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weh_1971 (그저 빛이 보였을 뿐이다. 흐리지만, 그럼에도 따스한 빛이. 마치 7학년 그날의 도서관에서처럼...... 서서히 그 빛을 향해 다가간다. 발걸음을 조심하지만, 어쩌면 인기척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Julia_Reinecke
(희미한 기척을 느끼자마자 눈을 번쩍 뜬다. 졸음이 조금 서린 눈으로 당신을 돌아보곤 알아보았다. 웃는다. 지팡이를 쥐고 있다.) ...... ...... 이게 누구야. (새가 안개처럼 반짝인다. 느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yahweh_1971 (이제는 짧아진 머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당신이 들은 것은 검은색 트렌치코트가 버석거리는 소리였을까?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 패트로누스, 여전하네.
@Julia_Reinecke
(완전히 일어나진 않았다. 계단의 난간에 기대앉는다. 짧아진 머리칼을 보며 문득 과거의 어딘가를 되짚는다. 잠시 더 웃었다.) 이건 어울리네, 줄리. (시선이 마주치고, 새가 한순간 일렁인다. 윤곽이 짙어지려다 다시 안개마냥 풀어졌다.) ...... ...... 바뀔 일도 없었지.
@yahweh_1971 (손을 뻗으려다, 그대로 내린다. 어차피 저것은 자신이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 어쩐지 이 모습을 더 반기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 기분 탓일까? ...... 헨.
@Julia_Reinecke
과거와 근접할수록 반기게 되겠지. 지금 보고 싶은 건 열한 살의 꼬마 줄리아야. (새가 당신에게 다가간다. 이마를 콕 박자 머리가 빛조각들로 부스러졌다. 패트로누스는 그대로 사라지고, 그는 몸을 일으킨다.) 누구 손을 잡는진 변함없나? ...... 신중히 판단해야 할 텐데.
@yahweh_1971 (새가 이마에 부딪칠 때면, 잠시 눈을 감는다.) 너무 오래 전을 찾는데. 그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 돌아오지 않아. (잠시 그대로 침묵하다가.) 그럼 너는, 내가 어딜 택하길 바라는데?
@Julia_Reinecke
유감이야. 이제 살인자를 찾아야겠군. (그러나 이곳엔 무수한 사체들이 있다. 당장에 죗값을 언급해야 마땅했으나, 의외롭게도 침묵이 흐른다. 처음 보았을 적부터 한결같은 눈을 보았다. 갈색이 조각조각 섞인 따뜻한 녹색. 그는 내내 그것이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여겼다.) ...... ...... 어렸을 때, 내가 널 비호해주겠다고 제의했던 적이 있었지. (짧게 웃었다.) ...... 아직도 내 손을 잡을 생각은 없을 테고?
@yahweh_1971 (그 눈. 당신이 말한 갈색이 조각조각 섞인 따뜻한 녹색 눈이 일그러진다. 그는 웃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소라기에는 너무도 슬픈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후회일까? 과거를 향한......) ...... 내 대답을 너는 알고 있지. 전부, (전부......) 늦었잖아. 헨. 네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모든 건 돌이킬 수 없어.
@Julia_Reinecke
그건 조금 아프네, 줄리아 라이네케. 확실히 난 신이 아니었지...... (대답으로는 충분했다. 어느 것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괴로운 일이되 분명한 진실이므로- 더 대화하는 것은 무용하다. 손끝에서 지팡이가 까닥인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주문은 오롯이 의도하여 한 박자 늦게 전사된다. *임페리오.*)
@yahweh_1971 (예상치 못한 주문이었다.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한 순간,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은 안락함이 그를 덮친다.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이상 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저항하려 해보지만, 이 감각은 너무나 달콤해서...... 지금까지 그가 하려던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Julia_Reinecke
(조용히 지팡이를 내렸다. 인형의 실을 끌어오듯 부드럽게 손을 내민다. 머릿속으로만 명령했다. *지팡이는 내리고- 이리 와. 털어놔봐. 네게 지금 무엇이 괴롭지?* 연약하되 질긴 의식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영영 당신을 모를 것이다. 죄인을 사해줄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 당신을 죽일진 결정할 수 있겠지. ...... 그것이 전부다.)
@yahweh_1971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마치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같이 절대적으로 느껴진다. 거기에 대항할 이유 같은 것은 제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보아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손을 잡았다. 눈빛에는 초점이 없고, 목소리에는 영혼이 없다. 그저 단조로울 뿐이다.) ...... 도망치고 싶지 않아서 이곳에 왔어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이, 신 앞에 털어놓듯이, 그는 자연스럽게 존대를 한다.) 처음에는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까지 깊숙하게 얽힐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도 도망친다면, 다시는 평생,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까요. 나는 무엇을 해야......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 용서받지 않아도 되니까. 브리짓만큼은...... 그 아이만큼은...... 이 모든 굴레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데......
@Julia_Reinecke
영영 그럴 수 없을 거야. (단조로운 목소리가 속삭인다. 당신을 굽어다보았다. 이것은 악의인가? 순수하게 악하고 해로운 마음인가? 알 수 없되 무언가 뭉근히 아팠다. 허리를 살짝 숙인다.) 그래도 괜찮아. 네가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브리짓은 그저 꼬마애일 뿐이니. 그 애는 새 시대에 어우러질 수 있지. (사이. 음성은 느리게 이어지고.) 넌 브리짓에게 정말 필요한가? 그 애를 맡기고 사라지면 되잖아. 굴레는 평생을 벗겨지지 않아. 그건 네 뒤를 따라붙어 모든 걸 파괴할 거야. 친애하는 줄리. 네가 정녕 그 애를 위한다면 이 전투에서 산화散華해. 네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yahweh_1971 (멍하니 당신의 말을 따라한다.) 그 애를, 맡기고...... 산화...... (표정 없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펼쳐진다. 그 미소는 초점 없는 눈과 대비되어 어딘지 기괴하게 보인다.) 그렇구나. 그러면, 그러면 되는구나. 왜 그동안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러면, 그러면 브리짓은 자유로워질까요? 내가 사랑한 것들은, 전부. 내 죄로부터 벗어나......
@Julia_Reinecke
죄는 되물림되지 않아. 하지만 네 피보호자는 널 사랑하지. 진실을 알면 널 과연 외면할까? ...... 비호해주려 하진 않겠어? (눈이 파르레하게 반뜩인다. 그걸 접으며 천천히 웃었다.) 그럼 네가 네 죄악을 옮겨붙이는 거야. 부디 현명하게 굴어, 줄리아 라이네케. 난 아직 네가 짓밟았던 이들을 기억해. (그가 방조했던 얼굴들이다. 허리를 바로한다.) ...... ...... 제대로 알아들었나?
@yahweh_1971 (환히 웃는 와중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그것은 누구를 위한 눈물일까?) ...... 네.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그는 달콤한 안온 속에서 생각한다. 그래. 당신의 말이 정답이다. 이것만이 브리짓을 위한 길이다. 나쁜 엄마가 되어도 괜찮다. 천하의 몹쓸 X이 되어도 괜찮다. 너만, 너만 이 모든 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원죄 없는 몸이 될 수 있다면......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은 단순한 저주 때문이 아닌, 진정한 공명이다.)
@Julia_Reinecke
그래. ...... (말은 마무리지어진다. 웃음과 울음을 모조리 보았다. 후회하지 않되 뒷맛이 쓰다. 물끄러미 시선을 고정하다가도 한 걸음을 물러섰다. 마지막의 배려- 혹은 그저 마무리로 속삭인다. *이 대화는 잊지.* ...... 그러나 각인만은 남을 것이다. 걸음이 복도를 돌아 사라진 뒤 저주는 풀린다.)
@yahweh_1971 (본래 그것은 임페리우스 저주의 부작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신의 명령과, 공명의 충격이 그의 뇌를 과부하 상태로 빠뜨렸다. 당신이 사라지고 저주가 풀리면 그는 그대로 쓰러진다. 무방비하게, 그 자리에서 누군가 깨울 때까지,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잠에 빠져든다.) ......
(어쩌면 이것은 무의식속에 당신의 언어를 새기는 절차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