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5일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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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nghal

2024년 08월 25일 15:20

(병상이 꽉 찬 병실 한쪽에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죽은 듯이 누워 있다.)

Ludwik

2024년 08월 25일 16:07

@Finnghal (핀갈의 머리맡에서 그를 내려다본다. 멀끔하게 면도하고 잘 차려입은 모습이며, 다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나름 병문안인 건지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전직 불사조 기사단원이 죽음을 먹는 자에게 꽃을!… 실로 평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어제 있었던 이야기 좀 해 줘. (위로와 몸은 어떻느냐는 말이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너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16:10

@Ludwik 무슨 이야기? (멀끄러미 머리맡에 앉은 당신을 올려다본다. 꽃 같은 걸 챙겨올 인사가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어머니께 기별이나 드리고 나다니냐. 그 옷 꼴은 또 뭐고.

Ludwik

2024년 08월 25일 17:36

@Finnghal (꽃다발을 든 채 마련된 의자에 앉는다.) 대답부터 하자면, 어머니껜 어제 좀 혼나고 사과도 했어. 두 번째, 이건 쥘이 사 준 옷이야. 잘 어울리나? (잿빛 코트였다.)

그러니 이제 내가 대답을 들을게. …이야기랄 만한 것은 하나밖에 없잖아. 마법부 청사에서 있었던 일들. 거기서 네가 뭘 했고, (침묵.) 뭘 느꼈는지. 그걸 알고 싶어서 왔어. 넌 내게 제대로 인생을 살라고, 있는 힘껏 울고, 웃고, 화내고, 네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외우고 있었던 듯 술술 읊는다.) … …꼭 내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잔소릴 했지만, 난 네 말대로 하기 전에 알아야만 해.

아무것도 믿지 않으면서 왜 마법부 청사에서 사람들을 죽였어?

핀갈은 왜 죽어야만 했어? 두 번 다신… 두 번 다신, 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 …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18:23

@Ludwik 아... 그렇군. 쥘 린드버그가 사줬단 말이지. (많은 게 설명된다는 듯 말을 줄인다. 정말 괴로운 것으로만 잘도 골라서 물어보는구나, 생각하며. 몸을 곧추세우고 일어나 앉으며, 가늘게 한숨을 쉰다.) 알겠지만, 칼리노프스키, 나는 경험을 술회하는 데는 재주가 없어... ... 그게 아니라도 내가 뭘 생각하고 느꼈는지 따위를 이해해서 네가 좋을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 병실의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나보다는 명쾌하게 말해줄걸. (병실에는 그와 비슷한 경위로 부상을 당한 죽음을 먹는 자들이 가득하다. 그는 그들을 눈으로 한 번 둘러본다.) '왜 그랬냐'는 해명도 마찬가지지... ... 이유가 무엇이었건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훌륭한 일은 훌륭한 일이고 비열한 일은 비열한 일이지. 달라지지 않아... ... 어찌됐든 나는 흉악한 악한이야. 너는 그냥 나를 보면서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경각심을 가지면 된다.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18:24

@Ludwik
그래도 네가 그 아이의 말로를 어떻게든 알아야만 하겠다면, 루드비크... ... 나는 이 세계에 '있어도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팡이를 들었어. 나는 '이 세계에 예비되지 않은 것', '이 세계에 자리가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내가 속해 있던 세계로 돌아갈 길을 잃어버렸기에, 이대로 죽게 되면 '애초에 없었느니만 못한' 혹은 아예 '없었던 것'이 되어버리는 게 무서웠다. 지탄받는 존재로서 (그는 '사악한'이라고 말하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장소 탓에 표현을 미묘하게 바꾸었다) 세계의 일부가 되어서 죽는 것이 그것보다 덜 두려웠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 두 가지 중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후자를 얻기 위해... (그는 '선한'이라는 말을 삼킨다) 사람들과 싸웠어.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18:24

@Ludwik
너에겐 몇 번이나 말했겠지만, 싸우거나 사람을 죽이는 건 뭘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냐. 모든 생물은 살기 위해 동족을 밀어내거나 동족에게서 삶을 빼앗는다. 그 과정에서 존엄을 정립하고 의미를 증명하지... ... 거꾸로가 아니라. 믿기 때문에 죽이고 죽이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죽이고 죽이면서 믿음을 깨우치는 거다. (자칭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것이 선택받은 고귀한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세상 제일의 특별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었다. 그에게 죽음은 만물의 주식主食이었다. 죽음은 생명의 이면, 살해는 생명의 정립이므로... ...) 나는 제대로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그냥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싸웠다. 이게 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18:24

@Ludwik
하지만 나는 싸움의 과정에서 핀갈 모이레가 결코 하지 않았을 일을, 목숨을 잃더라도 거부했을 일을 너무 많이 무릅써야 했지... ...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든가.) 이것보다 나은 선택이 있었다면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 것이 있었어야 했다고, (잠깐 입술을 꾹 깨물고 숨을 멈춘다. 목이 막힌 것을 내려보내기 위해 당신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 유치한 고집일지도 모르지만, 말하고 싶다... ... 믿고 싶어. 그가 자라서 되었어야 하는 것이 적어도 지금의 나는 아니었다고... ... 하지만 세상 어떤 마법이 이미 일어나버린 일을 돌이키고, 시간을 과거로 되감을 수 있겠어? (눈을 감고, 호흡을 천천히 정돈하고, 고개를 제자리로 되돌린다.) 그러니까, 돌아갈 수 없지.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이 죽어버렸고 그것은 되살릴 수 없으니까. ... ... 그게 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18:24

@Ludwik
... ... 역시, 재미없지. (그리고는 문득 맥없이 웃는 것이었다. 한순간, 소년 시절의 그처럼 순하게, 느슨하게... ...)

Ludwik

2024년 08월 26일 14:04

@Finnghal 이해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난 이제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을 거니까. (아니, 거짓말이다. 사실은 이해하고 싶다. 적어도 지금 핀갈 앞에서는 그랬다. 그는,) 머플리아토. (삼촌에게서 받은 지팡이로 침대 헤드를 툭툭 두드렸다. 몇몇 죽음을 먹는 자들이 두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지도 모르겠지만─루드비크는 생각한다─ 알 바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너에게 찾아와 이야길 청한 것은 핀갈 모이레 모레이를 친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내 이름을 칼리나우스키 따위로 잘못 읽고, 머글 세계에 대한 건 하나도 몰라서 총질이 뭐냐고 묻는 바보 돼지인 주제에, 감히 나보다 강해서 몇 번이나 날 때려눕힌, 그치만 나처럼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이었던 그 아이가 그리워서야, 이 돼지놈아. …내 눈에 넌 여전히 핀갈 모레이인데. (울음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부러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내 세계엔 여전히 네가 있는데. …하지만 네가 말하는 세계는 이런 것이 아니겠지.

Ludwik

2024년 08월 26일 14:05

@Finnghal 미안해. … …미안해, 아무 도움도 못 되었어서. 너를 구하지 못했어서… (구하고 싶었다. 그런 게 가능했으리라고 믿고, 욕망한다. 영웅주의는 여전히 그의 안에 남아 있으므로.)

… …스스로 핀갈이 아니라고 말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네 가지 정도 있어. 많기도 하다고 투덜대지 말고 얌전히 들어. 첫 번째, 나는 아마 너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속한 세계는 믿음을 그 무엇보다 선행하는 것으로, 가장 값진 것으로 여기니까. 아니, 인간 사회는 사실 다 그렇지. (따라서 인어 혼혈 소년과 인면어의 자리는 없었다. ‘변증법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하기 때문에?’… 루드비크는 답하지 않는다. 그저 이어 말할 뿐.) 두 번째, 세계에 소속되고 인정받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도 알아. 따라서… 네 선택, 그것 하나만은 이해해. 사라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해.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긴 이야길 시작한다. 폴란드를, 그단스크를, 언덕 위의 작은 집을,

Ludwik

2024년 08월 26일 14:07

@Finnghal 그러나 자신이 속할 수 없었던 세계와, 그곳에 속하고 싶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자신에 관하여. 무엇이든 되고 싶어했던 소년에 관하여. 역할을, 의미를, 가치를 부여받고 싶었다.) …너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너와 나는 고향의 모습이 사뭇 다르잖아. 그래도 이해한다고. 그 말을 하고 싶었어. … …언젠가 네 고향 이야기도 제대로 해 줘.

세 번째, 이해하지만, 넌 네 말대로 흉악한 악한이야.

살인자, 파시스트, 제국주의자. (‘언젠가 넌 제국주의자가 뭐냐고 물어봤었다.’) 전쟁범죄자. 그게 너야.

중요한 건 네가 무엇 때문에 그랬느냐가 아닐지도 몰라, 결국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역사에 남는 건 행동이 전부니까. …나와 마주쳤을 때 순간이동으로 데리고 간 그 사람도 죽였을 테지? 핀갈 모레이라면 안 그랬을 텐데. 정말로, … … (기나긴 체념.) 돌아갈 수 없구나. 너도, 나도. 이런 어른이 되어버렸어… 참 역겨워… …

Ludwik

2024년 08월 26일 14:08

@Finnghal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루디오’를 부정한다. 인면어는 ‘핀갈 모레이’를 부정한다. 그러나 과거가 현재를 이루고 있음은 자명하지 않던가?… 알지만, 잘 알고 있었지만, 루드비크 역시 ‘루디오’를 지우고 싶었으므로 구태여 반박하지 않았다. 묻어두고 싶다. ‘나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지긋지긋하고 구질하게, 어쩌면 잘못된 방향으로. 하지만 인정받으면서.’)

마지막. 네 번째. (마주 웃어 주지 못했기에, 다만 꽃다발을 핀갈의 품에 안겨 주었다.) 네가 하는 말은 항상 재미없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바보야.

Finnghal

2024년 08월 26일 15:32

@Ludwik (무미건조하게 말했음에도, 가슴이 욱신거려 눈물을 보일 뻔했다.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으면서 분한 듯이, 비참한 듯이 사과하는 친우를 건너다보았다. 너무 이해가 가지 않는 것투성이기에 오히려 의문하지 않았던, 이른바 “혁명의 대의”라는 것에 얽힌 복잡한 사연들을 처음으로 들었다. 그는 꽃다발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숨긴다.) ... 그래. 그거면 됐어, 루드비크. ... ... 나는 결국 이날 이때까지 “거시적”이라는 말이 뭔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만드는 것은 행동이야. 무엇 때문에 그랬든 어둠의 마법은 어둠의 마법이지. 그것을 조금이라도 덜 해롭게 만들지는 않지. ... 그러니까 정말로 네 말대로야... ... 그 아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네가 그걸 잊지 않고 있어줬다면 됐어. (꽃다발을 든 손을 천천히 내린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Finnghal

2024년 08월 26일 15:34

@Ludwik 사과도 네가 아니라, 내가 해야겠지... 네가 두 번째로 속하고자 했던 세계까지도 내가 망가뜨렸잖아. 네겐 모든 곳이 낯설었을 텐데, 겨우 붙잡고 애를 써서 적응할 수 있었을 텐데. ... 나는 이걸 두 번 하라고 하면 도저히 못 할 거야. 네 고생이 얼마였을지 상상도 안 간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꽃다발을 들지 않은 손을 항복하듯 들어 보인다. 당신이 걸어준 마법 덕분에 말하기가 한결 자유로웠다. 시선을 내리고.) 네가 머글들의 전쟁에 열중하는 게 그들의 병기가 강해서거나, 네 삼촌 때문인 줄로만 알았어. 우리 어머니는 자정에 세상이 무너져내려도 열한 시 59분 59초까지 웃고 계실 것 같은 분이지만... ... 내가 모르는 때에, 내가 모르는 곳에서 벌어진 모르는 싸움에서 얻은 상처로 계속 아프셨다면 나라도 분했을 거야. 어떻게든 그 싸움의 연유와 방법을 알아내서, 낯선 세계로 건너가서라도 이겨서 돌아오고 싶었을 테지... 누가 말려도 듣지 않았을 거야.

Finnghal

2024년 08월 26일 15:38

@Ludwik 그래도 루드비크, ... ... 내가 너라면 머글 총은 쓰지 않겠어. 적어도 당분간이라도. 분명한 마음의 각오가 되지 않은 채로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 돼... ... 그게 누구의 (그리고 무엇의,) 목숨이든 말야. 이제는 네가 가장 잘 알 거야. (눈을 뜨면, 비록 며칠 전보다 멀끔해졌으나 가혹한 고통을 통과해온 듯 창백하고 수척해진 모습이 보인다.) 어쨌든 너는 마법사야. ... ... 머글들은 기계의 조종간에 앉아서 몇천이건 몇만이건 감흥 없이 지루하게 살육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래서 그를 분노하게 하고, 혐오하게 하고...) 넌 아냐. 그리고 아닌 채로 있는 게 좋아. 그러면 너는 앞으로 틀림없이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는 아마도 계속 당신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Ludwik

2024년 08월 26일 20:43

@Finnghal 됐어, 다 지난 이야기고… 너에겐 한 번쯤 사과해야만 했으니까. …잘 쉬기나 해. 부상병 주제에… … (지팡이를 다시 휘둘러 머플리아토 주문을 해제했다. 그러면서 아주 조그맣게, “네 위로 필요 없어…”라고 말한 것도 같고, “고마워.”라고 한 것도 같다. 어쩌면 둘 다.)

…그래. 잘 쉬어. 상처가 낫고 나면, 너도 다시 어딘가로 향해야지. 이번에는 핀갈 모레이가 행할 것 같은 행동을 해 봐. 꼭… 그렇게 해.

넌 강하니까. 전사처럼.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꽃다발에서 꽃 한 송이를 뽑아들어 움킨다. 그것은 핀갈의 고향 근처에서 주로 볼 수 있었을 법한 꽃들이다.) 널 연민하거나 좋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내가 좋아했고, 한 대, 아니 열 대 정도 패고 싶었고, 바보고, 돼지지만 나와 어울리는 적수라고 느꼈던 핀갈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알겠냐?…

Ludwik

2024년 08월 26일 20:45

@Finnghal 핀갈을 위해서 살아. 난 네가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네 조언을 마음에 새길 테니까. 그래, 적어도 당분간이라도. … … (‘강해지고 싶다. 어릴 적의 너처럼… 그러니까 난 아마도 너를 좋아하지 않은 적 따위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고한다.)

한 번도 널 좋아하지 않은 적 없었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순간도.

…아니, 가끔은 되게 밉긴 했어, 네가 워낙 바보라서… … (끝까지 솔직하진 못했다. 그대로 꽃을 쥔 채 병실에서 나가버린다. 이것은 기나긴 작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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