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W 그렇지. 살다살다 재판 방청객들이 웃음을 참는 건 처음 봤어. (의도가 어떻든간에 , 오히려 그 행동은 임판데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언제 단속반을 보내려는 거지?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있나. 아니면 안심했을 때를 틈타 급습하려는 건가? 하지만 면담이라는 단어에 멈칫하고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레티가 너한테 안부 전해달라더라. 너가 돌아가고 나서야, 어렸을 때 잠깐 놀러왔던 게 생각났다면서. 네가 참 좋은 사람같대. (그러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초록색 로브를 손으로 가르킨다. 자신의 바로 앞에 있어, 유리창의 제 얼굴을 찌르는 꼴이 된다.) 슬슬 겨울이 올 거 같아서, 두꺼운 로브를 사려고 하는데. 저거 어때 보이니?
@Impande (눈을 조금 동그랗게 떴다. 그러다 허탈하게 웃는다. 그건 로브를 사겠노라며 유리 속 스스로의 뺨을 찌르는 형색이 된 임판데가 우스워서일 수도 있고. 얼굴을 고작해야 두 번-제대로 보고 대화한 횟수만 친다면 한 번- 본 집요정이 자신더러 좋은 사람이라 했다는 말을 견딜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옆에 있는 것의 색이 더 어울려 보이는걸요. 그 옆에, 채도가 더 낮고 청록색인 것으로요. (아예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며 손짓한다. 그러다 문득) ...갑자기 생각난 건데, 집요정들의 옷은 어떻게 만들어 주죠? 다들 낡아빠진 천쪼가리 대신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있던데. 그런 건 처음 봤어요.
@LSW (웃는 얼굴을 보고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다.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낙엽만 봐도 허파에 바람드는 날은 지났건만.) 하긴 이제 나이가 있으니, 조금 더 묵직해보이는 색감이 나으려나. (따라들어가려는 듯 걸음을 옮긴다. 집요정들 이야기에 멈칫하더니.) 다른 곳에서도 이렇게 퍼트리고 다니지 않았길 바라. (사실 마법부에 그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만 보고해도, 아즈카반 문턱이 가까워질테니. 손가락으로 당신의 코를 쿡 찌른다.) 어렸을 때, 인형과 그 옷을 만들던 손재주가 어디 가겠니? 이젠 다 낡아서 버렸지만... (하지만 '집요정들' 인형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수백번의 수선을 거쳐 이젠 거의 누더기가 되어가는데...)
@Impande 마법부 사람들이 그때 워커 부인이 뭐라고 했느냐 물어서 몇 마디 하기는 했는데. 말했잖아요, 왜 이날 이때까지 단속반이 당신 집 문을 노크하지 않았겠어요. ...그래도 어느 순간 불시에 방문할 수 있으 그런 건 조심하고. (농담이라기에는 목소리에 높낮이가 적으나 맥락상으로는 농담이 맞다. 레아는 조금은 맥없는 투로 말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당신과의 간격을 재게 된다. 어린 시절처럼 대하는 것인지, 손에 쥔 것을 지키고자 그리고 레아 자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달갑잖아도 정보의 일정 부분을 내어놓는 것인지.) ...그런 가족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LSW (누가 농담이랍시고...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더니, 저도 씁쓸한 농담 하나 던진다.) 누가 내 집 문을 두드리는 순간, 레아를 원망해야겠는걸.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이잖아.(당신은 제 어린 시절의 맥없던 추억이자. 현재 자신을 향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칼날이니까. 어쩌면 배척과 수용, 둘 다 일지도 모른다.) 어떤 기분이냐고? 음... 내가 뿌리내릴 땅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지. 무조건적으로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와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거니까. 그런데... 레아. 정말 커다란 비밀을 알려줄까? (속삭이는 것처럼, 입가에 손을 가져다댄다. 가까이서 말하기를.) 그런 가족이 있음에도, 외로움은 해소되지 않더라. 이상한 일이지.
@Impande (실로 언제든 당신에게 찔러넣을 칼을 쥐고 있는 것이 맞았다. 아마 그것이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지었을 테고.) 뭐... 로간이 있는 한은 봐줄게요. 제법 귀여운 꼬맹이라. (꼬맹이라기에는 이제 꽤 큰 듯 했지만. 당신의 말을 그저 그런 대로 듣고 있었는데, 외로움을 말하는 목소리에 눈이 조금 커진 것도 같았다. 표정은 금세 원래대로 돌아온다.) 예전에 말했던 이유인가요. 집요정들이 뿌리를 잡아줄 흙이 되어준다고는 해도,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그럴 땅이-또는 그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던 말.
@LSW (그야 언제든지 자신을 찌를 흉기를 들고 있는데. 가까이 지내려하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귀여워하는 것치곤, 서로 너무 어색하지 않았어...? (둘이서 뻘쭘히 앉아있었던 모습을 떠올린다. 어떻게 로간을 들볶아서, 집요정들을 불러냈는지 모르겠다니까.) 모르겠어. (가게 문을 먼저 열고 들어간다.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일부러 그랬던 게 분명하다. 잠깐 보였던 옆모습이 꽤 씁쓸했던 걸 보면 말이다. 거칠고 축축한 목소리가 흐른다.) 흙이 부족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 역량이 부족했던 건지... 이유를 알았다면 이 상태인채로 계속 내버려두진 않았을걸.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돌아오더니.) 혹시 밖에 디피된 청록색 옷 살 수 있을까요?
@Impande 잘 어울려요. 고풍스럽고. (손뼉을 두 번 치고는 직원에게 계산해달라며 갈레온 주머니를 건넨다.) ... (이윽고 레아는 한참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 생각해보면요. 당신은 전부터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거리감이 있었어요. 조금 '달랐다'고 해야 할까. 지금도 그렇게 느껴져요. 삶의 방식부터가 달라요. (목소리를 조금 낮춘다.) 보통은 그렇게 인간 아닌 것들하고만 어울리진 않죠. 인간은 대체로 비슷한 존재들끼리 모이는 습성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인간으로서 모자람 없이 외롭지 않게 살고자 했다면 사람을 가까이 하는 게 맞았겠지만. 그게 당신 방식이라는 거예요, 임판데. ...그리고 당신 방식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LSW 나도 돈은 있는데. (로브를 추켜입고는 조금 뚱한 표정 짓는다. 장난이었는지, 곧 사르르 웃었지만.) 고마워, 잘 입을게. (잠깐 침묵한다. 임판데 역시 자주 느꼈던 것이기 때문이다. 풍선처럼, 혹은 물 위의 나뭇잎처럼 늘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이게 내 방식일까. 근데 솔직히 내가 가족들과 맺는 관계는, 남들과 엄청 다르거나 하진 않았거든. 결국엔 자의식이 있는 존재끼리의 교류니까. 그거 보고 틀렸다고 할 거리가 어딨겠어? 다만... (슬픈 눈으로 바깥을 본다. 루반지가 20년전에 했던 그 말.) 한번 노예는 영원한 노예라는 말이 자꾸 내 머릿속을 맴돌아. 그렇게 오랜 시간... (억압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이들인데. 내가 그들을 바꾼 게 맞을까? 애초에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바꿔도 되는 것인가... 상념을 끊어낸다. 피식 웃는다.) 이 정도면 고질병이나 상사병이야.
@Impande (약간의 고갯짓으로 임판데의 감사인사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레아는 어렸을 적 임판데의 집에 가기 전까지 집요정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글줄로만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마법사들에 봉사하는 것을 기쁨으로 아는 존재, 주인이 학대하는 경우가 수두룩한 생물, 그 정도. 처음 만나보았던 레티는 임판데의 인형을 꽤 닮았다. 그 조그만 생물이 사실 몇십 년은 살았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시간이 흘러 다시 최근. "워커 부부"의 집에서, 로간은 꽤 불안해 보였다. 당신의 아들은 집요정들을 가족이라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버지는 그들을 노예라 생각했을 테지만.)
@LSW 그럼, 사랑하지. 내 가족이니까. (당신은 제 가장 큰 위협이다. 동시에 큰 영향을 주고 받고,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관계지. 이 모순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적어도 임판데는 당신이 위험하다 생각해 더 다가가지 않았건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있었던가.)...그런데 레아. 나는 뻗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로브의 후드를 쓴다. 나가자는 듯 다시 가게의 문을 잡는다. 속삭인다.) 잭 워커, 그 X끼랑 함께 살면서 알게 됐어. 내가 지킨다고 애써도, 바깥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아. 속에서 썩어가는 데도 모르고, 방치하는 것이 될 뿐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집요정과 인간의 경계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하니까. (그제서야 후련한 표정으로 웃는다. 하얀색 눈동자가 눈송이처럼 반짝거린다.) 지금 당장 사상범으로 잡아가진 말아줘. 할 일이 많거든.
@Impande (임판데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금 천천히 당신 뒤를 따른다. 처음엔 문고리를 쥔 손을 내려다보았고, 다음에는 눈이다. 예전부터 흰빛으로 반짝이던 저 눈 말이다.) ...심문실 117호로 바로 보내질 말을 해놓고 눈감아달라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하지만 거기서 말을 무어라 더 덧붙이는 대신, 문을 밀고 나간다. 서늘한 가을 바람이 두 사람을 맞는다. 내가 지킨다고 애써도 바깥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당연한 이치다. 정말 당연한 이치인데 레아 자신에겐 그러지 않아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있죠. 수십 년 안에 그게 바뀌지는 않을 거예요. 너무나 오래된 관습이 이미 널려 있고 집요정들 스스로도 노예라고 생각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