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1일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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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_M

2024년 09월 01일 20:54

(호그와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기를 들어올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사진기-라는 것이 머글 사회의 것인지, 마법사회의 것인지는 알 방법이 없으며, 그는 아직 파괴되지 않은 이 세계의 박편을 움켜쥐기를 바란다. 찰칵. 사진기가 빛을 뿜는다. 그리고 발견한 어린애 하나.)아직 못나간 애들이 있다더니...(그리고 인기척. 열세 살이나 되었을까? 그 어린애를 등 뒤에 숨기고 지팡이를 치켜든다.)

2VERGREEN_

2024년 09월 01일 21:01

@Raymond_M (제게 지팡이가 겨누어진 것에도 신경 하나 쓰지 않고, 그들보다 훨씬 작은 인영을 보자마자 곧장 당신이 서있는 방향으로 달려온다.) ⋯ 뭐야. 왜 어린애가 여기 있어? (적잖게 당황한 낯으로 무릎을 숙여 높이를 맞춘 채 아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Raymond_M

2024년 09월 01일 21:09

@2VERGREEN_
(당신이라는 것이 식별되자마자 지팡이는 내려간다. 그는 떨고있는 어린아이에게 괜찮아, 우린 널 다치게 하지 않을거란다. 속삭인다. 아이는 곧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모르겠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듣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아이가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끈다. 길을 잃었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애들은 안보이고...)

2VERGREEN_

2024년 09월 01일 21:24

@Raymond_M ⋯ 환장하겠네. (당신이 아이를 달래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며 제 미간을 몇 번 눌렀다.) 얘, 울지 마. 너 집이 어디니? (손을 들어 조심스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묻던 그가 다시 고개를 들고 당신을 바라본다.) 뚫고 지나가는 건 못해. 봉쇄선이 뚫리고 있으니까⋯. 뭐 생각나는 방법 없어? 데리고 있어야 하나⋯.

Raymond_M

2024년 09월 01일 22:52

@2VERGREEN_
(순간이동은 진작에 막혔다. 아이는 마법사들의 거리의 주소를 더듬더듬 댄다.)한 가지는 확실하지.(그가 어둠속을 노려본다. 그럼 저 창문 바깥에서 이곳을 향해 슬금슬금 걸어 들어오는 적들의 그림자라도 보일 것처럼. 그리고는 지팡이를 든다. 아이를 향해 지팡이를 휘두른다. 그가 아는 거의 모든 방어주문이 이곳에서 전개된다. 그는 아이의 신발 뒤축에 주머니에서 꺼낸 룬부적 하나를 끼워넣는다.)...우리에게 이 아이를 지킬 의무가 생겼다는 거. 최대한 조용히, 최전선에서 멀어져야 해.(그가 당신과 눈을 맞춘다. 색 다른 눈동자는 놀랄만큼 고요하다.)힐다, 알지? 전투가 벌어지면, 날 두고 아이를 데리고 도망가.

2VERGREEN_

2024년 09월 01일 23:29

@Raymond_M … 젠장, 레이먼드 메르체. 너 혼자서 멋있는 역할은 다 맡기로 결심한 거야? 내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지팡이를 휘두르는 당신을 보며 거리의 주소를 되뇌인다. ‘충분히 갈 수 있다.’ 모순적이게도 최전선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당신의 말을 듣자마자, 제 머릿속에는 한 가지 파훼법이 떠올랐으니…) 또 부탁하면 딜리가 나를 물어뜯을 게 분명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간극. 아이의 손을 굳게 붙들고, 제 것과 마찬가지로 고요한 색 다른 눈동자를 다시 마주한다.) 레이, 따라 와. 오랜만에 네가 끝내주는 공연을 하던 그곳으로 가보자고. 아가, 너 드럼이 뭔 줄 알아?

Raymond_M

2024년 09월 01일 23:49

@2VERGREEN_
그렇지만, 알고있잖아 힐다. 그것보다 '합리적인'방법은 없어.(그것은 그저 진실이다. 그는 언제나 전투의 최전선에 섰고, 가장 위험한 자리에 버티고 서있었다. 그게 제 긍지라도 된다는 것처럼. 그러나 그의 머리는 언제나 합리주의와 이성에 근거해 그를 움직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아무래도 이게 더 빠를 것 같지?(그는 당신의 손을 붙잡은 아이를 간단하게 안아든다.)그쪽에 있는 거라고는 식초통과 식당으로 가는 길 뿐일텐데. 힐다, 계획이 뭐야?

2VERGREEN_

2024년 09월 02일 01:25

@Raymond_M 그래. 그게 합리적인 거라는 건 알고 있어. … 하지만 한번쯤은 남아버린 사람의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은 해보라고. (“나도 못하지만.” 작은 목소리가 따라붙는다. 당신의 품에 간단히 안겨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의 낯을 바라본다. 웃는다.) 방금 네 입에서 정답이 나왔어. 학교 다니는 동안 후플푸프 애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아주 쉽게 훔쳐먹는 걸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 줄 알아? (당신의 품에 안긴 아이가 따라 작게 키득거린다. 다시 보니 노란 넥타이를 매고 있다.) … 그리고 그 음식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그곳에는 누가 있을까?

Raymond_M

2024년 09월 02일 13:33

@2VERGREEN_
(그가 눈가를 늘어뜨리고 웃는다. 아주 유쾌한 미소다. 그가 기꺼이 답한다.)그게 언제나 나를 지옥 끝에서조차 살아 나가게 만들지.(그러므로 그는 학살과 전쟁의 최전선에서 그 한가지만을 생각한다. '절대로 져서는 안된다.')오, 그러게 내가 후플푸프로 오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네게는 노란 넥타이도 잘 어울렸을 거라고.(그가 짐짓 능청스럽게 중얼거린다.)그래, 그들에게 정을 준건 너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거지. 좋아, 가보자고.(아이의 눈동자는 두려움과 흥분, 무언가... *마법같은 일*이 생기리라는 예감으로 빛나고 있다. 그가 아이를 향해 속삭인다.)호그와트에서 그런 전설 들어본적 없니?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드럼통으로 북을 삼고, 놋쟁반으로 챔배를 만들어 끝내주는 공연을 했던 선배에 관한 이야기말이야...

2VERGREEN_

2024년 09월 02일 14:21

@Raymond_M (여전히 작은 웃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모든 이들의 친애가 끝끝내 모든 걸 이겨내고 있던 곳으로 회귀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주는 것은 그에게나, 자신에게나 마찬가지였으므로.) 하지만 난 돌아가도 후플푸프는 되지 못할 것 같아. 난 다소 세상을 편파적으로 사랑하거든. 너처럼 다정하지 못하지⋯. (아이의 눈동자에 순간 스쳐지나가는 감정들을 읽는다. 아, 이 순간 네게 이 세상이 아주 멋지고 마법같은 곳으로 비춰지기를. 장난스러운 말투로 당신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덧붙인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모든 청중들이 식초를 뒤집어쓰게 만들었었지. 다들 그 냄새가 아무리 씻어도 사흘 동안 빠지지 않아서,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코를 감싸쥐어야 했던 거 알아? (당신의 품 속에서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오고, 발걸음은 계속해서 주방을 향해 내려간다.) ⋯ 그래도 이제 생각해보니 다행이다, 그 때로부터 네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서.

Raymond_M

2024년 09월 03일 21:01

@2VERGREEN_
너는 날 너무 좋은사람으로 읽어. 나 역시 사랑하는 이들만을 사랑하지. 정말로 내가 모두에게 다정한 좋은 인간이라면... 어째서 내가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겠어?(악의에는 악의로, 눈물에는 눈물로. 칼날에는 칼날과 혐오에는 혐오를 들어올리라!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도처에 자명하며, 그네들의 칼날에 숨죽여 우는 이 이렇게 많은데... 그는 여전히 사랑을 버리지 못했으니. 그에게는 제 독선이 그네들의 눈물보다 무거웠음이요, 그네들의 죄과보다 무거웠음이라. 그러나 그는 부연하지 않는다. 품속의 아이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그는 마치 연극 위에 올라온 배우라도 된 기분으로 아이를 고쳐안는다.)그거야말로 '음악의 향기'지! 그 다음날 어디를 가도 그날의 관객들이 가득해서 내가 얼마나 신이 났던지-

Raymond_M

2024년 09월 03일 21:01

@2VERGREEN_
(그리고 우리는 주방 앞에 다가선다. 그가 품안의 아이에게 속삭인다. 네가 밀어 열어볼래? 마법같은 순간이 널 기다릴거야. 그리고선 눈썹을 밀어올리지. 마치 아이의 *마법같은*순간을 침해하지 못하는 무구한 어른이라도 된것처럼. 아이가 천천히 문을 열고, 그 사이로 희미한 웅성거림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빛이. 그리고 그가 속삭인다.)힐다, 난 바뀌지 않은 게 아니야. 먼 길을 돌아 번민하다가... 다시 내 자리로 되돌아온거지.(계절이 돌아오듯이. 녹음이 돌아오고 우리가 다시 여름의 어귀에 서있듯이.)왜냐하면, 사랑이 나를 무너뜨렸음에도, 내가 결국 일어선 이유는 사랑, 그것 때문이었으니까.(그러니, 이 얼마나 마법같은 단어인가? 사랑, 그 위대한 마법이여!)

2VERGREEN_

2024년 09월 03일 23:27

@Raymond_M 하지만 네가 나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만은 사실이잖아? 친구야, 난 이래 보여도 생각보다 칭찬에 박한 사람이라고. 내가 이런 평가를 내릴 때는 그냥 고맙다고 이야기하면 돼. (결국 세상에 뿌리내린 악의와, 흘러내리는 눈물과, 서로를 향해 휘두르는 칼날과 혐오에는 총량이 정해져있는 일일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악의에는 끝없는 선의로, 눈물에는 웃음으로, 칼날에는 포옹으로, 혐오에는 사랑으로 다가갈 줄도 아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당신과 내가 그런 사람들의 부류에 속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그래, 신화 속의 어떤 존재는 음악을 주관하는 동시에 술을 상징하기도 한다면서. 사실 즐거움은 모두 맞닿아있는 걸지도 모르지. (당신의 품에 안겨 잠시 망설이는 아이의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괜찮다는 듯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다. 문이 열리고 쏟아지는 빛에 잠시 눈을 찡그리고.)

2VERGREEN_

2024년 09월 03일 23:29

@Raymond_M ⋯ 그렇다면 돌아온 걸 축하한다고 해야 하겠다. 레이, 길 잃지 않고, 딴길로 새지 않고⋯ 이곳으로 돌아와줘서 고마워. 난 너랑 같은 곳에 서있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뻐. (그래, 스물 여덟 해 전부터 우리가 해왔던 모든 대화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사랑이었다. 때론 빛을 잃고, 숨어들고, 두려워하고, 스스로가 수치스러워 견딜 수 없었던 우리를 끝끝내 붙잡은 것은 사랑이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원래대로라면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눈코뜰 새 없이 바빠야 했던 주방은 예년보다는 한산한 편이다. 이때를 틈타 미뤄두었던 대청소를 하기로 결심하기라도 한 것인지, 곳곳에는 찬장 깊은 곳에서 몇백 년은 방치되었던 것 같은 접시와 식기들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를 알아본 집요정 두세 명이 폴짝 뛰어 안긴다. "힐다! 이게 얼마만이야!"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떠들어대는 소리에 이목이 금세 그들이 서있는 입구 쪽으로 쏠린다.)

Raymond_M

2024년 09월 04일 00:23

@2VERGREEN_
등 뒤에 소중한 게 있는 사람은 물러설 수 없지. 내가 무심코 내어줄까봐 두려운 것. 내가 너보다 굳어 보였다면 그건 그게 있었던 탓이겠지.(쥴의 어린시절을 기억한다. 그의 누님은 너무 작고 여려서, 세상의 잇새에 두면 그냥 그렇게 죽어버릴 사람같았다. 하나를 내주면 둘을 내주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에는 너무 어렸던 시절이었다. 그저 눈앞을 봤지. 까마득한 눈앞을.)그 탓에 많이 괴로웠지만... 어쩌면 힐다, 사람은 그 한 가지를 찾기 위해 사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제 와 든다.(단 한 가지 소중한 것을 찾으려고 우리들은 세월을 허비한다. 그러나 그것은 소중한 것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삶은 그곳에서 결정된다.)고맙다는 말이야. 언제나 그렇듯, 지금 이 순간에도.

Raymond_M

2024년 09월 04일 00:23

@2VERGREEN_
(당신의 그 말이 흘러나오면 그는 입을 딱, 닫았다가, 와르르 웃어버리고 만다. 프로메테우스에 디오니소스라, 신명神名컬렉터가 꿈이어 본적은 없는데 벌써 두 가지를 가졌다. 종종은 이카루스라고도 불리곤 했으나 틀린 말 없겠다. 그 다음은 뭐지? 헤르메스인가? 그러나 그는 짐짓 유쾌하게 당신의 말을 받는다.)그리고 그 즐거움이 모여서 지금 이곳에 있지.(이 다음 말은 품안의 아이를 위한 것이다.)지금 널 위해서.(문이 열린다. 아이의 눈동자가 빛나는 광경을 그는 숨을 죽인 채 바라본다. 우리들을 키운 둥지. 우리들의 첫번째 마법은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어린아이의 눈동자 안에 생기를 다시 얻고... 그는 당신의 옆얼굴을 본다. 이제 어른이 되어 첫번째 마법을 마주한 당신의 얼굴을.)

Raymond_M

2024년 09월 04일 00:23

@2VERGREEN_
네가 내 이름을 불렀어. 거푸 주저앉아서 포기하고 싶을때마다, 절망에 고개를 처박고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할때마다 네가 내 이름을 불렀어. 지겹도록. 지긋지긋하도록.(그를 강하게 했던 당신이. 그를 싸우게 했던 당신이. 히, 그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알잖아, 네가 내 이름을 부르는데 내가 무슨 수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었겠어?(그러므로, 사랑이여. 그대가 있어 찬란했다고. 그는 당신보다 한 걸음 느리게 그 틈바구니로 몸을 밀어넣는다. 몇몇 집요정이 그를 알아보고 이름을 부른다. 응, 난 잘 지냈어. 물론이지! 괜찮았다니까! 같은 말들이 두서없이 흘러나온다.)자, 그럼 이제 다음 플랜을 완성해야 할 타이밍 같은데?

2VERGREEN_

2024년 09월 04일 17:40

@Raymond_M (등 뒤에 소중한 것을 두고 그것을 막아가며 싸우는 기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기분이겠지. 다만 가끔 생각하니: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또렷이 그 감정이 무엇을 뜻하는 지에 알게 되었지만⋯ 당신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때때로 그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했다. 다정을 업으로 평생 앓으며 까마득한 눈앞의 것들을 회피하지 않기로 결심했던 얼니 당신이 그저 경탄스러워서⋯.)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나도 네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모습이 될 수 없었을 테니까.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친구라는 건 참 신기한 존재인 것 같아. 오로지 서로의 선택에 의해 만나서, 각자의 세상을 공유하는 존재라니. 이건 가족과도, 스승이나 제자와도 다른 관계지. (마법 같은 풍경을 마주한 그의 얼굴은, 오롯이 즐거움과 행복함으로 가득 차 있다.)

2VERGREEN_

2024년 09월 04일 17:40

@Raymond_M (그래, 그 표정은 아주 오래 전 그 날 복도에서 식초를 뒤집어 쓰면서도 환하게 웃었던 그 얼굴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너와 함께 서고 싶었으니까. 이왕 잔인한 세상에서 싸워야 한다고, 그것이 운명이라고 한다면⋯ 너와 함께 싸우고 싶었으니까. 왜냐하면 너는⋯ 내게 모든 것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해 준 첫번째 사람이고. 오로지 사랑으로 싸워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아니까. (따라 당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눈꼬리가 둥글게 휘어진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너무 멀리 가지 마. 내가 부르면 곧장 뒤돌아 볼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여전히 몇몇 집요정들을 안은 채, 손을 뻗어 경이롭다는 듯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의 등을 떠밀었다.) 자, 다시 한 번 어디로 가야 하는 지 큰 목소리로 얘기해줄래? 다들 도와줄 거야. 집요정들만큼 솜씨좋은 마법사들도 또 없거든.

Raymond_M

2024년 09월 05일 03:37

@2VERGREEN_
(너무 이른 깨달음은 아이를 아이가 아니게 만든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건, 더는 사랑과 희망이 만드는 동화를 믿지 않는다는 것. 세상에게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고, 다가올 내일을 향해 팔 벌리지 않는다는 것. 그러므로 그는 어른이 되는데에도 실패했다. 아마 영영 그는 어른이 되지 못할것이다. 그가 언제나 소년처럼 웃을 수 있는 건, 어쩌면 그탓인지도 모른다.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그리고... 넘어진 후 일어서 외치는 '다시한번'은 기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할것.)그래, 어떤 운명도 필연도 우리를 낳지 않았으므로... 서로의 이름으로 오늘을 걸을 수 있는 관계 말이야.(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소년의 티를 탈피하지 못한 채 여즉 그때의 말간 웃음으로 가득하고.)나는 네 이름을 내 마법이라고 읽어.

Raymond_M

2024년 09월 05일 03:37

@2VERGREEN_
(그는 그 다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당신이라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것이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 역시도 그러리라는 걸. 그러므로 그는 당신을 지금 당장 끌어안고 싶은 기분이 된다. 하늘과 땅을 거꾸로 달리고 한 세기의 끝에서 다른 한 세기를 불러오기 위해 지구를 거꾸로 내달릴 수도 있을 것처럼. 심장이 철없이 부풀고 그는 말 없이도 즐거워진다.)그렇지만 넌 내가 세상의 끝에 서있더라고 결국 내게 올거잖아. 와서 결국 내 이름을 부를거잖아. 그럼 나는 언제고 네 품을 향해 달려가게 되겠지.(어떤 이들은 말한다. 생애에 영원을 가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으며, 우리의 생애는 찰나를 조각조각 이어 붙인 콜라주에 불과하다고. 그렇다면 그는 대꾸한다. 그렇다면 좋다. 나는 오늘의 찰나를 기워 만들 내일을 믿는다. 한 계절만을 살게 될지라도 그렇게 하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맹렬한 여름이며. 아이가 주먹을 꼭 쥐고 외친다.

Raymond_M

2024년 09월 05일 03:37

@2VERGREEN_
처음에는 흐리던 목소리는 금방 선명해진다. 마법사들의 거리, 17-9번지. 이렇게 말하는 거 맞죠? 아이가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는 대꾸한다.)멋진 답변이었어. 자, 그럼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마법에 참여해볼까?(신뢰하고, 신뢰받으며, 신뢰를 나누는 자의 표정으로, 그가 선언한다. 자, 이제 연주를 시작해 봅시다!)

2VERGREEN_

2024년 09월 05일 21:04

@Raymond_M (하지만, 사랑과 희망이라는 간절한 마음들을 믿지 않는다는 건. 더 이상 내일을 기대하지 않고 단순히 단조로운 오늘을 살아간다는 건. 내일을 그리지 않는다는 건. 그건 너무나도 괴로운 삶이 아닐까. 정녕 그런 것이 어른의 정의라면, 나는 차라리 영원히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살겠다고. 그 또한 영원할 소년의 얼굴로 마주 말갛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본다.)

⋯ 네가 세상 어디에 있다고 해도 찾아낼 거야. 그래서, 내 곁으로 돌아오라고 큰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를 거고. 자꾸 당연한 걸 그렇게 말하지 말라니까! 입만 아프지. (가볍게 타박한다. 하지만, 이렇게 몇 번이고 돌아오는 확언이 반갑다. 확신 없는 세상에서 확신이 되어주는 당신이 기껍고, 나와 함께 찰나를 기워 내일로 함께 걸어갈 당신이 있기에 이 세상은 조금 더 살아갈 만한 곳이 되는 것 같다고.)

2VERGREEN_

2024년 09월 05일 21:07

@Raymond_M 아가. (그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몸을 숙인 채로, 집요정의 손을 붙들고 있는 아이를 가볍게 품 안에 끌어안는다. 내가 너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다.) 조심해서 가. 그리고, 앞으로도 널 돕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이런 세상이지만,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 신뢰하고, 신뢰받으며, 신뢰를 나누는 자의 표정으로 그는 전했다.) 미니, 잘 부탁해. 자꾸 곤란한 부탁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함께 싱긋이 웃었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의 마법을. 다시 두어 발자국을 물러나 당신의 옆에 와 서고는 속삭였다.) ⋯ 너랑 있으면 항상, 자꾸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네가 자꾸 이런 일들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있는 걸까? (우스갯소리.)

Raymond_M

2024년 09월 06일 22:00

@2VERGREEN_
(타박이 아프지도 않은지, 그는 여전히 웃는 낯이다.)그렇지만 어떤 말은 지금 전하지 않으면 영원히 전하지 못할 것 같은걸.(그것은 우리가 내일이면 죽어버리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순간도 지금 이 순간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이 문장과 이 순간은 자신의 온 생애를 다 뒤져도 오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기민하게 아는 탓이다. 어떤 사람은 말이 침묵보다 값질때만 입을 열라고 말한다. 그러나 레이먼드는 그 말에 대꾸한다 : 그렇다면 전해지지 못한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가? 사사롭다는 이유로 허공에 흩어져 무위로 돌아가는 진심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는 오래된 경구의 그 다음 문장을 떠올린다. Carpe-Diem. 오늘을 즐겨라. 그러나 그 다음 문장이 따를때 이것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현재를 붙잡아라./그리고 내일이라는 말을 최소한으로만 믿어라.Quam minimum credura postero.)

Raymond_M

2024년 09월 06일 22:17

@2VERGREEN_
멋진 하루였지? 아가, 만일 오늘을 네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이 손의 온기를 기억한다면 말이야, 네 곁에 있는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렴. 같이 핫초코를 마시고 이 이야기를 해줘. 그리고 그 아이에게 이런 어른이 되어주렴.(그럼 아이는 집요정의 손을 붙들고 이쪽을 바라본다. 마법같은 순간을 선물하는 어른이요? 그럼 레이먼드는 고개를 끄덕이지.)그래. 이 어둠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손이 따뜻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말이야. 그럼, 잘 가렴.(그가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든다. 아이가 떠나가기 전까지 그는 이곳에 서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푸 뒤를 돌아보는 작은 눈동자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겠지. 우리는 아침을 불러오는 목소리이고, 잿더미에서 일어난 불사조이며, 등불을 든 작은 손. 네 손을 붙잡은 어른이고... 너를 사랑하는 온기다. 그가 키들거린다. 그리고는 장난스럽게 윙크한다.)

Raymond_M

2024년 09월 06일 22:18

@2VERGREEN_
오, 너무 늦게 깨달은 거 아니야? 난 네 곁에 서면 이 세상 최고의 마법사가 될 자신이 있었는걸?(그가 당신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리고 흥얼거리듯 속삭인다.)그러니 지금은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자. 새벽을 향해 걷는 이들이 우리를 향해 걸어올 수 있도록. ...믿는다면, 나는 네 영원한 마법이고...(그가 고개를 기울인다. 그의 고개 뒤로 그럼에도 가리지 못한 빛이 부서진다. 시체와 전투가 우리를 기다린다. 죽음이, 피하지 못하거나 일조했을 죽음이. 그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 신은 없고,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주체다.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윌리엄 어니스트 헨리/불굴)너는 네가 믿기 전부터 그랬어. 자, 이제 일어나자. 바깥이 어두우니 등을 밝히러 가야지. 그게 우리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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