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1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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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k

2024년 09월 01일 20:13

(9월 1일은 어떤 날이냐고?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에게 9월 1일은 시끌시끌한 9와 4분의 3 승강장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이 날은 어머니의 생일이다. 그게 다였다. 그는 순간이동으로 프랑스 니스의 마법사 사회에 다녀왔고, 요란하게 비쥬를 해대는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공허한 웃음을 지었고, 나이 든 어머니의 뺨에 입 맞추며 생일 축하 인사를 전했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어머니께 드릴 선물도 샀다. 60세 이상의 마법사에게 특화된 빗자루다. 마리아 칼리노프스카는 몇 년 전부터 프랑스 아마추어 퀴디치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목가적인 나날…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평화…)

오늘도 평화롭네. (그는 다시 영국으로, 마법부 건물 근처로 돌아왔다 ─ 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다. 사실 아무것도 평화롭지 않지만 톱니바퀴의 일상은 계속된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1일 20:26

@Ludwik
(어느샌가부터 따라붙는 발소리가 있다. 무언으로 작은 섬광이 스치지만, 그리 해로운 주문은 아니다. 지팡이가 아닌 권총을 겨냥해 무장 해제를 욌다.)

Ludwik

2024년 09월 01일 21:28

@yahweh_1971 (암살 시도인가? 혹은 돌연 날아온 애먼 주문? 한두 번 겪은 일은 아니다. 침착하게 계속 걸으려 했지만, 정확히 권총을 향한 무장 해제 시도에 뒤돌아 지팡이를 빼든다.) 프로테고. 누굽니까. (헨 홉킨스는 이번에도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yahweh_1971

2024년 09월 01일 21:50

@Ludwik
(주문이 막히면 지팡이를 고쳐쥐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비로소 드러낸 맨얼굴이 살짝 웃는다. 입매가 틀려올라가며 이가 살짝 드러났다.) 안녕. 친애하는 루디오. (어조는 부드럽다. 주문 없이 지팡이를 까닥였다.) 네 선물을 뽑아내느라 좀 힘들었는데, 내가 감사 인사를 했던가?

Ludwik

2024년 09월 01일 22:34

@yahweh_1971 아하. 안녕하십니까, 홉킨스 씨. 역시 당신이 죽었을 리 없지요. 살인미수범이자 학살자, 또한 반정부 테러리스트이기까지 한 범죄자가 이토록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다니… 참 말세로군요. 하기야 세기말… (웃던 입가가 조금 경련한다.) …이라고들 하덥니다. 하하… … (지팡이로 겨누었다.) 감사 인사는 날 ‘루디오’라고 부르지 않는 것으로 받겠습니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1일 22:55

@Ludwik
아, 자랑스러운 수식들이지. 썩어빠진 정부의 개, 부패로 건설한 부와 명예...... 기름이 번질거리는 위장보단. (지팡이를 본다. 그러나 경각심은 없다. 전투에 대한 두려움은 오래전 말소되었으며, 당신은 친애하는 나의 제자라.) 루디오, 작은 대령아. 세기말은 구시대의 언어야. (입매가 마주 틀려올라간다.) 네 선생은- 그보단 '신세계의 건설'을 권장하는데. 구시대에 얽매여 벌벌 떠는 네겐 어려운 수업이던가?

Ludwik

2024년 09월 01일 23:13

@yahweh_1971 시체의 산 위에 세울 ‘신세계’ 말입니까? 대체 몇 명이나 더 죽일 심산인지 궁금하네요. 몇 명을 더 죽이더라도 당신 같은 작자가 신세계 같은 걸 만들 수 있을 리 만무할 텐데요. 자랑스러운 수식을 하나 더 붙이겠습니다: ‘악령’… 대의라는 변명에 얽매여 범죄를 정당화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이지요, ‘스승님’? (마지막 말은 비꼬는 어조에 가까웠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1일 23:54

@Ludwik
오랜 친구야, 악령이 무엇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나? (웃음이 더욱 휜다. 당신의 서술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악령을 만드는 것은 원념이지. 원념을 만드는 건 세상의 폭력이고, 네가 짓밟고 선 그것이...... 세상을 짓이겨 내게 쏟아부어. (사이. 시선은 기민하게 미끄러진다. 입가의 자잘한 움직임, 눈의 행방을 좇았다.) 이어서, 첫 물음에 답하자면...... 아직은 모르겠군. 토양이 마련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 않아?

Ludwik

2024년 09월 02일 00:37

@yahweh_1971 악령을 이루는 것과 악령이 생겨난 원인 따윈 추호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그리고 아무도 이해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니 알고 싶어하는 마음도 없죠. 당신의 이유가 무엇이건 당신이 평범한 살인자라는 사실은 변함없으니까. (반복한다.) ‘살인자’. 이번엔 죽이려다 실패한 옛 제자를 토양의 일부로 삼을 심산입니까?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01:17

@Ludwik
그건 실망이야, 루디오. 지난번 니체의 말을 지껄이기에 난 네가 생각하련 시도를 포기하지만도 않았으리라 짐작했는데, 이렇게나...... (눈은 천천히 굴러떨어진다.) 초라해빠진 모습이라니. 그래, 이런 이야기도 내가 처음은 아니었겠지만. (애상은 느지막히 고인다. 언젠가부터 발뒤꿈치에 매달린 청년을 떠올린다. 당신도 한때는 영웅을 꿈꿨지.) ...... 이야기를 들었어, 아직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며. 그 카메라로 담은 사체들과- 경애하는 크쥐시토프는 네게 실망하지도 않던가?

Ludwik

2024년 09월 02일 01:26

@yahweh_1971 (흐트러짐 없이 지팡이를 쥔 채, 천천히 헨에게로 다가간다. 왜?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전부 모른 척하고 싶다.’) 초라해진 건, (메마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내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이 살인자. 절 모욕하려 들기 전에 머리카락이나 정리하시죠, 폐인처럼 그게 뭡니까?… (폐인이었던 것은 스무 해 전의 루드비크다.) 반정부 테러리스트 살인자의 입에서 제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정말인지 들어 주기 싫네요. 저야말로 묻겠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사체들과, 경애하는 메브 형은 당신에게 실망 안 하던가요?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02:06

@Ludwik
그렇다면- 묻겠어, 미와 명예가 무엇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이것도 네 외면의 갈래에 속하나? (다가오는 걸음을 지켜본다. 느리게 한 발짝을 물러섰다. 그러나 여전히 시선은 세밀하다. 지팡이는 당신을 겨눈다. 이어지는 말엔 찬찬히 곱씹는다. 웃음이 번졌다.) 아...... 그리고, 메브라면...... 내게 오래도록 실망했어. 그건 내가 잘 알지. 사체들은 날 원망할 거야. 개중 사랑했던 애들이라면, 나더러 실망했다고는...... 글쎄. 누군가 했었던가...... (다시 한 발짝. 거리는 유지된다.) 우습지도 않은 걸 휘두르진 마. 참신한 걸 찾아야지. 내 불행은 내가 가장 잘 알아, 루디오. 네 불행에 대해서는 아니라는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야...... (이어 물러서려는 양 세 번째로 발을 뗐을 때, 주문은 전조 없이 전사된다. 입에 담는 것은 영혼을 갈가리 조각내는 마법이다. 그러나 한낱 영혼은 이제 그의 소관이 아니라.) 크루시오.

Ludwik

2024년 09월 02일 22:49

정상성 이데올로기

@yahweh_1971 (그는 비웃는 어조를 유지하려 애쓴다. 잘 되지 않았다.) …미와 명예는 타인의 인정에서 옵니다. 당신은 순전히 폐인이고 디멘터의 입맞춤이 예정된 수배자죠, 하지만 전 충실한 관료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우리 둘 중 누가 남들 보기 초라하지 않게, 명예롭게,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지는 명백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더러 불행하다고요? 하! 웃기지 마십시오!… 나는… … (감정에 매몰되어 외쳤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헨에게 계속 다가갔다. 그래서, 피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런 일을 예상했거나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고통받으면 언젠가 용서받을 수도 있으리라는 미신에 대해 아는가?)

─,

Ludwik

2024년 09월 02일 22:50

고문 저주

@yahweh_1971 (그 뒤로 거리에 울려 퍼진 것은 비명이다. 허물어진 몸과 놓친 지팡이고, 생리적인 눈물로 흐려진 시야와 형언할 수 없는 격통이며, 무릎 꿇고 바닥을 기며 울부짖는 지금에마저 기댈 곳이 필요해 헨의 옷자락인지 뭔지 모를 것을 붙잡고 만 나약함과, 그리고… 우습게도… 만족감이었다. 제 영혼이 조각난 지는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아직 더 고통받을 수 있겠다. 아니, 고통받고 싶지 않다… 아픈 건 싫으니까… 제발… 하지만 용서는? 내 죄는?… 내가 죽인 사람들과 아즈카반에 넣거나 추방한 이들은? 아니, 그건 전부 상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니까 상관없지 않나? 아니, 전부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되갚아 주고 싶었을 뿐이다. 머글들이 먼저 잘못했으니 내게는 잘못이 없다… 아니… 용서받고 싶다… 도저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고통에 짓눌렸다.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할 양가감정들.)

Ludwik

2024년 09월 02일 22:52

고문 저주, 타인의 심정을 단정짓는 묘사

@yahweh_1971 (그는 울고 소리 지르기를 반복하다가, 간신히 고개를 든다. 헨을 올려다보는 얼굴은…) 더… (눈물에 젖고 일그러져 있었으나 웃고 있었다.) 더… 더 해 보세요… …

(당장 도망치고 싶었고 그만하라며 애원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문하게 된다: ‘10년 전, 내가 구하지 못했던 너도 같은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구하고 싶었지만 구할 수 없었고… 이 세상은 먼저 날 배신하고 과거로부터 내쫓았으며… 모든 게 붕괴했으니, 영웅 흉내도 아름답던 유년도, 전부 다 부정당했으니… 더 이상 아무것도 상관없다고… 외치고 싶었다! 정말 그랬다!… 하지만 이런 너절한 이야기 따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해하고 싶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 그런 욕망은 단념한 지 오래다. 따라서 입 밖으로 나온 것은.) 더 해보라고… … 아직… 부족하잖아, ‘인민의 복수’를 하기에는… … 더 하세요, 더 해 주세요… …

Ludwik

2024년 09월 02일 22:52

정상성 이데올로기

@yahweh_1971 그래 봤자, (킬킬대며 웃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랬다 ─ 이해받을 가치 없는 악인처럼!) 내 쪽이 정상적인 인간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걸요… …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23:50

고문, 강제적 신체 접촉, 에이블리즘적 욕설

@Ludwik
(너절하게 바닥을 기는 이를 내려다보았다. 옷자락을 움켜쥐는 손을 떨어내곤 허리춤의 권총집을 뜯어낸다. 권총을 만져보는 것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치안이 엉망인 거리에서, 권총을 안주머니나- 서랍장 첫째 칸 소지하는 이들은 아주 드물지도 않았다. 탄창을 분리하곤 총알을 떨어냈다. 총알들은 금속음과 함께 툭툭 떨어진다.)
...... ...... (이어 구둣발이 지팡이를 밟는다. 저주의 효과가 가실 때까지 웅크린 등을 응망했다. 당신은 돌이킬 수 없을 격변을 맞이했다. 그러므로 당신으로부터 어린 날의 루디오를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허무하리만치 쉽게 그것을 연상할 수 있다. 몸을 굽혀 부드럽게 등 위로 손을 얹었다. 위로와도 언뜻 닮았던 손아귀는 가슬거리는 머리칼을 그러쥔다. 여전히 지팡이를 겨누고 있다.) 친애하는 내 대령. ...... (사이.) 짐작보다도 멍청하네...... (웃기 시작했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23:51

@Ludwik
(정상성이란 그가 오롯이 경멸했던 것이다. 그는 '정상성'을 숭배하는 대중에 의해 소외된 자들을 한결같이 사랑했으며, 태어나서부터 그를 돌보아주었던 메브도 그 희생양이었고, 에스마일의 괴리감과 도리언의 우울, 핀갈의 긴 절망을 지켜보며 그것은 공고해졌다. 얼마나 우스운가. 인간이란 모두가 같은 형태로 세상에 났을진데 오롯이 다수자라는 것을, 득세하는 성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삶을 배격하는 것이. 오로지 어느 성질- 정상성이라 부르는 그것만으로 타인을 짓밟고, 그 피를 빨아먹어 쾌락과 안락과 명예를 취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이것을 용납하는 세상은 얼마나 부조리하고 증오스러운 것인가. 이에 부역하여 부조리를 부르짖는 당신은 얼마나 가증스러운 존재인가.)

yahweh_1971

2024년 09월 02일 23:51

에이블리즘적 욕설

@Ludwik
(그러나 그는 또한 인지한다. 당신은 '인민의 복수'를 바라는구나! 인민- 당신이 배반한 자들의 복수를. 그것이 죄를 사해주리라 믿는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자다. 웃음은 신음처럼 흐른다.) 백 번을 내던지고 홀로 위안해. 그런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정상성'에서 벗어난 이혼 이력들과 아비를 부정하는 아들을 둔 허울뿐인 관료 루디오야. 네 아들이 날 찾아오더군. 그 애는 새 시대를 열 거야. 그건 네가 외면해온 시대야. 네가 취한 정상성은 모조리 길거리를 구르는 쓰레기가 될 거야- 대령- '정상성'이 어째서 무의미한지 아나? 그건 그 관념이 아주 주관적이고, 시대에 따라 변하며, 그것에 집착하더라도 겨우 십 년도 안 되는 시간에 퇴물이 되기 때문이야. 넌 대단한 악인도 명예로운 정상 시민도 아니야. 그저 새 시대가 휩쓸어갈 낡아빠진 전단 조각이지......

Ludwik

2024년 09월 03일 17:51

@yahweh_1971 (등에 닿은 손길에 불현듯 숨이 막혔다. 이 꼴이 되고도 쉬이 위로받아버렸기 때문이다. 머리채가 잡히고 지팡이 끝이 제 쪽을 향하자 쓴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어린 날의 헨을 떠올릴 수 있었다. 떠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과거만이 전부다. 암살 미수를 겪고도 그는 헨 홉킨스를 피사체로 담은 흑백 사진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의미 없는 얘기다. 당신이 이해할 필요 없는 것들이다. 언젠가 당신은 말했었다: “뭐 하러 개인을 이해하려고 해? 어차피 이건 다 무의미한데…”)

(‘그래서 나는 이해를 포기하자고 결심하다. “이건 다 무의미”하다는 말을 믿었다. 웃기지? 세상을 명료하게 보았던 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과거의 네 말을 믿는다는 게. 너처럼 올곧지 못하고 남의 말과 시선과 기준에 휘둘리는 난 그저 경멸스러운 존재겠지. 나도 알아, 아는데…’

Ludwik

2024년 09월 03일 17:53

@yahweh_1971 온 힘을 다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격통의 흔적이 남아 있었기에 그것은 고성이 되지 못한 흐느낌에 가까웠다.) 입 다물어!… 그 입 닥치라고, 살인자 주제에… 내 아들… 미르도 나처럼 깨달을 겁니다… 새 시대라는 이상이야말로 허상이란 것을 그 애도… (눈물이 흐른다. 크루아시투스 저주의 고통보다, 자신에게 지팡이를 겨눈 옛 친우이자 스승의 존재보다 “새 시대”라는 낱말에 더 상처입었다.) …그 애도 알게 될 거라고요… 모든 걸 포기하고 나처럼 정상적인 삶을 택하게 되겠죠, 왜냐면 어차피 이건 다… …

(쓰레기, 낡아빠진 전단 조각. ‘그게 내 전부였다. 남의 말과 시선과 기준, 그것들을 좇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스스로를 부정해서라도 시대에 속하고 싶었다. 나는 애쓰고 또 애썼어. 뭐라도 되고 싶어서. 그런데 이제 세상은 나를 퇴물Secondhand이라고 부르네…’)

(새 시대 앞에서 구시대는 모조리 무의미해진다. 스물한 살의 헨 홉킨스는 옳았다.)

Ludwik

2024년 09월 03일 17:53

@yahweh_1971 보가트 수업 이후 남몰래 화장실에서 구토했던 그날처럼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웃음이 사라진 낯에는 새 시대의 선고 앞에 굳어버린 이의 모습이 있었다.) 아니… 아니… 됐습니다… 당신 말은 아무것도 듣기 싫어요, 전부 헛소리야, 전부… … 차라리 저주를 쓰세요… 그런 게 당신 같은 놈한텐 어울리니까… …

yahweh_1971

2024년 09월 03일 20:44

상대에 대한 단정, 비난

@Ludwik
(웃음은 천천히 사그라진다. 쪼그라든 옛 친구는 고함마저도 이전처럼 내지르지 못했다. 그것이 단순한 통증의 문제가 아님을 짐작한다. 설령 폐에서 고통이 빠져나가더라도, 당신은 이제 당신이 믿는 것을 당당히 외칠 수 없다. 정의에 집착하되 차라리 당당했던 소년은 이제 오로지 껍질만 남은 사념을 쥐고 있다. 문득 화가 나고, 이후에는 탈력감이 따라붙는다. 손끝이 머리칼을 느리게 쓸었다.) ...... ...... 친애하는 루디오. 로즈워드와 오하라의 살인자 주제에, 오하라를 명분도 없이 죽이곤 나더러 살인자라 비난하는군. 이건 자기비하로 받아들여야 하나? (여전히 비소는 잔여하지만, 호명엔 미온한 애정이 서린다. 작금에서야 경멸과 증오 사이 껌벅이는 그것. 그가 바라보는 당신은 연민받을 인간이 아니므로, 이것은 그저 거스러미처럼 남은 정情에 불과하다. 존재하되 무엇도 가로막을 수 없을 만큼 아래에 깔려버린.)

yahweh_1971

2024년 09월 03일 20:47

상대에 대한 단정, 비난, 에이블리즘적 욕설

@Ludwik
미르는 좋은 애야. 사리를 아주 분별하기엔 멍청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모두가 대단한 사상가일 필요는 없지. 걔는 시대에 맞춰 움직였고- 부조리에 반응해 분노해. 스스로 직시하고 판단을 내렸지. 너처럼 타인의 정의를 주워섬기지 않아. 겉껍질이 비슷하다고 겹쳐보지 마. 넌 그저 실패자이자 부패해 벌레가 꼬여가는 구시대의 부역자야. 의탁하지도 말고. 걔의 인격은 너와 전혀 다르게 뻗어나가고 있고, 넌 그저 반면교사에 불과하니까. ...... 아. 이거, 그 애가 들으면 울었겠는데......
(지팡이는 목의 어딘가를 파고든다. 그러나 나지막하고 메마른 음성은 저주가 아닌 발화를 쏟아낸다. 복수를 바라는 이에게 어찌 위안을 안겨주겠는가.)
...... 부디 전장으로라도 나와. 네가 그곳에서 무얼 얼마나 증명할 수 있을지 보지.

Ludwik

2024년 09월 03일 23:25

짙은 자기 비하, 뒤틀린 의식

@yahweh_1971 헛소리… 난… (스무 해 가량이 지나고도 듣기 괴로운 이름들.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면 수몰당하는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게 벌써 미로스와프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 자라 스무 살이 되어 자기 길을 택할 수 있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루드비크의 안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이 시대요 세상뿐이다. …세 달 뒤에는 새 시대가 온다. 세상은 헨 홉킨스를 낳고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를 낳은 다음 어딘가로 질주한다. 헨 홉킨스는 세상의 폭력으로 말미암아 악령이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세상을 따라 달음박질하지만, 어느 쪽이건 그건… ‘내게는 불가능해… …’)

하지만… 네, (텅 빈 눈으로 마주 보았다.) 맞아요… … 자기 비하입니다… …

전 살아 있을 가치가 없습니다. (‘그 어느 인간에게도 가치가 없다. 진정으로 영웅적인 이가 아니라면.’)

Ludwik

2024년 09월 03일 23:28

짙은 자기 비하, 정상성 이데올로기

@yahweh_1971 죽어 마땅한, 비열한 부역자입니다. (‘전쟁과 무관한 이는 없으므로 모든 시민이 조금씩 부역을 한다. 살기 위해 모두가 양심을 팔고 있다. 그런데 나도 살기 위함이었던가?’)

연민받거나 이해받을 수 없을 겁니다. (‘내가 그것을 원하더라도 이젠 너무 늦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을 겁니다… … (‘나는 네 말마따나 새 시대가 휩쓸어갈 낡아빠진 전단 조각이다. 단지 그뿐이다. 미르, 그 애는 나와 무엇이 다를까? 네 말대로일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 …나는 실패했습니다. 당신처럼은 될 수 없었어요. 사람을 여럿 죽이고도 당당하게 굴 수 없었다고요… 나폴레옹이 아니라고요, 나는… … 하다 못해 정상적인 남자도 되지 못했고요!… (지팡이를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넋두리만 내뱉는다.) 제발… 이거 놔 주세요… 내가 지금 당장 전선에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습니까…

yahweh_1971

2024년 09월 04일 00:38

몰이해

@Ludwik
...... ...... 꼭 이런 인간들이 있지.
(손을 거뒀다. 제 얼굴을 느리게 쓸어내린다. 그러나 시선은 당신을 향하고, 지팡이는 여전히 울대 위 말랑한 목을 짓누른다. 혐오라면 혐오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그러나 온전히 당신을 향하지도 않는다.) ...... 빌어먹을 껍질들만 보고 날 동경하는 인간들이 꼭 있었어. 살인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것? -정해진 길을 따라 질주하는 것? 그게 부럽나? 그렇다면 너도 지팡이를 쥐어. 견디며 달리란 말이야. 중간에 포기해 안락한 침상 위로 쓰러져버리고선 원래부터 이럴 운명이었다고 질질 짜지 마. 넌 부러진 것도 아니야. 그냥 굴복하고 누워버린 거지, 네 선택만으로. (끝은 더욱 파고든다. 하다못해 물러나지 않는다면 통증을 느낄 것이다.) 네가 걷어찬 거야. 넌 가치있는 인간이 될 수 있었어. 네 삶을 증명하고 기꺼이 새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었지.

yahweh_1971

2024년 09월 04일 00:38

@Ludwik
(조금 지쳤다. 이것은 실패자들의 대화다. 말은 드디어 마무리지어진다.) 전선에 나와서 증명해. 적어도 네게, 그것이 틀렸을지언정 네가 선택한 편을 몰아붙일 자아가 남아있다는 것...... 마지막 기회가 되겠군.

Ludwik

2024년 09월 04일 19:39

자살 사고

@yahweh_1971 (무어라 말하려 했다. 제 입술을 몇 번이고 달싹였다. 그는 자신이 언제나 “증명받고” 싶어했음을 안다. 이해, 인정, 증명… 당초 존재하지 않았으면 고통받을 일도 없었을 그 알량한 관념들을 원한 탓에, 평생 스스로를 구부려 꺾으며 살아왔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를 남에게 설명하려는 시도를 기울일 필요가 더 이상 있을까?… 우리는 기나긴 길을 걸어왔다. 헨 홉킨스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과거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즉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그냥, 너무 지쳤어… 죽고 싶어… 죽으면 용서받겠지, 죽으면…’ 루드비크는 목에 느껴지는 통증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또다시 체념한다. ‘삶도 새 시대도 나와는 상관없다… …’)

당신 말이 맞습니다. (체념은 논리와 이성을 버리는 일이다. 아까까지 “당신 말은 전부 헛소리”라고 중얼거리던 사람은 어딘가로 사라진 듯했다.) 난 그냥 굴복하고 누워버린 거죠. 스스로 걷어찬 겁니다.

Ludwik

2024년 09월 04일 19:40

@yahweh_1971 패배주의에 빠져 모든 걸 부정하고, 안락한 곳에 머물기를 택하고… 당신처럼 할 수 없었어요. … …그게 다예요.

나는 아무것도, 그리고 아무도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명령대로 이행합니다. 변혁을 바라지만 행동할 수는 없었기에 내 자아를 죽였습니다. 과거만이 내 곁에 있었습니다. (눈물은 그쳤다. 그는 관료적인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상부의 허락을 받으면 전선에 나가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가라고 하니까 가는 거예요. 내게 기회 따윈 오래전에 사라져버렸으니까.

너무 늦었어요. (이것은 실패자들의 대화다.) 모든 게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요.

yahweh_1971

2024년 09월 05일 06:06

@Ludwik
...... ...... 유감이야. (지팡이를 거뒀다. 몸을 바로 세우며 옷가지를 정돈했다. 새까만 코트 가슴 부근엔 희미하게 패인 자국이 있다. 마법으로 기운 총알 자국이다. 소매에는 올이 풀린 자국이 있으며, 파편들이 스친 듯 표면도 고르지 못하다. 초라한 행색의 옛 친구가 당신을 내려다본다.)
(실패자라는 수식을 공유할지언정 그들은 무엇으로든 달랐다. 광분하며 고함을 지르던 작은 루디오는 굴복하여 침묵하는 골동품으로 자랐다. 먼지 가득한 앙피지 더미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분노를 원료로 태우며 발광發光한다. 발광하는 눈이 당신을 본다.)
넌 이미 죽었구나.
(어느 옛 친애로부터 들은 말이 이곳에도 부합한다. 기실 아주 오래전부터 길이 갈라질 것을 알았지만- 그 시절 그가 생각했던 당신의 몰락은 이런 형태만은 아니었다. 그는 당신이 살아남아 관철하거나, 충돌해 죽어버리길 바랐다. 살아있는 사체가 되어 삶을 걷길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무의미한 감상이다.)

yahweh_1971

2024년 09월 05일 06:10

@Ludwik
그때 제대로 마무리지었어야 했는데. ...... 내가 부족해 네가 삶을 오래 걸었군. (목소리는 부드럽다. 한 걸음을 물러섰다.) 하지만 넌 이제 무엇으로도 사해지지 못해, 옛 친구야. 부디 마지막까지- 네가 부스러질 때까지 걸어.

Ludwik

2024년 09월 05일 19:56

@yahweh_1971 (멍하니 헨을 올려다보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언제쯤 죽을 수 있지?’ 그 생각뿐이었다. 그 생각뿐이었을 텐데도 문득 당신이 연민스러워진다… 감정이란 건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입 밖으로 나온 건 건조한 언어일지언정.) 내가 이미 죽었다고요. …좋습니다. 우리 둘 다 이미 죽었다고 칩시다. 인간에게서 인간성을 지우면 무엇이건 간단해지니까. 간단해진다면야 좋지요.

이젠 전부 어렵게 생각할 것 없는, 무의미한 일들입니다… (그는 텅 비어버린 권총을 소매에 넣고, 짓밟혔던 지팡이를 손에 쥔다. 무기를 들고도 무력해 보였다.) 굳이 지난한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죠. “이미 죽었”으니 더 확실하게 죽음을 택하면 되는 겁니다. …그때 당신을 쏘는 게 아니었는데. 당신의 저주에 맞아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제대로 마무리지어졌”더라면 모든 게 나았을 텐데, 하하… 갑자기 가족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고 못 버린 미련이 있었거든요… 아니, 됐습니다, 그만둡시다…

Ludwik

2024년 09월 05일 19:57

@yahweh_1971 다음번에는 저를 확실하게 죽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혼잣말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는 순간이동으로 그 자리를 떠난다. 목적지는 심문실 117호 ─ 헨 홉킨스가 가 본 적 없는,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의 ‘못 버린 미련’. 루드비크는 그곳에서 오래도록 말없이 옛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 다음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떠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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