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1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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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hweh_1971

2024년 09월 01일 20:10

(다이애건 앨리의 곁거리, 새까만 머글 코트를 걸친 형상이 나타난다.)
(오른손엔 긴 지팡이를 들고, 손바닥만한 목록을 쥐고 사위를 길게 훑어보았다. 이어 시선들을 뒤로하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긴다. 아주 오랜만에 드러내는 맨얼굴에 밤공기가 옮아붙지만, 버석하게 메말라붙은 수배자를 제대로 알아보는 이는 없다. 머리칼 사이로 바람이 파고든다. 자유로운 감각에 느리게 웃었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0:21

@yahweh_1971 (당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두 사람의 어깨가 부딪히고, "어이쿠, 죄송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뒤 갈 길을 가려는 한 사람. 쥘 린드버그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1일 20:45

@jules_diluti
(기시감을 감지하곤 돌아보았다. 그와 달리 작은 족제비는 어린 시절과 그리 다르지도 못했으므로, 옛 친구를 알아보곤 웃는다. 뒤늦게 눈이 휘어질 차 지팡이를 겨눴다.) 엑스펠리아무스. (일부러 소리 내 읊고.)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1:32

@yahweh_1971 (지팡이가 품에서 날아가자 뒤늦게 이변을 감지하고 돌아선다. 밤바람에 옷깃이 활짝 펼쳐져 나부끼고, 그는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 한 손으로 붙든다.) 누구- (얼굴을 샅샅이 살피는 시선. 뒤늦게 알아보고 눈을 크게 뜬다.) 헨 홉킨스?

yahweh_1971

2024년 09월 01일 21:54

@jules_diluti
사랑하는 쥘. (지팡이를 쥐곤 웃었다. 손가락 사이 당신 무기가 휙 돌아간다. 그리 신사적이지는 못한 동작이다. 당신의 옛 친구가 늘상 그랬듯이.) 쥘, 작은 족제비야. 조심해야지...... 다들 널 위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을 텐데. (사이.) 오랜만이야, 그렇지?

jules_diluti

2024년 09월 01일 23:07

@yahweh_1971 (수배당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직접 마주하는 것은 93년도 이후 처음이다. 곤란한 낯으로 웃으며 당신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자신의 지팡이를 눈으로 좇는다. 뒤로 한 발짝 물러난다.) "다들"에 당신도 들어가는지 궁금하네요. 저번엔 죽을 뻔했거든요. 나는 당신 죽일 생각 없었는데. (뒤로 한 발짝 더. 지금이라도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는 편이 나을까? 지팡이는 새로 살 수 있으니까. 당신이 얼마나 제정신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1일 23:50

@jules_diluti
(한 발짝을 다가갔다. 당연히도 길쭉한 걸음은 당신의 것보다 보폭이 크다. 웃음은 여전히 잔여하지만, 그리 호의적일 리 없다. 이미 핏물을 밟은 사이 그것은 당연할 일이고.) 모를 일이지. 그래도 서운하게 굴진 마. 네게 유감은 없으니까...... 아, 내 형제의 사체 위에서 유유자적 놀아나는 모습은 마음 아팠지만. (단어 사이 무음 주문을 전사한다. 듀로. 섬광이 희미하게 튄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0:27

@yahweh_1971 정말이에요. 나는... 윽! (주문에 맞은 옷이 빠르게 석화되어가자 얼굴에 두려움과 낭패감이 스친다. 한 발짝도 떼기 힘든 상황이 되고 나서야 고개를 쳐들더니 다급하게 말을 이어간다.) 메브의 죽음은 정말로 불운한 일이었어요, 헨! 나는 그 죽음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요. 그래도 친분이 있는 사이인데 어떻게 슬프지 않겠어요? 만약 내가 그 법정에 있었더라면 유죄에 찬성했을 거예요. 당신은 지금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는 거라고요...! (몸부림.)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00:52

@jules_diluti
화풀이! (말을 곱씹는다. 웃음은 전조 없이 터져나온다.) ...... 가엾은 쥘! 네가 살라먹은 자들은 그런 핑계조차 받지 못했잖아. 그나마의 명분을 붙여준 것에 감사해야지. (그는 금실로 짜여졌던 소년의 사랑스러움을, 모피를 두른 선동가의 경이로운 언어를 기억한다. 무분별한 다정과- 티끌 없는 선의에 경탄해 한때 당신을 깊이 친애했다. 그러나 그의 작은 족제비는 안타깝게도 어리석은 꼬마가 아니다. 당신은 시대의 부역자로 자라나 오로지 휩쓸렸음을 이유로 타인을 해했다. 그로 말미암아 값비싼 새 옷을 걸치고 유순한 다정을 간직한다.) ...... 하하...... (그는 또한 메브의 오랜 우울과 폐쇄성을 기억한다. 몇 번을 기워입었던 옷을, 녹물이 떨어지던 수도를 기억한다. 상처입은 이의 불완전함을 기억하고, 당신의 완전함을 돌아보자면......) 네 말이 맞긴 해. 네가 내 분의 원인은 아니지......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00:55

@jules_diluti
하지만, 사랑하는- 작은 쥘, 여전히 굴러가는 네 멋들어진 혓바닥을 봐. 넌 세계의 부조리에 부역해 네 배를 불리고, 나더러 1시클어치도 안될 '슬픔'을 이야기하며 동정을 사려 하지. (읊조린다. "크루시오.") ...... 그러니 내가 어떻게 네게 '화풀이하지' 않을 수 있겠어.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1:30

고문, 책임전가

@yahweh_1971 (몸이 갈가리 찢겨지고 신경 말단이 불에 지져지는 듯한 고통. 정신이 아득해졌다가 잠시 후 현실로 끌려들어올 때에, 그는 비로소 자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파도처럼 밀려오던 통증이 간신히 몸에서 물러나자 고개를 아래로 매달고 헐떡인다. 당신을 올려다보는 눈의 흰자가 생리적인 눈물로 번들거린다. 입꼬리가 흐, 하고 올라간다.) 하여간 당신네들은... 누구 잘 사는 꼴은 못 보지... 세실도, 자기 삼촌이 죽은 일로 날 탓하면서 내 손을 태워먹었는데... 꼭 그때 생각나네. (그는 더이상 순진하지 않다. 또렷한 의도를 지니고 타인을 해한 것이 몇 번. 별다른 의식조차 하지 않고 명단을 뭉텅이째 지옥으로 밀어넣은 적은 훨씬 많고. 눈물 고인 눈으로 이죽거리는 얼굴은 비로소 악인의 것이다.) ...하지만 당신도 이 세상을 만들었잖아... 어디 부조리가 전부 내 탓이야? ...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1:31

고문, 책임전가

@yahweh_1971 꼭 나만 혓바닥 놀리고 다닌 것처럼 말하는데에, 헨도 그랬잖아요... 당신은 그냥, 나보다 운이 약간 없었던 거잖아... 당신도 포기했을 수 있어. 그날, 당신이 후원하던 그 인간과 당신이 잘못 엮여들지만 않았어도... 나랑 다름없이 살았을 수 있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이제 와서... 하! (고개를 젖히고 헐떡이며 폭소한다. 부유하고 삶이 윤택하매 상처를 모르는 이에겐 타인의 상처가 우습기만 하다.) 당신의 형제를 죽인 건 내 혓바닥이기도 하지만 당신의 혓바닥이기도 해요. 알잖아... 알고 있잖아!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02:46

고문, 잔인한 묘사

@jules_diluti
크루시오. (주문은 조용히 반복된다. 격렬한 전사에 석화가 완전히 조각나고, 그는 몸부림치는 몸뚱이를 내려다본다. 이것은 아주 하찮으며- 형편없이 연약하지만, 언어는 그저 뇌와 혀만을 요한다. 언어를 휘두르는 자는 그러나 일견 보잘것없기에 파괴적이다. ...... 하지만 그래보았자 그저 대중의 우매한 양치기일 뿐이지. 발끝으로 몸을 굴렸다. 몸을 살짝 숙인다.) 언제 네 탓이라고들 했었나? (언젠가부턴 웃고 있다.) 이유와 명분을 오로지 '원인에 대한 제공'에서 찾는다면- 넌 아주 형편없는 작가야, 린드버그. 네 말마따나 넌 별 것 아닌 축생이지. 네 목숨을 부지하고 진귀하고 명예로운 것들을 끌어모아 치장하는 것에만 이골이 났어. 문제는 말야- 네가 입고, 마시고, 취하는 것들이 골을 빨아먹어 기생하며 얻어낸 것들이란 거야. 다른 문제는, 네가 빨아먹고 내팽개친 그 불우한 이들에 내가- 하필이면 내 형제가 속한다는 것이고.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02:49

고문, 잔인한 묘사

@jules_diluti
가식은 집어치우자고. 무슨 수로 네게 대단한 속죄를 요구하겠어! 어느 중대한 죄악에 처벌을 내리려는 것도 아니지, 네 말마따나 이 부조리는 아주 예전부터 존재해왔으며 네게 책임을 물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풍요를 누리는 것도 어느 시대엔 죄가 되고, 그건 분노를 촉발시키고...... 그 때 나 같은 인간을 마주치면, 네가 번들거릴만치 기름칠한 음식들을 뱃가죽에서 긁어내야 할 시기가 오는 거야. (사이.) 네가 나랑 다른 건 그거야, 한낱 작은 족제비야...... 주관적이기 짝이없는 죄의 유무가 아니야. 넌 네 부역으로 말미암아 배가 불러터졌지. 아주 먹음직스럽게도. 반면 난 비쩍 곯았거든.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9:35

고문

@yahweh_1971 (목구멍에서 끄륵대는 소리를 내며 당신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눈물과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다. 고통에 초점이 풀린 눈이 당신을 올려다본다. 한 번도 이런 신세로 전락하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포식자는 지금의 상황이 버겁다.) 미친 인간... (푸념하듯 중얼거린다. 껄떡이는 숨이 목구멍 너머로 넘어간다.) 내가 뭘 해야 하는데... 뭘 할 수 있는데... 자기 형제가 죽을 때까진 잘만 지내다가, 내 배가 불러 터졌든 어쨌든 용인할 수 있다가, 새삼 자기 이야기가 되니까 견디지 못해?... (손가락을 세워 바닥을 긁는다. 끅끅거리는 소리는 실성한 웃음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외에 무슨 반응을 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협상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세실에게 했듯이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어 우월감을 채워주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실로 광인의 외통수다. 고개를 휙 돌려 실핏줄 터진 눈으로 당신을 노려본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09:36

자기합리화, 책임전가, 정신질환에 대한 몰이해적 표현

@yahweh_1971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진작에 머리 풀어헤치고 정신나간 행세나 좀 해보는 건데. (속삭이더니 언성을 높인다.) 그래요, 그래. 결국, 당신들은, 우릴 다 죽이려 들겠죠! 프러드도, 나도, 모든 죄악의 부역자들을. 그런데, 그거 알아요? 우리가 이렇게, 선을 팔아치우며 살아야 했던 건, 우리 삶이 온전치 못했기 때문이야... 나라고 유진처럼, 배가 불러서 일선에서 물러나 좋은 사람 행세하며 살고 싶지 않았던 줄 알아? 여기저기 줄 대며 좋은 사람 행세까지 할 수 있으면 좋지... 근데 어딘가 한 끗 부족한 인간들, 집안과 단절됐거나 애초에 의지할 집안이 없는 인간들은 맨 앞에 나가서 당신들의 미움을 받는 고기방패가 되어야 누릴 수 있거든... 풍요를. (히죽 웃는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친애하는 헨... 날, 어떻게 할 건데요?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13:48

@jules_diluti
불합리함을 탓하진 말아. 득세하는 세계에서 태어나고 자란 네가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니까. (발끝이 정장 망토의 끝자락을 밟는다. 구두 아래 천자락이 짓이겨지고, 내려다보는 시선은 번쩍인다. 유감은 없다. 저 혀끝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부정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메브가 죽기 전까지, 그는 방관자에 머무르며 당신을 내버려두었다. 부역자들의 악행에 죄악감을 가지되 그것이 마음을 찢을 만큼 처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내 것을 건드린 것들에게 이를 드러내는 것은 모든 생물의 습성이 아닌가.) ...... ...... 가엾긴. (어조는 부드럽다. 내내 쥐었던 당신의 지팡이를 내던졌다. 굴러간 막대기는 하수구의 끝가에 아슬아슬하게 걸친다. 옷자락을 밟은 채 무릎을 굽히고, 검은 제 지팡이로 당신을 곧게 겨눴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13:48

인격 모독

@jules_diluti
걱정하지 마, 쥘. 평등하게 찾아갈 테니까. 네 값싼 목숨값도 오래 시간을 들여 받아가지. (지팡이 끝이 까닥여 당신 지팡이를 가리킨다. 숨을 탁 터뜨리며 웃었다.) 하지만 담보라면 받아야겠지...... 물어와. (사이.) ...... ...... 기어서. 네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15:16

인격 모독, 계급주의적 사고 방식

@yahweh_1971 (멀거니 지팡이를 한 번, 당신을 한 번 바라본다. 땀과 눈물로 으스러진 시야 속 당신은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작가는 생각한다. '그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걸.' 오래 전 읽은 소설의 파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통제관은 이상적인 사회를 논하며 적정 인구의 9분의 8은 물 밑에, 9분의 1은 물 밖에 나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의 절대 다수는 수면 밑에 잠겨 있어도 행복하다고. 알파에게 엡실론의 일을 시킨다면 알파는 미쳐버릴 것이고, 엡실론에게 알파의 일을 시킨다면 엡실론은 붕괴할 것이다*. 한 마디로 그의 고급 옷감이 당신의 낡은 신발 아래 밟히기 위해 생산되지 않았듯이, 그는 타인의 발치 아래를 기고자 태어나지 않았다.)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15:18

인격 모독, 계급주의적 사고 방식

@yahweh_1971 (불현듯 헛구역질이 치민다. 얼굴 위로 일그러진 웃음이 힘없이 번진다.) 하, 하하, 하... (눈을 감았다 뜨더니 숨을 고른다. 생각해 보면 세실이 그를 살려줬던 것도 이렇게 모멸을 줬던 일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당신네들은 늘 이렇게 저열하게 굴었다! ... 그 결과가 어땠지? 법정에 출두해 세실의 아즈카반 종신형에 기여할 증언을 하며 만족감을 맛보지 않았던가? ... 고개를 들고 내뱉는다.) 당신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인간이네요. 새 시대를 여는 건 당신 같은 인간들이 아니야. 그저 당신의 심장을 뜯어내고 싶을 뿐이면서, 허울 뿐인 변혁에 매달리며 세상을 짓밟는 모습이란! ... 당신은 증오할 대상이 생긴 것에 기뻐해야 해요. 만약 메브 홉킨스의 살인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삶을 버티지 못한 건 당신 쪽이었을 걸.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19:01

@jules_diluti
(그러나 당신은 이미 바닥을 기었다. 권력에 굴종해 조아렸으며,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타인의 사상에 부역했다. 비천하고 낮은- 악인의 메아리가 되는 일을 스스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것으로 '평화'와 '명예'를 취했다. *어울리지 않음*이란 감상은 그저 눈앞의 존재가 헨 홉킨스- 당신이 강자로 여기지 않는 인물이기에 만들어지는 것이겠지. 그는 생각하여 웃음을 도무지 사그라뜨릴 수 없다. 모르가나 가민이 무릎을 꿇으라 일렀다면, 당신은 무릎이 부서져라 꿇어앉아 바닥을 기었을 것이다.) ...... ......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19:02

강제적 신체 접촉, 타 캐릭터에게 행해졌던 폭력 언급

@jules_diluti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표정엔 처음으로 금이 간다. 파르란 눈이 당신을 내려다보고, 손아귀가 머리칼을 우악스레 움켜쥔다. 당신의 지팡이는 여전히 위태로이 걸쳐있다. 손이 닿지 않을 거리다.) ...... 친애하는 쥘...... 너희가 에스마일의 혀를 도려냈지. (한쪽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거슬거리는 자갈이 무릎을 파고들고, 아랑곳않고 지팡이를 들이민다. 입술을 따라 쑤시듯 그었다. 새파란 눈이 반뜩인다.) 내가 아직 그 애를 친애한단 걸 알 거야. 알아들었으면 굴종해. (웃음은 다시 새겨진다. 직전과 같은 형태는 아니다.) 왜 이래. 넌 폭력 아래 착한 아이잖아, 무슈......

jules_diluti

2024년 09월 02일 23:13

고문의 가능성에 공포를 느끼는 묘사

@yahweh_1971 (두피가 당겨지자 반사적으로 눈에 눈물이 고인다. 숨이 가빠진다. 당신의 검푸른 안광을 마주보며 그는 수치심 이전에 공포를 느낀다. 지팡이가 입술을 긁고 지나가는 감촉에 소스라치듯 턱을 떤다. 환청이 들리는 것만 같다... 섹튬셈프라, 그 한 마디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것이다... 그때 에스마일이 당했던 것처럼!) 할게요! (목소리는 비명처럼 높아진다.) 할게요, 할 테니까. (화상으로 흉진 손이 바닥을 필사적으로 긁어낸다. 세 치 혀로 뭇 사람을 죽인 이가 이제는 본인의 목숨을 구하고자 애원한다.) 이, 이것 좀 놓아 주세요... 머리만 놓아주시면 할게요. (그리고 눈치를 보듯 당신을 흘끔거린다. 나도 그걸 바란 적 없다, 에스마일이 당할 줄 몰랐다. 그건 그저 종이 한 장 분량의 제안서였다... 그런 류의 읍소를 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3일 00:50

@jules_diluti
(손에서 천천히 힘을 풀었다. 도망가지 않을 것을 짐작한다. 설령 어리석게 꽁무니를 빼더라도 상관없다. 그리하면 저주가 따라붙을 것이다. 지팡이를 고쳐쥐며 몸을 일으켰다. 늘어진 몸뚱이를 지켜본다. ...... 지긋지긋하게도 나약해빠진 인간. 굴종에 필요한 것이 아주 쉬우며 간편하다는 것을 그는 다년간 깨달았다. 그러므로 이것은 아주 무가치한 행위겠지만.)
(고요히 내려다보았다.)

jules_diluti

2024년 09월 03일 19:48

인격 모독

@yahweh_1971 (주인에게 걷어차인 개처럼 벌벌 떨리는 사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수그린다. 팔꿈치에 지탱해 겨우 몸을 일으키고, 천천히, 느릿느릿 기어가기 시작한다. 더러운 길거리와 대조적으로 매끈한 빛을 자랑하는 지팡이는 하수구의 끝가에 걸쳐있다. 고개를 틀어 잇새로 물자 역한 냄새가 코를 스친다. 헛구역질을 간신히 참아낸다... ...) 욱, 으...

(어지러워서였을까. 다시금 당신에게로 기어올 때에 그는 모멸감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다. 정신이 육체에서 분리된 것처럼 멍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생뚱맞은 기억이다. 당신이 가민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당했던 날. 위글이 당신을 찾아냈고, 우린 어두운 복도에 나란히 앉아 하늘이 비치지 않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때에 우린 서로를 친애했는데. 아주 먼 길을 와버렸다. 헐떡이며 당신의 발치에 고개를 처박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당신은... (당신의 인간성은,)

jules_diluti

2024년 09월 03일 19:48

@yahweh_1971 이미 죽었구나... (그러나 본인 또한 죽은지 오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3일 22:56

@jules_diluti
(우습게도, 그는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다.)
(가민으로부터 뇌를 빼앗겼다 되찾고, 주변을 둘러싼 존재들로부터- 그들이 인식하는 그 자신으로부터 도망쳤던 날, 조그만 족제비가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희고 어리고 보송거리던 생물이 안기고, 희고 어리고 보송거리던 당신이 뒤를 따라 달려왔다. 그러곤 유약하되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했어요.' ...... ...... '쉬어요.')
(그가 보호하려던 소년은 발아래를 기고 있다. 고개가 처박힐 적 몸을 숙였다. 무릎을 대고 앉아 머리칼에 손을 올린다. 창백하게 메마른 손이 금색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감싸쥐어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손길은 부드럽되 시선은 일말의 온정 없이 싸늘하다. 그것이 선연한 청색을 띠고 내리박혔다.) ...... 죽었다고. 그래...... (곱씹듯 되뇐다. 의외롭게도 표정은 이내 변하고, 눈을 휘며 씩 웃었다. 그것은 일전의 표정을 닮았다.) 애도해줘서 고마워, 내 친구야.

jules_diluti

2024년 09월 04일 02:22

약한 신성모독

@yahweh_1971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풀린 눈으로 당신을 곁눈질한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에선 어떤 악의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는 잠시 당신에게 친애받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공포로 마비된 대뇌 피질을 뒤흔들며 지나가는 착란의 물결. 입을 열고 쉰 목소리로 떠듬거린다.) ... 나는 ... 당신을 나의 살과 피만큼 소중히 여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서 그 구금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눈을 감았다 뜬다. 목울대가 위아래로 소리없이 움직인다.) 그때 가문을 들먹이며 당신을 놓아주자고 주장한 건... 그냥...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 친구니까... 그래서였는데. 어쩌면 그때도... 당신은 세상과 불화하겠구나, 그래서 내가 만든 세상이 당신을 죽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눈을 감고 웃는다.) ...다시 살아나시는 건 예정에 없나요? 당신, 야훼잖아...

yahweh_1971

2024년 09월 04일 03:22

@jules_diluti
(손길은 잠시 멈춘다. 머리칼을 지그시 누르며 표정을 읽었다. 그러나 실은 해석과 분석을 시도할 이유도 없었다. 그는 당신의 말이 순전히 진실이리라 짐작한다.) ...... ......
쥘. (나지막한 음성이 호명한다. 죄책감을 가지지도, 죽은 것을 살려내지도 못했으매 당신이 메브를 좋아한다는 말조차도- 나름의 진심이었으리라는 걸 안다. 그저 앎에서 멈추어버렸을 뿐이다. 당신의 구름처럼 가벼운 친애는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그가 겪은 증오와 혐오의 무게를 덜어내지도 못한다. 지팡이는 여전히 목덜미를 누른다.) ....... 어렸을 땐 말이지...... 네가 진심으로 좋았어. 넌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을 제하면- 내가 사랑하는 걸 죄다 가졌거든. 널 내 피와 살처럼 소중히 여길 수 있었어. (잠시 멈췄던 목소리는 단조로이 이어진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4일 03:23

@jules_diluti
어쩌면, 내가 조금만 더 멍청했다면 지금까지도 그랬을지도 모르지. (사이.) 유감이야. 난 신이 아니고, 이미 죽어버린 무엇도 영영 돌아오지 않아.

jules_diluti

2024년 09월 04일 15:29

실존하지 않는 약자에 대한 차별

@yahweh_1971 어릴 적엔... 당신과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 이야기만 한나절을 할 수 있었어요. 당신은 내 이야기를 들어줬고... 내가 쓰는 글을 비웃지 않았고. 세상 물정을 몰라 어리숙한 나와 달리 사려깊었어요. 그리고 가끔은... 운이 좋을 땐... 생각 속으로 침몰하는 것처럼 보이는 당신을 제때 건져낼 수 있었는데, (목덜미를 내리누르는 지팡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눈을 감는다. 머리카락은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고, 숨은 느리다.) ...그때는... 늦었던 거죠? 나나 다른 모두가... 하하, 하... 역시 그 애가 잡히지 못하게 손이라도 썼어야 했나... (그러나 그는 당신이 후원하던 아이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한낱 스큅을 신경쓸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쥘 린드버그에게 있어서, 그날 구금실에서 고문당한 '사람'은 에버렛 윌리엄스가 아닌 헨 홉킨스 뿐이었고.)

jules_diluti

2024년 09월 04일 15:30

@yahweh_1971 그것 참... 유감이네요. 당신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했거든요... 언젠가, 마침내 죽게 된다면, 내 친구 헨에게 보고 싶다고 인사나 전해 주세요.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픽 떠오른다.) 당신이 보기엔 어때요? 난 아직 살아있는 사람 같아요?

yahweh_1971

2024년 09월 04일 18:00

@jules_diluti
(그러나 그가 비웃지 않았던 글들로 말미암아 어린아이는 깃펜을 쥐었다. 오로지 안락함을 위하여 언어로 사람들을 해쳤다. 그것은 레아와, 프러드와, 핀갈이나 줄리아- 또는 루드비크와 달리 '무결함'에서 온 순전한 혐오와 티끌 없는 악의였다. 굴곡지지 않은 삶, 금실로 짜여진 온전하고 이기적인 소년.) ...... (빛 없는 눈으로 보았다.)
(열한살에서 졸업 학년에 이르기까지, 그는 태어나 그리 연약하고 반짝이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리하여 어리석게도 당신을 사랑했으며, 당신이 오롯한 시대의 수혜자이자 기름진 포식자로 자란 지금에 이르러 경멸한다.) 네가 날 건졌던 순간들...... (사이. 그는 당신이 1학년의 어느 날, 자신으로부터 무얼 얻어갔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그것은 그저 반짝였던 어느 날이다.) ...... 부정하진 않을게. 그 작은 애에게 감사해.

yahweh_1971

2024년 09월 04일 18:00

@jules_diluti
(그러나 이어 웃자 이가 살짝 드러난다. '사려깊고 친애에 눈멀었던' 꼬마 홉킨스는 죽었다. 기나긴 오만과 판단의 오류로 추락했다. 그것은 사고사가 아니다.) 쥘, 내 눈에도 넌 사체로 보여. 널 인간이자 가치 있는 생물로 만들어줄 모든 것을 잃었잖아...... 그걸 애도해. 인사는 전해줄 필요 없어. 어쩌면 지옥에서 만났을 테니.

jules_diluti

2024년 09월 05일 18:31

@yahweh_1971 (살아있지 않다는 판결은 황금옷을 입은 소년의 머리 위로 사형 선고처럼 떨어진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픽 웃으며 눈을 감는다. 안면 근육이 움찔거린다.) 그런가... ... 당신 눈엔 그렇게 보이는군요. 나는 동의하지 않아요. 아직 여기 살아있어... ... 그 증거로 고통을 느끼죠.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다. 누군가에겐 1시클 어치도 안 될 슬픔이려나. 여전히 시대의 햇살만을 먹고 자라 온전히 다정한 이로 보이는 것은 마땅히 다행스러운 일이나... 매일 밤을 형태 없는 공포에 몸서리치고, 언젠간 해일처럼 밀려와 그를 집어삼킬 과거를 외면하려 애쓰는 이로선 말이지.) 고통만큼 삶을 증거하는 게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지옥에 가긴 이르지... ... 당신도 나도. 루드비크나 레아, 줄리아나 프러드, 핀갈도... ...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거예요. (잇새로 가느다란 숨을 들이마시더니 나직하게 말한다.) 그러니 오늘은 살려주세요, 헨.

yahweh_1971

2024년 09월 05일 23:13

@jules_diluti
(그러나 당신의 악몽은 당신이 만든 것이다. 굴곡지지 않은 삶을 걸으며 당신의 손으로 가족을 외면하고- 눈앞의 유혹에 눈멀어 적을 만들었다. 그는 헤아릴 마음이 없되 다만 인지한다. 통증을 느끼는 얼굴을 내려다보고, 감정을 내보이는 입술을 지켜봤다. 당신은 살아있다. 살아있되 그의 소년이 죽어버렸을 뿐이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테지. 목구멍이 꺼끌했다.)
말했잖아. 화풀이를 하려 온 거야. (목소리는 조용하다. 우리는- 당신들은 연옥에 있다. 살아있는 몸뚱이들에게 지옥은 사치다.) 오래 두려워해. 내가 아니라도 타인들이 널 찾을 테니. (한 걸음을 물러섰다. 사라지기 직전 누운 몸을 일별한다. 그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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