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9월 04일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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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k

2024년 09월 04일 00:46

(늦은 밤, 불현듯 순간이동하여 프랑스 니스의 어느 작은 집으로 향한다. 잠든 어머니를 깨웠다.) 어머니, 저 루데크예요. 주무시는데 죄송해요. …며칠 혹은 몇 주 정도 못 뵐 것 같아서 다급하게 왔어요. 아, 별일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위원회 일이 좀 바빠져서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게 평화롭고 제자리에 있어요… …

다시는 예전처럼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거예요. …예. 잘할게요. 어머니 건강이 최우선이란 거 잊지 마시고요. 저는… 언제나 어머니를 사랑해요. 그것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다시 주무셔야죠, 깨워서 죄송해요…

(그리고 그는 다시 영국에 있다. 텅 빈 집안은 어둡고 춥다. 오늘도 잠들 수 없다. 곁에 있어달라고 말했어야 했다. — 누구에게?…)

Ludwik

2024년 09월 04일 21:44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그는 거리를 걷다가 불현듯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로 순간이동한다. 언젠가 아이작 나디르에게 추천받았던 영화가 생각나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서?… 물론, 대서양은 발트 해와 사뭇 다르다. 하산 2세 모스크가 달빛 아래 새하얀 위용을 드러내지만 저것은 그단스크 어귀에 서 있던 레닌 동상과 같을 수 없다. 그러나 고향으로는 향할 수 없다… 분명 순간이동이 실패할 것이다. 그가 떠올리는 곳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제는 없는 나라의 시집¹을 펼쳤다. 소리 내어 읽는 목소리는 파도에 휩쓸린 듯 흔들리고 있었다.)

대지를 용서하라, 너무 멀리 있음을,
아니면 거기서 뿌리를 뽑듯 기억을 도려내라.
시대가 그랬노라며 스스로를 용서하지 마라!
그저 바다를 그리워하는 조개껍데기의 고동 소리일 뿐.

(그런 다음 시집을 바다로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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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서방으로 보내는 편지List na Zachód〉

Ludwik

2024년 09월 04일 21:51

시대가 그랬노라며 스스로를 용서하지 마라… …

그래. 돌아가자. (낯선 바다를 떠나 다시금 영국으로 돌아간다. 스코틀랜드 어딘가. 1971년 9월 1일, 우리가 시끌시끌한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기차를 타고 향했던 곳. 그날 첫 번째 넘버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곧 막이 내린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들.)

(그럼에도 돌아왔다… 호그와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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