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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소리는 다시 터진다. 검은 무언가가 스치자마자 양방향으로 불쾌하게 몸이 빨려들어가는 감각이 일고, 친애하는 이를 붙든 헨이 런던 외곽의 골목으로 뚝 떨어진다. 좌표를 잘못 설정한 탓에 바닥을 굴렀다.)
@yahweh_1971 (옆에서 같이 데굴데굴 구르다 튕기듯 일어난다. 공포를 넘어 조금 광포함까지 서린 눈으로 우선 지팡이를 겨누다가, 당신인 것을 뒤늦게 알아보고 경계를 약간 거둔다.) ...아. ...홉킨스.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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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는 동작은 당신보다 느리다. 지팡이가 겨눠지면 앉아 맞대응하는 대신 두 손을 펼쳐 들어올렸다. 거둬지고서야 손을 내리곤 제 얼굴을 쓸어만진다. 다소 피로한 표정.) ...... ...... '뭐죠'는 또 뭐야? 팔부터 줘. (해칠 의도가 없음을 명시하듯 느리게 손을 내려 지팡이를 쥔다.) 치료해줄게.
@yahweh_1971 ..."'뭐죠'가 뭐냐"는 건 또 뭐냐, 고 답해드릴 수 있겠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조금 전까진 당신이 지난주쯤에 죽음을 먹는 자에 가입했는지 어쩐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사실 지금도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느릿느릿 팔을 내민다.) 부러지진 않았어요. 목적이 그냥 데려가는 거였을 거라. (즉 데려갔다면 그 뒤엔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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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팔을 쥐어 지팡이를 겨눈다. "에피스키." 읊조리곤 수 초를 세어 놓아주었다. 이제 와 추궁받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하기야 모르는 타인이었다면 그네들이 무얼 하든 내버려두었겠지만.) 번거롭게 굴지 마. 십육 년을 알고 지냈는데, 널 살려놓는 것 하나까지 구구절절히 설명해야 해? (놓아주었다. 지팡이를 다시 주머니에 쑤셔넣곤 일어난다.)
@yahweh_1971 (고통과 붓기가 빠르게 가라앉기 시작하지만 표정엔 변화조차 없다. 일어서는 당신을 올려다본다.) 제가 번거롭게 군다고요. 제가, (코웃음과 비슷한 소리를 내고,) 헨 야훼 블루웰스. 저는 오래전에 죽었습니다. 당신의 죄책을 덜 수단으로 제 시체를 사용하지 마세요. 한눈 팔지 말고 당신의 길을 가요. (비난이 아닌 조언의 어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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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리 시프, 네게 느낄 죄책은 한푼어치도 없을 뿐더러 내 눈엔 문제 없이 호흡하는 생물로 보여. 시시껄렁한 비유를 하고 싶다면 다른 상대를 찾는 것이 좋겠어. (당신을 마주할 적 시야가 내려가지 않는 것은, 수 년간의 몸에 익숙해진 이제 제법 어색한 일이다. 이어 나지막히 웃었다.) 왜 이래...... 왜 자꾸 내 행동에서 이유를 찾지? 우린 친구잖아.
@yahweh_1971 ...아. (무언가 상처받은 것 같은데 왜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미 한참 전에 당신의 뜻을 밝혔고, 이유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를 구해 줬다면 그건 좋은 일 아닌가? 그는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 당신을 잠시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일단 런던을 벗어나진 않은 것 같고. 익숙한 곳 같기도 한데. 멍하게 생각하며 표지판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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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배회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았다. 내버려두면 전장으로 돌아갈까? 소규모일지언정 저주들이 난무하고, 팔이 부러지는 것쯤은 우스운. 흐름은 정해졌으므로, 이것은 무의미한 개인의 투쟁이다. ...... 한순간 든 생각에 무심코 부르길,) ...... ...... 이봐. (그러나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다. 눈이 아래로 굴렀다.) 그러니까, 여기...... 내 집 앞이야. 이 정도 지리는 외워주지 그랬어?
@yahweh_1971 (...그가 끝없이 잔인한 세상과, 그럼에도 그 안에서 투쟁하겠다는 당신을 보며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천천히 흐르는 물은 때로 거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부름에 몇 초 정도 뒤에 당신을 돌아봤다가,) ...아. (한번 더 말하고, 새삼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보다가 뒷목을 문지른다.) 미안해요. 온 지가 오래되었다 보니... (이는 당신도 아는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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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되었더라. 작년의 초입 이래라면 일 년 반은 족히 넘었을 시간이다. 새삼스레 당신과는 떨어져있는 것이 되려 어색함을 인식하지만, 그러나 오래지 않아 적응할 것이다.) 이거 서운하네. (종종 도로 너머 소음이 들리는 주택가는 여러모로 리버풀의 거리와 다르다. 옷가지가 정돈된 행인들이 두어 명 지났다.) ...... 소규모 전황은 시시각각 바뀌지. 돌아가봤자 상황은 끝났을 텐데, 온 김에 올빼미, 유다라도...... (구차하다. 침을 삼켰다.) 잠깐 보고 가. 어차피 지금 가면 몇 년은 또 사라질 것 아냐?
@yahweh_1971 ...미안해요... (...조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번 더 사과하고는, 당신의 말을 듣는 머리 한구석으로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다. 사실 "당신의 집 앞이다"라는 정보가 추가되었다는 것 외에는 사실 여전히 이곳의 지리적 구조 같은 기억은 여전히 영 떠오르지 않고 있어서- 그리고 멈춰선다.) 몇 년이요? 그러진 않을 거에요. 사실 잘하면 9월이 되기 전에 전쟁이 끝날 거라는 말도... (이건 당신에게 기쁜 소식이 아니려나. 말을 주워담으려다 무심코 끄덕이고 만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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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이 끝나면 대면할 마음은 있고? (회피는 쌍방으로 이루어졌음에도, 꼭 당신의 탓이라도 되는 양 이죽였다. 전쟁은 당신의 말마따나 마무리지어질 것이며, 그리하여 몇 년이다. 말이 몇 년이지- 십수 년, 수십 년이 될지도 모르지. 어린 날의 확신과 달리, 마지막 가장 그늘지고 낮은 자리에 당신이 서줄지도 이젠 모르는 일이다.) ...... 하하. 솔직히, 이제 그 정도 친애는 없잖아.
(그러나 말을 더 잇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하다- 그리하면 따라오지 않을 테지. 손을 들어 대화를 멋대로 마무리지었다. 거주하는 집은 고즈넉하며 청결하고, 문을 여는 열쇠는 새 것마냥 반짝인다.)
@yahweh_1971 (어느새 벌어졌던 거리를 다시 좁혀 당신 앞에 서 있다. 당신 멋대로 마무리지은 대화라면 그는 그것에 순종할 의무가 없으므로, 현관에 들어서며 대꾸한다.) ...전쟁이 끝나고 당신이 무사하다면 만나러 올게요. 당신이 아직도 저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저를 구해줄 수 있다면 저도 그 정도의 친애는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몸조심하시고... (요즈음 그의 염려는 다른 사람을 좀 짜증나게 하는 데가 있어 보였고 그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집 내부를 구경하며 뻔뻔하게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는다. 여긴 꼭 안 쓰는 안전가옥같네.) 언제는 일주일에 하루도 저랑 떨어져 있기 싫으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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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 달린 방문을 열자, 너저분한 방 한 켠에 졸고 있는 올빼미가 보인다. 유다: 이름을 부르자 나태하게 거대한 날개를 정돈하곤 머리만 주욱 돌리는 것이다.) 네게 몸조심하라는 말을 듣다니. (조금 우습다는 양 대꾸하며 걸음을 옮긴다. 팔을 내미니 커다랗고 묵직한 새가 올라탔다. 침실이었을 방엔 접힌 종이들과 새털, 잉크 자국들이 엉겨 엉망이지만, 오래지 않아 문은 닫긴다.) ...... ...... 관두지. 어려서의 일화들을 다 꺼내오자면 네가 불리하지 않겠어? 원한다면 지금도 빌어줄 수는 있어, 얌전히 매일을 이 집구석에 박혀 한담이나 나누자고...... 네게 들어줄 마음이 있다면. (불가능한 것을 알아 하는 말. 노란 눈이 당신을 알아본 듯 깜박인다. 파란 눈은 비스듬히 옆을 보았다.)
@yahweh_1971 ...그래요? 잘됐네요. 제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싸움에 끌리는 거 아시잖아요. (농담이지만 당신이 웃으리라 기대하는 농담은 아닌 것. 방 안쪽을 물끄러미 보다가 흉터투성이 손을 뻗어 날아온 새를 쓰다듬으려 시도해 본다. 한편 그의 부엉이-모비는 몇 달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있을지는 하늘만 알겠지.) (앉을 만한 것이 있는지 둘러보다 그냥 근처의 아무 곳에나 기대고,) 홉킨스 씨께서 마음에 들게 빌어 주시면 여기 남는 것뿐인가요, 저쪽 방 청소도 같이 해 드릴 수 있는데. 집-에스마일은 정말 아직 필요없으세요? (마주 도발이다. 그 불가능이 과연 그 혼자만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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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얌전히 머리를 대고, 손길이 떨어지면 아쉬운 듯 운다. 옷걸이 위로 옮겨주자 철제 봉이 요란히 삐걱댔다.) 살아있는 것이 신기하지. 네가 기사단의 가미카제가 될 셈이라면, 그런 무의미한 투쟁에 대해선 더더욱이 반대해야겠는데. 그 '친애'에 비롯해 난 네가 안온하고 평탄하게 살길 바라거든. (열을 올리던 열한 살의 발화와는 우스우리만치 다른 말이다. 그러나 이를 인지하기엔 이미 너무 오래 굽어진 길을 걸었다.) ...... ...... 그리고, 집-에스마일 말이지. 날 물어뜯을지도 모르는 하인은 필요없어. 방에 콕 박혀 내가 오길 기다리며 라디오나 하는 백수라면 모를까. 아, 이런. 이러니 정말 가부장적으로 들리는걸...... (자조하듯 비죽 웃었다.) 하하...... 어때? 조건이 네 마음에 든다면야 해줄 수 있지. '마음에 들게 비는' 건 어떤 건데? 무릎이라도 꿇어?
@yahweh_1971 ... ...가미카제요. (세계사 지식은 드문드문 있지만, 우연히도 아는 단어다. 부엉이에게서 당신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당신이 제 일에 대해 그렇게까지 생각하시는 줄은 몰랐는데요. 당신이 아즈카반에 가면 신념이며 변혁이고 제가 죽으면 맹목이고 광기다, 이겁니까? 최소한 그것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토론 수업은 배우는 게 참 많네요, 홉킨스 교수님. (어조에 빈정거림을 넘어선 독기가 서리려다 곧 가벼운 웃음으로 사그러진다. 아직은... 당신의 집이니까...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하지만 이것으로 그는 확신한다-) 구체적으로 생각한 방식은 없었지만. 무릎 꿇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제 앞에 꿇어앉은 뒤에, 진심 어린 눈물을 흘리면서 말씀하시는 거에요.
@yahweh_1971 네가 이미 한참 전부터, 모든 의미 있는 면으로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는 건 위로하려 하기는커녕 인정해 주지도 않을 거고, 너와 같은 사람 수십, 수백이 형용할 수도 없을 만큼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다쳐도 상관하지도 않을 거고, 사실 네가 죽는 걸 제대로 막기 위해 그 대단하신 손끝 한번 까딱할 생각 없지만, 그래도 난 이기적으로 네 목숨만은 붙어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끔찍한 소망을 품고 있다고, 한번 해보시겠어요? (-당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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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느리게 식는다. 생의 대부분을 보아 익숙한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믿을 만한 뒷배를 세워두고 위즌가모트 아래 서는 것과, '압도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위해 단신으로 전장에 나서는 만용이 같나? 네가 선택한 편까지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네 행동을 문제삼는 건 당연하지 않아? ...... ...... 친애하는 학생, 우스우리만치 날 비난하려 안달이 났군. 네 불행과 감정에 매몰돼 내게 탓을 돌리려 하잖아.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지금도 내 덕에 두 발로 멀쩡하게 서 있으면서. (그러나 폐부를 찔리자마자 가시를 토해내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얄팍한 입에선 숨소리처럼 웃음이 터진다. 어쩌면 이리 비난하는 말을 기다려왔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에게 그리 토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시계를 힐끗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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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동작은 건조하다. 메마른 얼굴을 쓸어내리다 몸을 굽혔다. 무릎이 바닥에 툭 닿는다. 싸구려 악당마냥 킬킬대며 악의적인 문장을 고스란히 곱씹었다.)
네가 죽어가는 걸 인정할...... 하하...... 그래, 인정할 생각 없어. 넌 멀쩡하게 생존했고, 이따위 만용을 부리지만 않으면 앞으로도 질기게 연명할 테니까. 사람들은 어디서나 죽어나가. 그걸 앞당겨 변혁을 일으킬 수 있다면, ...... 내가 죄책감을 가져야 하나? 그래도 마지막은 틀렸어. 네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그걸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해야지. ...... 살아줘. (이 순간에도 시간을 끌려 구태여 무릎을 꿇었듯이. 지금쯤이면 공터는 비었을까? 손끝이 미세히 바닥을 긁고, 비굴한 양 당신 발끝에 툭 닿았다. 발목을 틀어쥔다.) 미안. 어떡하냐. 그런데 눈물이 안 나네......
@yahweh_1971 ...지금... 뭐, 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당신을 내려다본다. 아. 이럴 줄 알았어야 했나? 뒷걸음질치며 발목을 당신의 손아귀에서 빼내려 시도한다. 비명처럼,) ...약속... 그때 해 주신 약속, 지금 쓸게요. 그만해 주세요. 멈춰... 그만. 죄송해요. 진짜 하라는 게 아니었어요. 헨, 제발.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저 정말로...
...제발. 믿어 주세요. 저 병원에서 일어난 뒤로 변할 수가 없어요. 그 전 일주일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뭔가 하지 않으면 매일 이렇게 갇혀 있고, 그게 어떤 거냐면, (비유를 찾아 헤맨다. 영국의 가장 마지막 메타모프마구스는 약 80년 전 태어나 전쟁 때 아투르 아스테르의 친구이자 대적자에게 죽었다. 설령 살아 있었대도 그가 하필이면 에스마일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은 만무하기에-)
@yahweh_1971 (...누구에게도,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고통을 언어화하려 애쓰며 그는 문득 사무치게 외로워졌다. 갑자기 낯선 곳으로 떨어져 당신에게 영어를 배워야 했을 때보다 더, 왜냐하면 이제는 정말로 의지할 존재가 없었으니까...) ...어떤 거냐면,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거랑 똑같은 거에요. 아니면 갑자기 앞이 안 보이거나, 귀가 안 들리거나, 말이 안 나오거나, 그 모든 게 동시에 한꺼번에 안 되거나. 당신들은... 어떻게 사시는 거에요? ...저는, 계속해서 이렇게,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끔찍해요. 가끔씩 이 모습으로 거울을 볼 때마다 다시 거기 가서 저도 마저 죽여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어요. 해야 될 일이 너무 많고, 저 정말로 죽고 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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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마셨다. 발목을 쥐었던 손에선 천천히 힘이 빠진다. 무르긴...... 생각했을 뿐이다. 그는 필연적으로 다정하고 연약한 것을 사랑하지만, 친애하는 당신은 제게 물러터져서는 안 되었다. 그 혀로 시킨 일이었으니, 무릎을 꿇으면 비웃곤 비난해야지. 이리 멍청하게 굴 것이라면 애초부터 가시를 뱉어서는 안 됐다. 그것은 당신의 연약함을 되려 증명할 뿐이며, 전장에서 당신을 약하게 할 뿐이다. 당신은 그의 대척자가 아니지만, 당신에겐 그를 공격할 이유가 충분하므로......) ...... (결국 손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몸을 일으키는 대신 제 얼굴을 덮어 가린다. 파랗게 번들거리는 눈만이 손틈으로 드러나고, 조용히 이어지는 말을 듣고도 한참이 지나 손길을 거뒀다.) ...... 이러지 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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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길 강요해봤자 내가 당신에게 해로운 건 안다.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입술은 결국 독설하지 못한 채 달싹인다. 결국 흐르는 말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 ...... 그래서 네가 달라져?
(사이. 그는 열넷의 '에스미'를 본다. 메타모프마구스로 살아본 적 없는, 제 정체성에 앓아본 적 없는 이는 당신을 이해하는 대신 나름의 방법으로 직시한다.) 나는...... 모르겠어. 널 정의하는 게 뭔지. 네가 원하는 모습을 할 수 없는 것이, 그게 네 생의지를 깎아? 네가 이야기하는 건 폴리주스나 마법으로 대체하는- 단순한 능력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예전에도 말했었지...... 진심으로 미안하지만, 난 네 고찰을 모르겠어. 바라는 모습으로 살 수 없는 것이 괴로운 건 이해하겠지만, 그렇더라도 그게 네 생존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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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널 네가 인식하는대로 정의한다면, 껍질을 바꾸지 않아도 넌 그냥 그렇게 되는 거야. 네가 웬 배우 얼굴을 하든, 교수를 뒤집어쓰든 내게 늘 네가 정의하는 너였듯이. 다들 부조리하고 바라는대로 주어지지 않는 삶을 그렇게 살아. 대단한 마법 없이.
@yahweh_1971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살지 못하잖아요. 부조리하고 바라는 대로 주어지지 않는 삶을 당신이 받아들이는 것을 저는 본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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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함은 그러나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의 사고는 늘 그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부조리한 것이 세상이라면, 세상을 바꿔야 한다. 당신의 영혼이 바라는 몸을 찾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러한 것은 불가능하며 당신이 스스로를 해칠 지경까지 내몰린다면 그것은 막아야 할 일이라고.)
...... ...... 에시.
(다시 말하지만, 사람들은 특별한 마법 없이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간다. 당신이 당신으로서 살기 위해선 자신을 향해 원념을 쏟아내선 안 된다. 분노가, 절망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세계를 향해 투쟁할 때 쓰여야 한다.)
너였구나.
(그러나 다른 모든 말은 마지막에 이르러 휘발된다. 그는 벌써 수 년이 지난 괴로움을 반추한다. 당신이 배신자였어. 당신 탓에 나와 그 애가 갈라졌다. 내가 괴로워 옥상의 침묵 속 울부짖어야 했다.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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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게도 별 감정은 들지 않았다. 사실을 한참 곱씹고, 여전히 바닥에 꿇어앉아 숙인 채 입술을 만져보다 웃었다. 그렇구나. 이것은 차라리 감사할 일이다. 그러니 어째서 탓하겠는가?)
...... ...... 미안...... 다른 건 솔직히- 별 생각도 안 들어. 걔가 널 사랑하지 않길 바라. (사이. 고개를 든다.) 이건 정체성의 문제도 못 돼. 네 우선순위는 걔가 아니니까. 그래도...... 그래도, 그래, 뭐든...... 용서할 테니까, 아, 피곤해....... 하하. 빌어먹을, 너희 알아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