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weh_1971 나도 같이 찍어도 되냐. …뭐 내가 기자인 건 아니지만. (오래된 카메라를 매만진다. 그러더니 묻는 말.) … …방금 찍은 거. 네 기사에 실을 거야?
@yahweh_1971 바야흐로 역사의 한가운데란 말이지. 하-하… … (제 손에 들린 니콘은 1959년산이었다. 나이가 같았다. 스물두 해를 건뎌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앞으로 이십 년이 지나면 마법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소장?… 음. 잘 모르겠어. 그냥… 찍고 싶어. (문득 떠오르는 한 장면.) …있잖아, 거의 10년 전 일인데, 입학식 있었던 날에 내가 너 찍었던 거 기억나? 그때도 이 카메라였었는데.
@Ludwik
기억해. 리버풀의 책상에 있을 텐데, 이제 메브가 버렸을까 싶네. (열한 살,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는 것은 언젠가부터 미미한 두통을 가져왔다. 그는 종종 피사체 너머의 대화를 기억해보려 하지만, 그저 '변혁'에 대하여 이야기했던 문장들 두엇만이 선명할 뿐이다. 당신은 그 때 전쟁을 바랐나?) ...... ...... 역사를 전할 수 있길 빌어. (그것을 수치스러워 감추는 대신. 그는 마찬가지로 이십 년 뒤를 상상한다. 그곳엔 폐허 위의 신세계가 있다.)
(다시 마법부의 흔적을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가 상상해온 폐허의 모습은 아니다.)
@yahweh_1971 리버풀에 돌아가면 찾아 봐. 어린 시절의 사진, 남아 있으면 나중에 추억이 되니까. (그는 그 대화 대부분을 선명히 기억했다. 그때 전쟁을 바랐기 때문이다. 차라리 평화가 두려워서. ‘너도 그랬던가?’) 소장하려는 거냐고 물어봤지.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몰라, 찍고 싶은 건. 나중에 돌이켜보기 위해. 과거를 현재로 불러일으키기 위해… 열한 살 ‘병아리’, 내 이름을 칼로놉스키라고 잘못 부르던 그 바보를 접사하던 나와 마법부 청사를 렌즈에 담으려는 지금의 나는… 그리 다를 것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성장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과거에 매달려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인간은 모두 어제의 자신이 내세웠던 정답을 오답이라고 시인하곤 한다. 그래서, 스물한 살의 헨 홉킨스, 너는…)
만족해?… 낡아빠진 세계가 파괴되었잖아. 열한 살의 너였다면 만족했을 것 같은데.
@Ludwik
'돌아가면.' (웃는 듯 당신 말을 따라 읊었다. 그럴 일은 없다. 그에게 돌아갈 곳은 이제 없다. 리버풀의 낡은 거리는 이제 그의 집이 아니며, 추억에 취해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그의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이 이어지니 문득 궁금해졌다. 열한 살의 그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지?) ...... 대단한걸. 난 그때의 내가 기억나지 않는데...... 차라리 네 얼굴이 더 선명해. 너랑, 사랑하는 우리 동기들. (사랑하는 내 친구들. 그는 이리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열한 살의 당신들을 볼 수 있다. 그건 제법 이상한 일이었다.)
...... ...... 하하. 만족...... 모르겠네. 난 지금, 그러니까...... 뭔가 느끼기가 어려워서. (문장 그대로의 의미다. 시선이 느리게 떨어졌다.) 세계가 파괴됐나? 모르겠어. 왜 이렇게, 다른 것들만 파괴된 것 같지......
@yahweh_1971 (헨 홉킨스는 미래로 향하고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과거로 향한다. 우리는… 같은 길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돌아가면”, 헨의 그 말을 듣고 직감했다. ‘너는 리버풀로 돌아가지 않을 거다. 추억을 붙들고 과거를 추상하는 건 너의 할 일이 아니므로. 그런데 있잖아, 난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족속이야.’ … …)
많은 게 파괴되었지. 전쟁이 10년이나 이어졌잖아. 그동안 우리는, (“사랑하는 우리 동기들”도 헨 홉킨스도,) 어른이 되었고. 열한 살 꼬맹이들이 벌써 겨드랑이에 털도 나는 나이가 되었다니, 믿겨져? (부러 장난스레 말하며, 파괴된 마법부 건물을 몇 장 찍다가…)
(헨에게로 카메라를 돌린다.) 이제 새로운 세상이 오겠지. … …그 도입부에 선 지금 네 모습을 찍고 싶은데, 어때. (이 또한 언젠가 추억하기 위함이다. 루드비크에겐 그것이 절실히 필요했다.)
@Ludwik
(과거에 잠기는 것은 어리석다. 그것은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새겨진 사실이지만, 당신을 어리석은 이로 평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는 늘 대척점에 선 이들을 사랑했다. 그네들이 그리 옳거나 합리적인 인간들이 아니더라도.)
어른이라니, 우스운 일이지. 난 아직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작은 칼로놉스키를 기억하는걸...... (입술이 잠시 달싹이다 일자로 다물린다. 전쟁에서의 어린아이는 보호받는다. 당신들이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파이어위스키와 럼을 꼴깍 들이키는 친구들을 구경하는 것보다도 기묘한 일이다.)
(시선을 내려 당신의 카메라를 잠시 지켜봤다. 검은 눈알같은 렌즈를 바라보다 그것이 저를 향해 돌아오면 반사적으로 손을 내민다. 그러나 렌즈를 가리려다 말곤 그냥 웃었다.) ...... ...... 인화하게 되면 네가 가져. 보내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yahweh_1971 어쩌겠냐, 10년이 지나가버렸는데. 그동안 ‘칼로놉스키’는 아버지가 되었고, 아까 말했듯 많은 게 파괴되었어. 넌 그토록 낡은 세계가 무너지길 바랐던 것치곤… (셔터를 누른다. 여러 번.) 이것이 진정 세계의 파괴인지 의문스러워했지만, 내 생각에는 파괴된 많은 것들 사이에 이전 세계도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난 그것에 유감이 느껴지지 않아. …네가 했던 말을 믿기로 했거든.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 수치스러워하지 말자는 거.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는 헨과 마주 보았다. “왜 보내 주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라곤 묻지 않았다.) 그냥… 기억하려고. 지금을 기억하고, 나중에 사진을 돌이켜보며 과거를 회상하려고. 그게 다야. (‘나한테는 그게 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