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weh_1971 (이전과는 달리 매말라버린 모습이라고 해도,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 지라⋯ 다이애건 앨리의 곁거리를 지나가던 누군가가 나타나 당신에게 투명 망토를 던지듯이 뒤집어씌우며 자유로운 감각을 박탈해간다.) ⋯ 정말 잡혀가고 싶은 거라면 이런 거 말고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겠어?
@2VERGREEN_
(기척에 즉시 돌아보지만, 눈먼 주문이 당신을 향하는 일은 없다. 익숙하되 낯선 얼굴을 알아봤다. 망토를 뒤집어쓰곤 잠시 휘청이다 숨을 터뜨리며 웃었다. 웃음소리만 들렸겠지만, 그리 유쾌한 낯짝은 아니다.) 안녕? (웃듯 되묻곤 되려 어깨를 낚아챈다. 망토 아래 손을 내밀었다.) 인사론 부적절해.
@yahweh_1971 (망토 아래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소리와 달리, 당신이 웃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당신이 제 어깨를 낚아채면 잠시 휘청이다 겨우 균형을 잡고, 내밀어진 손을 가만 바라보다 맞잡는다.) 미안. 다른 좋은 인사법들도 많았겠지만, 당장 생각나는 게 이것밖에 없더라.
@2VERGREEN_
이해하지. 재회의 기쁨이란 이성을 흐리는 법이니까. (망토를 걷어냈다. 엉긴 머리칼을 익숙히 뒤로 넘긴다. 오래된 친구를 마지막으로 마주했을 때, 당신의 표정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뒤늦게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본다. 여전히 우리 사이 친애가 있나?) ...... 힐데. (이름을 곱씹듯 부르고.) 잘 지냈어?
@yahweh_1971 오⋯ 지금 네 엉킨 머리카락이 훨씬 더 내 이성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라. 빗어줄까? (당신이 하는 양을 바라보다 느릿하고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한다. 입밖에 내지 않은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어쩌면. 당신이 그를 친애한다면, 그도 여전히 당신을⋯.) 못 지낼 것도 없지. 가게가 압수수색 당하고 친구한테 칼을 꽂기는 했으나, 잘 지냈어. ⋯ 너는?
@2VERGREEN_
(그렇다면 친애는 건재하다. 희석되긴커녕 짙게 말라붙고 응축되어 여정의 발밑에 고였다. 그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 그야말로 잘 지낸 삶의 표본이군. 이 시대에 평화로이 살았다면, 그것이야말로 부패와 저열함의 상징이니까...... (어조는 평화롭다. 손끝으로 머리칼을 빗어볼까 하다 관뒀다. 대신하여 망토를 넘겨준다.) 그래도 안온한 빗질쯤은 허락할게. 네가 시간을 그렇게 무가치하게 소비하고 싶다면.
@yahweh_1971 그래, 부패한 권력자가 될 바에는 더러운 살인자가 되려고. 그때 나한테 부탁했던 일은 잘 마무리된 거고? (옅게 미소지으며 그 부탁이 온갖 맛이 나는 젤리빈을 대신 사달라는 류의 가벼운 것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속삭였다.) 헨, 열 살 어린애도 너처럼 엉망인 꼴로 돌아다니지는 않을 거야. (지팡이를 들어 가볍게 허공에서 휘두르자, 제 가게 방향에서 다소 사용감이 남은 푸른색의 머리빗 하나가 날아온다.) 앉아 봐. ('무가치하다'는 당신의 평가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 하다⋯.)
@2VERGREEN_
아, 그건 네 눈으로 확인해야겠지. 의탁할 곳은 찾았어. (열 살의 수 배를 먹은 닭이 웃는다. 주먹만하던 시절마냥 볼품없이 초라하다고도, 제법 몸집을 키웠다고도 보아줄 수 있을 테다. 어조는 건조하기 짝이없지만, 의외롭게도 당신을 일별하곤 지팡이를 휘두른다. 빗의 모습에 살짝 코웃음치며 나타난 의자에 얌전히 앉았다.)
@yahweh_1971 그것 참 다행이군. 호기심 많은 친구를 위해 언제쯤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언질을 줄 생각은 없어? (웃음은 당신의 뒤에 서고, 집어넣은 빗이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곧장 사라진다⋯ 닭털을 전부 뽑아내 당신을 볼품없는 모습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은 터라 한 움큼을 쥐고 조심스럽게 빗어내려간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런 꼴로 다니는 거야.
@2VERGREEN_
(그리 도드라지게 엉키진 않았지만, 결이 무딘 머리칼이 바스락댄다. 눈을 희미하게 찡그리다가도 순순히 머리칼을 맡긴다. 우스운 재회라 생각하곤, 당연히도 웃었다. 조금 킬킬댄다.) 아프기도 아픈데, 닭털 날려...... (그러나 아주 협조할 리는 없다. 고개를 올렸다. 당신을 잠시 본다.) 어디서부터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군. 네가 참전할 생각이라면, 우리 옛 터전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 (사이.) 추천하진 않지만, 갈 거지?
@yahweh_1971 닭털이 이렇게나 길다니, 학계에 보고해야되겠군… (당신이 고개를 조금 들자마자 손이 멈춘다.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며 “앞에 봐야지.“ 라며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어딘가 이런 일들에 익숙한 듯한 구석이 있었다.) 가야지. 왠지 이것이 스물아홉 해 동안 이어졌던 전쟁의 끝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어… (간극.) 새삼스레 생각하는 건데, 내가 네게 스스로의 입으로 기사단원임을 밝힌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야?
@2VERGREEN_
네 사랑하는 친구에겐 얼굴이 많거든. (얼굴도, 눈도 도도록하니 많다. 그것은 기자였을 시절부터 내려온 습관이었으므로- 사유는 더 이어지지 못한다. 의도하여 머릿속의 전원을 잠시 내리고, 초점을 되찾으며 다시 앞을 본다.) 그래도 네게 내도록 붙어있진 않았어. 그래, 그래서...... 어쩌면 아직도 안락한 도피에 취해주리라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간극은 길다. 입매를 매만졌다.) 내가 널 과소평가했던 모양이야. 그 반대거나.
@yahweh_1971 네 얼굴이 다양하다니 그거 참 놀랍고–새롭고–예상도 못했던 이야기네. (말끝을 늘리며 말한다. 웃음이 섞인 것을 보니 비꼬거나 빈정거리려는 의도는 없는 듯 보인다. 당신의 뒤에 서있어서, 말을 하기에도 바빠서, 그 눈이 일순간 빛을 잃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다. 다시 당신의 긴 머리를 빗어나간다.) 난 과대평가였다고 생각해. 내가 스무 해 전에 그렇게나 말했잖아. 난 인격자가 아니라고… 안락한 도피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은 아니었던 거지. (일순간 머리를 빗어나가던 손이 멈춘다. 키득거리며 그것을 땋아 내려간다.) 헨, 헤니. 너도 참전할 거니? 그 자리에 설 거야?
@2VERGREEN_
(길이가 들쭉날쭉한 머리칼은 곳곳에서 비죽이 튀어나올 것이다.) ...... ...... (그러나 회고는 그 머리칼보다도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는 당신의 것보다 작던 손길을 기억한다...... 느리게 감상이 이어지던 끝에 손끝이 움찔했다. 그러나 밀쳐내는 것만큼은 억눌러 참고.) 넌 인격자에 대한 견해가 나랑 달라, 힐데가르트. (대신하여 머리를 가벼이 흔들었다.) 그래도 질문에는 답해야겠지. 참전할 거야. 내 눈으로 목도하고, 새 시대 앞 발목이 꺾일 사랑하는 친구들을 맞이해야지. (목소리는 언뜻 부드러워진다. 그것은 도리어 이질적이다.) 내 눈과, 내 손으로, 직접.
@yahweh_1971 다 됐어. (그러나 그는 당신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고자 억누르고, 참아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당신이 머리를 가벼이 흔들어오자 손에서 그것을 놓치고, 맑게 웃으며 당신의 어깨를 두들긴다. 물빠진 잿빛 머리칼은 어느 정도 단정하게 정리된 상태다.) ⋯ 스물 여덟 해 전에,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언젠가는 이런 끝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자리에는 네가 서있으리라는 것도 예상했고. 기존의 질서가 붕괴하지 않으면 새로운 세계는 오지 않으니까. 창조자는 동시에 파괴자가 되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거지⋯. (마지막 말은 중얼거리는 수준으로 낮고 작게 읊조렸다. 이내 다시 원래대로의 목소리로 덧붙인다.) 네 친애도 참, 지독한 구석이 있다니까⋯.
@2VERGREEN_
(땋았던 흔적은 고스란히 남는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내리려다 내버려두었다. 조금 우스꽝스럽게도 머리칼에선 고급스런 샴푸향이 난다. 숙박하던 피난처의 향이다.) ...... 그 말의 무게를 제대로 몰랐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팡이를 휘두르자 의자는 다시 사라진다. 어딘가의 은신처로 돌아갔을 것이다.) ...... ...... 나더러 멍청하다며 욕해대던 인간들이 있었는데...... (조금 웃고.) 걔네라고 똑똑하진 않았지만, 확실히 나도 신은 못 됐지. 그럴 재목조차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 ...... 넌 어때, 힐데가르트. 아직도 네가 성인으로 자리매김하긴 어려울 것 같나?
@yahweh_1971 네가 멍청하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구제 불가능한 멍청이겠다. (당신의 주변을 감싸는 향기를 눈치채고는 눈을 끔뻑인다. 아주 엉망은 아니었겠거니 하는 약간의 안도와 함께 가만히 당신의 말을 듣고만 있는다.) 사람 죽이는 성인도 있어? 내 목숨뿐만 아니라 친애하는 가족과 친우들의 것까지 나란히 걸어놓고 싸우는 사람이 어떻게 성인이 될 수 있지? (애정하는 이들은 결국 곧 닮기 마련이라, 어느 순간부터 그의 웃음 또한 당신의 것과 마찬가지로 조소라고 쉬이 오해받을 수 있는 류의 그것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너도 신이 되지 마. 나는 그딴 무형의 존재보다는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미완성작이 더 좋거든.
@2VERGREEN_
네 근본은 지나치게 평화주의적이야. 친애하는 가족과 친우들마저 내걸고 투쟁하는 것이 '숭고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걸 보면. (입매를 비스듬히 틀어올린다. 투쟁은 무엇이든 희생을 동반한다. 그는 당신을 변함없는 선인으로 여겼다. 모두를 평화로이 끌어안고 실존하는 완벽한 자는 없다. 있더라도 압도적인 무력이나 지성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겠지. 개인의 선은 끊임없는 고찰과 선하려는 노력, 그것이 이루어내는 결과에서 비롯된다.) ...... ...... 뭐, 네가 성인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런 고루한 수식은 없으니만 못하지. (제 머리카락을 살짝 쥐어본다. 땋은 머리칼이 도도록하게 만져진다.) 염원해준대로- 나도 신이 아니야. 그러니 네가 날 갈색머리 앤으로 만들어 모독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진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