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한눈에 알아보았다. … …) 승전 기념 여행이라도 가려고?
@Julia_Reinecke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너와 난 다를 게 없다고 했던 거 기억나? 역시 그랬던 거야…” 따위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저와 닮은 의안과 흉터를 응시하다가 입을 연다.) 떠돌아다닐 거야? 고행자처럼, 회개한 죄인처럼?… … 하하,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
아니. 아니야. … …마음대로 해. 어디든… 가 봐. 시간 있으면 그단스크에도 한 번 가 보고. 넌 국적상 영국인이라 비자 얻기가 까다롭겠지만 마법사에게 그런 건 상관없잖아. 그리고 베를린에도 가 봐… … 네 아버지 고향이라며.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 많았다. 너무 많아서, 뜬금없이 주절대듯 말하고도 아직 속내가 끓었다.)
@Ludwik (옅게 웃는다. 회한에 잠긴 얼굴이었다.) ...... 그것도, 어쩌면 나쁘지 않겠네. (그러고는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의 일이었지. (이제는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지만.) 너와 이야기한 게. (그날 그는 당신에게 분노했었다. 그것은 어쩌면 원망에 가까웠던 것도 같다. 모든 감정이 이렇게나 순식간에 살라먹히다니 놀라울 일이다. 왜 어째서, 더는 사람을 죽이고, 짓밟고, 해치고, 고통스럽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걸까. 왜 더 이상, 제어장치가 고장난 장치마냥 폭주할 수 없는 걸까.....) ...... 이런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겠지만, (당신에게 다가간다. 두 팔을 조심스레 벌려, 당신을 포옹한다. 품에 고개를 묻고는.) 그래도 네 부탁, 들어줬어.
@Julia_Reinecke … … (마주 끌어안았다. 온힘을 다해 포옹했다. 우는 것도 같은 숨결이 한참 들린다.) 달라지는 건 없어… (‘달라지는 건 없는데. 그런데도 난.’ 스물한 살의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단숨에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모든 것에 겁먹던 열한 살 루디오가 된다. 잿빛 눈을 하고서 주절대던 것도 잊고, 그 애처럼 말했다. 그 애처럼 화냈고, 그 애처럼… 율리아 라이네케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너무 늦었다. 모든 것이.)
독일인 주제에… 너 때문에, 전부… … (‘난 아직도 네가 두렵고,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가장 싫어해.’)
너 때문에 죽은 사람들… 짓밟히고, 해쳐지고, 고통받은 사람들… 그들을 두고 홀로 떠나겠다고? 그러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냐고, 이 살인자!… (‘나도 살인자다. 나도 떠나려 한다. 제대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너와 같아.’)
@Julia_Reinecke 넌 앞으로도 영원히,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지도 못할 거야… (‘나도 그렇게 되겠지.’)
너는… 너는 그래봤자 인간이 아니니까. 파시스트는 괴물이지 인간이 아니야!… … (‘사실은 인간이 아니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에게서 인간성을 부정해버리면 그 다음은 간단하므로.’)
(그럼에도 루드비크는 ‘루디오’처럼, 열한 살의 그날처럼 줄리아를 밀쳐내지 않았다. 줄곧 끌어안고 있었다. 놓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오랜 작별임을 아니까. … …그러니까 지금 말해야만 한다. 이것이 횡설수설에 가까운, 고통받은─그리고 죄 사함받을 수 없는 죄인의 넋두리더라도. 우리는 다르지 않기에 더더욱 말해야만 한다.) …
미안해. 미안했어. 사실 사과하고 싶었어.
@Julia_Reinecke …Es tut mir leid, Julia. (…미안해, 율리아.)
@Ludwik (두 눈을 감는다. 당신의 비난을 말없이 듣는다. 어떠한 거부도, 항명도, 반항도, 몸부림도 없이. 어쨌거나 그는 사람을 죽였다. 어쩌면 당신의 말이 옳다. 살인자는 구원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단순히 지친 것일지도 모른다. 도피일지도 모른다. 죽은 이는 말이 없다. 그들에게서 용서받는 방법은 없다. 그들이 살아돌아오지 않는 한, 그리고 그것은 그 어떠한 전능한 마법으로도 불가능한 일이기에......
당신의 품 안을 파고든다. 오래 전, 당신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 그러했던 것처럼. 세월은 흐르고 우리의 사이는 너무도 달라졌으나. 어쩐지 퀴퀴한 먼지 냄새가 나는 당신의 품 속은, 그 온기는 그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울음소리도......
'넌 항상 그렇게 울고 있었던 걸까.' 뒤늦게 되찾은 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언제나 너 자신을 싫어하면서, 누군가 너를 안아주길 기다리며......')
@Ludwik ...... (그러다, 눈을 뜬다. 당신을 올려다본다. 한 순간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겹쳐보인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머리가 햇빛 아래에서 옅은 갈색으로 보인다. 잿빛 눈 사이에선 순간, 연두색 빛이 스쳐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 심장이 옥죄이는 듯 아프고, 눈가가 뜨겁게 타오른다. 한 방울, 눈물이 떨어진다. 아, 나는 당신을......) Ja, ("응." 다시는 내뱉지 않으리라 생각한 언어를 발음해보았다. 다시 고개를 숙였다.) Ja, Ludwik. ("응, 루드비크.") Es tut mir auch leid.("나도 미안해.") Und...... ("그리고......") danke. ("고마워요.")
@Julia_Reinecke (‘언젠가, 누군가가 너를 안아 줄 날이 올 것이다. 네가 기억하고 사죄한다면. 그럼으로써 용서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내 몫이 아니다. 내 몫이 될 수 없다…’) Tak, (그렇기에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율리안 하스 라이네케처럼 말할 수 없었다. 다시는 살아돌아오지 못할 율리안을 대신해 용서할 수도 없다면, 그저… …)
Tak, Julia.
Ja też wybacz. I…… dzięki.
@Julia_Reinecke (그걸로 끝이었다. 루드비크는 뒤돌아서 세상을 향해 걸어간다. 줄리아가 떠나기로 한 그 세상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