("노동 착취⋯." 그 아래로 급한 마음에 날려 적은 질문이 이어진다. "만약 네가 어느 한쪽의, 그러니까⋯ 인간이나 창잡이로서'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그랬더라도 지금처럼 살아갔을 거야? 아니면 어느 한 쪽을 선택했을 것 같냐고⋯ 묻고 싶었어." 기실, 당신이 제게 이 세계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라면 머글 세계로 돌아가기를 완전히 포기하라고 윽박질렀을 때부터 억울함에 고개를 쳐들었던 질문이었다.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