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leclark739 (멍하니 걷다가 옷장과 부딪치곤 넘어진다…)
@Kyleclark739 (일으켜세워진다. 무기력한 눈으로 카일을 본다.) 잘은 모르지만. (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딘가로 옮기던 옷장 아니었나. …클라크.
@Kyleclark739 미안해. (까닭 없이 사과했다. “쓰일 데가 없는데.” 그 말이 제 목을 조르는 밧줄 같다고 생각하며 입을 연다.) …미안해. 일하던 거 방해해서. 사실… 원래는 마법부 건물 근처에 있으면 안 되는 건데… 그냥 오고 싶었어. … …
@Kyleclark739 (텅 비어버린 표정이다. 어쩌면 ‘나방’이 죽은 뒤의 카일 클라크와 아주 조금 닮은 낯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니… 다시 잡혀갈 거야… 어머니가 우실 거고… … 미안해,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마저 해… 방해 안 할게.
@Kyleclark739 (바로 그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 변두리에 한 청년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청년의 발치에는 담배꽁초 십수 개가 대충 버려져 있고 그는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카일 클라크를 올려다보는 두 눈은 잿빛이다. 로마의 군대에 멸망당한 카르타고의 도심지가 이런 잿빛을 하고 있었을까? 언젠가 고대의 전쟁에 심취했었던 카일 클라크라면 그게 어떤 형상인지 아리라.) 돌아갈 곳이 없었어. (…) ‘가문’에 돌아가라고 했잖아. 난… 못 가. 그냥 여기서 생각했어. … …
@Ludwik (카일 클라크는 무거운 어둠 속에서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의 두 눈을 보았다. 어쩌면 보지 못했다. 그는 멀찍이 파이 두 개를 내려두었다.) 너는 이제 우리의 '도구'다. 다만 내게는 아직 표적이다. 널 쫓을 때가 지금보다 더 치열했기 때문이야. (파이 중 하나를 집어먹었다.) 표적에게 음식을 줄 수 없다. 이것은 어쩌다 여기 놓인 거고 이제 나와 무관해. (멀찍이 앉았다.) 너도 치열했나? 죽였을 때? (로즈워드, 혹은 같은 불사조 기사단원, 그는 명확히 지칭하지 않았다.)
@Kyleclark739 …어머니에게 들었어. (대답하거나 파이를 집어드는 대신 입술만 달싹인다. 건조하고 헛된 목소리.) 죽음을 먹는 자에 들어갔다지, 클라크. 난 네가 문신을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네게 어떠한 신념이 있어서 그리했을 거라고도 생각할 수 없어. 왜지? 왜?… 너의 진실은 무엇이야? (그제야 일어선다. 아니, 일어서려고 했다. 휘청거리는 몸은 아무 힘이 없고, 의지와 신념도 없다.)
나는 치열했다. 죽였을 때.
… …그리고 지옥에 갔지. 내게 이곳은 지옥이야. 모든 걸 잃었고 모든 게 거짓 같아. 당연한 일이야, 죄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하니까. 그런데도 나는 아직 내 수중에 무언가가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방백처럼 말한다. 이게 연극 무대라면. 전부 가짜고, 현실이 아니라면. ‘그럼 정말 좋을 텐데.’) 로마의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는 말했어: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
@Kyleclark739 그래서… 카르타고는 멸망했지. 난 모르겠어, 왜 그래야만 했지? 대(大) 카토는 어째서 확신을 품고 한 도시의 몰락과 시민들의 죽음을 명령할 수 있었지?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걸까? 클라크, 너라면 할 수 있어? 할 수 있으니까 가민의 군대에 들어간 거야? (하루 종일 물도 마시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았다. 파이를 집으려고 일어났지만 아무것도 움킬 수 없었다. 메마른 목에서 터져나오는 진심은 조그맣고 알아듣기 어렵다. 이것이 연극 무대라면 루드비크는 배우로서 실격이다. 그럼에도…) 제발 대답해 줘…
너는 나와 달라?… …
@Ludwik 지옥에 갈 정도로 치열했다면 왜 후회하지? 그 정도의 죄까지 안고 주문과 탄환을 쐈을 텐데, 그리하여 일격이었을 텐데, 그게 어째서 후회할 일이 되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그는 파이 하나를 다 먹었다. 남은 하나를 개가 먹으러 오자 팔을 올려 쫓아냈다. 그는 그것을 들고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나는 너만큼 치열하지 않아서 가민의 수하로 들어갔다. 조준하고 싶은 적도, 지원하고 싶은 분대도, 과열될 총신도, 식별하고 싶은 피아도 없이 권태롭다는 이유만으로 모르가나 가민의 아래 들어간 터진 머리, 죽은 몸이다. ('카르타고는 멸망해야 한다.'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그 말을 두고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카일 클라크는 눈앞의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가 적어도 배역을 받아 무대에 한 번은 선 사람이라 속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어느 극작가도 불러주지 않아 극 하나 대사 하나 배정 받지 못한 거나 다름없다는, 비열한 자기 연민에 빠져들었다.)
@Ludwik (그래서 순간 정신 나간 것처럼 말을 늘어놓았다. 달이 음산한 모양새로 흔들렸다.) 지옥에 올 정도로 필사적이었던 적이 있다니, 또한 남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여길 정도로 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 싸운 적이 있다니. 나는 네가 부러워. 카토는 카르타고를 태우는 화염의 너비를, 그 세계에 적극적으로 불 지르는 순간의 희열과 그것 옆에 나란히 둘 고무된 명분을, 그리하여 훗날의 불지옥도 감수할 수 있으리라 외치는 썩지 않는 심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야. 너는 한 발짝 남겨두고 돌아선 거고. (실격도 배우가 되어야 당한다. 카일 클라크는 그득그득 올라오는 저열한 사고를 막고자 눈을 잠시 감았다. '성 안의 남은 주민들까지 모두 끌어내라. 이 자리에 다시는 도시가 세워질 수 없도록.')
@Ludwik (그리하여 큰 확신을 가진 대 카토는 죽인 영혼을 더 첨예한 저승으로 보내고 덜 큰 확신을 가진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전장에서 죽인 영혼들과 바버라 로즈워드, 로신 오하라를 조금 무딘 저승으로 보냈는가? 확신을 아예 안 가진 카일 클라크는 스틱스에 죽인 이들의 등짝만 살짝 적셨을 뿐이고? 셋은 정말, 다른가?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기왕 확신을 가질 거면 내 몫까지 모두 가져가라. 나는 너와 다르냐고? (그는 짧게 웃었다.) 내가 널 체포할 수 있게 해주면 대답해주지. 이리 와. ('그'에게만 표적인 것. 그는 여전히 파이를 든 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Kyleclark739 (직감했다. ‘아, 너에게도 진실은 없구나. 그걸 갖고 싶어서 어린애가 떼 쓰듯 전선으로 나서고 있구나. 설마 나를 선망하는 거야?… 나 역시 뭣 모르는 주제에 총을 들고 설쳤을 뿐인 범죄자인데도? 내게도 진실은 없어…’ 그런 그가 파불라와 슈제트 한가운데에 섰던 적이 짧게라도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카일 클라크, 어쩌면 너 또한 그렇지 않은가.) 너는 참 외로운 영혼을 타고난 모양이다. …그런 너를 아주 조금은 이해해.
흔들리지 않는 진실을 원하지? (혼잣말이었다.) 확신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지?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 …주인공이 되고 싶고?
나도 그래. (발걸음을 옮긴다. ‘네게로 갈 거야.’) 그리 갈게. 네 마음대로 해. 붙잡든 죽이든. …그냥 이것도 같이 대답해 줘, 너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인할 수 있나? (그것이 우리를 가르는 선이 될 터다.)
@Kyleclark739 고독보다 나은 것이었지. (실토는 쓰다.) 그리고 지금은 고통과 동시에 권태를 느껴. 살인을 저질러놓고선 삶을 지겨워하는 내가 싫다. 미워서 견딜 수 없어. 너도 언젠가는 나처럼 될까?…
@Kyleclark739 (그러나 자기 자신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다. 따라서 세상에 그 누구도 보지 못할 곳은 없다. 하면 체포된 범죄자는 어디로 가는가?)
@Kyleclark739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가만히 그 방에 머물렀다, 카일 클라크가 돌아올 때까지.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어 볼 생각도, 시도도 하지 않았다.)
(벽장 안은 안온하다.)
@Kyleclark739 (스프와 자두파이는 조금씩 먹었고 통조림은 탁자 위에 두었다. 칼을 받았을 때 죽음을 생각했다. 그러다 새벽 3시 40분 즈음, 문 사이로 부러진 지팡이가 밀어넣어졌을 때, 그 너머에 대고 말했다.) 이렇게 날 부양해 주려고? 꼭 우리 엄마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