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weh_1971 (반면 당신을 알아보는 것은 어려웠다. 경계하듯 지팡이를 들었다가, 눈에 익은 귓가의 흉터를 보고서야 긴가민가한 얼굴이 된다.) ... ... 너, 혹시. (차마 이름조차 부르지 못해서, 고목처럼 마른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할 뿐.)
@yahweh_1971 (여기에 와서는 자꾸만 데자뷰를 겪는다. 20여년 전 이맘때에 헨 홉킨스는 딱 이렇게 마지못해하는 핀갈 모레이를 데리고 달빛 내리는 어둠 속을 걸었다. 하지만 그 때 쇠하고 상한 모습으로 세상의 눈을 피해 도망치고 숨어있던 것은 그였고, 달빛처럼 희고 청염하게 빛나던 것은 당신이었는데. 밀려드는 애상에 그는 시선을 돌린다.) 아마도 가는 길은 반대일 거야... 헨. 내가 모르는 사이에 '표식'을 받은 것은 아니지. (농담처럼 던진 말은 마음의 어딘가에 걸려 구르고.)
@Finnghal
(그러나 그 시절에마저 짐작했듯, 당신은 곧다. 달빛 아래 곧게 선 옛 친구를 보고, 오래된 친애를 곱씹으며 그저 되새기게 될 뿐이다. 그것은 부러지지도 않을 곧음이다. 설령 그 향방이 언젠가의 나날들 그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더라도. 회상하는 것은 이제 추억조차 되지 못할 무언가다.) ...... ...... 표식이라. (말을 따라 읊고.) 상관없어. 도착지에 다다를 때까진 눈먼 길이나 걸을 수 있을 테니. 자, 핀...... (손을 내밀었다. 마디가 도드라진 손은 창백하다. 당신이 기억하는 이것은 몇 번째의 데자뷰인가?) 너무 각박하게 굴진 마.
@yahweh_1971 네 동료들이 나와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널 추궁할 텐데.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꼿꼿하고, 선예하고, 그것에 안으로 베일 것 같아 위태롭다. 몇 번을 꺾이고 진창을 뒹굴어도, 깎여나간 만큼 더 날카로워지기만 한다. 헨 홉킨스의 이름을 볼 때마다 떠오르던, 그리움을 닮아 있던 속절없는 슬픔은 이제 폐부를 찌르는 비통함이 되었고... ... 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결국 얕은 한숨과 함께 뒤를 따른다.) 칼리노프스키가 이런 기분으로 나에게 사과했으려나.
@yahweh_1971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 (당신의 등을 보며, 덤덤하게.) 나는 그의 식솔도 피보호자도 아닌데... ... 솔직히 말해서 조금 황당했어. (도움은 고사하고.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가 속하려고 애썼던 두 번째 세계까지 망가뜨린 것은 그 쪽이었다. 이를 갈고 원망하고 비난했다면 오히려 수긍했으련만.) ... 그런데 음, 지금은 이해할 것 같군. 너는 내 자식도 일족도 아닌데 적극적으로 해를 입혔을 때보다 더 미안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는 기분이야. 이것도 뭍 사람의 생리의 하나인가.
@Finnghal
(걸음은 한순간 더뎌진다. 곧장 이어지는 움직임에도 머리칼은 허리춤을 스친다. 동요는 그리 드러나곤 사라진다.) 누구의 생리인지는 중요하지 않잖아? 해로운 마음가짐이 무엇에서 비롯됐는지 파고들 필요는 없어. 난 네 방식이 늘 좋았어, 핀. (목소리는 건조하다. 그러나 미온하게나마 무언가 서렸다. 그것은 껌벅인다.) ...... 네가 사랑하는 일족의 방식. 오롯이 무형의 가치들과 생동하는 생명에 최선을 다하고, 타인에 불과한 형상을 돌아보지 않는 것. (그러나 그는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니 멍청하게 굴지 마. (음성엔 잠시 웃음기가 서리다 말았다.) 무슨 뜻인진 이해하겠지, 어리석은 내 친구야.
@yahweh_1971 하지만 또한 알잖아. 나는 어느 쪽에서건 반편이야. 온전히 일족의 방식대로 살았다면 여태까지 목숨 붙이고 여기 있지도 않겠지. (당신이 돌아보면 걸음을 멈춘다. 깨진 유리구슬 같은 파랑이 두 눈을 파고든다.) *교인의 친구*는 되어줄 수 없다면서. 너는 항상 네 스스로는 실천하지 못하는 비정을 나에게 요구하는군.
@yahweh_1971 에스미처럼 너도 건져줄 수는 없을까? 내가... (부드러운 어조는, 필경 어느 바다 사람에게서도 들을 수 없을 염려, 끝내 발을 걸치고 만 형편없는 친애다.) 내가 오롯한 인어였다면 널 죽였을 거야... ...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네.
@Finnghal
무의미한 미안함과 살해 사이 골라야 한다니, 선택지가 그리 윤택하진 않아. (그러나 삶의 내내 이어져온 전쟁의 고대하는 피날레다. 그곳에서 마주한 경애하는 혼혈에게 많은 것을 추궁하고 요구할 수는 없다. 사양하더라도 늘 주어져 코끝을 간질이는 친애를 잠시 맛봤다. 물비린내가 나는 그것을 천천히 곱씹곤 밀어넣었다. 그것은 으레 그렇듯 발밑에 깔린다. 여정의 걸음은 늘 걸쭉해진 친애로 찰박인다.) ...... 그리고, 에시와 나는 다르잖아. (사이.) 그 애는 침몰해서는 안 돼. 그런 인간들은 다들 그렇지. (선하며 다정한 인간들. 결국 사랑하길 포기하지 않는 어리석은 존재들을 떠올렸다.)
@yahweh_1971 너처럼 조각난 영혼에 대해 다채로운 선택지가 존재하는 세계라면 그거 한 번 꼭 가보고 싶군. (그렇다. *조각나 있다*. 호크룩스 마법의 원리에 따르면, 인간의 영혼은 다른 인간을 살해할 때마다 두 조각으로 쪼개진다고 하는데, 눈앞의 당신은 꼭 모르가나 가민의 두 배 정도는 되는 갯수의 영혼 조각들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그러나 그는 헨 홉킨스의 영혼을 찢고 자른 것이 그의 지팡이 끝에서 터져나온 살상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것은 보다 복잡하고, 누적적이고, 동시에 전면적인 파국들이었다. 그의 힘과 지혜로는 대적하기는커녕 이해할 수조차도 없는, 극도로 까다로운 *인간 노릇*의 고급 영역에 있는 것들.) 하지만 나에겐 다르지 않아... 전에는 네가 그 녀석보단 스스로를 좀더 잘 지킨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딱히 그렇지도 않군.
@Finnghal
'지키는 것'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어딘가 익숙할 어투의 도입이다. 갈라진 울타리를 넘었다. 탐험이니, 뭐니- 어린 날 규칙에 대한 호승심으로 사자들의 손을 잡고 쏘다녔던 곳이다. 불완전하게 자라난 성인이 같은 길목을 밟는다. 허리까지나 왔을 당신은 규칙의 측면에서만큼은 레번클로의 모범생이었지만- 주먹다짐까질 셈한다면, 친애하는 헤니와 쌍벽을 이뤘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을 가둬두고 친애를 빚으면, 종종 그 손을 질질 끌고 욕을 들어먹고 싶은 날들이 오기 마련이었다. 눈을 깜박였다. 발아래의 상념을 되짚자면, 어느새 검푸른 호수가 보인다.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yahweh_1971 글쎄, '침몰하지 않기 위해 손발을 젓는 것'은 어때. 우리의 에스미도 이제 그 정도는 하는 것 같던데. (실없는 듯 뼈있는 말을 던지면서 당신의 뒤를 따른다. 주먹다짐은 너무 당연해서 가르칠 것도 없는 '군락'의 언어이자 규칙이었으므로 따지고 보면 그는 두 세계의 모범생이 되시겠다. 어쩌면 조금은 불량한 편이 그에게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 검은 호수를 보자 입가에 잔잔하게 웃음이 떠오른다.) ―놀랍네. 이 풍경을 다시 볼 줄이야.
@yahweh_1971 래번클로 샌님 같으니라고. (마치 자기는 그리핀도르라도 되는 듯한 핀잔조...) 머리와 말로만 모든 걸 해결하려 들면 공허한 낱말들에 속기 쉬워... ... 진실을 확인하는 법은 몸으로 겪는 것뿐이야. (아까까지의 말이 우스울 만큼 골수 '창잡이' 같은 소리다.) 젖는 것이 무서워, 헨 야훼 홉킨스?
@yahweh_1971 뭐, 내 고향도 아마 거기대로의 이유에서, 별로 해수욕에 적절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적어도 수영이 어려운가 쉬운가는 네 몸으로 겪어보지 않은 것 아닌가? (로웨나의 형제 독수리, 상당 부분은 바로 당신의 영향이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한 혼종된 지성이 당신을 향해 뒤돌아선다. 장갑을 벗으면 손가락 사이에 드러난 얇은 물갈퀴가 달빛에 번들거린다.) 그럴 기회가 있는 동안에 확인해보는 건 어때.
@Finnghal
(걸음은 따라 멈춘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갈퀴를 조용히 보았다. 성인이 되었을 무렵, 그가 본 것은 썩어들어가는 살갗이었다. 그것은 수복되어 투명하게 빛난다. 이것은 생명의 색이다.) ...... 여기서? (농담이라도 들은 듯 눈썹을 치켰다. 손마디로 입술을 누르며 잠시 피식댄다. 이어 검은 호수를 보고.) ...... ...... 마법으로 물은 금새 말리더라도...... 물장구를 칠 마음이라면, 글쎄. 그런 건 이미 늦었어. 친구, 한가하다면 이야기나 더 나누지.
@yahweh_1971 그런 점이 문제라고. 너는 생각을 덜 하고 좀더 움직일 필요가 있어. (그 언젠가처럼, 호숫가의 돌 하나를 발로 차 띄워올려 손으로 잡는다. 여전히 *교인*다운 운동신경.) 기억나? 언젠가 여기서 네가 나한테 머글들을 왜 미워하냐고 물어봤는데.
@Finnghal
멍청한 질문이었지. (그의 방식으로나마 느리게 동조한다. 당신을 따라해보는 대신 자갈 하나를 걷어찼다. 돌은 호수에 빠지고, 희미한 퐁당 소리가 난다. 그러곤 검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봐줘. 네 은원을 이해하기엔, 난 한없이 무지했고...... (이어 잠시 흔들리던 물결도 사라진다.) ...... 너도 조금- 멍청하고 괴팍한 꼬마였잖아, 그땐. (짧게 웃는다. 그러나 진심은 아니다. 당신은 그 때도 심지만은 확고한 인간이었다. 그것이 그대로 자랐다.)
@yahweh_1971 음, 딱히? 그 질문에서 멍청한 부분은 핏줄의 문제냐고 물어본―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당신의 팔을 세게 잡아당긴다. 번쩍이는 주문의 빛이 당신이 서 있던 자리를 지나 날아간다.) 젠장, 누군지는 좀 확인을 하고 공격을 하든, 악! (그리고 두 사람분의 무게중심이 어긋난 바람에 휘청이던 몸이 그대로 기울고... ... 다음 순간, 시야가 온통 어두운 물 속이다.)
@yahweh_1971 괜찮아. 겁내지 마. 너는 가라앉지 않아. (차분하게 받쳐주듯이 당신을 끌고, 호수의 다른 쪽으로 헤엄쳐간다. 저만치 간격을 벌리고서야 수면 위로 이끌었다. 물 속에서 귓가에 닿는 그의 목소리는, 뭍에서의 그의 존재가 질 나쁜 농담처럼 보일 만큼 아름답다.)
@Finnghal
(두려움과 통증은 어느 순간 사라진다. 몽롱히 물에 잠겨 눈을 떴다. 그러나 사위는 거멓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귓가에 흐르고, 발아래엔 무엇도 닿지 않는다. 그러나 활공을 닮은 감각은 공포를 동반하지 않는다. 사방에서 형체 없는 것이 밀려들어 그를 감싼다. 그것은 꽤 기묘한 감각이다.)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고, 물을 뱉어낸 순간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통증은 다시 찾아왔다. 어지러워 당신 옷자락을 틀어쥐곤 물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 주제에 기침을 연신 토해낸다.) ...... ......
@yahweh_1971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잠깐 참아. 저 녀석들이 갈 때까진 숨어있자.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꿈에서 깬 마냥 거칠고 흉하다. 당신이 지시대로 하기를 기다려서 다시 물 안으로 이끌고 들어간다.)
@yahweh_1971 아, 이런. (순간 당신의 마음속을 휘저은 파괴적인 충동을 알아보지 못해, 단순히 숨이 바닥났다 여겼다. 한 번도 물에 들어가보지 못한 자의 폐활량은 그가 예측하고 짐작할 수 있는 범위의 가장 아래에도 닿지 않았기에... ... 지팡이 장인의 솜씨가 아니어 서투르게 깎인 지팡이 끝이 당신의 머리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다. 이제는 무언으로, 물 속에서도 시전할 수 있게 된 거품 머리 마법이다.) 아예 물 아래로 들어가는 게 낫겠군... 너 근데 숨이 그렇게 얕아서 살아지긴 해? (자신도 아가미를 밖으로 꺼내며, 자기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단 듯이 반신반의하는 어조로 묻는다.)
@Finnghal
(공기덩어리 속 물을 다시 뱉어낸다. 다시금 기침이 이어지고, 볼품없이 젖어 숨을 오래 정돈했다. 십수 초가 지나서야 사위를 둘러볼 수 있다.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은 믈이 몸을 이불처럼 감싸고, 바닥에 발이 닿는 것은 더 이상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서늘한 냉기에 몸을 떨면서도 시간을 들여 안정했다. 이어 문득 당신을 돌아본다. 표정은 다소 멍하다.) ...... ...... 뭐? (갈라진 목소리로 묻고도 질문을 되짚어본다. 어이없는 것도- 재밌는 것도 같이 웃었다.) 헛소리.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인데...... ......
@yahweh_1971 아니, 막 가만히 있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몸에 힘이 없고 그러지 않냐고. 내가 그렇게 허파가 빈약하면 그럴 것 같은데. (말하면서도 한 팔로는 당신의 허리를 감고 발을 저어 나아가고 있다. 몸을 감싸던 물이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저만치 아래에서 뭔가 낮고 어둡게 꾸르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 번 발을 뒤로 차내듯이 저어봐... 달리는 것과는 느낌이 또 다를 거야.
@Finnghal
...... 매체 시한부라도 돼? (어이없어 대꾸하고도 팔을 꽉 쥔다. 아래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곁엔 창잡이가 있다.) ...... ...... 뭐, 없진 않은데...... (그것은 분노 탓일 것이다...... 당신을 따라 두어 번 발을 저어보다 휘적이길 관뒀다. 대신하여 코트 안을 뒤진다. 이미 마법으로 코팅하고 주문을 겹겹이 쌓아둔 사진이 만져진다. 무사함을 알곤 다시 옷을 여몄다. 수면이 가까워지면 잠시나마 편안했던 수영이 아쉬워지지만, 그것을 말할 만큼의 의지는 없다.)
@yahweh_1971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은 거대한 촉수 같은 것에 휘감겨 호수 바깥으로 내던져진다. 인적이 드문 부지 밖의 어딘가이나... 젖은 몸으로 여기저기 돌이 널린 흙바닥을 구르는 감각은 썩 안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 아아, 역시 쫓겨났나. 단단히도 찍혔나 보네. (제멋대로 자란 들풀이 무성한 비탈에 뻗어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조로 흘린다.)
@yahweh_1971 검은 호수의 주민들에게. ... 후의를 입어서 학교를 다녔는데, 교장을 배신하고 이종족 박해자의 수족이 되었으니 노할 수밖에. (안경이 저만치 날아가는 바람에 훤히 드러난 두 눈을 잠깐 내리감는다. 한순간 지독하게 피곤한 얼굴이다.) 죽이려고 들지 않은 것만 해도 양반이지. 네가 있으니까 유하게 나온 걸거야. (그들은 '야훼'에 관해서는 알지 못하므로...) 기운 빠지네...
@Finnghal
예상하지 못한 바도 아니었잖아. (중얼거린다. 적어도 당신의 창잡이들은 영토를 수복했다. 그들은 상처받았을지언정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이 사회에서- 그는 당신의 과거와 현재가 정당하다 여겼다. '이종족 박해자'는 비단 이번 기득권들만의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다. 오래도록 박해받은 그네들은 더 대우받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자랑스러운 자식이 이곳 학교에서 스러지더라도. 느리게 몸을 일으킨다. 들풀이 가득한 돌밭에 허물없이 앉았다.) ...... 그래도 넌 바라는 것을 가졌지. 후회하나?
@yahweh_1971 더 좋은 길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야. ... 지금도 그렇게는 생각해. (당신과 같은 자세로 무릎을 세우고 일어나 앉는다. 지팡이를 휘둘러 비탈 위로 더운 바람을 부른다. 거대한 헤어드라이어를 저온으로 켜놓고 앞에 앉아있는 듯한 형세다...) ... 사실 말이지, 고향에는 말하지도 못했어. (젖어 번들거리는 손가락으로 눈 사이 콧대를 비빈다.) 오기 전에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못 하고 왔지. 그런 식으로 영토를 되찾느니 버리고 떠나든가, (가늘게 한숨을 쉬고, 한층 극단적인 가능성을 머리에서 지운다.) ... 뭐, 어쨌든. 어둠의 마법사와 한패가 되는 것만은 하지 않을 사람들이야. 그걸 알면서 내가 이 짓을 했지.
@Finnghal
(그것은 의외롭다. 당신을 돌아보았다. 젖은 머리칼이 팔락팔락 나부끼는 것을 보고- 제 몰골도 비슷하리라 짐작하곤 흑색 지팡이를 쥔다. 제 팔을 톡 두드리자 얄밉게도 몸과 머리칼은 휙 말라버린다. 평소보다- 그러나 당신은 '평소'를 모를 것이다- 조금 보송해지고, 물비린내가 옅게 날 뿐이다.) ...... 다른 방법이 없다면 이뤘어야 했지. 새삼스레 네 길에 회의하진 마. 네가 거기에 매몰되리라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 (당신도 말려주진 않았다...... 건조되는 물고기를 구경한다.) 비밀은 지켜줄게.
@yahweh_1971 뭐야, 그거. 엄청 빠르잖아. 나도 가르쳐줘. (헤엄칠 곳도 없으면서 성화다.) 알아, 모순이지. 안 한다면 모를까, 이왕 하는 거. (다시금, 한숨을 쉬고. 멀리 날아간 안경을 소환해 말리고 얼굴에 쓴다. 두꺼운 유리가 샛노란 두 눈을 가린다.) 그렇지만 그것조차 지워버리면 더 나은 길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진실을 잊어버리게 되잖아...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를 잃어버려. (안경 너머로 눈꺼풀이 내리닫힌다.)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 ... 나는 여전히 결과가 두렵지만, 그래서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 두렵지 않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어. 괴로워도 가질 수밖에는 없는 바람이지.
@Finnghal
싫어. 넌 그게 잘 어울려. (안경이 씌워지는 모습까질 지켜본다. 유리 너머의 노란색이 아쉬웠다. 당신의 모습이 무수히 변천을 겪는 동안 당신이 당신임을 각인시켰던 그것. 의식하지 않고 제 눈을 만지려다 손을 내렸다.) 기회가 온다면...... (이어진 말은 혼잣말에 가깝다. 당신이 은혜 입은 자들을 등지고 다시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을까. 당신은 부정한 할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 당신의 바다에선 일족이자 맹우인 창잡이들이 기다릴 것이다. 이 전쟁이 끝난 뒤로도 영영 그럴지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보아온 짜임에 작게 몸서리쳤다.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 ...... 네가 그럴 수 있길 바라.
@yahweh_1971 심술 부리네. (축축한 팔꿈치로 당신 옆구리 쿡 찌른다. 한 찰나만 소년 시절이 재래한다.) 네가 그걸 바라면 어떡하냐. 그러려면 전쟁을 또 이겨야 하잖아. 정말로 '표식'이라도 받고 왔어? 난 이번에도 지배하던 쪽이 무너지는 게 네 구상인 줄 알았는데. (변혁에 관한 헨 홉킨스의 사유를 따라가는 것을 그는 '야훼'가 등장한 것보다도 훨씬 전에 이미 포기하고 있었으므로... 이해는 이렇게 단도직입적이고 투박하다.)
@yahweh_1971 난 항상 '가치'라는 말이 어려웠지... (그의 어깨에 기대면 긴 머리칼이 볼을 간질일 것이다. 머리끈이 끊어져 머리카락이 산발이다... ... 미지근하게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당신들의 머리칼을 살살 흔든다.) 네 '변혁'이란 건 더더욱 모르겠어. 하지만 '원하는 것'의 맞부딪힘은, 그건 삶이 가장 진하고 가장 열렬해지는 순간이야... ... 시험받고, 그리고 증명하는 순간이지. (눈을 감는다. 기대오는 여윈 무게가 한없이 가볍다.) 네가 내게 지팡이를 든다면, 그런 거였으면 좋겠어. 나는 영문도 모르는 세계의 개조 같은 걸 위해서 죽기는 싫어. 하지만 너와 '바라는 것'을 겨룰 수 있다면 승패가 어찌되든 기쁠 거야. 그러겠다고 약속해줘, 헨 홉킨스.
@Finnghal
('가치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은 당신의 말마따나 다르다. 전자는 개인의 범위를 넘을 적 허상이 되지만, 후자는 영영 그것을 넘을 수 없기에 도리어 영영 반짝인다. 따뜻하고 간질거리는 감각에 눈을 감았다. 곧 일어나 떠나야 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 가치의 문제를 벗어나- 내가 바라는 것이라면 네가 잘 알겠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대우받길 원해. 그걸 부순 것들이 파멸해 사라지길 원하고, 내가 오래도록 열망한 시대가 찾아오길 바라...... 죽어버린 이들에게 그걸 들려주기엔 늦었지만. (그러나 당신이 모르는 것. 그는 이제 명료히 죽음을 바란다. 헨 홉킨스를 살해한 자들의 죽음과 그 피를 취한 자들의 절망을 염원한다. 그것을 위하여 망설임 없이 타인을 저주하고 짓밟을 수 있다. 그들을 살해할 수 있다. ...... 언젠가 그것을 만류하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당신이었나...... ...... 아마 그랬겠지.)
@yahweh_1971 왜 울려고 그러냐.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의 시선도 먼곳을 보고 있다. 눈을 마주보지 않은 채.) 너는 항상 나를 존중해줬어. 그걸 당연하게 여긴 적은 없지만, 호그와트를 벗어나서 마법 세계를 헤매면서야 안 것이 있지... ... 그건 그냥 상냥함이나 사려 같은 게 아니라는 걸. 그건 네가 세상과 싸우는 방식의 하나였던 거지. (바람이 잦아든다. 살랑이던 머리카락에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다. 그는 지팡이를 휘둘러 엉망으로 엉킨 머리칼을 정리한다.) 네가 말하는 장대한 미래는 이해 못 해도, 그것이 어떤 싸움인지는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건 굉장히 의롭고, 굉장히 용감한 싸움이야. 그것이 승리했든 패배했든, 잘 싸웠든 못 싸웠든, 내가 그것의 일부일 수 있었다는 건 그 자체로 가슴 벅찬 일이야. (잠시간 말을 멈춘다. 정성스럽게 단어를 고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흔들리려는 호흡을 가다듬으려는 것 같기도 하다. 눈을 내리깔고.) 그러니 너는 이미 내 영광이야.
@Finnghal
(조용해진다. 고개를 틀어 당신을 바라보고, 수 초가 흘러 몸을 떨어뜨린다. 바로 앉았다.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를 양 손가락이 제 입가를 감싸쥔다. 그대로 톡 두드리고.) ...... 핀. 나는...... ...... (그러나 말은 문장이 되지 못하고, 그는 그저 이해받음을 느낀다. 오래도록 경애한 친구에게 걸어온 길을 그저 길로서 존중받는 것. 선악을 따지거나- 죄를 구형하는 모든 기준에서 벗어나 그저 그것이 영원토록 바랄 것을 위한 싸움이었음을 이해받는 것. 그가 그저 지난한 길을 걸어 투쟁해왔음을 이해받는 것에 대한 감각이다. 연민, 걱정, 다정...... 그가 사랑해온 모든 부드럽고 연약한 것들이 쥐여주지 못한, 그것이 존재하리라 여기지도 못한 순전한 존중이다. 지나온 삶 처음으로 마주하는 그것은 아주 생경하여 토기와 어지러움을 동반한다.)
@Finnghal
(드러나는 몸짓은 없다. 입을 쥐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바닥을 짚어 몸을 일으킨다. 울고 싶었으나 당신을 보곤 웃었다. 티끌 없는 웃음으로 보이기만을 바랐다. 소년이 한철 재래한다. 다만 그것은 소년의 헨 홉킨스에게도 없던 것이다.) 고마워. (함축한 문장이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처음으로 맛본 이해는 종막까지 남을 것이다. 긴 극이 끝나고, 커튼콜의 막이 내려가는 순간에도 한 번의 존중이 그를 기쁘게 할 것이었다. 그는 일렁이는 물을 보며 늘 명징했던 친애와 거칠거리는 돌무리, 따뜻한 바람과 미온한 별빛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어 어느 성벽에서의 밤바람과, 기숙사에서의 소곤거리는 토론을. 어느 반쪽짜리 교인鮫人을 떠올리게 되리라. 별은 잦아든다.) 내게도 늘 영광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