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5일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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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00:04

(공문을 뿌리고 다니는 부엉이들의 날갯짓이나 각종 방송, 어수선한 목소리들도 거의 잦아든, 시간적으로는 새벽에 가까운 심야다.

녹턴 앨리 초입의 오래된 가게에 불이 켜진다. 유리창은 모두 바람을 맞고 잔금이 가 불투명하지만 딱 두 장만은 최근 새것으로 갈아 노랗고 환한 색이 흘러나온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0:20

@Furud_ens (골목 어귀에서 가벼운 헛기침을 하며 목을 추스른다. 아직 그때의 여파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않았다. 가게의 문을 잠시 노려본 뒤 짐짓 표정을 상냥하게 바꾼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두드리고... 인사는 하지 않는다. 목소리라도 들었다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 같으니.)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0:22

@jules_diluti 오늘 영업 안 하...... 이런. (짤막하게 당혹스러운 표정이 스쳐지나가지만, 곧이어 만면에 미소를 띄운다—눈치가 좋다면 평소보다 꽤 어렵게 만든 표정임도 알 수 있다—.) 쥘,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자주 가시는 가게들에서 어디든 부르셨어도, ... (피로가 얼굴에 스치고) ... 당연히 갔을 텐데요. '언제나처럼'.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0:25

@Furud_ens 그럴 수야 있나요. (약간 쉰 목소리. 그것에 보상하려는 듯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 클레마티스 쪽을 먼저 찾아갔어요. 다들 놀라셨을 것 같아서. 엔버가 얼마나 기뻐하던지!— 당신이 그날 울면서 걱정했다고 하더군요. 기다릴 수가 없어서 회복대는 대로 왔어요. 들어가도 될까요? (하고 당신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다.)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0:27

@jules_diluti 오. (가문의 언급이 나오자 다시 표정이 흔들렸고, 여러모로 불안정한 상태임이 당신에게 보일 것이었다.) 그래요, ... 네. 그러시군요. (당신의 발걸음을 따라 종종걸음친다.) 앉으시죠. 차라도 드리겠습니다. 내부는 신경쓰지 마세요. 원래 좀 어수선합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0:29

@Furud_ens 차는 됐어요. 목이 많이 상했다고 치료사가 그러더라고요. 당분간 약 말고 아무것도 먹어선 안 돼요. (단칼에 거절한다. 물론, 몇 시간 전만 해도 스콘에 커피를 먹고 오는 참이다.) 아! 아까 어머니 소식도 들었어요. 깨어나셔서 다행이네요, 그렇죠? 걱정했는데.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0:32

@jules_diluti 이런. 물도요? 아무것도 안 드리기 죄송하군요. (초조해 보인다. 아직 자신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확신하지 못한 것에, 밤새 이어진 감정적 피로가 겹쳐 만들어진 상황이다.) 네, ... 네. 걱정...... 걱정해 주신 덕분이죠. 쥘이. ....... 그래서, ...... 무슨 일로...?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0:40

@Furud_ens 아, 내 정신 좀 봐. 결혼식 날짜가 잡혀서 청첩장을 드리려 왔죠. 겸사겸사 그때 절 보살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요. 뭐, 완벽과는 거리가 먼 조치였지만...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요? (미소. 손 끝으로 테이블을 툭, 툭 두드린다. 그는 방금 친구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잔악한 짓을 저지르고 온 참이다. 그 사실은 그에게 묘한 도취감을 안겨주었다.) 이제 어머니도 쾌차하시면, 프러드가 좋은 곳에 취직해서 인생 펼 일만 남았네요! 여기서 마냥 고양이만 쓰다듬으면서 시간 죽일 건 없잖아요? ("죽이다", 에 힘을 주어 말한다.)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0:45

@jules_diluti 아하. ('청첩장'과 '보살펴 준 것에 대한 감사'에서 일시 휴전, 표면에서 이어지는 평화를 읽는다. 나쁘지 않다. 아니, 시도가 실패한 이상 사실상 최상의 반응이다. ......하지만 왜지? 먼저 찾아올 정도로 너그럽게? 그리고 이어지는 말이 사고를 방해하기 충분한 동요를 부여한다.) 오...... 네. 그러네요. 이런. 결혼식도 정말 축하드리고요. 경사스러운 일들이 겹치는 게 아닙니까. 새로운 시대에, ... (입을 다물고 침을 넘겨 목을 축인다.) 걸맞는 멋진 출발이 되시겠군요. 제 새 일자리에 관해서는, 아우렐리아 이모님께 들으신 겁니까?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1:01

@Furud_ens 네,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하던데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멋진 출발. 당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죠, 프러드 허니컷. (미소를 짓는다. 당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당신 집안 사람들이 당신을 정말 많이 신경 써요. 불사조 기사단원과 행보가 엮이는 정도의 일만 아니라면, (뜸... 꽤나 긴 시간 깜빡이지 않고 눈을 맞춘다.) 앞으로 탄탄한 미래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1:06

@jules_diluti 오. ...... (침묵은 때로,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을 때 괜찮은 방어 수단이다. 최소한 말실수로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고, 대체로 의중을 많이 드러내지도 않으니까. 꽤 오래 침묵한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쥘? 이제는 없어진(강조.) 기사단 같은 것과는 오래 전에 인연이 사라졌습니다만, 전.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1:17

@Furud_ens 뭐, 그냥 해보는 말이죠. 관용구라고 생각해 주세요. '살인이라도 저지르지 않으면,' 같은 것처럼. (왜 그래요? 찔리는 거라도 있는 것처럼.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반을 건드리지 않게 주의하며 가게를 천천히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때의 시트러스 향을 찾듯이 군데군데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그러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말을 잇는다.) 말했듯, 본론은 축하였어요. 알잖아요? 지금이 적기라는 걸. 당신도 저와 같이 될 수 있다고요.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1:35

@jules_diluti ....... (당신의 걸음은 내버려둔다. 설령 찾는다고 해도 뭐 어쩌겠는가—보이는 곳에 정말 없기도 하고—? 기껏해야 자신을 묶어놓고 똑같은 독을 먹이는...... 그건 좀 곤란하군. 짤막한 상념이 시니컬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아아. '당신과 같이', 말씀이시죠. (그리고 기억은 꽤 옛날을 거슬러오른다. 당신도 빛날 수 있다고. 그걸 지레 포기하는 것뿐이라고. 거기에 대해 자신은 뭐라고 답했던가? 가족들이 자신을 필요로 부를 때, 되돌아오기 두려워 처음부터 나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그 '가족의 필요'라는 대목이 거의 부서져 날아가기 직전이었다. 그도 안다. 이것이 비극인 동시에, 자신의 발에 오래도록 채워져 있던 족쇄가 부서지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둘이서 살게 된 집에서 로저가 가끔 지나가듯 말했던, '좀 더 나은 직장'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욱신거렸던 가슴의 감각도 떠오른다. 그도 공명심이라는 것이 없지 않았다.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1:37

@jules_diluti 당연하지! 자신보다 못한 순수 혈통 마법사들을 경멸하는 만큼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일찍이 쥘 린드버그가 마법부로의 진로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았을 때 화가 났던 이유도 실은 *그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삶을 기꺼이 사용할 만큼 사랑하지만 그만큼 지긋지긋하기도 한 가족에 얽힌 조건만 없으면, 그는 분명히 비상할 수 있다. 이런 시대가 아닌가. *기회와 혼란의 시대*가 아닌가!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이 남몰래 영혼을 떨리게 한다. 두려움이나 주저함으로 인한 떨림이 아니다. 그건 분명,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기쁨이나 기대감과 더 닮아 있었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합리화하는 사고가 이어 물밀 듯이 밀려든다. 가족을 완전히 저버리는 것도 아니다. 도리언은 그와 같이 살고 싶다고 했고, 아브릴을 계속 챙기지 못할 것도 없다. 아우렐리아의 표현대로라면 스큅 하나 인생에서 지우는 것만으로 그 전부를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다.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1:37

@jules_diluti 솔직히 그가, 모르가나 가민이 말한 강하고 당당한 마법사 세계의 일원으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사고가, 머릿속에서 벼락처럼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치고 나간다. 선택할 수 있을 만한 선택지야말로 진정 인간에게 강한 유혹이다. .......)

(겉으로 보았을 때는 긴 침묵 후 그가 중얼거린다.) ...... *당신과 같이.*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2:51

@Furud_ens 네, 저와 같이. (그는 환하게 미소하며 당신을 본다. 왜 이러냐고? 글쎄. 못해도 당신의 심산을 시커멓게 태워먹을 수 있고, 잘하면 가족을 버리게끔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행동하지 않되 이따금 괴로워할 줄은 아는 양심의 소유자기에─ 이는 곧 당신 심장에 박아넣는 최악의 칼이 되겠다. 순간의 욕심에 흔들려 가족을, 친우를, 사람들이 당신에게 보낸 최후의 실낱같은 믿음을 저버리게 한다면. 오 년, 아니 십 년이 지나서라도 그 선택은 당신 목 주위로 올가미처럼 조여들 것이다. 참으로 즐거운 상상이 아닌가... 그는 그런 보복도 썩 좋다고 여겼다.)

(당신을 향해 성큼 한 발짝을 내딛어 거리를 좁힌다. 양털 같은 머리카락이 소리없이 위아래로 흔들린다.) 당신 똑똑하잖아요, 프러드. 잘 생각해 보세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2:51

@Furud_ens 당신이 우리 중 거의 누구보다도 유능한 거, 모두가 알아요. 성실하죠. 영리하죠.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출발점으론 아주 나쁘지 않아요. 훌륭하죠! 명망 높은 집안의 비호도 있겠다, 사교계에도 뻔질나게 드나들었겠다. 전혀 늦은 출발이 아니에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을지도 모르고요. 전쟁으로 몸살을 앓은 사회가 재건을 위해 인재를 필요로 하는 것만큼,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고 나면 빈자리는 전부 채워져버렸을 테니. (단 한 명만. 단 한 명의 스큅만 인생에서 치워버리고 나면, 당신은 나에 비해 전혀 부족한 게 없다! 오히려 나보다 위에 설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악의는 선의의 가면을 쓰고 그렇게 속삭인다... ...) 저처럼 살 수 있다는 건 말이죠, 양달에 발을 걸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에요. 당신이 가는 곳이 곧 양달이 되죠.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2:52

@Furud_ens 돕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선을 베풀 수도 있어요. 누군가를 '모시는' 대신 진정한 우정을 논할 수도 있고요. 그거 괜찮겠네요. 말뿐만인 동등함이 아니라, 같은 지위, 같은 입장에서 친우가 되어 고민을 나누고... (짐짓 뜸을 들인다.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다.) 물론 당신이 저랑 같다는 건 아니에요. 당신은 이 선택을 내리기까지 아주 오래도록 고민했으니까, 좋은 친구라면 이해해 줄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겨웠잖아요.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4:36

@jules_diluti (괴로워하는 양심이 말하길: 지금까지 편안했으니 앞으로 심장에 칼을 좀 맞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 그렇다. 거기다 그는 지쳤다. 이런 어두운 세상에서 슬픔과 사랑으로, 진영과 사상에 상관없이 한없이 개인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한들, 그래서 압제에 고개 숙이고 한편으로는 또 기사단에 속한 이와도 교류하고 자신답게 살아간들, 그 누가 그를 알아준단 말인가? 프러드는 (지금은 그렇게 곁에 있기를 잘 했다고 여기지만) 유망한 순수 혈통 학생들에게 굽실거리는 자신을 보고 화내던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를 기억한다. (어젯밤에는 애도를 함께할 수 있어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찾아와서 자신의 비겁함을 비난부터 하던 힐데가르트 마치를 떠올린다. (바로 오늘 밤만 해도 그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어 주었던) 헨 홉킨스를 떠올린다. 자신이 세상에 굽히는 것이 싫다고 자꾸 못되게 말한다.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4:37

@jules_diluti 수많은 인내와 슬픔과 외로움을 견디며 기나긴 타협과 그럼에도 지지 않는 영혼만을 긍지로 여겨 온, 결과적으로 손에 얻은 것도 별로 없는 바보같은 싸움을 생각한다. 손안에 남은 것은 아직도 요양이 필요한 도리언과 마법 세계를 모르고 살아가는 아브릴 정도다. 솔직히 로저는 훌륭한 마법 세계 시민으로 살아갔지만, 그의 마음은 항상 더 머글에게 가까웠다. 로저가 자신에게 아주 일찍이부터 보였던 건 거리와 존중과 의지하는 모습과, 그런, 가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따금씩의 자괴감뿐이지 않았는가. 솔직히, 굳이...... 그러니까. 이렇게 더 살아야 하는가?

선동가의 말이 가장 커다란 효력을 얻는 것은 그 말이 청자의 내면에 이미 있는 생각을, 차마 꺼내지 못했던 생각을 훌륭하게 대변할 때일 것이다. 아, 솔직히 말해서, 프러드 허니컷은 지금 쥘이 하는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14:38

@jules_diluti 그는 진심으로 유진 로즈웰의 책임감과 부담에 공감하고, 그런 방식의 사회 기여가 가능하다고 믿는 인간이었으므로. 스스로 양지가 되어 세상에 기여하면 왜 안 되는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면 어째서 안 되는가? 시기에 대한 말도 전부 맞다. 지금이 아니면 이 정도의 적기는 없다. 쥘 린드버그는 전부 맞는 말을 하고 있다. .......)

......고려해 보고 있습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아우렐리아도 다 알아서 이런 제안을 한 걸 겁니다. 이혼하고 나면 로저는 정말로 마법 세계에서 의지할 사람이 없어져서 걱정이긴 한데, 그 부분을 어떻게 할지 좀 고민하긴 해야겠지만, 네. ......당신 말대로 전 시기를 알아보고 제때 행동할 만큼 충분히 영리하죠. (표정에 부드러운 웃음이 돌아온다.) 결혼식도 머지않았는데 시간 내서 이렇게 중요한 조언을 하러 와 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쥘. 정말로 물도 못 마시나요? 뭐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안타깝네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00:26

@Furud_ens (당신이 후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자신의 손으로 내다 버린 모든 번거로운 것들을 찾으며 눈물 흘리는 것이 보고싶다. 누군가는 자신을 보며 했을 법한 생각이 쥘 린드버그의 혀 끝에서 꿀처럼 달았다. 독살의 증거는 어차피 당신이 인멸했을 것이고, 있어 봤자 심증뿐이므로─ 그리고, 솔직히. 에스마일에게 지독한 짓을 저지른 이 시점에서 복수심이 그닥 남아있진 않았고, 그저 당신이 조금 괘씸할 뿐이었다─ 그는 미소를 짓는다. 당신을 그동안 애정하고 친애하던 세상과 반대 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떠미는 말들은 한없이 "옳다". 너를 갉아먹는 인간관계를 끊어내고, 네 능력을 의심하지 말며, 비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라고. 이런 지혜롭고 다정한 말들이, 잘못되지 않은 말들이 잘못된 입에서 나왔을 때 얼마나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생각하면 신기하지 않은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00:26

@Furud_ens (당신의 양심을 배반하라. 당신을 당신답게 만든 이 모든 인내의 시간에 등을 돌리라. 그것은 남는 게 없는 어리석은 싸움이고,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 따름으로. 우리가 그리핀도르도 아닌데 사람 밥 먹여주지 않는 긍지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무엇 하나 바꾸지 못하는 양심이라면 목졸라 죽여도 되지 아니한가?)

(그는 대수롭지 않게 성냥에 불을 당긴다. 차곡차곡 포개진 장작더미를 향해 불씨를 내던진다.) 네, 아우렐리아도 안도하시겠네요. 내심 염려하고 계신 것 같았거든요. 당신도 결국엔 클레마티스의 일원이니까, 남부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시는지. 아버지께서 어떻게 생활하실지는 당신이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만... ... 아예 못 만나는 것도 아닌데 큰 상관이 있나요. (사람은 그렇다. 만날 수 없어지기 전까지 만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까지 돌이킬 수 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00:27

@Furud_ens 저도 유능한 친구 하나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왔던 거예요. 성공하면 좋은 친구인 저, 쥘 린드버그를 잊지 마시고요. 아셨죠? (산뜻한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말 괜찮아요. 디안서스가 약을 줬거든요. 꾸준히 먹고 있으니 일주일이면 회복할 거예요... 피곤하실 텐데,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죄송했어요. 잘 지내요? (추수의 팁: 결코 지나치게 서두르는 인상을 주지 말 것.)

Furud_ens

2024년 08월 26일 02:39

@jules_diluti (사실, 오랫동안, 점점 무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덕은 머리로 안다고 해서 실행되는 것이 아니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서서히 마비되는 인식의 감각에 대처할 수 없다. 양심이 살아 있어도 그것을 '양심에 찔리는 행동'이라 인식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그를 비난하던 사람들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혼자서 아무리 떳떳하다고 해도 결국 보여지는 행동이 굴종이요 폭력에 대한 외면이고 악행에 대한 협력이라면, 그가 비겁자이고 단죄받아 마땅한 부역자라는 점에 어떤 모순이 있는가? 악이 발생하는 이유를, 그 아래 내재한 거대한 슬픔을 이해한다 해도, 연민으로 세상을 본다고 해도, 그 최종적인 기능이 악이며 타인을 상처입히는 데 일조한다면, 그 연유를 아는 게 도대체 얼마나 의미 있단 말인가?

Furud_ens

2024년 08월 26일 02:40

@jules_diluti 사람들이 신념을 따르고 명시적 정의를 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쓰여지지 않고 기록되지 않으며 당당하지 못한 모든 개인적인 서사는, 그것이 개인적이고 내밀하기에, 개인이 이 악물고 지킬 수밖에 없고, 개인이 포기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이 파편처럼 흩어지게 된다.

......사실은 그런 개인적인 서사를 공적으로 꺼내 조명하고 역사로 남기는 작업이야말로 작가가 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프러드 허니컷이 했던 말처럼, 개별적인 인간을 잊지 않고, 정의나 변혁의 이름으로 개인을 수단화하거나 비인간화하지 않기 위해, 사회를 위한 명분이 개인을 향한 폭력으로 작용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Furud_ens

2024년 08월 26일 02:41

@jules_diluti 그리고 악을 단죄하되, 악하지 않던 것이 어째서 악으로 변하는지 그 개인의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이 세계의 어떤 부조리가 무구하게 태어난 이의 생명을 사회의 손으로 빼앗을 지경까지 몰아간 것인지, 비극의 연원을 알고 개선하며 그를 충분히 돌보지 못한 우리의 잘못 또한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모든 일에 개인을 개인으로 보는 눈과, 그 시선으로 본 것을 기록하고 공론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시대, 가장 잘 나가는 작가는 그런 개인의 내밀함과 복잡함을 알면서도 외면하겠다고 선언한 쥘 린드버그였다.

프러드 허니컷이 타고난 성향과 성장기의 몇몇 조건들에 따라 지금까지 기적적으로, 개인을 개인으로 주목하는 시선을 유지했다고 한들 그가 혼자서 꺾이면 세상 누가 그의 마음을 알아 주겠는가. 그를 알아 줄 작가가 몇 해 전에 이미 사라졌는데.

Furud_ens

2024년 08월 26일 02:42

@jules_diluti

대신 작가는, 개인을 외면하고 표면에 봉사하여 세계의 구조에 영합하기로 결정한 이 시대의 작가는, 그 천재적인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또 하나의 개인을 검고 도도하게 흐르는 커다란 강, 비도덕의 물결 속에 던져넣었다.

그리하여 여기 또 하나의 불이 꺼진다. 어두운 시대, 배반의 시대, 웃으면서 자신보다 못한 타인을 토대로 삼고 그들을 침묵 속에 말려죽이는 시대가 오고 있다.

......민중은 언제 군중으로 흩어지는가? 군중은 언제 침묵하는 다수가 되는가? 추수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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