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nde 담배 한 대 빌려 줘. (재회는 무감하다.) 오랜만이야. 쿠말로…
@Impande (말없이 궐련을 받아들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기나긴 침묵. 연기만이 두 사람 사이를 채운다.) 난… 요즘 아무것도 안 해. … …그냥 집에 있지, 뭐. (한 모금 마시곤 또 침묵하다가.) 네 소식은 신문에서 읽었어. 결혼식…
@Impande 초청장은 받았었어. …못 가서 미안해. (연기자욱 속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말한다. 바닥에 짓눌린 기분으로.) 전과자가 갈 자린 아닌 것 같아서 못 갔어. … …
@Impande … (고개만 주억인다. 모든 발화가 수치스럽다.) 30갈레온은… 아마 없을 거 같지만. (이 말은 나름의 농담이다. 그리고 또 수치스러워진다.) … …만약에 네가 다시 결혼식을 올린다면 그땐 갈게. 너도 내 결혼식에 와 주었었으니까 보답을 해야지… 음. 이혼했지만.
@Impande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했었지. (이제 와 반추하면 참 즐겁던 나날의 일이다. 무기 장난감과 주먹을 휘두르며 또래들 사이에서 영웅 놀이를 할 수 있었던.) 어릴 때 넌 결혼 안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하… (궐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곤.) 나도 사실은 결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어. 보통 다들 결혼하니까, (‘정상적인 남자가 되고 싶어서…’) 했던 거지. … …이혼당할 만하지?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나 같은 놈은 최악이잖아.
@Ludwik 그땐 나보다 똑똑한 것처럼 굴었는데. 지금 보니 순 맹탕이네. (소매로 입가를 닦더니, 다시 담배를 들이마신다.) 맞아. 그땐... 결혼같은 거 하기 싫었어. 나 자신이 다른 호칭에 묻혀 퇴색되는 느낌이었거든. (솔직히 지금도 끔찍하게 여겨졌다. 배우자의 존재따위 내 앞길에 방해만 될 뿐인데. 허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본다. 입술 새에서 연기가 새어나온다.) 그럼 나 역시 최악의 신부이자 어머니겠는걸. 아직 임신이나 출산을 경험해보진 않았다만서도... (주먹으로 당신을 툭 건드린다.) 기운내. 곤경을 많이 겪은 인생은, 나중에 더 단단해진다고들 하잖아. 잠깐 길 잘못 들었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진 않더라. (물론 아주 오랫동안 거기서 버티고 있으면 문제겠지...)
@Impande 매, 맹탕… (반박하지 못하고 궐련이나 뻑뻑 피운다. 이런 이야길 할 때면 마음이 괴롭다. 위로의 말엔 고맙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그저 씁쓸하게 웃기만 하더니 물었다.) 있잖아, 넌 왜 결혼하려고 했었는지 물어봐도 돼?…
@Impande 알아. 폴란드인 특유의 패배주의적 태도를 가리킬 때 그 비슷한 말을 자주 쓰지. (자학 개그…) 너도 결국 가족이 원해서 했구나. 나도… 대충 비슷한가. … …그래서, ‘한 번 노예면 영원히 노예’라고 말하는 넌 이제 어떡할 셈이야?… 계속 노예로 남을 건 아니지?
@Impande 네가 부수고 싶다면 부술 수 있을 거야. 넌 집념 하나만은 대단했잖아, 학창 시절부터. (임판데에게 달리기로 따라잡혔던 날을 떠올린다… …) 그리고 탕아는 말이야,
언제나 언젠가는 돌아오게 되어 있어. ‘돌아온 탕아’. 들어본 적 있지?… 아니, 이 경우엔 꼭 “넌 다시 결혼생활로 돌아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뭣 하지만… 무슨 뜻인지 알잖아…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