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nghal (그리고 경계의 너머에 서 주위를 둘러보던 누군가가 당신이 이곳에 당도하자마자 곧장 지팡이를 겨눈 채 당신을 향해 달려오다 멈춘다. 경계심이 가득했던 표정이 일순간 경악과 안도가 뒤섞인 미묘한 것으로 바뀌고.) ⋯ 네가 왜 여기 있어? (속삭이듯 말했다.)
@2VERGREEN_ 운이 없네... ... (마찬가지로 지팡이를 겨눈 채, 달려오는 당신을 견제하다 얼굴을 알아보고 한숨처럼 뱉는다.) ... 네가 알려줄래? 힐데. 너희가 뭘 했기에 이 노병이 다 불려왔을까.
@Finnghal 노병이라고 하기에는⋯ 너 나랑 동갑이잖아. (그 와중에도 이걸 지적하고 싶은 건지⋯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당신과 그의 주변에 대고 작게 지팡이를 휘두른다. "머플리아토." 웅웅거리는 작은 소음이 주위를 채운다.) 마왕도 어지간히 마음이 급하기는 급한가 보네. 너까지 불려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2VERGREEN_ 나는 '에버그린' 하지가 못해서. (이제는 하나만 남은 초록을 향해, 가벼운 놀림조로 받는다. 눈빛은 정답고 입가는 장난스럽지만, 19년의 세월이 두 사람의 사이에서 마른 종이처럼 버석거린다) 뭐, 언젠가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Finnghal (하나 남았으나 여전히 열아홉 해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그것이 천천히 구른다. 안경 너머에 가려진, 마찬가지로 여전한 노란 눈을 올곧게 바라보고, 싱긋이 웃자 눈꼬리가 따라 휘어진다.) 어떤 게? 결국 그 여자가 다시 널 전쟁터로 부를 거라는 거? ⋯ 아니면 너랑 내가 이렇게 만나게 될 거라는 거?
@2VERGREEN_ 전자. 후자는 아무도 장담 못 하지. (세실 브라이언트가 살아있을지조차도 그로서는 알 도리 없는 일 가운데 하나였으니, 하물며...) 하지만 살아있다면 네가 여기 있을 줄은 알았어.
@Finnghal ⋯ 내가 열아홉 해 동안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에 대해서 들으면 깜짝 놀랄 거다. (그러나 우리들은 끝끝내 살아있으므로.) 미안해. (무언가를 제대로 생각하기도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 하지만 너는 지켜낼 것이 있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고 있잖아.
@2VERGREEN_ 신문을 볼 때마다 놀라움이 가득했으니... 그래도 이상하지 않겠지. 하지만 네가 그렇게 할 마음이 들었다는 게 다행이야. (입꼬리를 내리지 않은 채, 잔잔하게 웃으며 당신을 본다. 상처입고, 죄를 짓고, 깎여나가고, ... ... 그럼에도 여전히, 찬란하게 반짝이는)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나는 여기서 너와 마주서게 돼서 기뻐. 예전의 나에게 누군가 말해줬다면, 지금까지의 시간은 더 행복했을 거야.
@Finnghal ⋯ 넌 나한테 너무 물러. (웃음은 잠시 흔들린다. 당신이 그리 말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아주 오랫동안 미안해할 것이다. 제 손에 상처입었던 모든 이들에 대해서⋯. 적당한 호칭을 찾으려고 고민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한참 손으로 제 입가를 두들기다 장난스레 말한다.) 바보 두꺼비야. 마침 성 안에서 네가 스물 아홉 해 전에 썼던 그 극본을 발견했지 뭐야. 네가 무엇 때문에 날 더이상 철없는 왕풍뎅이가 아니라 반짝이는 사람으로 보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2VERGREEN_ 싫다고 학을 떼는 상대에게 고집스럽게 치대오는데 그게 유희가 아니라 진심이어서. 그게 삶을 사는 태도인 자는 세계를 막론하고 희귀하지... (엷게 웃으며 말꼬리를 흐린다. 다른 사람, 어쩌면 책 속 인물 이야기라도 하듯이 건조하고 기술적matter-of-factly이다.) 하지만 아직도 철없는 왕풍뎅이이기도 해. 간수할 수 없다는 걸 몇 번이나 깨달았으면서도 수집하기를 그만두지 않아... 이런 나이가 되어서도. 네가 철들지 않을 줄 진작 알아봤지.
@Finnghal … 이 나이 먹어도 여전히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 뿐이라서. (생각지도 못한 이유인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당신을 바라본다. 이어지는 말들은 당신을 따라 건조하고 덤덤한 말투로 떠들어진다. 마치 남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네가 기사단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순식간에 왕풍뎅이의 수집품이 되었을 테니까… (장난스레 말하고는 순간이동 방지 마법과 온갖 방어 마법이 걸려있는 경계선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제 손을 내민다. 잡아달라는 듯이. 이 선을 넘는 순간 평화는 깨어지겠지. 아, 얼마나 나약한 평화인지…)
@2VERGREEN_ 그런 말을 하는 시점에서 이미 쓸데없이 수집한 거야. (피식 새는 실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지 말라고 해봤자 듣지도 않겠지. 그러니까 좋을 대로 슬퍼하도록 해, 힐데가르트 마치. 길바닥에 금화와 보석을 뿌리듯이 마음을 떼어주고 눈물을 낭비하라고. 너는 그런 생명체니까... ... 그런 생물이 있는 세계는 분명 아름답겠지. (내민 손을 향해 손을 뻗는다. 거울 속의 상을 마주보듯이, 닿을 듯 닿지 않고 마주대어질 정도로만.) 그래도 미안해하진 말고.
@Finnghal ⋯ 하하. 그거 누가 들으면 동화 속 이야기인 줄 알겠어. (말마따나, 그것은 어렸던 제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였다. 손을 마주댄다. 얇은 가죽 너머로 제 손의 온기는 전해지지 않겠지만.)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너는 기준이 너무 높아. 아름답다니, 반짝거린다니. ⋯ 세상은, 사람은, 원래 더럽고, 추하고, 빛나지 않는 것들이라고. (간극. 천천히 손을 물렸다.) 세상이 정말 좋은 곳이었다면 모든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2VERGREEN_ 하지만 너는 그런걸.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로 천 년을 쌓여온 보호마법의 힘이 일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는 중에도 당신과 그의 유년을 지켜주었던 힘이다.) 세상이 너를 닮았다면... ... 동화 같네, 그거야말로. 그래도 말이지, 네가 있어서 내 7년은 조금 더 아름다웠어. (그는 엷게 웃으며 느리게 손을 떼어낸다.) 그러니 사라지지 말아, 힐데. 무슨 수를 써서든지... ... 살아서 또 누군가에게 빛을 줘.
@Finnghal ⋯ ⋯ (속이 울렁인다. 웃음은 멈춘다. 당신의 말이 지극히 기쁘면서도, 또다시 슬퍼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 이분된 도탄 속의 세상에서도 당신의 유년을 밝힐 수 있었던 제 모습은, 실상 당신의 덕분이었다고. — 도무지 그 말들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너 진짜 짜증 나. (중얼거렸다.) 당연히 살아서 돌아가야지. 지켜야 할 게 많으니까.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 너도 마찬가지야. 헛짓거리 하면 죽여버릴⋯ 아니, 혼낼 줄 알아. 알아들었어?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뒤를 흘끔, 돌아본다. 어디서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고⋯.) 꼭 죽어버릴 것처럼 말하지 말란 말이야.
@2VERGREEN_ 어른이 되어야지, 힐데. (좀 서글프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정말로, 꼭 이 성에서 밤바람을 맞고 있던 열네 살 무렵 당신의 과외 선생처럼.) 너희는 마왕의 목숨을 가지러 여기 왔지. 나는 너희를 막을 거다. 그녀가 어떤 존재이든, 동기가 무엇이든, 나에게는 은인이니까. (머글들을 죽이고 그들에게서 빼앗아서 그에게 삶과 세계를 돌려주었다. '느리게라도 진보할 것'을 믿고 인내하는 불사조들은 줄 수 없던 것. 그는 단명하는 육식어니까.) 그러니 원하는 것이 있거든 내 시체를 넘어 가져가라. 그것이 세계가 이루어진 방식이야. 너희의 바람에 그만한 가치가, 그만한 무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그 역시 소리를 듣는다. 느리게 뒷걸음친다. 언젠가 다른 이들에게 했던 말을 조금 바꾸어서 입에 올린다.) 마음의 각오 없이 무언가를 빼앗아서는 안 돼. 패한 자에게도 납득할 수 있는 것, '보다 나은 것'을 보여라. (그러면, 지는 것쯤은 괜찮아.)
@Finnghal ⋯ 예전에, 내가 고향 얘기를 한 적 있었지. (그리고 당신이 예상한 대로 힐데가르트는, 당연히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므로.) 포츠머스를 떠나온 건 부모님을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도 있지만 — 나는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없애고자 하는 머글 태생이니까 — 그곳이⋯ 싫었어. 전쟁이 없었더라도 떠나왔을 거야. 무장한 채로 자랑스럽게 행진하는 군인과 이따금, 어른들이 말하길 '이유 없이' 떼죽음mass die-off을 당하는 생명들의 모습이 싫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날 복도에서 말하지 못했던 것. 실상 떠나온 곳을 애착하지 않았기에 지지부진한 변화를 믿었던 죽지 않는 새가 당신에게서 유일하게 이해할 수 없었던 것.)
난 단 한 번도 고향을 사랑한 적 없으니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널 이해하지는 못할 거야. 모든 사정을 떠나 그의 편에 서기를 선택한 네가 미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거니까.
@Finnghal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컨푼도!" 멀리서 다가오던 인영을 향해 외쳤다. 혼돈 마법은 길지 않을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이야기를 마쳐야 한다.) 사설이 길었네. 그래도 나는 너를 친애해. 사랑하기 때문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도 그래야 할 때가 온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 너를 막을 거야. 그래, 네가 납득할 만한 세상을 만들어 볼게. (다시 웃었다. 아, 진작에 말할 것을. 이리 속이 시원해질 문제였는데⋯.) 핀, 어때? 이제는 내가 믿을 만한 어른처럼 보일까? 조금은 단단해졌을까⋯? (나는 이기고 지는 것과는 별개로, 조금이나마 너를 기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2VERGREEN_ (말없이 당신의 말에 귀기울인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면서. 여기서 20여 년의 세월이 더 지난대도, 전쟁과 죽음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마음을 그는 이해할 수 없으리라. 그는 머글들의 전쟁을 알지 못하므로... ... 그것은 영원한 불가해이리.
하지만 동시에 그는 언제나 힐데가르트 마치가 그 애를 낳은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서 일방적인 '참사'와 '떼죽음'을 몰고 다니는 그니들의 무료한 얼굴을 증오했기 때문에, 그리고 힐데가르트 마치의 빛나는 상록은 그가 아는 누구보다도 거기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니 이것은 또한 당연이다. 지극히 논리적인 일이다.
하여... ... 놀랍도록 선뜻 내어놓아진 당신의 대답에, 그는 잠시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이윽고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힐데가르트 마치가 두 번 본 적이 있는 미소였다.)
응, 힐데가 그런 마음이라면 안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