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W (모여 있는 모습을 확인하자, 고개를 숙여 묵례하고 말없이 대기한다. '인면어' 시절과 다름없는 자세다. 당신 외의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LSW (중고 신입... 틀린 말은 아니다... 핀갈은 흩어지는 모습들을 본다. 전력으로 유의미해 보이는 사람이 적다.) 네가 왜 전투에 있어.
@LSW 아니면 두꺼비나. (장갑을 낀 손을 내려다보며 싱거운 농담. 이은 말에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려 레아를 본다. 조용하고 진지한 눈이다.) 어디 외딴 바닷가로 떠나서 상관없는 사람처럼 산다고 해서 그 전의 삶이나 그것이 낳은 결과들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어, 레아. 잘 알잖아. 누구보다 네가 가장 잘 알 거야.
@LSW 생명에 무슨 값을 치러. 죽은 건 그냥 죽은 거지. 다른 것의 죽음을 취하지 않고 사는 것은 세상에 없다. 반대로 영원히 먹히지 않는 것도 없어. (장갑 낀 손을 뻗어, 당신의 것을 가볍게 잡아본다.) 나는 그냥 네 바보 돌멩이야, 레아. 언제나와 다름없이. 누군가 산 위에서 돌멩이를 굴리면 그건 굴러내려가겠지... ... 그러니까 나는 굴러내려온 거야. 거기엔 죄도 속죄도 없어. 그 전에 널 만날 수 있게 돼서 나는 기뻐.
@Finnghal (잡은 손을 내려다보느라 고개를 숙인다. 장갑의 표면으로는 체온을 느낄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안에 물갈퀴 달린 손이 들어있단 걸 안다. 핀갈은 결코 어중간하거나 애매한 비유를 하는 법이 없었으며 그렇기에 -래번클로답게도- 모든 발화의 뜻이 명징했다. 때로는 알아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굴러 내려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여긴 파도가 치는 낭떠러지인데. (울지 않은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도 어쩐지 울고 싶다고 생각한다. 동물들이 그러는 것처럼 이마로 밀듯이 핀갈의 가슴께에 툭 기댄다. 그뿐이다.)
@LSW 네가 여기 있잖아. (좀전까지 왜 여기 있냐고 물었으면서 천연덕스럽게도 웃는다. 하지만 정말로, 알고 있었다. 바람과 파도가 닿지 않는 곳은 없고, 영원히 높고 강한 것도 없으니, 오늘 여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종내 반드시... ... 소금기를 실은 바닷바람의 냄새가 난다.) 그러니까 너도 이런 데 혼자 있지 마.
@LSW 그랬어? (그 피로와 환멸에 찬 말에, 줄곧 기다려온 희소식이라도 들은 것처럼 환하게 웃는다.) 잘했네. 수고 많았어. 그 말을 못 들었으면 마음에 맺힌 게 남을 뻔했어. (언젠가는 부서지는 일, 그것이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말로이다. 그는 한때 배외자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스로를 증오했다. 그러니 당신의 손에 부서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레아 윈필드에 관한 한 언제나 그를 두렵게 했던 것은 당신이 떠나고 혼자 남은 그가 아니라, 반대로... ... ) 아닌가, 조금 아쉬운 게 없지는 않으려나.
@LSW 네가 있는데 내가 왜. (여전히 해사하게 웃는 상이다, 마치 볕 드는 날 해안가에서 당신에게 진귀한 조개를 들어보일 때처럼. 꼭 그 장면에서 그대로 이곳으로 순간이동해온 것만 같다.) 네가 활짝 웃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LSW '전투 페이스'는 안 쳐. (그런 항변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검지만 세워 흔든다. 아주 오래전에 핀갈은 레아 윈필드가 어금니가 드러나게 웃는 것은 생명의 위기를 뜻한다고 농담한 적이 있었다... 그 농담이 얼마나 비극적으로 실현될지는 꿈에도 모르는 채로.) 바다 사람들도 사냥에 성공했을 때 정도는 웃어. (하지만 레아 윈필드는 인간이다. 아가미풀을 먹는다고 해양생물이 될 수 없다. 영혼을 버리고 운율을 잊을지라도, 언제까지나 연약하고, 연결을 필요로 하며... ... ) 나는 그냥 한번이라도 네가 '태어나서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보고 싶었어... ... 뭐, 결국 내 능력으로는 닿지 않았지만. (당신의 머리를 살며시 당겨와, 아까처럼 가볍게 가슴에 기대세운다.) 그래도 이건 영영 내 유감일 거야.
@Finnghal (무심코 끌어안으려는 듯이 손이 당신 등 뒤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이마와 닿은 옷 너머로 느껴지는 체온이 조금 서늘했고, 옷을 더럽히지 않으며 약간의 물비린내가 맡아졌다. 그렇게 얼마간 있었다.) 노력은 했어요. 좀 더... 노력할 시간이 있으면 그 '전투 페이스'가 아닌 식으로 웃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정말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결국 같은 말은 하지 말고... (두서없이 중얼거리다 보니 불현듯 그 나무와 돌로만 지어진 바닷가 집이 생각났다. 핀갈 모레이가 조개를 주워 보였을 때도. 옛적부터 "영영" 같은 단어가 가지는 어감이 싫었다.) ...당신 아가미에 한 번만 손을 넣어보게 해 주면 그런 얼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서 떨어진다.)
@LSW 그럼 열심히 시간을 벌어야겠네. (웃으며 선선히 손을 놓아주었다. ... 장난스러운 듯 서글픈 미소.) 거짓말. 지난번에 그랬을 땐 울었잖아.
@LSW 네가 웃는 걸 볼 때까진 힘낼게, 그럼.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기 힘든 얼굴로 정말 바보같이 해맑게 말하다가, 당신의 시선을 쫓아가며 표정이 무거워진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듯, 종종 주문의 빛이 번쩍이고 큰소리가 난다. 사람들이 긴장된 걸음으로 돌아다닌다.) 이래서 바빴구나. 누가 폴리주스를 먹고 네 행세를 하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어디 상자 안에 갇혀 있기라도 한 거 아닌가 걱정했어. (농담이다.)
@LSW 그랬다면 좀 부끄러울지도 모르겠는데... ... 이런 곳에까지 대신 나오다니 퍽 헌신적인 대역이긴 하군.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싱거운 농담으로 맞받아치다가.) 그건 곤란하지. 네가 혼자 있게 되잖아. (그 연장인 양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LSW 레아.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조용히 이름을 부른다.) 네가 한 그 무엇에도 잘못은 없어. 적어도 나는 언제나 그렇게 말할 거야.
@LSW (아가미는 약으로 집어넣은 상태지만... 친절하게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고 앉아준다. 그러나 흰 손가락이 목을 조르기 전에 장갑 낀 두 손으로 덮어 잡고.) ... 레아. 있잖아, 너무 늦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그 사람을 좀 싫어해보면 안 돼? (안다. 이것은 인간의 태아에게 탯줄을 자르라는 말이나 한가지다. 연결은 인간의 호흡이며, 사랑은 선택이 아닌 생리이고, 아프게 한다고 억지로 들어낸다면 더 큰 고통과 공허만을 남길 뿐이다. 어리석은 짓을 해가며 배웠는데도, 그런데도... ... 아마도 '노력할 시간'은 더 이상 길게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이 그의 오랜 단념을 깬다.) 오지 않는 것에 대해 화내는 걸 잠깐만 쉬고, 한 발이라도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안 돼? (언젠가 그가 두려워했던 대로, 당신은 과연 여전히, 여전히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서... ... ) 한 번은 그래도 되잖아. (어느새, 오래전 몇 번이나 듣던 그 애원조다.)
@Finnghal ('한 번은 그래도 되잖아.' 그게 오래 전의 기억을 상기시키기라도 한 건지 손을 빼내려던 의미없는 저항-또는 발악을 멈췄다.) 싫어요. 끔찍하게 싫어요. 또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싫고 증오스러워서 비슷한 사람들이 보이기만 해도 다 짓밟아 죽여왔는데 이미 다들 죽어서 없잖아요. 그래서. (중얼거림이 두서없다. 시간이 없다. 그것이 사람을 절박하게 만든다.) 갈 곳이 없는데 어떻게 해요. 제가 다 없앴는데. 하나 있던 곳도 없어질 건데, 어떻게 해야겠어요, 제가. 저는 방법을 몰라요. 네? 핀갈...
@LSW 레아, 그러니까, 내 말은... ... (그 안쓰러운 독백 앞에 한참 주저한다. 이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내 침묵해왔다. 그는 레아 윈필드에게 아무것도 요구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기다린다면 기다리는 대로 좋다. 떠나간다면 떠나가는 대로 좋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만족했다. 하지만, 그러니까, 이건 정말로, 그 자신도 깨닫지 못했던 유감이라―) ... 그 사람이 해 입지 않고 살아서 너한테 돌아오는 걸, 네 옆에 있어주는 걸 염원하지 않을 수 없냐는 거야. 그 사람은 평생 한 번도 너한테 그렇게 안 해줬잖아. 너를 그렇게 아프게 하지 않는 걸 바라고 찾아갈 수는 없을까... (‘이걸 듣고 레아가 나를 죽이면 그건 죽어주는 수밖에 없다.’ 그는 일순 눈을 꼭 감으며 생각했다.)
@LSW ... 알았어, 미안해. (그로서는 어린 강아지나 토끼가 덤벼드는 느낌이지만, ... 군말없이 순순하게 뒤로 넘어가준다. 정말 이 말을 해버렸으니 살해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끝까지 좀 참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바로 그 '끝까지'가 안 된다는 걸, 조금 전에서야 깨달은 거지.) 내가 잘못했어.
@Finnghal (핀갈 모레이는 목숨이 질겨서 좀 험하게 다뤄도 되니까, 그런 생각이 앞선다. 넘어간 몸을 짓밟으며 올라탄다.) 왜. (잘못했노라 말할 거라면 어째서.) 왜... (안다면 대체 왜.)
왜 그런 말을 해. 나도...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중얼거리면서 더듬거리며 목을 쥐어 잡는다. 엄지로 기도를 찾아 그 위를 손바닥으로 압박한다. '그 사람이 해 입지 않고 살아서 너한테 돌아오는 걸, 네 옆에 있어주는 걸 염원하지 않을 수 없냐는 거야.' 평생 그러지 않았으니 기대도 안 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는 그럴 수 없다. 전쟁에 나선 사람도 그렇다. 래번클로 기숙사 휴게실에서는 종종 내기를 걸고 마법사 체스를 하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엔드게임이 오기 전까지 기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쓸려나간다. 하잘것없는 폰이든, 두꺼비든, 돌멩이든 조금 강력하다고 해서 살아남을 리가 없다.) 너도 돌아올 자신 없잖아.
@Finnghal 그런데 내가 어떻게 바라. (힘을 주느라 등과 어깨가 떨린다. 눈물이 당신의 뺨 위로 점점이 떨어진다. '너를 그렇게 아프게 하지 않는 걸 바라고 찾아갈 수는 없을까.' 아마도 찾아갔다. 이제사 뒤늦게 깨닫는 바로는, 이날 이때까지 그럴 기회가 있었다. 지난 십구 년의 시간 동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랬다. 오랜 친구가 마련해준 작은 돌멩이를 들고 바닷가의 외딴 집에 드나들면서 언젠가부터는 더는 외롭지 않았다. 이건 때늦은 후회다. 결국 닥쳐온 미래다. 하고 싶은 것 있는 존재를 생명이라 한다면 나는 얼마든지 영생하리라. 하지만 생물에게 있어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어떻게 원해, 그런 걸. 손에 넣을 수 없는데 내가 어떻게...... (더는 외롭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리고 당신이 더는 외롭지 않을 곳으로 떠나가는 날 나는 더 이상 당신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 당신은 그렇다고 했다.)
@LSW ―― (‘아, 결국은 또, 이 날 이 순간까지도 매양 이런 식이다.’ 목줄기에 놓인 두 손을 덮어 감싸고도 두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조금 괴로운 듯이 온기 없는 두 손에만 힘을 주다가, 열에 끓는 듯한 물방울이 뺨에 떨어지면 살짝 눈을 떠 올라앉은 것을 올려다보았다. 겨우 한 치쯤 열린 문틈새로 스무 해의 눈물이 쏟아져나왔던, 영락없이 그 언젠가의 재현이다. ‘언제나 울리기만 한다.’ 한 번만 시름없이 웃어준다면 이대로 부서져버려도 좋을 것을. 하지만 레아 윈필드는 여전히 그 해안을 떠나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에게, 돌아올 수 없게 만든 모든 것에게, 자기를 부수면서 화내고 있다. 이만큼이나 세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그 모습은, 산 것답게 활개를 치고 포효하는 그 자태는,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무정물이 되어 기다리는 것보다도 훨씬 더 아프고 외로워 보여서, 그래서―)
... 왜냐하면, 레아... ... (목소리가 쉬어 나왔다. 그는 띄엄띄엄 말 사이에 간극을 두며, 안간힘을 써 선명하게 말한다.) ... 나는 아이작 윈필드가 아니니까. (그는 양이 아니며, 선한 이가 아니며, 수평선 너머의 별을 쫓는 선원이 아니다. 그는 배를 꾀어 좌초하게 하는 목소리, 타자의 사지死地를 생지生地로 삼는 육식어, 깊은 아래 세계의 어둠 속에서 헤엄쳐 올라온 사랑을 모르는 모독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네가 있는 곳에 있을 거야... ...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 동안에. 왜냐하면, 그 사람하고 다르게, 나에게는 들렸으니까―
@LSW (그러므로, 아이작 윈필드와 같은 사람들은 언제고 그에게는 다 알 수 없는 신비였다. 하지만 그는 딸을 사랑했는데. 그는 가끔 의문했다. 이렇게나 울고 있는 것을 알았어도, 다 알았어도 정말 그랬을까. 인간의 사랑은 그것을 허용하나. 모르는데도 그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가 아는 것은 그저,)
...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는 그럴 수 없고 그러지 않으리란 것뿐이다.)
@Finnghal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 알아야 할 때라는 것만큼은 알았다.)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그냥 두고 가지만 않으면 되는데... (오래 전처럼 울음이 쏟아져 나오진 않았다. 목을 끊어놓을 듯이 짓누르던 손아귀 힘도 자연히 풀렸다. 눈물은 몇 방울 떨어진 것으로 그쳤다. 그걸로도 지쳐버려서 소리 없이 위에서 웅크린다. 검은 망토가 겹쳐져 아무렇게나 버려진 꼴로. 어둠 속에서 수풀이 바스락거린다. 이름 모를 새가 구슬피 운다. 밤바람이 휘돌며 지나간다. 크고 작은 소란들이 멀어진다.) 구제불능 같으니...
@LSW (가벼운 한숨과 함께 한 손으로 웅크린 등을 끌어안는다. 다른 한 손은 여전히 당신의 손등에 얹은 채다. 꼭 이런 밤에 처음 엿보았던, 그 굳게 닫힌 문이 이제 열려 있다. 너머에서 넘실대던 것들이 비어 있다. 그는 환희와 서글픔을 동시에 느낀다. 어쩌면 조금쯤 더 욕심을 부렸더라면 좋았을까.)
봐, 레아. (당신의 손을 살짝 쥔다. 제 살갗 위로 미끄러뜨린다.) 이렇게나 손이 닿는 것이 많이 있잖아. 너는 이제 움직일 수 있어. 더는 기다리지 않아도 돼... ... (그러니까, 나는...) 네가 가지고 싶은 걸 손에 가득 쥐고 웃었으면 좋겠어... 너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 동안에. 그 정도쯤 부서지지 않고 있어줄 것들은 많아... (있지 않았어야 할 세계들의 사이에서 숨을 쉬고 살아있는 것으로 고작이어서, 당신에게 반짝이는 영락瓔珞 하나 쥐어주지 못했다. 그것이 지금 와서 못내 안타까웠다.) 한 번은 그래도 되잖아... ... 응? 나도 힘낼 테니까... ...
@Finnghal (이 손에 닿는 피부가 겨울날 물안개처럼 서늘하고 무용하다. 손에 닿는 것이 많으니까, 이번엔 귀중한 보석이라도 된 마냥 어루만진다. 심장의 박동을 느끼고자 그리고 부풀었다 꺼지는 숨을 느끼고자 가슴을 붙인다. 당신이 겨우 숨쉬고 있었다는 것을 방금 깨달은 듯이. 짓누르고 할퀴어 부수고 해치기보다는 해 입지 않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마도 처음이다.* 굴러내려온 작은 돌멩이는 내 것이 아니며 모든 생명은 영락하기 마련이기에)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당신도 하고픈 걸 해요. 힘이 닿는 데까지. 가능한 부서지지 말고. (딱 한 번. 한 번만 욕심을 낼 걸 그랬다. 그랬다면 군락을 먹여살릴 물고기들 같은 선물보다는 다른 걸 골랐을 거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기에 지금에 다다른 것이 분명하다. ...후회는 길고 행동은 짧다. 머잖아 일어난다.)
@LSW ('검은 절벽'의 모든 인어들은 레아 세네카 윈필드의 이름을 안다. 군락이 다시 원정에 나설 만큼의 힘을 되찾을 때까지 양식을 지원해준 우방으로서. 사정 모르는 무죄한 바다 사람들을 마왕의 우방이자 암흑기의 수혜자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레아 세네카 또한 핀갈 모이레의 용서받지 못할 공범이 되겠다. 그는 눈을 감았다 뜬다. 결과 없는 일은 없다. 이치가 그렇다. 은원을 잊지 않고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 '창잡이'들의 이치라면 주고받기를 반복하는 공놀이처럼 마음이 오고가는 것은 인간의 이치다. 일방적으로 남을 유린하면서 보복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자는 어리석다. 그 반대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레아 윈필드가 잊지 못하게 될 것을 알았다.
@LSW
스스로 누군가의 어긋난 영원에 발목잡혀 언제까지고 떠나지 못하면서 그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기억하지 말고 떠나가라는 건 모순이다. 안 되는 일이다. 자기 혼자 다른 모든 사람들 위에 언제까지나 군림하며 누구에게도 도전받지 않기를 원하는 모르가나 가민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음이다. 그러니까 전부 잊어버려도 괜찮으니까 울지 말아달라고 애원했을 때부터 그는 자신을 기만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나 당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파란 리본 끝단만 봐도 숨기 급급했던 오래전의 어린날과 달라진 게 없다. 어쩌면 그 뒤의 모든 세월이 그 시간의 연장이었다. 열기가 남은 목을 매만지며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가지고 싶은 건 없어, 레아?
(쇳소리가 나는 음성임에도 어조는 부드럽다. 물 속이라면 그대로 노래가 이어질 것처럼.)
힘이 닿는 한 그게 뭐든 가져다줄게... ... 지금은 그게 하고 싶어.
@LSW 그건, 꼭... ... ('기억해달라'는 것처럼 느껴지잖는가. 아무리 지금 막 진실을 직시했다해도 좀 너무한데. 그는 문득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픈 충동을 느낀다.) 아냐, ... 네가 원한다면. 네 말마따나 진주를 캐러 나갈 계제는 아니지만... ... 궁리해볼게. (가슴 한켠이 따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