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또 꽃이 떨어지기에 고개를 들면 당신의 실루엣이 보였다. 한참을 올려다본다.)
@LSW (당신의 머리 위로 푸른빛인지, 보라빛인지 정확히 색채를 구분할 수 없는 아주 작은 꽃들이 흩날리며 떨어진다. 로벨리아다. 당신이 한참을 바라본 후에야, 그는 시선을 내린다. 눈이 마주친다. 너무 멀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싱긋이 미소 짓는다.)
@2VERGREEN_ (하나는 레아의 머리 위에 안착했다.) ... (멀지만 얼추 보이는 건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저 녹색 눈쯤은 알아볼 수 있다. 어쩐지 맥이 탁 풀렸다. 레아는 머리에 떨어진 꽃을 잡는다. 이후 순간이동 특유의 펑 소리와 함께 당신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LSW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도 아랑곳 않고 자리를 잡고 앉아버린다. 난간이 없는 터라, 아예 다리를 늘어뜨린 채로 꽃비를 내린다.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돌아보지 않은 채로 묻는다.) ⋯ 왔어?
@2VERGREEN_ 있잖아요... 당신을 조금 떠밀고 싶은 기분이에요. 여기서. 그러니까 가까이 가지 않을래요. (그 말대로 더 이상 다가가지 않는다. 레아는 그 자리에서 쪼그려앉아 힐데가르트의 등을 바라본다. 유난히도 작아 보이는 등이다. 예전엔 끌어안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LSW 믿었던 친구에게 등을 떠밀려 죽는다니, 딱히 바라는 최후는 아니긴 한데⋯. (마지막으로 해바라기 몇 송이를 떨어뜨린 후, 그제서야 뒤를 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앉은 당신 또한 유난히도 작아보인다.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지?) 넌 가끔 애정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고 싶어 하더라. 그게 네가 사랑하는 방식인 걸까?
@2VERGREEN_ 그럴지도요. 아마 내내 그랬을 거예요. (레아는 웃고 있지 않다. 어릴 때처럼 표정이 없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무릎을 팔로 끌어모아 앉는다. 거기 턱을 괸다.) ...그래도 그렇게 죽으면 순교자 칭호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어쨌든 그래서 당신도 내내 절 안 믿었잖아요. 믿었던 친구라니, 나 같은 사람이나 할 거짓말을 하고.
@LSW ⋯ 최악인데. 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고 해도 내 이름이 어디에도 남지 않았으면 좋겠거든. 그 자리에 남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으니까. (그래, 그렇다면 힐데가르트는 웃고 있다. 어릴 때처럼 아주 해사하게, 어딘가에는 장난기가 느껴질 정도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위태롭게 건물의 끝에 선 채로, 당신을 가만 바라볼 뿐 다가가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다. 어느 순간까지는 믿었어. 네가 저번 여름에 네가 좀 서툴렀다는 게 맞다며 사과하기 전까지는.
@2VERGREEN_ 그런 사람들은 진즉에 죽어 없어진다고요. 남는 건 당신 같은 사람들이죠... (그걸 안다. 당신은 평범하고, 지팡이를 들고 싸우는 길로 나서지도 않았는데, 가장 보통의 존재를 고르라면 당신이 적합할 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거짓말이라는 게 다 티가 났어요?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는 냄새를 맡은 동물처럼.)
@LSW 죽어 없어지더라도 사라지진 않지. 그들을 닮은 사람들이 끝없이 나타날 테니까. (어느 날 비명을 지르다 모두 다 쉬어버린 목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나약한 인간들이 네가 틀렸음을 증명하러 올 거라고⋯.' 그래, 그런 사실을 안 순간 사람은 다시는 보통의 존재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바람에 흩날리는 귀옆머리를 넘기며 당신을 올곧게 바라본다.) 친구니까. 내가 너랑 함께한 시간이 몇 년인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2VERGREEN_ (그 말에 멈칫한다. 하기사 모르는 것이 이상하지. 생각해보면 그랬다. 떨어져 있던 시기가 있다고 해도 가까이 지낸 시간만 십 년이다. 나만 당신을 아는 게 아니었다. 당신 또한 나를 알았다. 나만 당신을 관찰하고 있던 게 아니었어.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생각이 흐른다. 어떤 점에서는 당신 또한 '그들을 닮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당신이 있기에 기억되고, 당신 덕분에 나아갈 수 있다. 당신은 질긴 풀을 닮았다. 사막에서 말라죽어가는, 금세 말라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즉껏 숨이 붙어있는 풀.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런 식으로 괴롭게 살아갈 바에야 다 포기해버리는 게 맞지 않아? 푸름을 자랑하는 찬란하고 거대한 참나무도 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사이 뿌리를 단단히 내렸다. 당신은 죽지 않았고, 내내 죽지 않은 채 이 모든 고통을 긴 시간 동안 성자처럼 감내하게 될 것이니......)
힐데가르트. (한 걸음 다가간다.)
@2VERGREEN_ 이렇게 장례를 치르고 떠나보내는 거, 매번 눈물 흘려야 하는 거, 힘들지도 않아요? (또 한 걸음. 어느 새인가 호흡이 가빠졌다. 네가 나를 알고 있었다. 나만 네게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열네 살의 어느 날을 생각한다. 무도회장에서 우리는 춤을 추는 대신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당신은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었어. 다 알고 있었어......)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다 보이도록, 어쩌면 안쓰러울 지경으로 숨을 몰아쉰다. 왜?) 날 동정했어? 날 동정했어, 힐데가르트? 내가 이런 식이라서? 내가... 내가 이런 식으로밖에 널 대할 수 없어서?
@2VERGREEN_ (거기서 가만히 멈추어 선다.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대답도 듣지 않고 즉시, 손에 지팡이 하나 쥐지 않은 채로 돌연 흥분한 들개처럼 당신에게 뛰어간다. 목을 물어뜯지는 않았다. 그저 당신을 이 높은 건물의 꼭대기에서 밀쳤고, 그러다 망설임인지-아니면 의도였는지는 모르나 당신을 붙잡았으며, 힘이 충분치 않아 함께 떨어졌을 뿐이다.)
@LSW (힐데가르트는 거친 파도가 몰려와 돌에 부딪히고, 그것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돌과 돌이 부딪혀 굉음을 낸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나는 죽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죽지 않으매, 눈물로 무성한 숲을 이루어 다시금 모든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하지만 레아 윈필드는⋯
'넌 꼭 잘 벼려낸 칼 같아.' 당신은 아무에게도 부딪히려 하지 않았다. 그 누구와도 닿지 않은 채, 먼 발치에서 떨어져 관찰하며 그들의 머리를 헤집어대는 방법을 배우고 갈고닦기를 선택했다. 양들의 틈에 가죽을 뒤집어 쓰고 들어간 늑대처럼 굴기를 선택했다. 당신 또한 같은 양인데도⋯. 어리석게도, 자신이 늑대라고 믿으면서.)
⋯ 레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당신을 마주하며 조심스레 손을 내밀던 순간에, 달려오는 당신을 바라본다.)
@LSW (그래,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오리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샤일록과 안토니오가 친구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한참 논쟁을 벌이던 그 때부터, 제 목을 가볍게 조르던 순간부터,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레질리먼시와 스니코스코프와 푸른 눈까지 온갖 방법을 통해 자신을 지켜내려고 하는 당신을 보면서.)
젠장, 너 미쳤어?! (동정했느냐고. 지금껏 정말 몰랐던 거야? 웃기지도 않아. 나에 대해 그리 잘 안다고 떠들어댔으면서, 그걸 이제야 깨달은 거야?) *아레스토 모멘텀!*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분은 함께 떠밀린 것인지, 같이 뛰어내리기를 선택한 것인지 알 수 없어도 당신이 저와 함께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중을 나는 것은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승패에 연연하면서도 당장이라도 추락할 듯 떨어지는 제 동료들을 받아내는 것쯤은 익히 해본 일이다. 짧은 시간 안에 당신을 끌어안으며 자신을 향해 주문을 전사한다.)
@2VERGREEN_ (죽고 싶었다. 그 생각만 들었다. 당신이 내 바닥을 보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죽이고 싶었다. 내내 당신을 죽이고 싶었다. 상냥하고 무른 당신을,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당신을, 짓밟고 뽑아도 죽지 않는 이 풀을, 모두에게 그늘을 드리울 나무로 자라나기 전에... 모난 돌을 잘 벼린 칼로 내리쳐 깨뜨리듯이 여기서 내가 당신을 안고 저 아래까지 떨어진다면. 그렇게만 한다면 나도 이 끔찍한 연쇄를 끊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지독히도 이기적인 바람뿐이다. 레아는 어떻게든 당신이 주문을 쓰지 못하도록 우악스럽게 팔을 움켜쥐며 눈을 감았다. 당신의 표현대로라면, 미친 것이 맞았다.)
@2VERGREEN_ (하지만 소망이 무색하게도 얼굴에 스치는 날선 바람이 점차 약해진다. 기대하던 추락은 없었다. 뒤통수에 딱딱한 돌바닥 대신-물론 힐데가르트가 주문을 쓰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충격이 완화되지는 않았겠으나- 부드럽고 연약한 것이 닿았다. 머리를 조금 움직이자 그것이 힘없이 짓뭉개진다.)
(꽃이다. 당신이 뿌렸던 꽃비가 지상에 있었다. 그리고 위에서 무게가 느껴졌다. 따뜻하고, 살아있고, 조금씩 들썩이는... '숨쉬고 있어.' 내 손에 죽지 않은 힐데가르트 마치가...) 아......
@LSW ⋯ 아, 진짜⋯. (그리고 나는, 지독하게 살고 싶었다. 죽고 싶다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차라리 영원한 수마 속으로 도망갈 수 있게 해달라고 온몸으로 외치던 그 순간에도 살고 싶었다. 누군가가 거친 손길로 뜯어내도 봄비 한 번에 다시 자라나는 풀이 되고 싶었다. 한철이 아닌 매 계절 푸르른 나무가 되어.)
레아 세네카 윈필드! (우리가 밀려오는 파도에 함께 발을 담그며 웃을 수 없다면, 차라리 당신을 숨겨주는 한 줌 그늘이 되고 싶었다.) ⋯ 너 죽고 싶어서 환장하기라도 한 거야?! 내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어쩔 뻔 했어. 아니, 애초에 날 왜 막으려고 한 거야!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다. 아무리 주문을 걸어 충격을 완화시켰다고 해도 추락은 추락인 터라 — 그보다는 경악에 의한 것이 더 맞는 이야기겠지만 —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LSW ⋯ 왜 같이 뛰어내린 거냐고. 왜⋯.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에 가득 맺혔던 눈물이 당신의 얼굴 위로 방울져 떨어진다. 바닥을 짚고 몸을 조금 일으킨 제 손 안에서 꽃잎이 뭉개지고, 손에는 꽃물이 옮겨 물든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2VERGREEN_ (히스테릭한 웃음소리가 퍼진다.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꽃향기가 광증을 부추긴다. 그는 머리를 젖힌다.) 아, 아... 왜 안 죽었어요, 힐데. 이번엔 제대로 할 수 있었는데 왜 매번 얌전히 당해주지를 않아... (다소 울적하게 중얼거린다. 뺨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불쾌해서 몸을 틀었다. 웃느라, 또는 숨을 가쁘게 쉬느라 흉곽이 부풀었다 꺼졌다. 그러길 빠르게 반복한다.)
밀치기만 하면 이렇게 살아날 것 같아서 그랬죠. 다음엔 제대로 꽉 붙잡고 할게요. 다음이 있다면 말야. 아... (웃다가 헐떡인다.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손으로 땅을 긁는다. 꽃잎이 짓이겨지며 손가락 끝이 불그스름하게 물든다.)
으, 흐으, 헉... 왜... 왜 계속 그러는 거냐고. 저 봤어요. 줄리아가, 줄리아가 그만뒀어요. 줄리아가 그 짓을 그만뒀다고. 얼굴을 보자마자 알았어. 당신 때문이었어. 당신 때문이었어... 당신이...
@2VERGREEN_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린다.) 그 마녀를 내버려뒀어야 했어, 당신은... 전부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왜... (불현듯 몸을 일으키더니 어디서 난 건지 모를 힘으로 힐데가르트의 멱살을 콱 붙들어 끌어당긴다. 당신이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굴러 올라탈 거다.) 왜 그러는 거야... 왜? 왜, 힐데가르트. 왜... 왜 눈을 내주면서까지 그러는 거야, 그래봤자 바뀌는 건 없는데. 사람들이 죽었고 앞으로도 더 죽을 건데...
@LSW 레아, 너희들은 모두⋯ 과거에 존재하는 너희와 지금의 모습을 분리하여 생각하고 싶어하지. 과거의 모습이 지나치게 나약하고, 건드리면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어린아이의 모습이라, 그것을 지워버리고 싶어서 기억 깊은 곳에 묻어두기도 하고, 아니면 지금은 그때처럼 찬란할 수 없어서 스스로 그 아이를 죽여버리기도 하지. ⋯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너희가 그것을 올곧게 마주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내줄 수 있어. 그게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야. 그것은 또다른 폭력이고, 고문이고, 잔혹하기 그지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LSW (그래도 나는 네가 주데카로 향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2VERGREEN_ (아브라함은 하느님과 사람들의 목숨을 두고 흥정하였으나 그 거대한 도시엔 열 명의 의인이 없었다. 여기서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 보자. 소돔과 고모라도 처음부터 공의가 모습을 감춘 메마른 사막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기나긴 정의의 가뭄에 어진 자들이 도시를 떠나고 선량한 사람들이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악은 그런 식으로 창궐한다. 악의는 그런 식으로 사랑과 선의를 집어삼켜 짓밟는다. 소돔과 고모라도 처음부터 그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역병과 같아 어렵고 힘든 길을 가는 것보다 퍼지기 쉽고 받아들이기 수월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선례를 밟지 않고자 한다면 희생물이 필요하다. 부당함에 저항하지 않고 순종하여 뜻에 따를 제물이다. 불과 칼을 들고 올라 선하고 무고한 것의 피를 흘려 옛적 그 악의 도시에서 있었던 비극을 사람들에게 되새겨 줌이다. 그리고 모리아 산에서 내려와 뒤따라온 종들에게 이르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숫양을 보내시어 이삭을 살리셨다고.)
@2VERGREEN_ (그러면 종들이 그 말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뭇사람들은 아브라함의 결의에 감탄하며 그 신실함을 칭송한다. 번제물의 피는 이로써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로서 제단과 장작 위에 오른 이삭은 한 번 죽는다. 몸뚱이는 살아났으나 죽은 마음은 불과 칼로 정화한다 하여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그저 죽은 채로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이삭은 또는 숫양은 죽어 피 흘리는 채로 그 자리에 머물 수 없었다. 그는 칼을 들고 반역하여 아버지 아브라함을 제단에 올린다. 차라리 소돔과 고모라의 재앙을 반복하겠다. 그렇게 벌어졌던 일이다. 그래서 일어난 일이다.)
@2VERGREEN_ (그러한데 당신은 당신 스스로의 피를 흘리고자 한다. 다른 산제물이 아닌 스스로의 몸을 내어놓아 한 사람을 증오의 굴레에서 구해낸다. 검게 물든 눈이 그 증거다. 그렇게 하여 당신은 줄리아 라이네케를 구한다. 참으로 현명하면서도 어린 방법이다. 그러니 당신은 아마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런 눈으로 볼 수는 없으니까. 이런 짙은 초록으로 볼 수가 없으니까. 당신은 줄리아 라이네케를 사랑한다. 줄리아 라이네케를 사랑하듯이 당신 주변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한다.)
(줄리아에게서 보았던 그 치사량의 애정을 곱씹는다. 그것이 어떻게 줄리아를 죽이고 다시 살려냈는지를 안다. 그래서다. '제대로 사랑하고 싶어.' 레아 또한 울고 있다. '확인받고 싶어.' 그리고 줄리아와 마찬가지로. '벗어나고 싶어...' 그래서 당신을 가만 둘 수 없다.)
@2VERGREEN_ (또다시. 아주 희미한 소리가 어디선가 난다. 악의는 사랑을 해친다. 언젠가는 해치고 만다. 사랑을 해치며 녹아내려 사라진다. 그러게 되어 있다. 당신은 또 무언가를 내놓을 것이다. 내놓고 내놓은 끝에 당신은 무엇이 되나. 그렇게 된다면 누가 너를 구하지? 누가 네 잃어버린 눈을 돌려주고 누가 네게서 깎여나간 몸뚱이를 모아 붙여주지? 내가 잡아뜯고 꺾은 나뭇가지는 누가 다시 붙여주지? 그것들은 부서진 채로 내 발치에 널려 있을 텐데.
물에 빠진 사람은 그를 구하러 물에 뛰어든 사람을 짓눌러 익사시킨다. 설령 힐데가르트가 그를 구해낸다 한들 레아는 그러게 될 것이다. 그런 미래를 본다. 그럴 기회가 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또다시 힐데가르트를 붙잡고 뛰어내릴 것이다.)
@2VERGREEN_ (슬슬 웃는 것도 지쳤다. 웃음소리가 잦아든다. 힐데가르트의 몸을 짓누른 채로 상처 남은 눈가와 뺨을 쓰다듬는다. 붉은 꽃물이 언젠가 흘렀을 피처럼 묻어 남는다. 잃어버린 눈과 흉터의 결을 손끝으로 따른다. 그것이 당신에게 입힌 상처를 생각한다. 당신이 입게 될 상처들을 생각한다. 모든 괴로움을 생각한다. 당신이 스스로를 내주어 바꾸어낼 작은 세계를 생각한다.)
그럼 그렇게 어리석게 살아. 살아, 힐데가르트. 네 몸뚱이가 전부 으스러질 때까지. 내가 그걸 부숴낼 테니까...
(아마 나는 영영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당신은 내내 거기 있을 테니, 마찬가지로, 나는 줄리아처럼 죽지 않기 위해 당신을 살려두겠다. 산 채로 부서져가는 것을 보겠어.
소리내어 말하지 않은 한 가지는 : 레아 윈필드는 그의 검어진 눈을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