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머글 태생 등록 위원회 소속 단속반 마법사들이 줄리아를 멈춰 세운다. “어디 가는 길입니까? 잠깐 불시검문이 있겠습니다. 신원을 밝히십시오.” 그들 뒤에 표정 변화 없는 루드비크가 서 있다. 줄리아를 알아차린 기색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Julia_Reinecke (“불시검문을 위해 시간을 내 주십시오. 모든 마법사와 마녀의 의무입니다.” 완강한 태도의 단속반을 제지한 건 칼리노프스키 부위원장이다.) 급하게 살 약이 있다고 하잖습니까. 위급한 상황일지도 모르지요. …부인, (줄리아를 돌아본다. 표정은 아까와 다름없다.) 많이 바쁘십니까? 약이라… 댁의 자녀분이 아프기라도 한 건가요?
@Julia_Reinecke 저런… 아이가 얼른 나아야 할 텐데요. 불시검문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제가 동행해도 괜찮겠습니까? 혹시 모르잖아요. 시간이 많이 늦었더라도, 위원회의 명령이면 가게 문을 열어 줄 겁니다. (손짓으로 단속반을 보낸다. 그런 다음 마치 에스코트하려는 듯 줄리아와 억지로 팔짱을 끼려 시도하며 건네는 말이,) 브리짓이 아프면 아프다고 제게 전해 주셨어야지요, 캠벨 부인…
@Julia_Reinecke 제게 난폭하게 구시는군요. 저는 처음부터 캠벨 부인을 알아 보았건만,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웃음기 머금은 말투는 일견 장난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다.) 뭐, 저도 됐습니다. 어디 가는 길입니까? 이번엔 사실대로 말씀하셔야 할 겁니다.
@Julia_Reinecke (잿빛 두 눈이 재와 녹옥을 마주한다.) 이유를 듣고 판단하겠습니다.
@Julia_Reinecke 그럼 제가 맞춰 볼까요? (웃는 낯이다.) 총리 각하께서 당신을 부르셨군요, 그렇죠? 당신 팔에 새겨진 문신이 이번에도 타오르듯 아파오던가요? 지금껏 도피하기 바쁘던 당신도 이번만은 끌려나와야 했나 봅니다. 앗차, 당신이 살인을 해서라도 따르고 싶어했던 총리 각하께서 부르신 건데, 끌려나왔다느니 하는 저급한 표현을 써선 안 되겠네요. 위대한 전투로 향하시는 분께는 경의를 표해야만 하니까… 그런데… (여상히 묻는다.) 저에게 지팡이는 왜 겨누시는 겁니까? 우린 같은 편이잖아요, 부인… …
@Ludwik (그대로 당신을 응시한다. 여기서 필요한 대답은 하나뿐이다. '맞다'고 하면 된다. 그러면 당신은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는 호그와트에 갈 수 있다. 한창 치열하게 전투가 일어나는 저 전장에 갈 수 있다.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해야하지? )
나는...... (말문이 막힌다. 나는 왜 호그와트에 가려는 거지? 알고 싶어서? 무엇을? 정보는 충분히 모았다. 상황은 충분히 판단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 브리짓에게 가면 된다. 울상을 한 딸을 달래고, 이 전쟁이 끝날 때가지, 마왕이 승리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숨을 죽이고, 도망쳐서......) 나는...... (그런데) ...... (떨리는 지팡이 끝을 바라본다. 그러게. 나는 왜, 네게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걸까?)
@Julia_Reinecke (루드비크는 이 모습을 알고 있다. 과거의 자신이다. “나는…” 그 말을 어떻게 이으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헤매던 자신. 결국 “나는 범죄자가 아니야”, 그렇게 선언하고 말았었다. 하지만 역사적 시대는 그를 범죄자로 만들었고… 아니… 사실 그 자신의 선택으로 범죄자가 된 것이다. 핑계대지 말자. 따라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다. 그럼에도 당신은 또 도망치려 하는가?)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러 막아냈다. 줄리아 라이네케, 당신만은 도망치게 둘 수 없었다. 참 이기적인 마음이었지만.) 이번에도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쓰려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목소리가 낮아진다.) 기절 주문이네요? 이것 참… 제가 그렇게 싫으십니까? 전 그냥 당신을 걱정해서 물어봤을 뿐이라고요… … 살인자 주제에 숨어지내기 바쁘던 당신이 왜 이제 와 전선으로 향하며, 당신이 거기서 뭘 할지, 알고 싶어서. 그게 답니다.
@Ludwik (주문은 힘없이 튕겨나간다. 기실, 오랜 세월 그는 자신의 능력을 방치하고 퇴보시켰다. 마법은 의지의 발현. 그렇기에 꺾인 의지로 휘두르는 지팡이는 스큅이 휘두르는 것만큼이나 위협적이지 않다. 그는 지팡이를 겨눈 채로 거친 숨을 내쉰다.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 다른 누구도 아닌 네 입에서 그 말은 듣고 싶지 않아,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추가로 주문을 외진 않는다. 그저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을 뿐이다.) 너도 도망자잖아. 너도, 결국 도망쳤을 뿐이면서. 그 모습이 네가 그렇게 지겹도록 말하던 나치와 다를 게 뭐야? 나는 적어도 도망친 뒤로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 (목소리가 떨린다.) 아무도 해치지 않았다고......
@Julia_Reinecke (미소가 지워진다. 몇 달 전, 어린아이가 화풀이하듯 가구를 부수고 떠났던 날과 똑같다.) 말… 돌리지 마십시오.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똑같았다.) 저는 당신에게 왜 가는 것이며 거기 가서 뭘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따위 동문서답을 받고 싶은 게 아니라고요, 난, “왜”냐고 물었습니다, 캠벨 부인!… … (면전에서 낮게 윽박지르고 나자 머리에 피가 쏠렸다. 그는 그제야 무뎌질 수 있다.) …답은 간단하잖습니까? “마왕께서 부르셔서 간다”, “이번에도 옛날처럼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러 간다”! 그렇게 대답하면 될 텐데 이리 구는 이유가 뭡니까, 도대체? 제 심문실에서 면담하셔야 솔직하게 굴 건가요? 아니면 윈필드 위원장님과의 면담을 더 선호하십니까?… (하지만 말을 돌리는 것은 루드비크도 마찬가지다.) 두 분 사이 좋으시던데요… …
@Ludwik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어. (말을 끊는다. '윈필드'를 언급하면 지팡이가 한 차례 휘둘러지려는 듯 움찔하지만, 그뿐이다. 내뱉는 목소리는 마치 이를 악물고 말하는 것 같다. 아니면 울음을 삼키는 것이거나.) 마왕도, 쥘도, 프러드도, 죽음을 먹는 자 그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았어. 어둠의 마법 하나 못하는 반푼이를 불러봤자 쓸모 없다는 건, 거기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가려는 거야. (지팡이를 내린다. 당신을 바라본다. 시선에는 혼란이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그 뒤에 어떠한 확신 같은 것이 보인다. 그는 조용히 말한다.) ......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없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마주할 거야.
@Julia_Reinecke … … (표정이 점점 굳는다. 자신에게는 없는 확신이 줄리아의 눈에 서려 있는 것을 본다. 비록 한쪽 눈은 잿빛을 띄고 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마주해서, 그 다음엔? (완전히 내려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줄리아가 겪은 바 없는 심문실에서의 그것과 같다.)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겁니까. 아니… 당신의 ‘그 다음’은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만약 불사조 기사단이 이긴다면? (그렇다면야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죽음 외에는.) 그들이 당신을 가만히 둘까요? 현재를 차치하더라도,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끔찍한 과거를 가진 당신을?…
그런데도 가시겠다고요. 아무도 부르지 않았는데.
@Ludwik 가만 두지 않겠지. 높은 확률로 아즈카반 종신형, 어쩌면 곧바로 사형이 내려질지도 몰라. 일평생 도망치거나, 법정에 서거나, 나에게는 그 둘 외의 선택지는 남지 않을거고. (오래 전, 아직 죽음을 먹는 자가 승리하기 전에 생각해보았던 가능성이었다. 그 뒤에는 너무도 오래 마왕의 '치세'가 지속되었기에 잊고 있던 가능성이기도 했다. 사실, 그보다는 어느 날 누군가의 복수로 죽을 확률이 더 높으리라 생각했다. '우리'의 패배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으며...... 지금도 그러하기에. 그럼에도 대답이 곧바로 나온 것은.)
...... (하늘을 바라본다. 조용히 숨을 내쉰다. 눈을 한 번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나도 그 때 내가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그 불가능이 일어난다면. 다시 시선을 당신에게 향한다.) 도망치지는 않을 거야.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Julia_Reinecke 그건 용서받고 싶어서입니까? (문득 물었다.) …아니, 단지 브리짓을 위해서인 겁니까? 당신이 과거에 어떤 죄를 지었던 간에 아이만은 행복해지길 원해서?…
(‘나는 율리아 라이네케에게서 뭘 원하는 거지?’ 물음은 이어진다. 이해를 단념하려 했어도 자문하는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여자가… 구원받길 원한 적 있었다. 지금도 그렇나? 그가 제 아이를 위해 더는 도망치지 않기로 택한다면, 그건 구원으로 가는 길인가? 정말로?’) …대답해 주세요. 대답해 주시면 더는 귀찮게 굴지 않겠습니다. …예전부터 저를 귀찮아하셨잖아요, 그렇죠? (마지막 말은 약간이나마 농조였다.)
@Ludwik 내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웃는다. 그 조소는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다.) ...... (이어지는 침묵 속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고.) 내 아이만은, 끊어야지. 내가 물려받은 것을 그 애에게까지 물려줄 수는 없잖아. 브리짓만큼은...... (입을 다문다.) ...... 너는 오래 전에 나에게 사과했었지. 나는 네게 사과했었고. 하지만 우리 둘은 서로를 용서할 수 없었어. 그건 우리의 몫이 아니었으니까. 지금도 같아. 나는 구원을 바라지 않아. 용서를 바라지도 않아. (당신에게 말을 하며 점차 확신을 얻는다. 그가 가야할 자리가 보이는 것 같다.) ...... 이야기했잖아. 그냥 마주하려는 것 뿐이야.
@Julia_Reinecke 당신이 용서받을 수 없다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나는 구원과 용서를 바라. 바라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고함을 내질러.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지만 갈 수 없어. 너는…’) 하지만… 그렇지만요. 저는 당신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 …예. 언젠가는.
(‘너는 여전히 녹빛을 가지고 있어. 나와는 달라. 그래서 네게 찾아갔나 보다. 넌 나와 다른데, 왜 나처럼 도피하고 있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어서…’ 숨을 들이쉬고 크게 내쉬었다. 이어진 것은 혼잣말에 가까운, 우스운 넋두리다.) 됐습니다. …이런 이야기도 당신에겐 중요하지 않겠죠. 항상 그랬습니다, 제 이야기가 당신에게 중요했던 적 따위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당신은 독일인이 아니고, ‘율리아’도 아니니까… 이념에 의해 동과 서로 분단된 나라 따위 당신은 가 본 적도 없었지… 그단스크냐 단치히냐 따위도… 불사조 기사단과 죽음을 먹는 자 사이를 가르는 경계도…
@Julia_Reinecke 그게 삶의 모든 것이었던 건 나뿐이었어. 있죠, 나는… “프로이센의 군인에게 항복은 없어”, 당신 배역에 그 대사를 주던 열한 살의 나로부터 조금도 자라지 않은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아뇨, 역시 됐습니다. 이런 거 조금도 궁금하지 않겠죠. 아무 의미 없고 너무 늦은 말들입니다.
가세요. (다시 눈을 감는다.) …가세요, 줄리아. 저도 언젠가는 그곳에 갈지도 모르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은 아닐 겁니다. 물론… 당신과는 다른 이유에서일 겁니다. 예.
@Ludwik (오래도록 당신을 응시한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머뭇거리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길게 침묵하고, 몇 번이고 발걸음을 멈춘다. 마치 그를 떠나보내는 당신의 말이, 오히려 그를 붙잡는 언어가 된 것처럼.)
......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리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이어지지 않았고, 그는 당신의 바람처럼 독일인도 '율리아'도 될 수 없었으며, 그는 이념에 의해 동과 서로 분단된 나라 따위 가 본 적도 없다. 그가 생을 내던졌던 목적은 당신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으며...... 지금조차도. 지금조차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게 한숨을 쉰다. 다시 똑바로 당신을 본다. 한 걸음, 돌아서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당신에게 다가간다.) 루드비크.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그래도,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 지금조차도.) 나는 너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어.
@Ludwik (다이애건 앨리에서의 첫 만남, 당신이 처음 울음을 터뜨렸던 날, 기둥 뒤에서의 대화. '약한 건 잘못이 아니야.' 여러 차례의 엇갈림. 서로에게 흉터를 남긴 전투. 안아달라던 말. 마지막 포옹. 그리고 그 입맞춤. 그리고, 그리고...... 모르겠다. 당신이 아주 많이 미웠고, 당신으로부터 정말 많이 도망치고 싶었는데. 가장 최근까지도 그랬는데. 왜 지금 당신을 보니 또다시 안아주고 싶은 것인지. 당신의 말대로 여전히 당신은 열한 살의, 그 연회장에서 빠져나가 울음을 터뜨리던 어린아이 같아서......)
...... 이번이 마지막이야. (당신을 한 번, 꼭 안는다.)
@Julia_Reinecke (먼 길을 걸어왔다. 함께 걸었던 적은 없었지만 늘 당신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시대와 상황의 잘못이라고만 치부하기엔 모든 건 우리의 선택이고, 우리의 행동이었다. 적은 선택지들에서나마 우린 스스로가 나아갈 길을 택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 서 있다. 우리의 결말은 다를지도 모르고, 이제는 어쩌면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렸지만, ‘그럼에도’.) … …
(루드비크는 유년의 그날처럼 눈물을 흘린다. 율리안 라이네케가 그랬던 것처럼… 줄리아를 부스러질 듯 끌어안은 채,) 예. 이번이 마지막이겠네요… … (작별을 고했다.)
(다이애건 앨리에서의 첫 만남, 당신의 팔에 붉은 자국을 남겼던 날, 기둥 뒤에서의 대화. ‘있잖아. 루드비크, 약하다는 건, 악한 걸까?’ 여러 차례의 엇갈림. 서로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긴 전투. 안아달라던 말. 스무 해 전 마지막 포옹. 그리고 그 입맞춤과, 솔직하지 못했던 모든 날에 대하여.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