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ud_ens 아하, 누군가 했더니. "당신도" 차출되었군요. (눈을 굴리며 지팡이를 겨누던 손을 내리고, 두 팔을 든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하고 지팡이 내리세요. 우린 같은 편이잖아요, 안 그래요?
@jules_diluti (얼굴을 확인하고 손을 내린다.) 엄밀히 말해서 차출은 아니고 자원입니다만 그게 그거라고 해 두죠.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정말 드나드는 사람들이랑 얘기나 좀 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빨리 달리지 못하니 전투원으로서는 쓸모가 적죠.
@Furud_ens 저도 명목상은 지원이에요. 이런 일에 꽁지 빼는 모습을 보였다간 어떤 취급 당할지 뻔하지. (투덜거린다. 당신의 지팡이cane 쪽에 눈을 둔다.) 목숨 날아가지 않게 정신이나 똑바로 차려요. 저쪽에선 당신이 무슨 의도로 여기 왔는지 신경도 안 쓸 테니까.
@jules_diluti 오, 도와줄 몇몇을 데리고 왔습니다. 확실히 지금까지 항상 그런 구도였죠. 기사단이 저를 못 찾아 안달이었지, 반대였던 적은 없으니까요. (가벼운 농담조로 웃어 보인다.) 그나저나 벌써 9월이군요. *저 빼고* (약간? 뒤끝 있어 보임?) 여름 휴가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Furud_ens *물론* 잘 다녀왔죠. 설마 삐친 건 아니시죠? 워낙 일에 열심이시니 입원하지 않고선 쉬는 법이 없잖아요. (어깨를 으쓱한다...) 햇볕이 따가워서 피부가 좀 상한 것 같아요. 지금이 가장 열심히 관리해야 하는 시기인데... 텐트에 미용팩 몇 개 뒀어요. 필요하면 하나 정도 나누어 드릴게요. (당신과 대화하자 마음에 다소 여유가 돌아온다. 어떤 기묘한 일상성의 감각. "모든 게 괜찮을 거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안...)
@jules_diluti 전 팩은 됐다니까요....... 도대체가 그렇게 얼굴에 집착해서 뭐합니까? 본인이 상품도 아닌데요. (프러드 허니컷이 '쥘 린드버그와 같이' 되었다는 말은 이제 대화에서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게 주목적이 아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마음대로 말한다....) 단원 겸 작가는 좋겠습니다. 지금 행정 공백이 장난 아니라고요.
@Furud_ens 가진 게 얼굴 뿐인데, 상하기라도 했다간 아내가 절 떠날지도 모르잖아요. 우린 모두가 어떤 의미에서 상품이에요. (투덜거리더니 눈을 세모낳게 뜬다.) ...좋겠다고요? 팔자에도 없는 전투에 몇 번이나 동원됐는데? (두 팔을 벌리고 탄식하듯 웃는다.) 행정 공백이고 뭐고 내가 죽으면 다 끝장이에요. 아무 소용도 없는 거라고요. 이런 위험한 곳에선 한시바삐 나가고 싶군요. 당신이 대체 누구랑 그토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건진 모르겠지만... 설마 그들이 당신을 친우처럼 대해줄 리도 만무하잖아요.
@jules_diluti 당신이 가진 게 왜 얼굴뿐입니까? (진심으로 의아한 표정.) 글재주와, 평판과, 인맥과, 부와, 예술품에 대한 안목도 있고...... 키 빼고는 뭐 빠지는 게 없는데요. (;;) 흠. 신임이 예전 같지 않나 보군요? 전장에서 빠지기를 원한다면 총리님께 잘 말씀드려 보는 것도 좋을 텐데요.
@Furud_ens 내 아내는 애초에 글재주를 중히 여기진 않았고, 평판과, 인맥과, 부와, 안목은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키가 여기서 왜 나와요? (인상을 구기며 당신이 짚고 선 지팡이를 발로 걷어찬다. 어디 한 번 실컷 넘어져 보라지. 손을 털며 부루퉁하게 덧붙인다.) 눈치를 볼 줄 아는 거예요. 불멸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위협받게 생겼는데, 거기서 개인 사정이나 능력 들먹이며 빠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당신이나 나나 아바다 케다브라 맞고 끝날 걸. 지금껏 받아온 신임이랑은 무관한 얘기라고요.
@jules_diluti (지팡이가 없어도 서 있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체중을 분산해서 무게를 싣고 있던 상태에서는 다르다. 지팡이를 손에 쥔 채로 죽 미끄러져 넘어지는데, 공교롭게도 땅을 짚는 금속부가 당신의 발 쪽으로, 넘어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밀려나 세차게 찧는다.) 어이쿠! (그리고 방금은 고의가 아니었는지—본인이 넘어지면서 일어난 연쇄 충돌까지는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몹시 짜증내면서 일어난다.) 키 작다고 놀려져서 골 난 열 네 살 애처럼 굴지 마세요, 쥘. 진짜 키 작아 보이니까. 그리고 의도를 말로 못 감춘다고 고백하는 거 프로파간다 작가로서 퇴물이라고 털어놓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Furud_ens (지팡이에 찧어 얼얼한 발을 두 손으로 붙잡고 소리없이 괴로워한다. 같은 편끼리 놀려먹다 연쇄 충돌을 일으키는 꼴이라니 우습지도 않지. 시트콤도 이렇진 않을 것이다. 어찌저찌 다시 균형을 잡는 일에 성공하더니 마주 성질을 부린다.) 방금 일부러 그런 거죠?! 진짜 짜증난다, 프러드 허니컷. 난 그냥 위험 감수를 하고 싶지 않은 거거든요. 기분 예민해진 사람 앞에서 혓바닥 길어져봤자 역효과인거 잘 아니까. 당신도 그래서 여기 나와있는 거 아니에요? 마왕님께 빼달라고 싹싹 빌 용기가 없으니까?
@jules_diluti 악당이 안전주의이기까지 하면 진짜 멋 없는데....... 쥘. (나긋나긋해진 목소리.) 외형적 미형 말고도 좀 다양한 매력을 추구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여자들 취향은 좀 위험한 일에 목숨도 걸고, 초췌하거나 아슬아슬한 매력이 있는 쪽이 오히려 더 수요가 많다고요. 그 당신이 좋아하는 하이쿠인가 하는 것도 그런 비어 있는... 뭐라고 했더라? '부족함의 미학'? 그런 거 아닙니까? 푸석한 피부일 때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가 매끈한 피부일 때라고 독보적으로 매력적이겠어요?
@Furud_ens 그렇게 얘기하기엔 세월을 직격으로 맞은 루드비크의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하고- 뭐, 결혼을 세 번 할 수 있다는 게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신도 딱히 여자에게 인기 있는 상은 못 되는 걸요. 아니면 그것도 "지나치게 단정해서" 그런 거라고 할 셈인가요? (짧게 웃으며 당신을 향해 턱짓한다. 다소 으스대는 어조의 말이 이어진다.) 잘 기억하고 있긴 한데, 한 끗 부족했어요. 하이쿠는 말이죠, 열일곱 자 안에 자연의 정취와 인생의 무상함까지 전부 들어있다고요... 세계에서 제일 짧은 정형시라는 것까지가 매력의 완성이죠. 예컨대 지금은 이렇게 표현해 볼까요... "풀벌레 소리 / 취해 잠든 이들의 / 무덤이로다."
여기서 무한정 얼쩡거리며 한담이나 나누고 있다간 기사단이 친히 무덤을 차려주러 올 거란 뜻이에요. 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좀 옮깁시다.
@jules_diluti 저는 딱히 인기 있으려고 꾸몄던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농담이 아니고, 칼리노프스키도 나름의 매력이 있잖아요? 얼굴 보는 여자라면 사양할 것 같긴 한데 당신 말처럼 결혼을 세 번이나 했다는 건 세상에 얼굴 보는 여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그래요.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죠. 당신 텐트는 어떻습니까? 거기 미용 팩만 있는 건 아닐 테니 제법 안락할 테죠.
@Furud_ens 그러면 그 잔털 하나 없는 지독한 헤어스타일이 단순히 취미였다고요? 농담 마세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신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꾸미는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네, 거기가 좋겠네요. 퀴디치 월드컵에 갈 때 썼던 거라 아주 널찍하거든요... 밤새도록 현장에서 번견 노릇 하는 건 호그와트 갓 졸업한 풋내기들에게 맡겨놓고, 우린 텐트에서 잠시 차라도 한 잔 합시다. 이 정도 농땡이로 한 소리 듣는 일은 없겠죠. (앞서 걸으며.) 저는 녹차가 좋아요. 당신은요?
@jules_diluti 의도가 있어서 꾸미는 것과 인기를 원하는 건 다르죠. 후자가 전자의 부분집합이고요. 인기가 아닌 다른 의도로도 외형을 다듬을 수 있는 겁니다. 설마 당신 쇼핑에 따라다니던 스무 살의 제가 당신한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머리 빗었겠어요? 뭐, 지금은 취향과 개성을 나타낸다는 본연의 의미에 꽤 가까워졌습니다만. (느릿느릿 걷는다. 풀숲이라 지팡이가 바닥을 누르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저야 마시던 대로 마십니다만, 쥘이 고르는 동양 차들도 색다르고 좋더군요. 전에 소개해 줬던 굉장히 진하게 마시는 일본 차*는 저도 몹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것도 녹차던가요? 여하간 녹차로 주시죠.
(*교쿠로玉露)
@Furud_ens 아, 제게 호감을 사려고 그러신 게 아니었어요? (물론 농담이다.) 이거 상처인데요. 전혀 몰랐어요. 그냥 태생적으로 기품을 추구하는 성격일 줄은. (이 또한 보다 어두운 농담. 당신의 말에 고개를 느리게 주억거리며 걷는다.) 아마 교쿠로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네, 그것도 녹차예요. 다른 녹차는 양달에서 재배하는데 이 품종만은 특이하게 그늘에서 키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맛이 진한지도 모르죠. 당신은 언제나 진한 차를 좋아하시네요. (그리고 도착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의 삼삼오오 모여 야영하고 있는 곳, 유달리 크고 호사로워 보이는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으니까, 오늘 밤에 발 뻗고 자려면 두 잔 이내로 마셔야겠어요... 편하신 곳에 앉아요.
@jules_diluti 아무래도 태생에 기품이 부족하다 보니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성격인 거죠. (더 어두워져도 되는 건가?) 그늘에서 차를? 식물인데 그럴 수도 있습니까? (의아한 표정으로 텐트 안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자리잡는다. 누가 보면 자기 집인 줄 알 만큼 자연스럽다.) 아무래도 진하게 우리니까 그렇겠죠. 그런데 당신 수면이 진한 차에 영향을 받는 쪽이었습니까? (진한 차를 안 먹는다고 발 뻗고 잘 수 있긴 하냐? 라는... 약간 그... "영애화법".) (...)
@Furud_ens 그러게요, 프러드 허니컷 하나 번듯하게 키워내는 데에도 이렇게 많은 양달이 필요한데. 참 기특한 식물이 아닐 수 없어요. (텐트는 꽤나 "일본적"으로 꾸며져 있다. 신발과 모자를 벗고 단정히 자리에 꿇어앉더니 지팡이를 까딱인다. 새하얀 증기가 올라오는 주전자와 다기가 덜그럭거리며 날아오고, 그는 솜씨좋게 찻물을 두 개의 잔에 나누어 따른다.) 오, 그럼요. 평소에 열심히 관리하는 편이라 갱년기나 불면증이 오긴 멀어서요. 그러는 프러드는 잠을 설치시나요?
@jules_diluti (일본식 바닥에 다행히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가 몇 개 놓여 있다. 당신의 집에는 훨씬 본격적인 응접실이 있어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도 아니었지만, 점차 장식들의 디테일과... 그리고 이게 쥘 린드버그의 집이 아닌 텐트 안이라는 점을 떠올리자 다소 기가 찬다.) 어제 도착한 거 아니었습니까?
@Furud_ens 어제 도착했죠. 그러니까 서예도 다기도 무엇 하나 제자리에 정리가 안 되어있지. 말했잖아요? 퀴디치 월드컵 때 쓰던 걸 그대로 가져왔다고. (벽에 걸린 서예 작품을 향해 고개를 기울여 보인다. 차 한 모금.) 그래도 깨끗하게 청소는 해놨어요. 전쟁터에 난장판일지라도 언제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두는 게... 뭐랄까, "기품"이 있는 사람의 태도죠. (다소 으스대는 투로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jules_diluti (프러드허니컷의눈에는 무슨 놈의 글자 비슷한 것도 걸려 '있고' 무슨 일본 도자기 같은 것도 '있고'가 중요해서 기가 찼던 거지만...... 정리가 안 됐다는 말에 그래 이게 쥘 린드버그지 싶어져서 그냥 아... 예... 표정 된다.) 그래요. 깨끗하긴 하군요. (자그마한 찻잔을 가져와서 자기도 마신다. 사실 쥘이 일본이며 중국의 차에 취미를 들이기 시작한 이후로 작은 사이즈의 찻잔이 불만이었는데—차를 한 번에 개미 눈물만큼만 마시는 것도 동양의 미학인가?— 이 교쿠로라는 것만은 위스키나 에스프레소처럼 진해서 홀짝거리며 마시는 게 이해가 됐다. 차만은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적당히 들어넘긴다....)
@Furud_ens (그리고 예의 끼적끼적 쓰인 글자는 "교사불여졸성巧詐不如拙誠"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대략 10년 전 매입한 어느 사기꾼의 작품으로, 뜻을 모르는 채 보기 그럴듯하단 이유로 벽에 걸어둔지 오래였다. 두 사람의 삶을 생각해보면 둘 다 한자를 모르는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지만... 빈 찻잔을 사뿐히 내려놓는다.) 얘기를 하러 왔다고 했죠. 기사단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나봐요? 그 정도 암살 위협을 당했으면 껄끄러울 법도 한데.
@jules_diluti 그런 개인적 사유는 아닙니다. 정세 파악이 목적이니까요. 그리고 위협 때문에 틀어박혀서 밖에 나오지도 못할 거였으면, 글쎄. 충성의 표식은 반납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렇지 않게 찻잔을 기울인다. 입안을 적시는 진한 맛이 마음에 드는지 눈을 감는다. 그에게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차출이 불만스러울지 모르겠는데 전 제법 직업 만족도가 높은 편이거든요.
@Furud_ens (혀를 찬다.) 이런 상황에 만족할 수 있단 것부터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거나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나타샤도 그렇고, 줄리아도 그렇고... 이젠 당신까지. 죽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 입장도 신경써 주시죠? 당신들은 죽으면 끝이지만, 이쪽은 아등바등하며 뒤에 남겨지는데. (잠시 말이 없다가.) 말이 나와서 그런데, 나타샤가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가 뭐예요?
@jules_diluti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 것도 생존의 기술이죠. 당신이야말로 지나치게 아등바등하니까 잠을 못 자고 자꾸 불안에 시달리는 거고요. 저는 죽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쥘. 지금도 상황을 살펴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끌어 갈 생각뿐이고요. 반대로 묻겠는데, 쥘. 뭐가 그렇게 불안합니까? 어차피 거짓말인 거 알면 본인의 말과 글도 좀 믿으세요. 기만의 황금으로 살아가기로 해 놓고 정작 자기 자신을 기만하는 데 실패하면, 그건 뱃속에 넣어야 할 음식마저 황금으로 만들어 버리는 미다스의 손과 다름없죠. (평온하게 끓고 있는 물주전자를 가져와 멋대로 찻주전자에 물을 따른다. 한 잔 더 우려서 마신다.) 아니, 사실은 황금인 걸 알지만 음식인 것처럼 그냥 배에 집어넣으라고요. 진짜인 양심 대신 황금을 먹고 살아가기로 한 것 아니었습니까? (차를 음미하느라 내리깔렸던 눈이 살며시 뜨인다.) 그가 그걸 아는 순간 제가 그를 죽여야 할 테니까요.
@Furud_ens 어허, 셀프 리필은 다도 예절에 어긋나는데... 뭐, 상관없나. 내가 당신 위치에 있었더라도 불안감을 느꼈을 거예요. 아니, 어쩌면 더 심했을지 모르죠. 최소한 쥘 린드버그는 암살 시도를 당할 정도로 밉보인 거물은 아니니까. (실익이 크지 않단 것도 있을 수 있겠다. 지금의 그는 선동가기보단 아첨꾼. 흥미로워 보이는 것을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닐 뿐인 재수없는 골칫덩이 수준이라면, 당신은 마법부에서 꽤나 적극적으로 정책들을 찍어낼 뿐더러 프로파간다에 협조하고, 누군가의 무죄에 손을 들어주니까... ... 그렇게 평가하고는 입 안의 쓴맛을 곱씹는다.) ...황금을 먹다 보니 배탈이라도 났나 보죠.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계속 이렇게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는 전망이 암울해서 그래요. (거짓말. 잠시 말이 없다가.) ...그건 약속입니까? 아니면, 그가 진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jules_diluti 손님이 차를 더 원한다는 걸, 예절에 어긋나는 리필을 하기 전에 눈치채고 따라 줬어야죠. 그 오모......(단어 기억 못함) '대접'의 개념이 그런 거 아니었습니까? 그럼 결국 정신적 문제군요. 정신 수양 문화를 그렇게 열심히 배우는데도 진도가 잘 안 나가지나 보죠? (그리고 당신을 바라본다. 별다른 진지한 건 아니고...... 차 마셨으니 과자 내놔 눈빛.) 삶의 목적이 사라지니까 통제도 불가능해집니다. 통제 불가능한 나타샤는 사고 치다 비명횡사할 테니 조직적 이득으로도 개인적 연민으로도, 그리고 그의 명예 면에서도 그냥 제가 끝내 주는 게 낫죠.
@Furud_ens 오모이야리요? 하여간 능구렁이같긴. 상대가 한 말을 기억해 놨다가 빠져나가는 능력이 기가 막히다니까요. (이번엔 제대로 '대접'한다. 지팡이를 휘두르자 솔잎 무늬가 그려진 통에서 전병이 대여섯 개쯤 날아와 앞접시에 쌓인다...) 정신 수양 좀 한다고 마음이 평온할 수 있다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열반에 오른지 오래겠죠. 인도 갔을 때 깨달은 건데, 전 그럴 위인은 못 돼요. (말이 없다가.) 사고 치다 비명횡사할 삶을 사는 친구가 한둘이 아닌데, 당신은 그들을 최대한 비호하잖아요. 아니라고 하지 마요. 지금껏 지켜봐 왔으니까. ...삶의 목적이 없다면 새롭게 부여해 주면 될 문제 아닌가요? 어떻게든...
@jules_diluti (쥘 린드버그에게 배운(...) 상당히 얌전한 자세로 전병을 집어먹는다. (......) ;; ) 그래서 지금 그러고 있잖습니까? 목적을 달성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추구하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우리한테 쓸모가 있다는 말로 자기 효능감도 강조하고, 아군 내 평판까지 조절하고 있는데, (이 모든 말은 어항 속 물고기를 기르기 위해 물의 성분과 온도를 조절한다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이게 비호가 아니면 뭐죠? 그렇게 염려되면 당신이 담당자 하시든가요.
@Furud_ens 으아, 싫어요. 전 마음이 약해서. (전병을 반으로 쪼개 하나를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린다.) 그곳에 벽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항 유리에 자꾸만 머리를 부딪히는 물고기를 보면, 안 그래도 편치 않은 잠자리가 더더욱 사나워질 거예요. 그냥 참견 좀 해봤어요. 프러드가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죠... 죽지만 않게 해주세요. 금붕어도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죽는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어요. (막상 본인 앞으로 업무가 떨어지게 생기자 기가 막히게 발을 뺀다.)
@jules_diluti (기가 막히는 회피 기동에 눈썹이 올라갔다가 도로 내려온다.) 쥘. 제가 당신의 정서 불안에 대해 방금 생각난 게 있는데요, 아무래도 당신이 일이 너무 없고 인생이 한가해서 그러는 것 같거든요? 업무로 눈코뜰 새 없이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 같은 건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재능으로 놀고먹는 것도 좋지만 일에서 자아 실천을 하는 편이 건강하게 지내기 좋다니까요.
@Furud_ens (곧바로 미간을 찌푸린다. 전병을 떨어뜨리더니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당신을 향해 꽤나 서양적이고 무례한 삿대질.) 이보세요, 프러드 허니컷 씨. 저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지 *않기 위해* 지금껏 이런 짓들을 해온 거예요. 그런데 잡생각 좀 든다 해서 바쁘게 일한다면 얼마나 주객전도예요? 당신이 제 아버지가 아니라 다행이네요. 아주 별로인 조언이었어요.
@jules_diluti (오, 서양적 삿대질.......) 당신이 원하는 게 언제부터 무위도식이었다고....... 영광과 박수갈채와 선망과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바랐던 거 아니었습니까? 그건, (주위 한 번 둘러본다.) 사실 이런 것들과도 어울리지 않죠. 당신이 원하는 건 베르사유니까요. (차도 과자도 잘 받아먹어 놓고 혀 찬다. 이거야말로 전후를 고려하면 굉장히 무례할지도....) 당신은 스무 살 때가 참 빛나고 좋았는데.
@Furud_ens 베르사유라! 끌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전 분노한 군중에게 목이 잘리고픈 생각은 없어서요. (질린 표정으로 손을 휘휘 내젓는다.) 요 며칠 그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는데, 사람마다 생각하는 제 가장 빛났던 시절이 다르더라고요. 열한 살, 열네 살... 의견도 참 제각기 다양했다니까요? 스무 살은 또 처음 듣네...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당신이 그때 친 작은 장난질만 아니었더라도 지금 더 빛나는 사람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죠. 전 그때 이후로 늘 해독제를 들고 다녔어요. 그게 얼마나 신경 쓰이고 번거로운지 아세요?
@jules_diluti 당신이 짜증 나게 굴잖아요. (이걸 이렇게 대놓고 말한다 또.......) 그리고 당신도 그냥 덮어두고 지나갔으면서 독 먹고 좀 죽을 뻔 한 걸로 뭔 대수입니까? (보통 대수다.) 나쁜 짓 하다가 무릎 하나 빠개고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저를 본받으세요. 뭐, ... 그게 됐으면 애초에 이런 데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도 않았겠다만.
@Furud_ens (턱이 떨어질 뻔한 것을 억지로 잡아서 원위치로 되돌린다.) 아니... 이걸 그냥 이렇게 막 인정해버리네? 이제 공소시효도 지났고 증거도 없다 이거예요? 진짜 뻔뻔해서. 됐어요. 당신 말대로 다 지난 일이고... (입 삐죽거리며 고개를 모로 돌린다. 로저를 생각한다. 메브의 살인자가 재판을 받을 때 앉아있던 모습을 떠올린다. 난 이미 내 복수를 했거든요, 속으로 덧붙인다.) ...아무튼. 적당히 먹었으면 눈이라도 좀 붙이세요. 긴 밤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