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9일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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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ande

2024년 08월 19일 00:34

(멍하니 골목길에 기대서있다. 공중에 담배 연기를 뿜어내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다.) 안녕. (눈이 조금 휘어진다.) 여기서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오랜만이야.

Ludwik

2024년 08월 19일 15:49

@Impande 담배 한 대 빌려 줘. (재회는 무감하다.) 오랜만이야. 쿠말로…

Impande

2024년 08월 19일 17:05

@Ludwik 이거 비싼건데. (하면서도 군말없이 궐련 하나를 쥐어준다.) 불은 알아서 붙일 수 있지? (한참동안 침묵 속에서 담배만 빨아들이다) 그래서, 어떻게 지냈니. 계속 구두 만드느라 바빠서 말이야...

Ludwik

2024년 08월 19일 17:57

@Impande (말없이 궐련을 받아들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기나긴 침묵. 연기만이 두 사람 사이를 채운다.) 난… 요즘 아무것도 안 해. … …그냥 집에 있지, 뭐. (한 모금 마시곤 또 침묵하다가.) 네 소식은 신문에서 읽었어. 결혼식…

Impande

2024년 08월 19일 22:49

@Ludwik 비슷하네. 나도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거든. (웃는 얼굴로 연기를 내뱉더니.) 아, 하긴 그렇게 엉망진창이었다면, 소문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려나—. (양쪽 눈을 찡긋거린다.) 아무튼 너가 못 와서 다행이었지 뭐야. (아니, 애초에 초청장을 안 보냈던가? 인원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Ludwik

2024년 08월 20일 14:28

@Impande 초청장은 받았었어. …못 가서 미안해. (연기자욱 속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말한다. 바닥에 짓눌린 기분으로.) 전과자가 갈 자린 아닌 것 같아서 못 갔어. … …

Impande

2024년 08월 21일 02:35

가벼운 욕설

@Ludwik 받았었다니 다행이네. 정신이 워낙 없었어서, 빼먹었나 걱정했어. (그 말에 코웃음친다.) 이봐, 루드비크. 나는 장사치 X끼라서 네 전과 사실보다 내가 축의금으로 낸 30갈레온이 더 중요하거든? 괜히 기죽지마. (혀를 가볍게 찬다.) 다시 결혼식을 하게 된다면... (솔직히 그러길 바라진 않지만, 혹시 모르니 말해본다.) 그땐 꼭 오던가.

Ludwik

2024년 08월 21일 17:27

@Impande … (고개만 주억인다. 모든 발화가 수치스럽다.) 30갈레온은… 아마 없을 거 같지만. (이 말은 나름의 농담이다. 그리고 또 수치스러워진다.) … …만약에 네가 다시 결혼식을 올린다면 그땐 갈게. 너도 내 결혼식에 와 주었었으니까 보답을 해야지… 음. 이혼했지만.

Impande

2024년 08월 22일 01:13

@Ludwik (걱정섞인 얼굴로 당신을 바라본다. 목소리가 더 부드러워진다. 사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덜 불편했으면 해서, 한 말들이었는데...) 돈이 없으면 몸만 와도 괜찮아. 4학년때 말했던 것중에서 제일 중요한 걸 잊으면 어떡하니. "15년만에 결혼한다고 갑자기 연락와서 축의금 뜯는 괘씸한 인간에겐 0갈레온" 말이야. (콜록. 연기를 빨아들이다 사레걸린다.) 이혼했다고? (너무 놀란 티를 냈나. 뒤늦게 눈감으며 헛기침 한다.) 이런 실례. 소식을 전혀 못들었어서...

Ludwik

2024년 08월 22일 23:11

@Impande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했었지. (이제 와 반추하면 참 즐겁던 나날의 일이다. 무기 장난감과 주먹을 휘두르며 또래들 사이에서 영웅 놀이를 할 수 있었던.) 어릴 때 넌 결혼 안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하… (궐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곤.) 나도 사실은 결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어. 보통 다들 결혼하니까, (‘정상적인 남자가 되고 싶어서…’) 했던 거지. … …이혼당할 만하지?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나 같은 놈은 최악이잖아.

Impande

2024년 08월 23일 18:37

@Ludwik 그땐 나보다 똑똑한 것처럼 굴었는데. 지금 보니 순 맹탕이네. (소매로 입가를 닦더니, 다시 담배를 들이마신다.) 맞아. 그땐... 결혼같은 거 하기 싫었어. 나 자신이 다른 호칭에 묻혀 퇴색되는 느낌이었거든. (솔직히 지금도 끔찍하게 여겨졌다. 배우자의 존재따위 내 앞길에 방해만 될 뿐인데. 허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본다. 입술 새에서 연기가 새어나온다.) 그럼 나 역시 최악의 신부이자 어머니겠는걸. 아직 임신이나 출산을 경험해보진 않았다만서도... (주먹으로 당신을 툭 건드린다.) 기운내. 곤경을 많이 겪은 인생은, 나중에 더 단단해진다고들 하잖아. 잠깐 길 잘못 들었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진 않더라. (물론 아주 오랫동안 거기서 버티고 있으면 문제겠지...)

Ludwik

2024년 08월 24일 09:40

@Impande 매, 맹탕… (반박하지 못하고 궐련이나 뻑뻑 피운다. 이런 이야길 할 때면 마음이 괴롭다. 위로의 말엔 고맙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그저 씁쓸하게 웃기만 하더니 물었다.) 있잖아, 넌 왜 결혼하려고 했었는지 물어봐도 돼?…

Impande

2024년 08월 25일 17:25

@Ludwik 루드, 성질 많이 죽었네. 옛날이었으면 펄펄 뛰었을텐데. (키득거리며 손을 늘어트린다.) 내가 결혼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 루반지의 뜻이었지... 평생 고분고분한 자식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거 참, 살다보니 거스르지 못할 때가 오더라. (눈을 찡그린다.) 한번 노예는 영원히 노예라는 말 알아?

Ludwik

2024년 08월 25일 23:07

@Impande 알아. 폴란드인 특유의 패배주의적 태도를 가리킬 때 그 비슷한 말을 자주 쓰지. (자학 개그…) 너도 결국 가족이 원해서 했구나. 나도… 대충 비슷한가. … …그래서, ‘한 번 노예면 영원히 노예’라고 말하는 넌 이제 어떡할 셈이야?… 계속 노예로 남을 건 아니지?

Impande

2024년 08월 26일 16:13

@Ludwik 나라마다 그런 격언 하나씩은 있더라. 우리 할아버지는 불사신조차 운명엔 면역이 없다고 했는데. 내가 그 꼴이고. (쓰게 웃는다.) 그래도 나보다는 집요정들이 더 걱정이야—. (눈을 데구르르 굴린다.) 나는 탕아같은 생활을 몇번이고 했었지만, 그들은 아니니까. (조용히 중얼거린다.) ...과연 내가 이 족쇄를 부술 수 있을까.

Ludwik

2024년 08월 26일 21:07

@Impande 네가 부수고 싶다면 부술 수 있을 거야. 넌 집념 하나만은 대단했잖아, 학창 시절부터. (임판데에게 달리기로 따라잡혔던 날을 떠올린다… …) 그리고 탕아는 말이야,

언제나 언젠가는 돌아오게 되어 있어. ‘돌아온 탕아’. 들어본 적 있지?… 아니, 이 경우엔 꼭 “넌 다시 결혼생활로 돌아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뭣 하지만… 무슨 뜻인지 알잖아… 그런 거야.

Impande

2024년 08월 27일 21:54

@Ludwik 오, 지긋지긋할 정도로 누굴 붙잡는 건 자신있지. 부수지 못하더라도, 네 말대로 계속 붙든 채 이빨을 딱딱거리고 있을 걸. (돌아온 탕아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을 굴린다. 이것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면 좋을텐데.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떠한 교훈도 주지 못하게...)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갇히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이들만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면... (제 턱을 매만지다가 피식 웃는다.) 감옥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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