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me_esmail (당신의 곁에 양피지로 접은 종이비행기 하나가 날아와 비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주변을 빙빙 돈다. 무언가 전하고 싶은 것이라도 있는지⋯.)
@2VERGREEN_ (...?) (지팡이를 겨누고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열면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고 나면 허공에서 잡아채 열어본다.)
@callme_esmail "잠시만 내려와 봐. 이왕 정찰할 거면 같이 가자. 나 좀 태워주면 안돼? — 에이프릴." (잡아챈 양피지에는 당신에게는 제법 익숙할 필체로 몇 글자가 적혀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선선히 웃으며 당신에게 손을 흔드는 힐데가르트가 있다.)
@2VERGREEN_ (아래 내려다보곤 눈 살짝 굴린다. 이왕이면 필체 바꾸는 마법... 같은 걸 썼으면 더 좋았을 텐데. ...물론 이건 그가 강박적인 것에 가깝지만, 천천히 고도를 낮춰 몇 걸음 앞에 미끄러지듯 멈춰선다.) "에이프릴". 당신은 수색하고 계셔야 되지 않나요?
@callme_esmail (아쉽게도 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당신이 만족할 만큼 철저하고 강박적인 사람은 되지 못했으므로 — 여전히 웃는 낯으로 멈춰선 당신의 지척에 다가간다.) 도대체 어디에 숨긴 건지, 답답해 죽겠다니까. 네 말대로 마지막 호크룩스는 변기 뚜껑일 지도 모르겠다. (열여덟 해 전 당신이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 그래서, 타도 돼?
@2VERGREEN_ (풋, 소리 내고, 고개 끄덕인다.) ...그래요, 머리를 식히시고 나면 수색할 장소가 더 떠오르실 수도 있죠. (절대 당신과 빗자루를 타고 싶어서가 아니다. 당신이 뒤에 탈 수 있도록 조금 공간을 만든다.)
@callme_esmail (당신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안고는, 뒤에서 당신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거절한다면 서운했을 뻔 했어. 가자, 에시. 학교 다니던 동안⋯ 중개하면서 봤던 게 있는데, 당연히 안전운전 쯤은 할 수 있겠지?
@2VERGREEN_ "...제가 5년 내내 학교 퀴디치 경기를 중계하면서 봤던 것들 말이죠. 예시가 좀 잘못되신 것 아닐까요?" (양손으로 빗자루를 잡고 있기도 하고, 당신이 뒤에 있으니 양피지가 따라올 시간이 있도록 천천히 날고 있기는 하다.) "...원래 높은 걸 무서워했는데 말입니다." (중얼.)
@callme_esmail … 확실히 잘못된 것 같기는 하네. (아무리 느린 속도의 비행일지라도 하늘을 가르는 바람이 제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결국 속이 시원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맑게 웃으며 당신의 등에 조금 더 힘을 빼고 툭, 기댄다.) ‘원래 그랬다’는 말은… 이제는 딱히 높은 곳도 무섭지 않다는 말이야?
@2VERGREEN_ "네, 당신이 최대한 안전하게 비행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그 탓에, 당신의 비행에 관한 중계는 좀 덜 하게 되기는 했다. 내심 아쉬운 기억인지 속으로 혀 츳 차고. 등에 온기가 와닿는다. 고개를 끄덕이면 그것이 당신에게 느껴진다.) "아마 그것도 무슨 이유가 있었나 봐요. 지금은 기억이 안 나는 이유지만." (잠깐 뜸.) "그래도 그건 그나마 나은 축이에요."
@callme_esmail 내가 퀴디치에 모든 걸 다 건 것처럼 굴기는 했지만, 누가 다치는 걸 바라는 건 아니었어서. 아, 마음대로 비행할 수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당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던 작은 웃음소리가 잠시 멎는다. 어쩌면 당신의 설명 때문일 지도 모르고, 그 시절이 그리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 그러면 가장 '최악'은 뭐였는데?
@2VERGREEN_ "그럼 모든 걸 다 건 게 아니죠- 라고 누군가는 답할 것 같긴 하지만... 당신은 누군가 다치길 진심으로 바랄 수는 없죠. 단 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 눈앞에서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그러지 못할 거에요. 안 그래요?" (에스마일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중에 전해 들은 순간이 있다. 그가 일가족을 하나 구하겠다고 말그대로 불 속으로 뛰어들려고 했을 때 당신이 굳은 얼굴로 그를 붙잡았다고, 익숙한 웃음소리가 그치면 그것을 머릿속으로 곱씹다가.)
"...힐데, 당신이 죽는 게 무서운데... 그건 분명히, 정말로 무서운데. 그게 상상이 가지 않아요. 영원히 제 곁에 있으실 것만 같고. 낯설어요. 다른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 (고개를 조금 숙이고 아래쪽을 내려다본다. 추락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callme_esmail ⋯ 에시. 내가 하는 방식이 아직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미안해. 하지만 나도 정말로 노력하고 있단 말이야⋯. (어째서 당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탓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왜 자꾸만 작아지는지. 눈이 구른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내놓은 대답은 결국 또다시 사과였다. 제 사랑은 편파적이기만 해서, 그 날 그때에 어차피 어려울 일이라면 당신만이라도 온전히 살아남기를 바랐어서⋯.)
그런 건 상상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어서, 최선을 다해 살아남을 거거든. 약속할게. 곁에 있어주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비상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오늘도 별은 쏟아질 것만 같고.) ⋯ 그러니까 너도, 내 곁에 있어주라⋯.
@2VERGREEN_ (첫 문장이 끝나자 뒤를 돌아보려고 하다가 상황을 자각하고 마지못해 다시 앞을 본다.) "...네? 그게 무슨... ...아니요, 전 당신이 한결같이 그런 사람이라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상을 위한답시고 희생을 용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요. 그게 세상을 위하는 일인지도 결국에는 모를 일이고, 제가..." (말을 하듯 여백을 둘 수 없으므로 목소리 자체가 잠시 끊어졌다가 이어진다.) "제가 당신을 탓하나요? 많이...?" (...뒷말에는 대답을 미룬다. 우리는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게 꼭 우리가 함께하는 미래로 이어진다면 그것을 기적 수준의 행운의 결과가 아닌 다른 무엇이라 생각할 만큼 그가 순진해지진 않았다.)
@callme_esmail ⋯ 아니, 전혀?! 네가 나를 탓한다고? (양피지에 적혀 내려가는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가, 어느 부분에서 당황한 듯이 목소리가 커진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두어 번 헛기침을 하다가 다시금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나를 탓하는 거지. ⋯ 난 기사단의 대부분이 나처럼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건 저항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일 거야⋯. (간극. 허리를 조금 더 강하게 감싸안았다. 이 대화도 당신을 괴롭게 만드는 일일까? 그렇다면 끝끝내 오늘의 일도 잊어버리고 말까⋯?) 에시, 네 탓이 아니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2VERGREEN_ "...다들 그렇긴 하죠. 저도 그렇고... ...망할 기억 문제 때문에 10년이나 기사단에 못 돌아갔는데, 결국 회복하지도 못하고 중요한 순간은 와 버렸잖아요. (잠깐 생각이 샜다가.)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노력"이 아니라 "방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그건 노력한다고 바꿀 수 없는 것에 가까운 걸요. 미안하다고도 하셨고... 왜 당신을 탓하시는 거에요? 전 당신 방식이 좋은데." (물론 당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신이 기억하는 만큼은 대부분 전달받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 전달해준 사람도 당신이다 보니... 거의 처음으로, 듣지 못한 것들이 있는지 고민한다. 당신이 끌어안는 뒤통수가 심경이 복잡해 보인다.)
@callme_esmail ⋯ 난 널 아직도 단원이라고 생각하는데.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잖아. 그냥⋯ 네가 이곳에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든든한데. (그는 당신에게 최대한,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전했으나 열여덟 해 전 어느 골목길에서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 전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신은 그가 그 스스로에 대해 끝없이 위선이라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 지도 모른다. 다시 질문한다. 작은 목소리는 듣기 거슬릴 정도로 떨리고⋯.) 만약에, 세상이 무너질 지라도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게 싫은 걸 넘어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죽어 마땅한' 적을 살렸다면?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살려서, 그가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다니게 만들었다면. ⋯ 그래도 내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겠어? (말을 마치고는 얼굴을 묻었다.)
@2VERGREEN_ (코로 숨을 내쉬는 소리.) "당신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신들과 "같이 있진" 못하잖아요. 힐데가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거야 물론 감사하지만..." (요즘은 자기연민에 다소 빠져 있다. 기억을 잃고 나서야 새로 가능하게 된 능력인데... 그러다 뒷말의 어조를 듣고 가정이 아님을 눈치채지만. 몇 초 침묵하다 대답한다.) "... ...그, 음. 힐데. 딱 한 가지 이유에서라도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야겠습니다. 그 말이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만 해도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진심으로 감도 안 잡힌다는 점에서요. 핀갈 모레이인지, 레아 윈필드인지, 쥘 린드버그인지, 프러드 허니컷인지, 줄리아 라이네케인지... 그러고 보면 다들 참 잘도 컸어요, 안 그래요?" (울음소리인지 웃음소리인지 애매한 소리가 난다.) "그렇잖아요. 다들 어떤 관점에서는 "죽어 마땅할" 텐데,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을 거고. 그런데도 당신이라면 분명... 망설임도 없이 살렸을 거고."
@2VERGREEN_ "...만약에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누군가 그 사람을 더 일찍 죽여 버리지 못해서는 아닐 거에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에요. 하나로 그렇게 쉽게 요약할 수는 없는...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대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주 상냥하고 강하지만 단 한 사람이고, 한 사람은 역사의 심판자가 되도록 기대받아서는 안 돼요. 전 그렇게 믿고 싶은데, 당신은 안 그래요?"
@callme_esmail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는 당신이 이제껏 유독 괴로워했던 이유가 그런 능력의 부재가 아니었을까, 하고 감히 추측하며 얼굴을 묻은 채로 가만히 당신의 대답을 기다린다. 어느 순간부터는 당신의 옷자락을 쥐어잡은 손이 형편없이 떨리기 시작한다. 당신이 그렇다고 대답하더라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더라도 두려웠다. 새삼스레 질문을 내뱉고 나서야 후회했다. 한참 침묵하던 그는 당신의 답변이 끝이 나고 나서야 웃었다.) ⋯ 하하. 그러게, 다들 참⋯ 잘 컸어. 잘도 컸어. (동시에 울었다.) ⋯ 응, 나도. (간극.)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야. 그냥, 나는⋯ 그 누구도 내 앞에서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았을 뿐이야.
@callme_esmail 죽어 마땅하니, 무슨 짓을 했니⋯ 이런 것들은 그냥 나에게 너무 먼 얘기였을 뿐이라고. (나는 투사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작은 고백.) ⋯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너도 참 상냥하고 강한 사람이야. (그리고 다시 한 번의 간극. 그 뒤로 나오는 말은,) ⋯ 너는 만약 이렇게 전쟁이 끝나고, 기사단도 더이상 쓸모를 잃고 해체된다면 말이야. ⋯ 그럼 그 때는 무엇을 할 생각이야?
@2VERGREEN_ 그렇죠? 봐요, 결국 같은 세상을 바라고 있었으면서... (당신이 하지 않는 고백을 듣는다. 새로 배운 것이 있고 잊은 것이 있으므로, 조금 무모하게도 지팡이에서 한 손을 떼 당신의 것에 겹쳐 토닥인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곳에 올라온 본분이 있었으니까: 느리게 부지를 한 바퀴 돌며, 적들 몇 명 정도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가 약해 보이고 어디가 수상해 보이는지를 모두 하나하나 기억하며 즉 기록한 뒤 다시 호그와트의 운동장을 향해 방향을 전환한다. 결국 마지막 무대는 저곳이 되었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성장하며 놓고 온 것들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그런 의미를 부여해 본다.) 글쎄요, 이전처럼 비슷하게...? 루가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걸 봐야죠. 당신이랑 편지도 주고받고, 그 다음엔 어쩌면 에티나 루의 아이들이 입학하는 것도 보고... 그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2VERGREEN_ (침묵.)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왜냐면, (...) 힐데, 누군가는 죽을 거잖아요. 당신이나 제가 죽이지 못해도... 방금 말한 이름들 중에서도 몇 명이 죽을지 모르니까. 어쩌면 끝나기 전에 전부 죽어야 할지도 모르죠. (그 친구들 자신들이, 다른 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그것을 또 잊고 살아야 하는 걸,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노력은 해야겠... 해야겠죠? (의문문이 된다.) 다들... 그걸 원할 테니까. 당신도... 분명.
@callme_esmail (당신의 손이 제 손 위에 겹쳐지고, 미약한 온기가 전해지고, 위로하듯이 그것을 토닥이는 것을 느끼고 난 이후에야 묻었던 고개를 들고는 함께 천천히 풍경을 눈에 담는다. 학교를 떠난 후로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낯설 것은 없다. 이곳까지 올라온 본분을 다 하려 최선을 다하지만 자꾸만 상념이 일렁이며 섞여들어서, 애써 고개를 저어 그것을 떨쳐내야만 한다. 이 모든 곳에 우리의 유년이 서려있다. 우리의 마지막 무대가 이곳이 되었다는 건 참 잔인한 동시에 찬란한 우연이 아닌가. 일부러 끼워맞추었더라도 쌓아올리기 힘들었을 운명의 조각들에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라, 비행을 끝마치는 것이 느껴지자 아쉬울 뿐이었다.) 에시, 혹시 예전에 우리 변신술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거 기억 나? 왜, 머리 하얗고, 내가 매일 낙서하다 걸려서 혼났던 그 교수님 있잖아. ⋯ 세상에, 너무 오랜만이라 나도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새삼스레,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났구나.)
@callme_esmail 스스로 죽은 제자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고 하셨지. 처음에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아닌 걸 깨닫게 되더라. (간극.) 그리고 사실, 이제는 그 말을 믿지도 않아. 그분도 분명 누군가는 잊고 스스로 기억에서 지운 채 사셨을 거야. (우리가 그분의 '제자'에 포함되지 않을 성 싶었던 것처럼.) 원래 사람의 기억이란 그런 것 같아. 결국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지워지고, 다듬어지고, 왜곡되어버리는 게 본질일 지도 모르겠어. 당장 나도 이따금씩 죽어버린 동지들의 이름을 까먹고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
⋯ 기억 이전에 삶은 실존하니까. 응, 나는 그저 네가 내 옆에서 견뎌주기를 감히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