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너 뭐 하냐. (기가 막히기 이전에 그냥 황당한 듯이 그걸 내려다보고... 인근의 통로들을 돌아보고 있었던 듯하다.)
@Julia_Reinecke ... ... 수치심을 공격하다니. (잘 개진 망토를 손가락으로 집어올린다. 명백한 힐난의 제스처다.) 생각보다 강해졌군, 줄리아 라이네케.
@Julia_Reinecke 뭔 소리야. (인상을 찡그리며, 투명 망토를 손에 쥔 채 팔짱을 끼자 팔 부분부터 하체 일부가 투명해진다.) 그래서, 여기 온 목적이 회상이라는 걸 깨달았어?
@Julia_Reinecke 자신의 실패를 직면하지 못하는 것도 미성숙의 징표이기는 하지. (한숨을 내쉬며 근처의 기둥에 기대어선다. 투명한 부분이 다리 근처로 늘어진다.) 그래서, 은신이 필요없다는 걸 보면 네 목적은 존재를 과시하며 전장을 활보하는 것인가? (비아냥이다.)
@Julia_Reinecke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진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용서해주지 않을래? (두 손을 들어보인다. 투명망토가 걸쳐진 팔뚝이 투명해져서 한쪽 팔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알았겠지만 내가 아직 미성숙해.
@Julia_Reinecke 아니, 진짜로 왜 그래? (결국 인내심을 잃었다.) 나를 긁는 게 여기 온 목적이야? 아니면 뭐냐, 너도 나를 말리기 위해 모든 죄과를 사면해주고 싶어? 제발 좀 작작들 해, 내 인생에 답답함과 황망함과 대책없음은 이미 넘치게 충분하다고.
@Julia_Reinecke ... ... (착잡한 얼굴로 당신을 가만 내려다보다, 이윽고 체념한 듯한 한숨. 발걸음을 떼어 기둥 반대편으로 돌아간다. 기대어 앉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등뒤에서 들려오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 이야기해봐, 그러면. ... 대꾸해줄 자신은 없지만. 마음에 내려놓지 못한 게 있다면, 적어도 들어는 줄게.
@Finnghal (기둥 뒤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여전히 젖은 목소리로, 그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너에게 많이 의지했어. 오래 전, 네가 그 약속을 한 뒤로부터 줄곧. 언제나. 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네가 그 뒤에 '무엇'이 되었든 간에...... 너는 그것이 이젠 죽어버린 핀갈 모레이의 유지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너는 결국 나를 지켜주었어. 아주, 아주 오래. 정말 오래도록. ...... (그러고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만일 뒤를 돌아본다면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 그러니 고마워. 핀갈, 인면어...... 루고사 로즈. 너를 뭐라 부르건 간에. 나는 네가 내게 준 것들을 잊지 못할 거야.
@Julia_Reinecke 아무것도 안 줬잖아... ... ... (반대쪽 기둥 뒤에서는 말보다 신음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러지 좀 말아봐. 네가 뭔가 그 기억으로 힘낼 수 있었다면 다행이지만, 나로선... ... ...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은 채 깊게 한숨을 내쉰다.) ... ... 아무것도 막지도 바꾸지도 못한 게 맞아. (줄리아 라이네케가, 혹은 줄리아 캠벨이 해를 입는 것도,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도... ... ) 네 마음에서 힘을 찾아낸 것을 나에게 귀인할 이유는 없어.
@Finnghal ...... 익스펙토 패트로눔. (주문을 왼 것은 아니다. 패트로누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억해? (그러고는 잠시 입을 다문다.) 그렇게 누군가의 삶에 격변을 일으켜야만, 그래야만 보호일까. 때로는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머릿속에 스치는 건 프러드 허니컷의 모습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무슨 짓을 해도, 묵묵히 곁에 있어주었던 사람. 그를 이해하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로......) 우기는 거라 해도 좋아. 하지만 내 마음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을 거야. 네가 그날, 내게 패트로누스를 보여주었잖아. 나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어.
@Julia_Reinecke (기둥 뒤편에서 낮게, 길게 앓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 ... 네가 그걸로 만족한다면... ... (그리고 한참이나 적막이 흐르다가, 아주 조그맣게 말소리가 이어진다.) ... 그렇지만 그 당시에 내가 말한 게 고작 패트로누스를 보여주겠다는 얘긴 아니었을 거야... ... 아마도. 고작 그런 것뿐이리라곤... ... (그리고 네가 기대하고 믿었던 것도.)
@Finnghal (반대쪽 기둥에서도 오랜 침묵이 흐른다. 이어지는 것은 옷이 기둥에 스치는 소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향해 다가갔다.) 그래. 아마 아니었겠지. (당신은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그것으로부터 지켜내겠다고 말했으며. 그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거기서부터 실패는 예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국 네게 남은 건 고마움뿐인걸. 모르겠네. 이런 걸 바보같다고 하는 걸까? 예전이었으면 절대 이렇게 말 안했을텐데.
@Julia_Reinecke (어린 소녀가 웅크리고 숨어 있던 기둥 반대편에 같은 자세로 장성한 소년이 주저앉았다. 한쪽 무릎을 세워 그 위에 팔을 얹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당신이 다가가면 그는 시선을 떨어뜨리고 얹은 팔에 비스듬히 뺨을 기댄다.) ... 그러지 좀 마, 괴로우니까. 인간은 이런 걸 받으면 기뻐하나? (자신이 하지 않은 용서를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은 수긍할 수 없는 비난보다 괴롭다. 그로서는 상상도 해보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것이 그의 종족적 이상이 아니라면 용서라는 개념은 사실 고도의 형벌로써 고안된 것은 아닐까.) 너희들의 감정과 욕망을 제자리에 좀 두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