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W (당신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간다. '방해'라는 말에 제 팔짱을 낀다. 가벼운 한숨을 흘린다.) 낸들 알겠니. 왜 왔는지는 몰라도 최악의 타이밍, 최악의 장소였어. (혀차는 소리를 내더니, 제 시가를 옷 어딘가에서 꺼낸다.) 솔직히 내 의견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서 말이야. 아콰시의 결정에 따르겠지. (모자에 달린 베일을 뒤로 완전히 넘긴다.) 루반지 말로는 아직 혼인 등록을 못해서, 혼인 무효가 될 수도 있다던데. (그 사람이면 이미 무효처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Impande (모퉁이를 돌아 어느 문을 연다. 휴게실 안에 소파와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고, 안에 또다른 유리문이 있다. 흡연실인 모양이다. 흡연실의 문을 열고는 먼저 들어가라 손짓한다.) 한 떨기 백합 같은 신부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거라고 신문에 났던데. 눈물도 흘렸다면서요. (아홉 살이나 차이 나는 결혼식이었는데. 더구나 방금 임판데 자신의 의견은 의미없다고도 했다. 레아는 임판데를 힐끗 보며 담배를 한 대 꺼낸다.) 있죠. 당신이 눈물을 흘리는 건 정말이지 상상이 안 가요. 그렇게 나이 차이 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그렇고. ...'가족들'이 그렇게 하라 말하던가요?
@LSW (흡연실 안으로 성큼 들어간다. 문을 곁눈질한다. 방음은 안되겠지만...) 마법부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 미리 알았으면, 여기서 쉬고 있었을텐데. (당신의 말이 이어짐에도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다. 물론 속으로는 웩, 백합같은 신부. 켁, 그 놈의 눈물. 도대체 어디까지 그 기사가 퍼지는 거지? 하며 질색하고 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연기엔 전혀 재능이 없는 사람이야. (손이 약하게 떨리지만, 마법으로 시가 끝을 잘라내는 데에 성공한다. 언행과는 달리 침착한 얼굴과 올라간 입꼬리.) 그냥 숙소에 찾아온 기자들한테 몇마디 했을 뿐인데. 흘리지도 않은 눈물이 창조되더라고. 그래서 저널리즘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나...를 보게 되었지. (시가에 불을 붙이곤.) 정략결혼에 당사자 의견 존중해주는 거 봤어? 난 못 봤는데. 특히 어린 신부의 의견이라면 더더욱.
@LSW 나는 헨이 기자로 자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그런 기자로 자랄 줄은 더더욱 예상 못했지. 이런, 레아.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뱉는다. 철옹성처럼 웃는 얼굴을 내세운다.) 가엾은 신부 행세라니. 너무한 거 아냐? 지금 내가 얼마나 막막할 지 알면서. (움찔거리는 한쪽 눈썹만 아니었다면 완벽했으리라.) 그 일이 있었는지 2주나 지났어. 하지만 아콰시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 지...를 말해주는 대신 (유리문 앞에서 서성이는 인기척을 향해 턱짓한다.) 귀가 되어줄 사람을 붙여두었지. 너도 알잖아. 대화는 일방적이어선 안된다는 거. 듣기도, 말하기도 필요해. 그래서 직접 찾아온 것 뿐이야. 이제 이해가 가니? (거짓은 섞지 않았으나, 몇몇 중요한 사실은 숨겼다.)
@Impande 아하... (유리문을 곁눈질했다. 희미한 실루엣이 분명히 보였다.) 네, 이해했어요. 죄송해요, 임판데. 제가 섣불리 짐작했나봐요. (섣불렀다는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키웠다.) 갑작스런 정략결혼이었다지만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었으니까 마음을 많이 내줬을 텐데, 당신도. 그런데 아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난도 그런 식으로 황당하게 결혼식이 파토나는 건 스스로의 명예에도 그렇고- 별로 좋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임판데를 당장은 만나주지 않는 거고. ...(그나저나 오랜만에 만난 김에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레아는 양손을 들어 움직인다. 모양새를 보면 꼭 작은 인형극이라도 하는 것 같다. 입모양으로 묻는다. '집요정들은 잘 지내요?')
@Impande (조금 웃는다. 어릴 적 했던 인형극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먼저 시작하기야 했지만... 그러다 임판데가 입모양으로 말하는 것에 표정이 굳었다. ... 금세 풀린다.) 당신이 왜 모자라요. 그저 불운했을 뿐인데. -아, 이런 이야기 말고 최근 저희 부서에 들어온 신입 이야길 할까요. 글쎄 그 녀석, 서류 심부름을 시켰더니 어쩌다 지하 8층까지 가서 길을 잃어버린 거 있죠. 미스테리 부서에서 미아가 되어버릴 뻔했다고요... (입모양으로 말한다. '잘 지내셔요. 아버진 아직 안 돌아오셨어도.')
@LSW 가끔 불운은 무능의 탈을 쓰니까. (짧막하게 대답한다. 미스터리 부서라는 말에 조금 호기심이 드는 지, 눈이 커진다. 이럴 때보면 어릴 적 그대로인 듯한데...) 지하 8층까지? 그거 큰일이었겠는걸. 그래도 금방 알아차려서 다행이야. 아니면 그 후배를 찾으려 이 넓은 마법부를 헤매야 했을테니까—. (안 돌아왔다는 말에 고개를 기울인다. 임판데의 기억과 지식은, 그가 포스틴 린드버그와 불륜설이 돌았던 때에 멈춰있었다. 에스마일이 진행하는 방송조차도 듣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동족의 배신자 소리를 듣는 건 알았지만, 설마. '안 돌아오셨다니. 그건...')
@LSW 6시, 리키 콜드런. (임판데는 어릴 적부터 아무것도 몰랐고,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지켜졌다. 그러나 어른이 된 이후 절절히 느꼈다. 염세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끔찍한 진실도, 아픔도 마주해야만 끝낼 수 있다.) ... (리키 콜드런 앞에 그가, 양산을 쓴 채로 기다리던 연유는 그 탓이다. 자기 코가 무겁다고 여기는 코끼리가 없듯이, 자기 책임을 받아들여야하니까... 참나, 레타보가 이야기해준 격언은 이럴 때만 튀어나온다. 피식 웃으며, 당신에게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