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by (저벅, 저벅, 하는 발소리가 당신의 맞은편에서 가까워진다. 서두르지 않는 느릿한 속도다.) 꼴이 엉망이군. (그러는 그 역시 당신보다 별로 나아보이지 않는 상태. 많은 부분은 당신의 작품이다)
@Ccby ... (‘여기서 너랑 싸우다가 죽으면 최고로 후련할 것 같은데.’ 그는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나는 결국 나의 자취를 남겼어.’)
(마법 세계는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모르가나 가민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마왕이 기르던 투견을, 살인에 탐닉하는 심해의 괴물을, 또한 그들의 기억으로부터, 과거로부터 도려내지 못할 것이다... ...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죽어, 급기야 '존재한 적도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보다, '존재하지 않았느니만 못한 것'으로 전락하기보다 어둠의 마법사로서라도 세계의 일부로 죽는 것이 나았기 때문에 그는 가민에게 그가 속할 수 있는 세계를 약속받고 인면어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것*이 세계에 속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Ccby
(남은 나날들은 점점 더 별볼일없을 것이다. 이른바 마왕의 군단이라는 자들이 권력을 틀어쥐면 무슨 짓을 할지는 보지 않아도 샅샅이 알 만했다. 본시에 그의 가치관이라면 보호했어야 할 약자들을 짓밟는 데나 힘을 쓰며, 대등한 상대에게 시험받지 않는 비열하고 거짓된 생을 태만하게 이어가겠지. 그렇게 사는 것은 거의 '비존재자로서 죽는 것'만큼이나 역겨웠다. 세실 브라이언트는 올곧고 용감하다. 전력으로 싸워서 그를 죽일 힘이 있다. 동등하게 죽음을 등뒤에 두었기에 법도와 명예가 있는 진정한 생사결의 마지막 기회가 여기 있었다. 지금이 딱 좋은 시점이 아닐까? 그는 고민한다... ...)
도망치는가. 너는 끝까지 항쟁할 거라고 생각했다.
@Finnghal 좀 닥쳐 봐… 회복하고 나면 끝까지 달려들고 싸워서 모르가나 가민 다음 네 모가지도 따 줄 테니까. (머리가 어지럽다. 흉터가 새겨진 오른쪽 팔을 잡는다. 악몽같은 원수가, 또한 싸움을 갈구하게 만드는 적이 눈앞에 서 있다… 둘만 남아서 끊임없이 주문을 쏘아대며 싸울 때의 기분을 절대 잊지 못한다. 그때 핀갈 모레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도. 지금이 그 순간이 되나? 승부는 여기에서 갈릴 것인가?… 어쨌든 핀갈은 지금 지원을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지금 싸울 생각이야? (지금까지의 오랜 싸움으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두 사람이 마주본다.)
@Ccby 회복하고 나서? 언제? 전쟁은 끝났다, 세실 브라이언트.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이 시간부로 너는 마왕에게 접근은커녕 네 얼굴로 거리를 나다니지도 못하는 몸이 될 거야. 지금까지 네 등뒤에 서 있었던 모든 것이 너를 잡아죽이려고 들 것이다. 온갖 치욕적인 일을 비굴하게 굽신거리며 견디고 들쥐처럼 숨어다녀야만 명을 부지하겠지. (지팡이를 든 손을 느슨히 늘어뜨리며, 당신을 건너다본다.) 그런데도 오늘 이후를 살 생각이냐?
@Ccby (어쩌면 이렇게 변함이 없는가. 아니,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더 타오르는 것 같은가. 기가 막혀서 잠깐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빌면 보내주겠다’ 같은 조건을 걸어서 치욕을 견디지 않겠다는 말을 당장 시험에 들게 하면 어떨까 생각하였으나 곧 그만둔다. 그랬다가 당신이 정말로 해버리면 그때야말로 기분이 정말 말할 수 없이 언짢아질 것 같아서. 대신 그는 다른 조건을 건다.) 그 말을 지킬 수 있나.
@Ccby 제대로 대답해라. 네가 한 말대로 살아갈 수 있나... ...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고, 모욕을 참지 않고, 긍지를 꺾지 않을 수 있겠나. 설령 네 목적이나 '대의'를 위해서라 해도. 그럴 수 있다면, (몸을 옆으로 돌려, 당신의 진로에서 비켜난다.) 보내주겠다.
@Ccby 그 말을 어긴다면 내가 직접 널 죽이러 가겠다. (그 말을 끝으로, 가는 걸음을 막아서지 않고 선선히 물러서서 길을 틔워준다.) 살아남아라, 세실 브라이언트. 꺾이지 않고,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