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어디로 가요? 마왕이 갑자기 출장 임무를 주진 않았을 테고.
@Julia_Reinecke 가서 일을 도와야죠. 아무리 당신이 전투 쪽으로만 일을 했다고 해도... (그러다 힐데가르트와 같은 위치에 난 흉터를, 그 의안을 보자 퍼뜩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저 상처를 누가 냈을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래서 어디로 가는데요. (줄리아의 손목을 잡아챈다.)
@Julia_Reinecke ...왜? (입이 반쯤 벌어졌다.) 어째서? 당신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럴 리가 없잖아...
@LSW ...... (가벼운 웃음을 흘린다. 그래. 저게 맞는 반응이겠지. 며칠 전의 그에게 누군가 전쟁이 끝나고 당신은 미련 없이 마법 세계를 떠난다 말했으면 그 자는 죽여달라 빌 때까지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맞다가 난도질당해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 기적은 일어나고, 지옥 가장 밑바닥에 떨어질 이에게도 기회는 주어지는 법이라......) 모두, 의미 없어졌으니까. (모르겠다. 이 감정이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마치 끝까지 늘어난 고무줄이 끊기듯, 그를 추동하던 모든 감정이 휘발되어 버렸다. 남은 것은 오직 씁쓸한 회한뿐이다.) 네게도 싫은 결말은 아니잖아? 더이상 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고.
@Julia_Reinecke ... (헤이즐색이 아닌 잿빛의,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한쪽 눈을 다시 보자... 레아는 아연해지고 만다.) 아니. 당신은... 당신이야말로 피에 미쳐 있었잖아. 우린 함께 일해야 한다고요. 얼마 전에도 내게 그랬잖아. 당신이 이겼어. 우리가 그 멍청이들을 이겼다고요. (주위 사람들이 듣지 않도록 속삭이지만, 말투가 위협하는 듯이 날카롭다. 줄리아의 손목을 움켜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왜... 왜 포기하는 거예요? 이제 와서? 왜 의미없다고 해요? 힐데가 당신에게 말한 것 때문이에요? (겁먹은 듯 중얼거린다. 두렵다. 언젠가 자신도 그처럼, 다 타고 남은 재가 될까봐. 나도 언젠가는 이러게 될까봐. 도리어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다.)
@LSW 그래. 이겼지. (중얼거린다. 목소리에는 마땅히 따라와야 할 어떠한 승리감도, 기쁨도, 열광도, 희열도 보이지 않는다. 작게 한숨을 내쉰다. 하늘을 바라본다.) ...... 글쎄. 이긴 걸까......
나도 몰라. 레아 윈필드. 이게 무엇인지...... 어쩌면 힐데가르트 마치, 걔 때문일 수도 있겠지. (시선을 내리깐다. 그는 더이상 늑대처럼 보이지도, 광기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뭘 위해 그렇게 발버둥쳤는지, (힐끔, 왼팔에 가려진 곳을 보고.) ...... 왜 그렇게 전부 죽여버리고 싶어했는지, 모두 고통스러웠기를 바랐는지 모두 기억하는데. 알고 있는데...... 그냥. 더 이상 그때랑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아.
@Julia_Reinecke (한낮은 아니었으나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 세계에 어둠이 드리웠으나 이곳은 밝고 줄리아는 가면과 망토를 쓰고 있지 않았으며, 그래, 줄리아가 그 자신을 내내 속박해오던 암흑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 (레아는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빼든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에 큰 위협으로 보이지 않게 당신을 겨눈다. 주문 정도는 외우지 않아도 된다. 손이 떨리고 있다. 손이 떨리고 있다... '네 마음을 보여줘.' 결국에는 레질리먼시 주문을 쓰고 만다. 당신의 마음을 헤치겠다.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아.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아...)
@LSW (당신을 바라보는 눈은 흔들리지 않는다. 헤이즐색 눈동자가 열리면, 당신은 어느새 그의 기억 속으로 들어와 있다. 두서없는 기억들이 뒤죽박죽 펼쳐진다. "난 네가 두렵지 않아. 난 여전히 너를 연민해." 힐데가르트 마치가 비명을 지른다. 그것은 줄리아 라이네케의 것만큼이나 광기에 찬 얼굴이었다. "어쩌면 좋을까...... 전부 다 죽여 없애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자꾸만 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응, 율리아.......?" 에스마일 시프는 애원한다. "저는 그 장례식에 당신이 상주라서 갔어요. 그 사람을 애도하기엔 저희조차 스스로 좋아하질 못하는데. 하지만 당신은 살아 있으니까. 사람이 얼마 없을 것 같아서, 또 외롭지 않을까 해서. " "계속 이렇게 살지 마세요. 당신은 오래 살아야 할텐데. 너무...... 너무 힘들잖아요......"
@LSW 프러드 허니컷은 말한다. "......굉장히 오래 전 얘긴데. 나는 그냥,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너한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실제로도 없었지만, ...... 그래도. 그냥 할 수 있는 한 옆에 있었던 거지."
당신은 혼란을 느낀다. 가슴 한 구석이 칼에 찔린 것처럼 아프다. 도망치고 싶다. 숨이 막힐 것만 같다. 맞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그래서 목구멍이 부어오르고 기도가 막히는 것처럼. 어느새부터인가 그에게 사랑은 그러한 것이 되어버렸는데. 너희들이 퍼부은 것은 치사량의 애정이라.
기억들을 헤치고, 깊숙이. 더 깊숙이 들어가 보자. 기억들이 극장의 스크린처럼 얇은 면이 될 때까지, 그 면들이 하나씩 당신의 곁을 비켜설 때까지. 어둠 속에 한 명의 작은 소녀가 웅크려 있다. 곁에 쓰러진 것은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손목에는 죽음을 먹는 자의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LSW 소녀는 당신을 본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무서워.' 그는 말한다. '사랑은 너무 아파.' 훌쩍인다. '사랑은 너무 아파. 나는 아빠를 사랑했는데. 그래서 아빠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어. 나는 너희들을 사랑했는데. 그래서 너희들이 내뱉는 슬픔 하나하나에 무너졌어. 내 것이 아닌 감정이 너무도 아팠어. 모르겠어. 왜 사랑을 해야 하는 거야? 이렇게 아픈 건 싫어. 무서워. 그런데...... 그런데......' 약한 것은 싫다. 그는 항상 말했다. 약한 것은 그를 해친다. 그의 행복을 끌어내린다. 약한 것은...... 때로 약하기에 너무도 악해서...... 약한 것이 더 약한 것에 의존할 때 더 약한 것의 정신은 때로 무너져내려서. 그런데 벗어날 수조차 없어서. '그런데도......' 그 약한 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증오하는만큼이나 그랬어서.
@Julia_Reinecke (이상하다. 그 때와는 다르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긴 상처가 남은 힐데가르트 마치의 눈에서 피가 흐른다. 천천히, 턱을 타고 흘러내린 핏방울이 떨어진다. 그렇게 한 방울. 파문 속의 에스마일 시프가 말하고 있다. 혀를 잘린 지금과는 달리, 목소리는 소리가 되어 와 닿고, 다시 검붉은 수면이 일렁인다. 그 속에서 프러드 허니컷의 환영을 본다. 그는 내내 거기 있었다. 당신의 곁에.) 아니야.
(그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린다. 그러면서도 지팡이를 놓지 않는다. 두드리던 손길은 이내 옷 위로 가슴을 긁어댄다. 피비린내 나는 물 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닥치는 대로 당신의 머릿속을 뒤진다. 여러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어느 새인가 깊은 곳에서, 아주 깊은 곳에서......)
@Julia_Reinecke 제발. (파리하고 창백한 손목을 본다. 그것은 어느 날 옷장 속에서 보았던 손을 떠올리게 한다. 겁에 질린 여자아이가 울고 있다. 이제 레아는 거짓 행세로라도 그를 안아주지 못한다. 감히 그 꼬마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날것 그대로의 생각이 밀고 들어온다.)
그만. (그 약한 것은 자기 자신의 주박을 물어죽이고 허물을 벗었다. 레아는 줄리아가 분명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정했다. 그러므로 당신은 내내 그래왔듯 흉악한 포식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동족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당신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는 이렇게 약하지 않아.) 그만해... (무너지고 만 장벽을 본다. 그 핏물에 잠겨 질식하고 만 줄리아 라이네케는, 몸부림치며 다시 허물을 벗었다. 그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Julia_Reinecke (울지 마. 울지 말라고, 이 사악한 마녀야. 진짜 약한 꼬맹이라도 된 것마냥 울지 말라고. 네가 바라던 힘을 손에 넣었잖아. 사랑하지 마. 상처입혀. 물어뜯고 할퀴고 찢어발겨. 여태껏 그러왔던 것처럼. 다른 사람을 상처입혀.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면서 네 스스로를 할퀴라고. 핏물이 끝없이 떨어진다.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느릿하게 하지만 쉼없이 떨어진 눈물이 거대한 극장을 가득 채운다. 그래서 당신이 질식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다. 당신이 그 모든 애정을 삼키고도 온전히 소화할 수 없어서, 그래서, 당신은 결국 나약한 아이여서,)
그러지 마, 줄리아...... (그저 사랑을 원하는 사람일 뿐이여서...)
@Julia_Reinecke (나는 아빠를 사랑했는데. 그래서 아빠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어. 나는 너희들을 사랑했는데. 그래서...)
(레아는 크게 숨을 들이키며 기침한다. 거칠게 호흡하며 쓰러지다시피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지팡이가 바닥을 구른다.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진다. 힐데가르트의 상처에서 흘러 턱을 타고 떨어지던 피처럼, 흉터가 남은 줄리아의 눈과 같은 위치에서 눈물이 흐른다.) 너... 패배했구나. 포기했어. 네가 졌어. 그들에게 져버린 거라고, 줄리아!
(소리지르고는 양손에 얼굴을 묻는다.) 아......
@Julia_Reinecke 이제 와서 그만둔다고 네가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중얼거린다. 줄리아의 발목을 붙잡는다.) 네가, 네가 먹어치운 죽음이 널 따라갈 거야. 네가 흘리게 한 피가 네 발자국마다 고여 있다고. 넌 벗어날 수 없어. 그게 네 죄다. 그게 네 죄라고, 줄리아 라이네케. 죄에서 쉽게 벗어날 생각 하지 마. 그런 짓들을 저질러 놓고 빠져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넌 마왕의 앞잡이였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널 찾을 거다. 찾아서, 찾아서, 비겁한 배신자인 널 나무에 매달 거라고. 도망가 봐. 어디 한 번 도망가 봐. 넌 네 팔의 낙인을 지울 수 없을 거니까......
@LSW (당신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연결이 끊긴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는 자신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의 내면 속 남아있던 어린 소녀가 그러했듯이. 그 언젠가의 줄리아 라이네케가 그러했듯이......
아, 그렇구나. 그는 문득 깨닫는다. 그토록 증오했음에도, 그토록 치가 떨렸음에도,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음에도, 오직 그것만을 위해 그 모든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는...... 나는. '사랑받고 싶었구나.' 생각한다. '사랑하고, 싶었구나.' 어쩌면 그가 바랐던 것은 모두가 증오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모두를 짓밟는 것이 아니라...... 그저, 괴롭지 않은 사랑을 하고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LSW ...... (발목을 움켜쥔 손아귀가 아프다. 그것은 당신의 손이되 그동안 그가 죽이고 다치고 고문하고 매달았던 모든 이의 저주이기도 했다. 그는 흐르는 눈물 사이 당신을 바라본다. 그 말을 외치는 당신이 어쩐지, 너무나도 처절해 보였다.) 알고 있어. (물기 어린 목소리로, 그러나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만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겠지.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그것은 그의 허술한 변장의 이유이기도 했다. 인면어가 보고 어처구니없어하던 그 모습. 생각해보라. 변신술에 예로부터 뛰어났던 그가 굳이 그렇게 형편없는 변장을 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 굳이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이......)
하지만, 레아 윈필드. 그게 너는 아니야. 나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사람은, 네가 될 수 없어.
@LSW (우리는 닮았다. 아버지란 존재는 우리에게 주박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한평생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거스르고자 살아왔다. 그는 아버지를 제 손으로 죽였다. 당신은 아버지를 은전 삼십에 팔아넘겼다. 그가 대놓고 악의를 표출했을 때, 당신은 교묘히 사람을 기만했으며...... 그렇게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다. 비록 그것을 서로 좋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지라도......)
나를 난도질할 사람은 네가 아니야.(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기다리는 사람도 네가 아니야. (나는 네 손에서만큼은 끝나고 싶지 않다.) 네가 찾아온다면 난 도망치겠지. 네가 나무에 매달려 들면 난 싸울 거야. 어둠의 마법을 더는 쓰지 못한다 해서, 내가 그럴 수 없을 거라 생각하지 마. 그러니,
@Julia_Reinecke 여태까지 네가 아픈 만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잖아. 이제 와서 손 씻을 생각하지 마... (믿기지 않았다. 너를 움직이던 그 원동력은 전부 어디로 간 건데. 왜 증오라고는 조금도 남지 않은 얼굴인데. 왜...) 죄는 죄대로 짓고 벌은 벌대로 제대로 받고 싶은 거냐고. 네가... 네가 내 기회를 빼앗아갔어. 네가 내 족쇄를 깰 기회를 빼앗았다고.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말하며 도리질친다. 가지 마, 줄리아...) 너도 잃어봐야 해. 너도 빼앗겨봐야 해, 줄리아. 가지 말라고...... (쥐어짜내듯 말하며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결국 손아귀의 힘이 풀리고 만다. 보내주라는 그 목소리가 어떤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언젠가는 당신을 뒤쫓을 거다. 뒤쫓고 사냥해서 올바른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방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다친 짐승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엎드렸다. 그리고는 소리 없이 울었다.)
@LSW (창백한 발목 위로 새빨간 손자국이 남았다. 그것은 결코 지워질 수 없는 핏자국처럼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다.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것은 영영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 내가 그 기회를 가져가지 않았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야. (그는 당신에게서 그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래서 율리안을 죽이고 난 다음, 그는 주박에서 해방되었는가? 당신은 보았다. 여전히 사슬에 묶여, 광기와 증오라는 사슬에 묶여 움직이는 늑대 모양의 꼭두각시를...... 그 인형을......)
...... 말했잖아. 아마 그렇게 될 거라고. (그래. 업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에게 돌아오겠지. 그는 쫓기고 숨고 상실을 두려워하고 그렇게 서서히 메말라갈지도 모른다. 증오에서 벗어났다고 죄에게까지 도망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하지만, 너에게만은. (말을 끝맺지 않는다. 소리없이 우는 당신을 뒤로 하고, 그는 천천히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