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만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당신은 마주하기로 결심했으므로.) 좋은 밤입니다, 줄리아. 상황은 좀 어떤가요?… (그러나 그는 일상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Julia_Reinecke 곧 격화될 겁니다. 어느 쪽의 승리가 되건, 끝은 머지않았으니까요. 그나저나… (루드비크의 옷차림은 변함없었다. 위원회 사무실 바깥에선 달지 않던 훈장을 매달고 있다는 게 유일한 다른 점이겠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줄리아와 만나는 기분이야.’ 그는 생각한다.) 옷 새로 사셨나 봅니다. 하하, 그거 당신의 군복인가요?
@Julia_Reinecke 이것 참 공교롭게도!… 제가 입고 있는 코트도 린드버그 씨에게서 받았답니다. 그분은 옷 고르는 센스가 참 좋더라고요… (열린 창문 밖, 실외에서는 소규모 전투인지 추격인지 모를 것을 벌이는 일련의 무리가 지나간다. 이 상황임에도 그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듯 군다.) 전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전투인력도 아니고. 물론… 지팡이와 권총은, (권총집을 툭툭 친다.) 챙겼습니다만, 보시다시피 카메라를 들고 왔어요. … 모든 걸 찍어두고 싶었거든요.
…당신도 한 장 찍어드릴까요?
@Julia_Reinecke (대답을 듣지 못했음에도 당신에게로 카메라를 향한 것 또한 비겁함일까. 어째서인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왜냐하면.) 더 일찍 당신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무 의미 없지만, 사진은… 가장 선명한 추억이 되니까요. (셔터를 누른다. 마흔 살의 줄리아 라이네케는 흑백 필름 안에서 불멸한다. 그가 한 세기에서 다음 세기로 넘어가지 못하더라도.) 그러니까, 그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지금도.
… …
@Ludwik (당신이 카메라를 들이밀면, 그저 렌즈를 고요히 응시한다. 짧은 머리칼이 바람에 날리고, 무표정한듯 미소지은듯 알 수 없는 애매한 표정으로. 그는 박제된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일까?) ...... 그 사진, 만약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고개를 숙인다.) 아니야. (그러고는 다시 당신에게 다가간다.) 시대가...... (슬프게 웃는다.) 시대가 가혹하지. (그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은 겨우 그 정도 뿐이었다. 정말로. 겨우 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