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누가 위에 있나 했더니. (등 뒤에서 걸어온다. 꽃을 보고 위치를 알았다는 듯. 느릿하게 곁에 서지만, 사이에는 사람 한 명 들어갈 정도의 거리가 있다.) 좀 어때? 너는.
@Furud_ens (그리고 그는 당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떨어지는 꽃의 종류가 바뀐다. 보라색, 짙은 향기를 품기는⋯ 샤프란이다.) 글쎄. ⋯ 전쟁이 끝나면 한순간에 세상이 뒤집어져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틀렸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것 같아서, 허무해.
@2VERGREEN_ (어둠 속에서, 색채보다 향기가 먼저 코끝에 느껴졌다. 익숙한 향이다. 자신도 기르고 있는 꽃이니까. 문득 툭 던지듯이 말을 꺼낸다.) ......7학년 때 토론 클럽 기억해? '피곤해 죽겠는데 마법부가 왜 항복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의견. 그거 나였어.
@Furud_ens (그 말을 듣고서야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당신을 돌아본다. 잔뜩 짓무른 눈가에, 여전히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눈을 가늘게 뜨며 짓궂게 웃는다.) 생각도 못 했어. 듣고 보니 너답기도 하고⋯. 이제 귀찮고 피곤한 일 하나가 사라졌겠네. (간극.) ⋯ 감상이 어때?
@2VERGREEN_ ...... (멀리 어둠 속을 바라본다. 그제서야 당신이 바람에 날려보낸 꽃잎들의 흔적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 항복해서 끝맺었으면 이렇게 많이 죽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손은 난간을 잡는다. 여전히 눈은 어둠을 좇는다.)
@Furud_ens (그 꽃들은 결국 바람을 타고 날아가, 누군가에게 가닿았을 것이다. 힐데가르트는 새삼스레 그것이 제 주인을 찾아갔기를 소망했다.) ⋯ 넌 정말 '어느 편'이든 상관하지 않았구나. 너한테는 전쟁이 집단의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것이었구나. (나지막하게 말하며 난간에 몸을 기댄다. 허리를 숙인다. 아득하니 땅을 마주한다.)
@2VERGREEN_ 언제나. (나지막한 목소리가, 꽃의 색채가 그렇듯 어둠 속에 흩어진다. 언제나. 전쟁에서도, 그 이전에도, 학교에서 수많은 친구들을 만날 때도, 그 언제든....... 그는 한 사람보다 큰 것을 본 적 없었다. 한 사람 안에서 무궁한 큰 것을 보았다. 오직 그뿐이었다.) ......인생 조언은 아직도 마음에 안 들어?
@Furud_ens 그래, 그런 사람이라 내가 널 여전히 사랑하나보다. 승리도, 패배도, 중요하지 않아서. 다만 모두가 상처 입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 뿐이라서. ⋯너나 나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좋았을 텐데. (허탈한 듯이 웃는다.) 아니, 이제 정답을 깨달은 기분이야. ⋯ 여전히 괴리감에 시달리고, 나를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 지는 보이네⋯. (한 사람보다 큰 것을 본 적이 없다는 발화와, 한 사람은 곧 한 세계라는 언어는 곧 같은 것을 뜻하니까.)
@2VERGREEN_ 완벽한 상품은 아니어서 부채감과 감정적 고민은 세트로 따라가. 그런데 뭐... 그게 없으면 또 인간도 아니니까. (도로 어조가 가벼워진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지. 누군가는 불꽃을 나르고, 누군가는 앞길을 밝히지 않으면 검고 도도한 물결의 일부가 되는 건 불가능할 거야. 그래도....... (이제는 보이지 않게 된 색채와 향기를 마지막으로 일별하듯 밤하늘을 보고, 그리고 이제는 당신을 마주한다.) 너는 이 밤에 꽃을 뿌리는 사람이니까. (빙긋 웃는다. 슬픔이 담긴 채.) 나, 얼굴 좋은 채로 살려고 꽤 인간다움을 많이 잊어 가고 있었었어. 처음에 너를 발견했을 때 왜 저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먼저였지. 나랑 얘기를 나누고, 같이 죽어간 사람들을 애도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네가 나와 완전히 같지 않은 힐데가르트 마치여서 다행이다.
@Furud_ens (침묵한다. 오래 입을 열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당신을 바라본다.) ⋯ 저기요, 상점에서 하자 있는 물건 파셔도 되는 거예요? (애써 장난스럽게 이야기하지만, 한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힌 채다.) 나는⋯ 난,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사실 네가 많이 미웠어. (입술을 두어 번 깨문다. 시야가 흐리지만, 그 속에서도 슬픔이 담긴 당신의 표정만은 선명해서.) 나는 네가⋯ 오로지 네 안위를 위해 모든 수모를 감당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었다는 걸 조금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결국 눈물이 떨어진다. 최선을 다해 입매를 당긴다. 웃기 위해서.) 네가 정말로 인간다움을 잃었다면, 꽃을 따라 이곳까지 다다르지 못했겠지. 나랑 같이 모두를 추모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그 이전에,) 너랑 함께한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너와 완전히 같지 않은 힐데가르트 마치'도 존재치 않았겠지. 그냥, 그래서, 그게 모두 다 고맙다고⋯.
@2VERGREEN_ 그렇게 다르지도 않은걸. (으쓱하며 웃는다. 조금 부끄러운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네 해석도 틀리지 않았어. 어떻게 젠체하며 말해도 결국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안위가 먼저인 건 변하지 않잖아. 나야 남을 비난하지 않는 편이지만 네가 그런다고 해서 어떻게 틀렸다고 할 수 있겠어.......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더 모르겠다. 내가 나를 위하는 게 아니면 뭔데? (조금 물기 밴 목소리로 키득거린다.) 이런 시대에, 잘도 서로를 이해하고 견뎌 왔구나, 우린....... 그래, 고맙다. (악수하듯 힘주어 손을 잡는다.) 어떻게 할 거야? 이제부터는.
@Furud_ens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고.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싶은 건, 사람이라는 하나의 세계 자체를 믿고 싶은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손을 맞잡는다. 모처럼, 언제나처럼 따뜻한 손으로. 웃어보이는 당신의 얼굴을 가득 담았다, 당신의 물음에 눈을 굴려 하늘을 바라본다. 아스란히 흐린 구름이 떠내려가는 그것을.)
나아갈 거야. 그래도 충분하지 않다는 부채감에 시달릴 테고, 매일 밤 잠 이루지 못하는 건 여전하겠지만. (간극.) 난 기사단원은 되지 못했어. 앞으로도 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흩어지는 협력자가 될 거야. 잡아죽일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해. (후련한 듯이 웃는다. 그래.)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2VERGREEN_ 난....... (이 질문 앞에서는, 그러나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길이 정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길이 달라지리라는 것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부터, 그게 단순히 옷이고 지팡이고 찢고 부숴먹는 말썽쟁이 그리핀도르와 옷차림을 넘어 몸가짐에 신경쓰는 말쑥한 래번클로의 대조였을 때부터, 힐데가르트 마치가 '그리핀도르적 사고'가 아니라 '그리핀도르는 행동'이라고 그의 맹점을 알려줬던 때부터,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바로 직전까지도, 그는 사실 차이를 절감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묘하게 언어가 다르다. 사고도 다르고, 삶을 보는 시선도 다르다. 그러니까 맹세코 그는 '사람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발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다. 그는, '사람이 어떤 모습이든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는 힐데가르트 마치가 자신과 다른 힐데가르트 마치여서 좋다고 했지만, 그 차이가 언제나 이렇듯 긍정적인 교류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2VERGREEN_ 프러드는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너와, 지금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지면서도 나중에 기만당했다고 느끼지 않을 법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까? 그건 어려웠다. 래번클로적 사고로 유추하면 반드시 틀릴 것 같았다. 그러면 행동을 따라야 하나?) ......나는 아마 그림자가 될 거야. 지금보다 네가 보기에 더 별로일 것 같아. 그때 가서 네가 나한테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최대한 오늘 밤의 애도와 우리의 만남에 적절한 방식으로 헤어지고 싶고, 나중에 네가 지금을 돌이켜볼 때 화나지 않을 방식을 택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그냥 느끼는 걸 전부 그대로 말하고 있어. 힐다. 내가 솔직하기만 하고 확신을 주지 못하는 친구여도 될까. 언젠가는 네가 친구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모습이 된다고 해도 이 순간 너를 마주해도 될까.
@Furud_ens (⋯ 그러나 우리가 미묘하게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사고를 하고,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고 해서 지금껏 함께해왔던 시간이 스러져 사라지는가? *프러드 허니컷과 나는 다르다.* 힐데가르트 마치 또한 이미 익히 그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계속해서 너는 나와 같지 않냐고 말을 붙이고, 당신과는 다른 언어로 계속해서 비슷한 점을 찾아내어 말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프러드. (여전히 손을 맞잡고, 웃는 낯으로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 항상 반짝이는 당신의 눈을 애정했다. 바람조차 숨을 죽이던 시절, 눈꺼풀 아래 그것이 숨어들어 바로 보기 어려웠던 그 때에도.) 이전과는 달라질 거야. 오늘 밤이 끝나면 모든 게 바뀔 거야. 난 너에게 편지를 보내지 못할 지도 몰라. 다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지 못하게 될 지도 몰라.
@Furud_ens 어쩌면 나는 너에게 지팡이를 겨누게 될 지도 모르고, 너는 내가 동지들에게 협력했다는 사실을 고발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될 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널 친구라고 부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 된다고 해도, 시대의 거대한 그림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난 여전히 *너라는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할 거야. 나는 너와 함께한 호그와트에서의 일곱 해를 기억하고, 너와 함께한 추모와 꽃비를 기억하고, 네가⋯. (목이 메인다. 눈물을 삼킨다.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리고, 구름은 밤하늘을 유영하고⋯.) 이 순간 고민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기억하니까. 어떤 방식이든 좋아. 오늘 밤의 애도와 우리의 만남에 적절한 방식 따위는 없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난 오늘 밤을 영원히 추억할 거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여태껏 붙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놓는다.) 그게 정답이 될 거야.
@2VERGREEN_ (이것은 거대한 애정이다. 세계가 좁고 적은 사람들에게 한정된 애정을 주는, 그리고 때때로 그것도 부족할 때가 있는 그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애정. 프러드는 놓아진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본다. 심지어 힐데가르트는 방금 자신의 손을 놓았다. 자유롭게. 시간에도, 변화에도 구애받지 않는 애정이라면 그것은 온 세상을 덮을 것이다. 이런 것을.......)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야.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변할 생각은 없어. 그냥, 그럴 법하다고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나빠질 것 같아. 그래도....... (입을 다문다. 입 안이 마르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 선택하면, 나는 더이상 떳떳하다고 말할 수 없겠지. 나는 내가 만들어내기로 선택한, 기여한, 방조한 죽음과 슬픔들에 책임이 있겠지.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하겠다고 말하는 너를 기억하고, 네 앞에 부끄러운 일을 한다고 알면서, ...... 살아가겠지.
@2VERGREEN_ (고개를 들어 마주본다.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당신 앞에 고개를 들 수 있다.) 사랑이라는 건 참 신비해. 모든 것을 따뜻하게 포용하는 것 같다가도 온갖 부정적이고 두려운 감정마저 불러일으키지. 그건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이, 상대의 가장 어둡고 피하고 싶은 내면마저 감싸안아, 자기 자신으로 하여금 그것을 마주보도록 하기 때문일 거야. 그게 사랑이 가지는 두렵고도 강력한 힘이야. 오, ... 힐다. 네가 사랑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더 나중에라도, 그늘과 어둠이 짙어진 시대라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랑으로 자신을 부정하지 않을 수 있기를. 자신을 잃지 않고 과오를 기억한 채 살아갈 수 있기를. ....... 나는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