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hweh_1971 (눈썹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게 보일 것이다.) 네, 오러들이나 말단들만큼은 아니래도 일이 꽤 많거든요. (그러고는 헨의 얼굴을 빤히 보는데...) 당신 예언자 일보의 '인기' 기자잖아요(예전에 야훼=헨 블루웰스라는 게 밝혀졌던 부분을 언급하는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가난한 친구에게 저녁이나 쏠래요? 조금 이따가.
@yahweh_1971 좋아요. 저는 지금 볼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잠깐. 헨이 몸을 돌리자 멈추라는 듯이 서류가방을 쥐지 않은 쪽 왼손을 주먹쥐어 들어 보였다.) 어디서 볼래요? 장소를 말하면 한 시간 뒤에 가죠.
@yahweh_1971 (그러마 답하고는 자리를 뜬다. 아일롭스 부엉이 상점에서 나오는 어느 마법사의 뒤를 따르는 듯했다. 정확히 한 시간 뒤 레아는 포테스큐 앞에 모습을 보였다.) -아이스크림 주문하신 분?
@yahweh_1971 안 넣을 거지만 대신 체리 곁들인 초콜릿 맛으로 할 거예요. 요즈음 일 때문에 새콤달콤한 게 당겨서. (시덥잖은 소리 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헨의 몫으로 아이스크림 한 컵이 나오고 레아의 몫으로는... 파르페가 나온다. 헨의 것보다 크고 와퍼와 마라스키노 체리와 바나나가 든 파르페다.)
@yahweh_1971 어차피 기사로 쓴대도 그날부로 배신자 낙인이 찍혀서 토끼마냥 쫓겨다닐걸요. 당신이나 저나. (새빨간 체리를 숟가락으로 밀고 손가락으로 와퍼를 집는다. 파란 눈을 굴려 헨을 잠시 보더니) 그러니까- 네, 뭐. ...누가 칠칠맞게 발자국을 남겼더라고요. 그래서 닦아야 해요. 흔적이 남지 않게. (와삭.)
@yahweh_1971 ...신문 이야기는 피상적인 의미에서의 토끼 맞죠? 제가 말한 토끼는 워털루 컵에서 죽을 때까지 쫓기는 사냥감이거든요. (쓱쓱. 상상 속 귀여운 그림을 지우개로 지운다. 레아의 말은 토끼몰이 사냥hare coursing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이 파란 눈의 토끼들이 꼬챙이를 들고 인간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다.)
@yahweh_1971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혼자만 발 뺄 생각 말라니까, 헤어 블루웰스... ...그래서 누구에게서 받았는데요? 당신 원래는 꽤-근근히-살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래 전 헤집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젠 살만한가본데, 메브 홉킨스에게도 보내주면 좋겠네요. 아, 그쪽에서 싫다고 사절하려나.
@yahweh_1971 재산 말고 다른 것에 군침 흘릴 머저리도 여기 하나 있답니다. (그새 아이스크림이 조금 녹았다. 레아는 혀를 차며 그걸 떠먹는다. 숟가락이 유리에 부딪치며 쨍 하는 소리가 때때로 난다.) 그래서, 헨 당신이 보기에 지금 세상은- 어때요? 계획대로 모든 게 잘 굴러가주고 있어요?
@LSW
부끄러워라. (무감정하게 대꾸하곤 점차 흥건해지는 아이스크림을 내려다본다. 한 번 휘저으려다 시선을 의식해 떠먹었다. 뒤늦었지만, 지팡이에 잠깐 손을 가져간다. "머플리아토.") 아직은 모르겠네. 일단 판돈을 걸었으니 흘러가는 걸 지켜봐야지. 오로지 지금까지의 정황만 따지면 이상하리만치 순조로워. (메브와 절연하고, 순혈 사회에 입성하고, 연재에 이어 구속 사건까지...... 정말 무언 의지와 흐름이 받쳐주는 것마냥. 유일하게 버리지 못한 것이라면 감정이지만, 그것도 곧 정리될 것이다.) ...... 네 덕도 있지.
@yahweh_1971 (바나나 조각만 조금 먹는다. 제법 큰 파르페를 주문한 것이 무색하게 사이사이 들어간 스펀지케이크 질감의 빵들이 물컹해졌기에 수저를 내려놓는다.) 당신이 시기적절하게 해류를 잘 탄 걸지도 모르죠. 순풍이 불 때 돛을 펼치면 먼 바다로 나아가는 것쯤은 쉬우니까요. 그런데, (하며 운을 뗐다.) 제 덕이라는 건?
@LSW
글쎄...... ...... (녹아내리는 파르페를 구경했다. 간신히 유지하던 모양이 무너져내리고, 당신이 수저를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 눈짓한다.) 가자.
(망설이던 모든 순간에 당신이 있었다 하면 지나치게 과장스러울까? 열네 살의 어느 날, 전란이 미미하되 선명하던 밤 당신은 변혁에 힘이 필요하리라 단언했고- 자책에 매몰되어있던 꼬마를 끌어냈으며, 수 해가 지나 감정 앞 괴로워하던 이에게 그 무의미함을 못박아주었다. 당신은 내가 절벽에 발을 걸칠 때마다 등을 가벼이 밀어주며, 그리하여 나는 *비상*한다.) (그러나 이것은 구구절절히 털어놓을 말은 아니라.)
뭐......, (코트를 다시 챙겨입으며 첨언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아즈카반에 있었겠지.
@yahweh_1971 싱겁긴... 하기사 이름에 줄 그이는 게 보통 일은 아니죠.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들이 확연히 차이나기 시작하니까. 그럼 제가 당신을 지켜준 거네요, 그렇죠? 그 김에 머릿속이나 한 번 들여다보게 해주는 건? (어찌되었든 과거 헨에게서 적지 않은 것들을 캐냈으므로- 당신이 무슨 생각 하는지를 까맣게 모르는지 아니면 개의치 않는 건지, 레아는 짧게 웃으며 아이스크림 값을 치른 뒤 가게를 나섰다. 가을 저녁 공기가 제법 서늘해서 목도리를 고쳐 두른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어요. 요즘 야근을 몇 번 했더니 잇몸이 조금 헐었거든요, 그래서 부드러운 게 좋겠어요. 너무 뜨겁지는 않은 걸로요. 혀가 예민해서.
@LSW
평판이 좌우하는 직종이기도 하고. (수긍하다가도 입매를 식 틀어올린다. 시선이 당신을 위아래로 훑는다.) ...... ...... 허락해줄 리가? (관계는 제법 평화롭다. 일전의 빚을 제하면, 서로에게 거창하게 얻어가는 것은 없되 지인으로 두기에는 조건이 좋은 조합이었다. 그러니 몇년 전처럼 지팡이를 휘두르진 않을 테지.)
(공기는 서늘하되 시리지 않다. 목도리 끝을 간단히 정돈해주곤 손을 내밀었다.) 받들어 데려다줄게. 아이스크림도 반쯤은 먹었으니 몸을 좀 데워야지, 따뜻한 스튜 정도면 돼?
@yahweh_1971 (끄덕이며 손을 잡았다. 어찌되었건 헨을 바라보는 일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만큼 고통스럽지 않다. 청사로 향하는 열차가 이제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연료로 불태운다고 해도...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그냥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에 불현듯 말이 나왔을 뿐이다.) ...카일 클라크 알죠. 그 녀석이 종종 저희 아버지를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당연히 당신은 우리가 무슨 이야길 나눴는지 모르니 지금은 맥락이 다른 용법이라는 것도 모르겠지만-
그 녀석이 무슨 기분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 알 것도 같아요. 메브 홉킨스가 보고 싶어요. 그가 아직도 리버풀에서 사는지 모르겠지만-(예의 그 들여다보았던 기억의 파편 속에 스쳐지나간 정보다)- 당신의 형제 메브 홉킨스를.
@LSW
...... 그래? (당신이 불편했던 시기는 옛적에 지났다. 그가 당신을 해석하고 짐작하길, 한결같은 무정은 도리어 안정을 준다. 시시각각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들보다 차라리 같은 온도의 시선이 편안할 때가 있었다. 가끔 이렇게 튀어오르는 대화를 견뎌야 하더라도.) 그거 아쉽겠네.
(이어지는 답은 없다. 메브는 여전히 리버풀에 살며, 당신이 시도한다면 쉬이 알 수 있을 사실이지만, 구태여 나서 그것을 알릴 이유는 없다. 맞잡은 손을 끌어당기자마자 압박감이 찾아오고, 수 초가 지나 우리는 역 근처 낡은 거리에 있다. 순간이동의 감각엔 익숙해 먼저 걸음을 뗐다.) 카일은 그래도 비교적 한가한 것 같던데, 사법의 중심부에 있으니 번거로운 일이 많겠어. 오늘 청소는 지시받아 한 일인가?
@yahweh_1971 (매끄럽게 바뀐 화제에 조금 웃는다.) 뭐, 지시받지도 않았는데 했다가는 제 생명줄이 끊긴다고요. 제가 나름 유용하다지만 그래봤자 하수인 중 하나일 뿐이라, 하수인은 독단으로 일처리를 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긍정이고) 그래도 번거로울 일 없이 라이네케가 대신 처리해 줬어요. (이건 당신에게 굳이 알리는 필요없는 정보다.) 서류가 우리 부서로 하나 더 날아오겠지만요. 이런 식이면 끝도 없는데. (자조한다. 헨의 손을 놓는다.) ...역시 그땐 제가 미숙했나봐요. 당신을 잘 설득해서 조금만 보여달라고 착하게 굴었어야 했는데. (머잖아 식당 문을 밀고 들어간다.)
@LSW
...... 줄리는 참 대단해. 받아가는 것도 없을 텐데, 아랫사람들을 두고도 모든 처리에 그렇게나 솔선수범하는 것 말야...... 뒤처리엔 무관심하다는 걸 감안하면- 아주 책임감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비아냥거리는 투는 아니다. 되려 신기하다는 양 대꾸하곤 당신의 뒤에서 문을 살짝 잡아주었다. 자리를 고른다.) ...... 굳이 네가 미숙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착하게 물었다면, 아마 착하게 거절당했겠지. 당시엔 그 정도 일로 관계를 깨는 게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자리는 창가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훤히 보인다. 가볍게 덧붙였다.) 지금과는 달리.
@yahweh_1971 (헨이 문을 잡아주는 것이 당연한 마냥 걸어들어가 앉는다. 유리 너머로 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법 다른 세계의 풍경 같다. 단지 창문이라는 장막 하나만 사이에 두었을 뿐인데.) 아,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등 돌릴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섭섭해라... 그래도 우리 좋은 친구 사이 아니에요? 당신은 제게 빚도 (약간) 있고- 무엇보다- 전 헨을 바퀴벌레 과자보다 더 아낀다고요. 어디 싸우러 갔다가 흰 천에 덮여 돌아올 것 같지도 않아서 나름 신뢰하고 있어요. 신뢰해서 보고 싶었던 거예요. 신뢰하고 싶어서. (메뉴판을 집어 음식을 고른다. 어디 보자...)
@LSW
너무 비관하진 마, 네가 내 머리통을 헤집어뒀어도 한 번은 넘어갔잖아? 그것만으로도 내 사랑은 부담스러울 만큼 증명된 것 같은데. (유리 너머의 런던은 평화롭다. 식사할 때마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전란의 세계와는 다르다.) 이렇게나 헌신했건만 바퀴벌레를 이기는 데에 십 년을 소요하다니...... 내 처지도 기구하지. (당신이 들여다본 메뉴판에 적힌 것은 해산물 스튜를 비롯한 국물 요리들과 몇 가지 사이드들이 전부다. 곧잘 비죽이며 말하다가도, 당신이 초라한 메뉴를 훑어보자 멋쩍은 양 잠시 입을 다문다.) ...... ...... 좀 더 시켜도 돼.
@yahweh_1971 당신만큼 우리 동기들을 아끼던 친구도 드물었죠. 그래서 지금 더 시키라고 해주는 거잖아요? 알아요, 그 정도는. 그러니까 이번엔- 음... (잘 아는 듯이 말하느라 잠시 헨에게 머물렀던 시선이 메뉴판을 마저 훑는다. 메인은 부야베스와 랑구스틴 스프, 사이드로는 그린 올리브 절임, 음료는 화이트 와인, 디저트는 파인애플 타르트가 좋겠는데... 그때 유리창에 무언가 검은 것이 비쳤다.
개미다. 창밖에 개미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레아는 한동안 그것에 시선을 두다가, 마음을 정한 듯 메뉴판을 접어 내려놓았다.)
...이제는 개미를 이겼다고 해 드리죠. 자랑스러워해도 좋아요. 저는 개미와 벌 같은 군집생물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개미는 바퀴벌레 과자 같은 것과 비교하면 훨씬 우수해요.
@LSW
그건 어이없을 만큼 발린 말인걸. 힐데나 레이가 듣는다면 통곡하며 땅을 두드리겠어. (시선은 자연히 당신을 따라 흐른다. 곱씹어보아도 영 멋쩍은 메뉴판을 보고, 굴러가 창문에 붙은 까만 곤충을 본다. 개미는 당신의 말마따나 군집을 이루어 살아가는 생물이다.)
......
(개미와 벌과 같은 군집 생물들은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가지며, 체계적으로 오로지 무리만을 위한 삶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오로지 개인이 부품으로만 일하며 소모되는 그네들의 구조는 인간 사회와 판이하게 다르며, 그러므로 그는 개미가 '우수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되 호의까지 가지진 않았다. 곤충이라니, 아직 여름은 여름이군. 그리 생각을 맺곤 창을 톡 두드릴 뿐이다. 개미는 질기게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yahweh_1971 (자신이 보기엔 다 살뜰해 보인다면서 '래번클로' 친구라고 조건을 덧붙이겠다고 했다. 어쨌건 헨이 친구들을 아껴왔던 건 사실이었으므로.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서버가 오자 고른 메뉴를 말하고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있잖아요, 헨. 저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처럼 생각하시는데. 아무리-예전의 그런 일이 있었다고는 해도 저도 사람이거든요. 아시겠어요? 곤충보다는 인간이 좋아요. 물론 인간들도 곤충들 특유의 군체의식 같은 것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LSW
(적어도 이 낡아빠진 식당에서 와인과 타르트를 주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조금 경이롭다는 양 당신이 주문하는 목록을 듣다 창틀에 툭 기댄다. 비딱한 모종의 반항에 그제서야 개미가 추락했다.) 냉혈한이라기엔...... 단순한 호불호의 문제잖아? 팔다리가 여섯 개인 생물을 사랑하는지, 네 동족들이 좋은지. (힐끗 돌아본 창문 밖에선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옷을 입곤 거리를 걷는다. 인간 개인은 각기 의지를 가지고들 움직인다. 곤충들의 의지가 사회를 위한 부품이라면, 인간의 의지는 사회를 이루고 움직인다. 그것이 그들의 차이다.) ...... 존중하지만, 난 이대로가 마음에 들어.
@yahweh_1971 개미는 그저 개미죠. 신비롭고 우수하다고는 해도, 인간만큼의 고등한 지성과 마음을 가지지 않은 곤충일 뿐인데 굳이 사랑할 것까지야... 그래도 뭐, 예상은 했는데 당신과는 생각이 다르긴 다르군요. -그럴 것 같았어요. 개미에게는 '나'가 없으니까. (레아는 지금 헨의 표정과 몸짓에 주목하느라 창가에서 어느 자그마한 생물에게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줄도 몰랐다. 유리창은 흠 하나 없이 깨끗해진다. 아무 일도 없던 듯이 그 밖에서 사람들이 오간다. 그리고 그들이 기다리던 서버가 음식과 함께 이 자리로 돌아온다. 근사한 식사가 차려진다.)
@yahweh_1971 모르겠어요. (하고는 입을 다문다. 음식이 다 차려질 때쯤 그가 다시 입을 열었고,) 저는 그 마음에 군체의식이 깃드는 것을 바라는 거니까, 음, 중요한 건 마음 쪽이에요. 더 좋아하는 건 그 쪽. 개미에게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감정이 없을 테니까. 그런 마음은 돌에게도 없고 책에게도 없죠. 그건 고등 생명체에게만 있어요. (하며 스푼으로 랑구스틴 스프를 한 술 뜬다. ...여기서 가장 비싼 거다.)
@yahweh_1971 (좀 비싼 걸 먹고 싶었다. 헨의 지갑을 축내면서.)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사람이 아니냐'는 질문으로 들리는데요. 저도 사람일 거예요. 최근 들어서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끼는지는 모르겠어요. (턱을 괴고서 헨의 채굴을 구경하다가, 새우 하나가 딸려 나오자 포크로 쿡 찍어 채간다. 생선을 호시탐탐 노리는 갈매기 같다.)
@yahweh_1971 아까 아이스크림 값은 안 치렀으면서... (하지만 포크로 용케 새우 살을 발라가며 순순히 말한다.) 그러니까- 아끼는 것이 있다는 게 아니라,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게 뭔지 알거든요. 아마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에스마일도. 힐데가르트도. 프러드도. 핀갈도. 그런데 아낀다는 말이 영 이해가지 않아요. 일단은 만년필 펜촉이 닳지 않게 아껴가며 쓴다는 느낌 같기는 한데.
@LSW
그건 내 기다림에 대한 값이니까. (애초에 복잡한 껍질이 있는 생물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헨의 접시엔 갖가지 조개만 쌓여간다. 벌어진 홍합과 눈을 마주치다 이름들이 떨어지면 잠시 손길을 멈췄다.) ...... 사랑한다는 것이 꼭 그 사람을 위한다는 건 아니지. 그건 그냥 일방향의 감정이니까. (조개는 포크 아래 뭉그러진다.) 하지만...... '아낀다'는 건, 내 기준에선 행동이나 그에 대한 의지를 수반하는 표현이야. 대상의 심경이나 안위에 신경을 쓰며 보듬고, 작은 보물 상자에 넣어 훼손되지 않게 지키는 것.
@yahweh_1971 (허물처럼 벗겨진 새우 껍데기가 접시 위에 나뒹군다. 부드러운 속살만 찍어서 한 입에 넣는다.) 당신이 메브 홉킨스를 생각하는 것처럼요?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알 것도 같고... 그런데 훼손되지 않게... (중얼거리며 홍합 몇 개와 대구살을 가져왔다. 조개들끼리 부딪쳐 달그락거린다.) 보물 상자에 넣어두면 매일매일 볼 수가 없잖아요. 내가 보려면 매번 꺼내야 하고. 항상 곁에 둘 수도 없을 뿐더러 신경쓰려면 그 사람의 생각을 속속들이 다 알아둬야 하지 않아요?
@LSW
하지만...... 귀중한 것을 손에 쥐고 다닐 수는 없지. 흠집이 가고 퇴색되는 것도 신경쓰일 일이지만, 걸음마다 그게 신경쓰여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할 거야. (당신의 식사를 내려다보았다. 이어 랑구스틴 스프를 힐끗 보지만, 그리 입에 댈 마음이 생기진 않는다. 식욕은 늘 그렇듯 미온하다.) 아끼는 것을 다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네게나 있는 거야. 아낀다는 건, 이미 그것의 사랑할 면을 봤다는 거지...... 그렇다면 뭐하러 더 파헤치겠어? 난- 매일매일 보진 않아도, 그걸 관찰하지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그것이 내 금고 안에 처박혀있는 것이 더 좋아. (사이. 덧붙인다.) 그게 뭐든.
@yahweh_1971 (랑구스틴 스프를 몇 입 떠먹고는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 헨의 말에 입맛이 떨어진 걸지도 모르고.) 그렇군요. 애정이 사그라든 줄 알았는데- 그냥 묻어두고 있는 거였군요. 소중해서. ...그럼 영영 그 안에 넣어두고 아껴요. 당신 방식대로. 난 내가 좋아하는 보석이 햇볕을 받아서 반짝이는 빛이 좋으니까 항상 꺼내서 보고 곁에 두려고 하려고요. ...그걸 깨부술 때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옴니큘러라도 사둬야 할까봐. 하하... (건조하게 웃고는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