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1일 20:41

→ View in Timeline

Finnghal

2024년 09월 01일 20:41

(순간이동으로 닿을 수 있는 호그와트 부지 외곽 최근접지점에 '펑!' 소리와 함께 나타난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1:06

@Finnghal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서있던 자의 얼굴 위로 스치는 안도감. 당신을 향해 뛰다시피 걸어온다.) 핀갈! 왔군요. 드디어 그 고리타분한 작자들이 허가를 내려준 건가요?

Finnghal

2024년 09월 01일 21:15

@jules_diluti 어제. 갑자기 어조가 표변해서는 여태까지 불충하고 비겁하게 숨어서는 뭐하고 있는 거냐고 튀어나오라고 윽박지르던데. 잉크와 문장으로 가능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던 인상적인 고압성이었어.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듣기 힘들 만큼 무덤덤한 말투다.) 그래서 뭐가 일어난 거냐. 신문에서는 흰소리만 잔뜩 늘어놓던데. 호그와트에 뭐가 있는 거지? 사실은 인형술을 쓰고 있었던 어둠의 군주의 본체?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2:20

@Finnghal (농담을 어렵지 않게 알아듣는다. 여전히 긴장을 다 풀지 못한 기색이지만, 고개를 젖히고 웃음을 터뜨린다.) 충분히 상상이 가네요. 일단 제가 보낸 편지가 아니라고만 말해두죠. 당신의 참전을 허가해 달라고 몇 번이나 읍소해야 하는지... (고개 흔들고 목소리를 낮춘다.) 비슷해요. 지난번 전쟁 때 기사단이 마법부를 봉쇄했던 것과 같은 이유죠. 호크룩스가 저 안에 있어요. (누구의 호크룩스인지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몸을 뒤로 무른다.)

Finnghal

2024년 09월 01일 22:27

@jules_diluti 아- 맙소사. 그걸 여태 없애지 않은 거야? (이 자는 19년간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던 마법 사회의 온갖 소문들에 거의 무지하다.) 내 생각인데, 영혼을 쪼개서 뭘 만드는 것은 대체로 별로 좋지 않은 생각 같아.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3:33

@Finnghal (잠시 움찔하더니, 침묵이 길어진다. 자신의 구두코를 내려다보다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여태 없애지 않은 게' 아니라... 애초에 쪼개진 영혼을 돌이킬 방법이 어디 있겠어요? ... 몇 개를 더 만들었다가, 하나를 남기고 죄 파괴된 거고요. (다시금 뜸을 들이더니.) 있잖아요, 핀갈. 당신은 래번클로였죠? 사라진 영혼들은 어디로 갈까요?

Finnghal

2024년 09월 02일 00:26

해리성 정체 장애에 대한 오해

@jules_diluti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누군가를 생각했다가 입을 다문다. 그리핀도르의 분류모자는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무해하고 통찰력 넘친다는 걸 생각하면 그냥 호크룩스라는 게 어둠의 마법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 어. 여기서 기숙사가 상관 있어? 불에 태운 것은 재가 되겠지... ... (그러면 모르가나 가민은 지금 영혼의 한 조각만 남아있는 상태인가... 잔인한 자벌이라는 생각을 한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0:49

@Finnghal 돌이킬 수 없죠. 어떤 과실을 취한다는 건 그 독도 함께 먹는다는 거예요. 영혼을 쪼갠 이상 그 소유주는 보호받지만, 한편으로 물건이 파괴되면... 영혼은 결손된 채로 남는 것. 그게 대가가 아닐까요. (자벌에 짓눌리고 있는 것은 가민뿐만이 아니다. 그는 어느새 땀에 축축해진 손을 가만 쥐었다 핀다.) 그래요. 재가 되겠죠. 재가 될 거예요... 다른 대답을 바란 제가 어리석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Finnghal

2024년 09월 02일 00:57

@jules_diluti 화상 흉터가 좀 생겼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그제야 당신의 동요를 눈치챈 듯, 위로하듯 침착하게 덧붙인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여태껏 패트로누스를 부를 수는 없겠지... ... 하지만 그게 겁난다면, 쥘, 나라면 앞으로는 불을 멀리하겠어. (기묘한 기시감을 느끼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 19년 전 병실을 찾아온 칼리노프스키에게 머글 병기를 포기하길 권하면서 비슷한 말을 했었군. 뭍사람과 바다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라는 것은 결국 이것을 중심으로 돌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1:38

@Finnghal (자신의 빈 손을 내려다본다. 습하고 찬 공기가 엉겨붙자 뒷덜미를 따라 오한이 끼치는 기분이다. 잠시 가만 있다가 숨을 들이키고 고개를 든다.) 그래요, 저도 아직 패트로누스를 부를 수 있으니까. 늦지 않은 거겠죠... 지금이라도 손을 털면 돼요. 그럴 수 있을 거고요. 그렇죠? 이번 일만 끝나면... 지긋지긋한 기사단도, 이렇게 싸움에 끌려다니는 일도 전부 종지부를 찍을 테니까. 마왕님 아래에서 우린 다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입꼬리가 가볍게 경련한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 생각의 끝을 따라붙는다. '끝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속, 계속해서 이렇게 내가 청하지 않은 싸움에 끌려다녀야 한다면?... 혹은 더 끔찍하게도- 우리가 패배한다면 어떻게 되지?')

Finnghal

2024년 09월 02일 01:53

@jules_diluti 응,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죽이지 말고, 해를 입히지 말고, 그 밖에 양심에 어긋나는 일들을... ... (대충 그렇지... 하며 쥘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지막 말에 멈칫한다.) '마왕님 아래에서'... 쥘, 너는 그게 정말 가능할 거라고 믿고 있나?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2:03

@Finnghal (해를 입히지 않는 일이란 어디까지일까? 문득 밀렵한 사슴을 박제해달라며 아이작을 찾아갔다가 언쟁에 이르렀던 기억을 떠올린다. 어차피 죽은 걸 제 마음대로 다루는 것조차 영혼을 상하게 할까?... 눈을 깜빡인다.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아뇨. 하지만 그렇게 희망하는 수밖에는 없어요. 설령 자길 속이는 짓이더라도.

Finnghal

2024년 09월 02일 02:16

@jules_diluti (‘역시, 알 만한 녀석들은 이미 다들 아는군.’ 새삼 씁쓸할 것도 동정할 것도 없이, 그저 가차없는 섭리의 작용을 또다시 맞닥뜨린 필멸자의 심정으로 잠시 먼데를 본다.) 그 희망이 이뤄졌을 때야말로 네가 지금 두려워하는 일이 현실이 될 텐데, 쥘. 넌 지난 20년간 이 세계의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영혼이 깎여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어? 나는 신문을 펼쳐들 때마다 그랬거든.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2:28

@Finnghal ...하지만 그건 다같이 겪는 일일 거예요. 그런 세상에선 언제든 창밖을 내다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위안 삼을 수 있어요. '그래도 내가 저 사람보단 행복해. 안전하고, 최고는 아니라도 최선을 다해 내 삶을 꾸려나가고 있어.'... 우리가 패배한다면 제 것이 아닌 환호성이 울려퍼지겠죠. 난 그게 가장 견디기 어려워. (어린애 투정이나 다를 게 없는 소리다. 입을 꾹 다물었다가 느릿느릿 덧붙인다.) 판돈이 너무 커요, 핀갈. 이젠 용서받을 수도, 옛 정에 호소할 수도 없고, 돌이키거나 물러날 수도 없어요.

Finnghal

2024년 09월 02일 02:49

@jules_diluti 용서나 정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서 미안하다. 30년 정도 이해하려고 애써봤지만 역시 잘 모르겠어. ... 아니, 널 용서하고 애정할 사람들이 여전히 있을 거라는 정도는 말할 수 있나. (잠시 생각해보고 덧붙인다.) 하지만 쥘, 내 생각에 영혼의 손상이란 건 지금 네가 말하는 것 같은 생각이 아닌가 싶다. 네 동족들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고 행복에서 불행을 느끼게 되는... 그런 '연결의 뒤틀림' 말야.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9:39

@Finnghal 저쪽 편엔 더이상 남지 않은 것 같네요. 20년 전엔 그런 사람들이 남아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 그들은 세상에 지나치게 상처받은데다 그 상처를 제게 돌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 아직 친구로 지낼 준비가 되어 있는데, 나는...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대서. (한 손으로 얼굴을 짚고 숨을 고르다 감정을 추스른다. 한 쌍의 노란 눈이 멀거니 당신을 바라본다.) 연결의 뒤틀림이요?... 이건 인간에게 당연한 거예요, 핀갈. 당신 무리엔 서열 같은 게 있지 않았나요? 서열이 낮은 자가 높은 자를 질시하지 않았어요?

Finnghal

2024년 09월 02일 17:25

@jules_diluti ... 있었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눈이 잠시 먼 곳을 본다.) 살아있다면 그것 또한 당연한 거야. 병도 흉터도 없이 일생을 살아가는 자가 얼마나 되겠나. 머글들이라면 또 모를까. (그 생각에 코를 찡그리는 것만큼은, 정말 그 긴 세월 그 많은 일을 지나고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뒤틀림이 너와 동족들의 관계를 규정한다면, 네 마음이 소망하고 바라는 것보다 그것이 네게 더 중요해서 너의 선택들을 지배한다면, 내 생각에 너는 길을 잃은 것 같아... ... (마주보는 또다른 한 쌍의 노란 눈은 안경 뒤에 가려져, 꼭 당신의 것과 다르지 않아보인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인간이라기에는 이질적인 확고함과, 인간성의 어떤 본질적 측면에 대한 여전한 무지와 무관심이 자리한다. 그것이 이 순간 쥘 린드버그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네가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는 뭐냐, 쥘. 비교적 나은 차악 말고, 만족스러운 최선 말이야.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21:07

@Finnghal 제가... 바라는 건. (입을 느리게 달싹인다. 확실히 당신은 인간이 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게 언제 대단한 미덕이라도 됐다고. 당신은 살고자 분투하는 그 누구라도 비웃지 않을 거였고, 그는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다소 편해지는 걸 느꼈다.) ...최선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어요, 핀갈. 지금껏 최선의 선택지만을 골랐는데 이상하게 제가 설 땅은 점점 좁아져 가요. 세상이 잘못된 걸까? 내가 바라는 게 그렇게 많지도 않은데. (목소리가 속삭임처럼 낮아진다.) 나는 사람들이 날 바라보길 원해요. 사랑해주면 좋겠어요. 아무에게도 이용당하거나 방해받지 않은 채로, 그냥 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딜레당트로 살고 싶어요. 그런데... (헛웃음.) 나의 동족들,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걸 원하지 않을 거거든요. 그들의 행복에 내 자리는 없어요. 그래서 질투하게 돼요. 그들의 행복을 바랄 수가 없어요, 핀갈. 이건 뒤틀림이 아니라... (말끝을 흐린다.)

Finnghal

2024년 09월 02일 21:16

@jules_diluti 그런 일도 있지... 바라는 대로 일이 되는 편이 오히려 운이 아주 좋은 거고. (산증인의 덤덤한 끄덕임. 그리고 한동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이 없다가) 그걸 '질투'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까. 너는 그러니까 인간치고도 아주 많은, 그리고 매우 호의적인 '연결'을 원하는 거잖아. 그걸 주지 않아서 그들이 미운 것이고... ... 그건 '결핍'이나 '원한'이라는 말과 더 가깝게 느껴지는데. 물론 작가는 내가 아니라 너니,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마지막 문장은 머쓱하게 덧붙였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3일 00:20

@Finnghal (오랜 기억이 떠오른다. 마왕의 승전을 알리며 나부끼는 일간지들. 휘영청 머리 위를 짓누르던 달빛.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를 향해 말한다. '당신이 내내 외로웠으면 좋겠어요. 내내.' 그 앞에서 그는 맹세한다. 당신같은 자들의 소망을 이루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롭지 않을 거예요.) 아니에요. 나쁘지 않은 해석인걸요. 어쩌면 정말로 뭔가 결핍되어 있는지도 모르죠. 참 이상한 일이에요. 제가 기억하는 한 저는 결핍 속에서 살아본 적이 없거든요. 늘 만족스럽고, 항상 행복했어요. 아주 많고 호의적인 연결 속에서. 버린 게 있다면 사소한 것들이었고... (나무 등걸에 기대어 쪼그려 앉는다. 당신더러 옆에 앉으라는 것처럼 땅바닥을 두드린다.) 어쩌면 되짚어볼 때가 된 건지도 모르겠네요. 자, 앉으세요. 당신이 일족과 어떻게 지냈는지 듣고 싶어요.

Finnghal

2024년 09월 03일 00:28

@jules_diluti 그러면 자라면서 익숙해져 있던 것들이 어느 시점부터인가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나 보지. (이런 전개는 그가 오면서 예상한 것이 아니었기에, 두꺼운 안경 너머로 눈을 몇 번 깜빡인다. 하지만 뭐, 쥘 린드버그가 목숨이 경각에 달해서 그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로서야 좋은 일이다. 시키는 대로 땅바닥에 퍼져 앉았다.) 살면서 알게 된 건데, 원한이 꼭 박탈과 정비례하지는 않더라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많은 걸 누리고 산 녀석들이 그걸 뺏겼을 때 큰 원한을 품더군. (경멸 없이 건조한, 그저 기술적인 어조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3일 17:57

정상 가정 이데올로기, 친구들을 향한 시혜적 태도

@Finnghal 그런가. (턱을 괴고 눈을 감는다. 피로한 얼굴로 생각한다.)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 말고 가족이라도 있었다면 좀 나았을 것 같아요. 나한테만 종속된, 나만을 바라보는 자식같은 것 있잖아요. 그럼 이 헛헛한 기분이 좀 덜했을지도 모르는데. 동료로 잘 지내던 이디스도 별안간 지쳤다고 손 털고 떠나가고, 줄리아랑은 아예 친구도 아니었던 것 같고. 헨을 도와주려 했는데 돌아오는 건 경멸 뿐이었어요. 아이작과도 다투고... 남은 애들은 날 친구로 생각하긴 하는지. (한쪽 눈 비스듬히 뜨고 당신을 본다.) 당신은 내 친구예요?

Finnghal

2024년 09월 03일 19:54

가부장적 사고...

@jules_diluti 뭍 위 기준으로? 아니면 물 아래?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묻는다.) 너희는 친구라는 말을 너무 헤프게 써. 이제는 전보다 많이 이해하지만, (부분적으로 공유하기도 하지만,) 역시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어. '푸른 창잡이'들은 전투에서 등 뒤를 맡기고 식솔의 목숨을 의탁할 수 있는 사이만을 "친구"라 한다. 내 생각에 나에게 그렇게 여겨지는 건 너도 부담스러울 거야. 그렇지? (그러다 문득, 표정이 바뀌어 빙그레 웃는다.) ... 뭐, 하지만 반대라면 해줄게. 네 식구를 해치려는 자가 있으면 막고, 위험할 땐 무사히 도망치게 뒤를 봐주마. 내가 이제 와서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일이 그것 말고 뭐가 있겠어.

jules_diluti

2024년 09월 03일 22:54

@Finnghal 목숨을 맡기는 것까지 바라진 않아요. 그냥... 내게 마음 일부를 위탁해서, 내가 사라지면 그 마음도 회수되는 일 없이 세상에서 함께 사라지면 좋겠어요. 설령 지난 시간이 상처로 남는다 해도 나 없이 괜찮지 않기를. (그래, 이기적인 욕망이다. 쥘 린드버그가 자신에게 맡겨진 타인의 마음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생각해 보았을 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 차라리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연결되기를 갈망하는 것은 뭍에 발을 붙인 채 살아가는 이들의 필연적 한계. 밤바람이 쌀쌀한지 무릎을 접어 껴안고 몸을 옹송그린다.) 물론 보호도 거절하지 않겠지만요⋯. 죽지 마세요, 핀갈.

Finnghal

2024년 09월 04일 00:15

약간의 몰이해

@jules_diluti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군.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저만치 성을 올려다본다. 안온하던 불빛 대신 붉은 전화가 올라 있다.) 나는 사실 너희들이 말하는 '괜찮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누가 하나 죽었다고 다른 녀석들까지 줄줄이 따라죽을 것도 아닌데 안 괜찮으면 뭐 어쩔 것이고... 죽은 자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데 뭐가 괜찮아진다는 건지. 하다못해 눈에 띄게 튀어나온 돌덩이도 있던 자리에 없으면 허전해지는 게 사람이야. 그런데 말하고 뛰어다니고 아양도 피우는 돌덩이를 시간이 지난다고 마음에서 치워버릴 수 있냐. (두 손을 가만히 깍지 낀 채 당신을 건너다본다.) 넌 가끔 너무 생각이 많아서 이상한 걸 불안해하는 것 같아.

jules_diluti

2024년 09월 04일 12:47

@Finnghal '괜찮지 않다'는 건 심적인 고통까지 포괄하는 말이에요. (천천히 설명한다. 어쨌거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며 십수 년을 보낸 사람다운 태도였다.) 예컨대 당신이 군락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괴로워할 때, 당신은 따라죽진 않았지만 괜찮지도 않았어요. 그런 거예요. (말하고 뛰어다니고 아양도 피우는 돌덩이... 당신의 말을 곱씹다 픽 웃는다. 그래, 그 정도의 존재감이라도 있다면 됐다.) 그거 아세요? 인간은 너무 생각이 많아서 병도 걸려요. 그래서 생각을 들어주기 위한 치료사가 따로 있어요. 신기하죠?

Finnghal

2024년 09월 05일 03:52

@jules_diluti 죽을 때를 놓쳤다는 생각을 자주 했지. (당신의 말을 들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 제때에 함께 묻히지도 못해 그 꼴이 되었으니 따라 죽는 것 이하의 상태가 아니냐. 그냥 죽어달라고 해, 차라리. (불퉁하게 궁시렁거리다) 그래서, 말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져?

jules_diluti

2024년 09월 05일 23:32

@Finnghal ...지금은 좀 그런 생각이 덜 드나요?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다가, 무릎에 제 얼굴을 파묻는다. 날이 생각보다 쌀쌀하다. 좀 따뜻한 옷을 가져올 걸 그랬어.) 따라 죽는 건 사절이에요. 그 정도의 무거운 애정은 제 쪽에서 무섭고... 음, 네. 좀 나아지는 것 같네요. 그때도... 지금도요. 고마워요.

Finnghal

2024년 09월 06일 00:03

@jules_diluti 지금은... ... (허를 찔린 듯 멍하게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사이로 이따금 반짝이는 별들이 드문드문 드러나 있다.) ... 부질없는 가정을 그만뒀지. 그 쪽이 더 나았든지 아니든지, 여하간 여태 숨이 붙어 있는 게 *내* 현실이야... ... 그러니 그 현실을 책임지고 살아야지. (제 망토를 벗어 당신에게 둘러준다. 그에게 이 계절은 늘상 더웠다.) 그건 나 자신에 대한 예의기도 해. 아무리 형편없는 꼴이 되었대도, 아무리 해선 안 될 짓을 했대도... ... 내가 나를 버리는 건 가능하지 않으니까. 그런 게 가능할 것처럼 굴지 말아야겠지.

jules_diluti

2024년 09월 06일 11:53

@Finnghal (고마워요, 나직한 인사를 되풀이하며 당신이 건넨 망토를 받아들더니 담요를 대하듯 몸을 감싼다. 한기가 좀 나아지는 것도 같다. 그는 오래도록 당신이 건넨 말을 곱씹는다. '아무리 형편없는 꼴이 되었대도, 아무리 해선 안 될 짓을 했대도.') 내가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침으로써 필경 더 형편없는 꼴이 되더라도... 세상 모두가 날더러 날 버리라고 말하더라도. 그래도 당신은 호시절이 지난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고 말할 셈인가요?

Finnghal

2024년 09월 06일 15:54

@jules_diluti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당신과 조금 더 붙어 앉는다. 꼭 나란히 앉아서 별이라도 보는 아이들 같은 모양새다.) 네가 하고 싶은 것에 달렸지. 내가 들은 건 네 이야기의 극히 일부일 뿐이니까... 그렇지만 그러고 싶다면, 길을 돌아가는 것은 잘못이 아냐. (손가락을 허공에서 느릿느릿 휘저어, 빙 돌아가는 선을 그린다.) 결국 걸어가면 걸어온 궤적이 그대로 길이니까... ... 잘못 들어갔거나 헤맨 것까지도 모두. 길 위에서 간직할 것들을 찾아냈다면, 최단 경로가 아니라고 해서 '없었어야 할 것'이 되지는 않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6일 17:08

@Finnghal 그리고 제가 본 것 또한 당신 이야기의 극히 일부겠죠. (말을 받는다. 손을 작게 꼼지락거리곤.) 사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내가 당신을 이 길 위에 끌어들인 건 제 자부심이었어요. 일족을 재건한다는 소망도, 당신이 발 붙여 속할 곳도 만들어 주었다는, 친구로서 제 역할을 멋지게 했다는 자부심이요. 근데 당신을 불러들일 즈음엔 내가 정말 당신에게 못할 짓을 한 건가... 싶었는데. (뜸을 들이더니 눈을 감고 웃는다. 고개를 젖혀 나무 등걸에 머리를 기댄다.) "만약"이란 걸 가정하는 자체가 당신에 대한 모욕이 될 것 같군요. 존경해요, 핀갈. 진심으로요. 영원과 소망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옳다면 당신의 영혼 또한 영속할 거예요. 뭍의 기준으로도요... ...

Finnghal

2024년 09월 06일 18:16

다소 가부장적인 사고

@jules_diluti 내 선택이 선은 아니고, '최선'이었느냐도 또한 논쟁할 수 있겠지... ... 하지만 어쨌든 선택이었어. 너는 내게 없었던 선택지를 줬다. (쥘 린드버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에게 손을 뻗쳐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마왕의 투견으로서 1년 반을 구르며 뼈저리게 깨달은 바, 그 누군가는 아마 쥘 린드버그 만큼 다각도로 그의 편의를 봐주고, 진심으로 그의 안녕을 위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종종 당신이 아니었다면 옷도 벗고 다녀야 했을 거라고 속으로 자조적인 농담을 하곤 했다.) 그걸 넘어서 내가―아마도 존재하지도 않았을― 훌륭한 선택을 내리게 만드는 것까지 너의 책임이라고 한다면, 그건 내가 너의 자녀도 학생도 백성도 아닌데 너무 과하지. 나는 충분히 네게 은혜를 입었어... ... 그러니 갚을 수 있게 되면 기쁠 거야.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