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leclark739 (길 가다 뜬끔없이 제 친구의 행방을 묻는 당신을 발견한다.) 안녕. 오랜만에 만나는데 너 참 여전하다. 항상 누굴 찾고 있네. ... 글쎄, 난 못 봤어.
@2VERGREEN_ 힐데가르트 마치, 힐다. (카일 클라크는 졸업 직전 받았던 하울러를 생각했다.) 너는 여전한지 모르겠는데. 다이애건 앨리에는 왜, 뭐가 필요해서?
@Kyleclark739 글쎄, 내 생각에는 여전한 것 같은데.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 지 모르겠네. (그리고 힐데가르트 마치는 그 하울러에 대해 잊었으므로, 오직 생각하는 것은 당신이 읊조리곤 했던 무력감과 권태다.) 딱히 뭔가 필요한 건 아니고. 왜, 나는 여기 오면 안 돼?
@2VERGREEN_ 남들 눈에야 안 중요하지, (그는 눈앞에 보이는 가게로 들어섰다. 새 간식 가게가 주변에 들어선 탓에 잠시 발길이 뜸해진 파이 가게였다.) 그걸 내가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더 괜찮은 사람한테 물어봐. (고개를 돌려 힐데가르트를 보았다.) 들어갈래?
@Kyleclark739 아니, 중요해.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까. ... 남들의 판단 하나하나가 이곳에 남을 수 있을 지를, 살아갈 수 있을 지를 판단하는 시대잖아. 살아남고 싶으면 발맞추어 따라가야지. (당신을 따라 가게에 들어선다. 노릇노릇하고 달콤한 파이의 향이 폐부를 가득 채운다.) ...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
@2VERGREEN_ 살아남고 싶으면 따라가는 거야? 따라가고 있는 모양 자체가 살아있다는, 어떤 증빙이라고 생각해. 좋은 말 아니야. (라즈베리 파이 하나 골랐다. 너는, 초코 마시멜로 파이? 물었다.) 머글들 물건 가져오는 일 해. 너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지내고 있나? 아니면,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서.
@Kyleclark739 알아, 좋은 말 아닌 거쯤은.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고. ... 그리고 내가 그걸 따라가고 있다고도 말한 적 없어. (고개를 젓는다. 손가락으로 레몬 머랭 파이를 가리키고는, 시선을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젠장, 머글 제품 오용 관리과라는 좋은 단어가 있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강도라도 된 줄 알고 깜짝 놀랐네. (간극.) ... 그리고 요즘은,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낸다.
@2VERGREEN_ 따라가고 있지 않으면, 적어도 이끄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빈정거림은 아니었다. 적어도 힐데가르트 마치를 상대로는 그랬다.) 일 잘리면 강도 할까? 지리를 좀 잘 알아야 할 거 같은데. 그럼 거기서는 뭐가 제일 먼저 보이는지 말해줘.
@Kyleclark739 난 시대를 이끌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니까. (파이 두 개를 받아들고는 적당한 자리를 찾으려 두리번거린다.) ⋯ 런던 외곽의 조그만 아파트에 살아. 창문 너머로는 똑같은 회색빛의 건물들이 보이지. 하늘도 잘 보이지 않아. 정말 강도가 된다면, 대도시의 변두리는 최대한 피하도록 해. 다 똑같이 생겼거든.
@2VERGREEN_ ('시대를 이끌 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 말에 잠시 멈춰섰기 때문에 자리를 고르는 것에 몇 초가 더 걸렸다. 더 빠르게 지팡이를 뽑아 저주를 쏜 게 어제다, 그는 자신이 잠시 멈춰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레몬 머랭 파이를 밀어주었다.) 훔치러 갔다가 거기서 살아버리게 되면 어떡하지. 이상한 말인 거 아는데, 나한테는 꽤 괜찮게 들린다. 다 똑같이 생겼다는 거.
@Kyleclark739 (그리고 강한 사람이 아닌 그는,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르게 남의 변화와 생각을 눈치채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그는 당신이 일순간 멈춰섰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창가 근처, 구석진 자리에 앉아 파이를 받아든다.) 그러면 거기서 적응하고 살아야지. (간극.) 딱히 이상하지 않아. 내가 모두 다 똑같은 회색빛 건물들에 염증을 느끼고 혐오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그걸 좋아하고 사랑할 수도 있잖아. ⋯ 그런데 의외긴 하다. 넌 그걸 '지루하다'고 생각할 것 같았거든.
@2VERGREEN_ (햇빛이 드는 길을 간판 하나가 막고 있었다. 그림자가 사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맞아. 지루해. 하지만 직접 지붕의 각도와 색을 고르고, 울타리 사이의 간격을 정하고, 정원 풀의 종류를 선택해 직접 심어도 지루했을 거야. 기왕 그럴 거라면 '내가 지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다 똑같이 생긴 집에 들어가고 싶은 거지. (침묵, 파이 한 입 먹었다.) 집을 직접 짓는다면 어떻게 짓고 싶다는 생각 안 해봤나? 장난감 가게처럼, 혹은 고래 비슷한 모양이라도 달아두거나. (그는 아주 오래 전의 호그스미드 방문을, 힐데가르트의 패트로누스를 생각했다.)
@Kyleclark739 (가만히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다. 무릎 위에 모은 손을 느릿하게 움직인다. 파이는 한 입도 먹지 않은 채로.) ⋯ 숨어들어가고 싶다는 뜻이지? 이미 다 똑같이 생긴 수많은 나무들이 자라 있어서, 너를 들키지 않을 숲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처럼 들려. (하지만 묻고 싶었다. 당신이 지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면 어떻다는 것인가? ⋯ 당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혹시나 정말로 짓게 된다면 네 말대로 고래 비슷한 모양은 꼭 달아둬야겠다. 너는? 어차피 지루했을지, 어쩔지는 몰라도⋯ '너의 집'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없어?
@2VERGREEN_ ('너를 들키지 않을 숲' 그는 파이를 입에 넣다가 다시 멈췄다. 그것이 오늘로 두 번째 멈추는 것이었는데, 돌이켜보면 호그와트의 최고 말썽쟁이 힐데가르트 마치는 가끔 '그가 미처 몰랐던' 결정적인 것을 말하곤 했다. '기록되지 않으며 동시에 인지되고 싶지도 않다는 뜻이잖아.' 카일 클라크는 사 년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왜 그게 지금?) 나는 '간절히' 싸우고 싶다. 그렇게, 싸우고 싶어. (지나가듯 말했다.) 힐데가르트 마치, 지금 숨어있나? (그는 다시 드물게 성과 이름을 붙여 불렀다.) 내가 숨든 어쩌든 날 관찰할 수 없는 집. 그거면 충분해. 네 집앞에 고래 비슷한 모양이 있다면 거기엔 눈이 가겠지만. 난, (침묵.) 고래는 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낙관도, 비관도 아니었다. 그래서 다소 건조하게 입밖으로 나왔다.)
@Kyleclark739 ⋯ 그래, 그렇다면 싸워. 근데 묻고 싶다. 넌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어? (아이러니하지. 힐데가르트 마치 또한 당신과 같은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으므로. 그가 당신이 미처 몰랐던 중요한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이 스스로를 당신만큼이나, 어쩌면 당신보다 더욱, 비겁한 겁쟁이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 때 말했던 것처럼,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으로.)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다이애건 앨리로 돌아와서 마주친 모든 애들이 그러더라. 왜 하필 지금이야? 돌아가. 이곳은 네가 있기에 위험해. 네가 '원래' 속했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그래, 난 숨어있어. 그리고 그것이 못내 끔찍해서 견딜 수가 없다.) 젠장, 고래가 숨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하지? 수족관? 거긴 숨이 막힐 것 같아서 싫은데. (그리고 난, 바다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고.)
@2VERGREEN_ 무엇과 싸우는지는 안 중요해. 지금 싸우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우매하게 들리지 않나? 나도 알아. (그는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며 웃었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에게 유일하게 편지를 보내주었던 친구 앞에서 결코 당당하다고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숨길 수 없다. 그는 그래서 다 똑같이 생긴 집에 살고 싶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너한테 돌아가라고 하면 몇 번째로 듣는 거야? 조금 더 같이 얘기하다 가라. '원래' 속했던 곳. 그런 걸 기왕 얘기한다면 아예 중간이 없었으면 좋겠어. 처음부터 아예 정해주거나, 아니면 아주 우리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하거나. (모호하게 잡아두니까 이도저도 못하는 거 같아. 그는 파이 귀퉁이를 포크로 부쉈다.) 고래가 숨기 위해서? 그런 고민을 하면 힘들어지리 거 같은데. 숨을 수 없어. 숨지 못해. 고래는 숨는 동물이 아니야. (그는 바다 역시 고래가 살기 위한 곳이지, 숨기 위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Kyleclark739 (그제서야 포크를 들어 한 입 크기로 자른 파이를 입에 집어넣는다. 시큼한 레몬의 향에 얼굴을 잠시 찌푸린다.) ⋯ 전혀. 나는 싸우는 게 싫어. 내가 굳이 엮여있지 않아도, 내가 아는 사람들끼리도 다투는 게 싫어.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내 안의 무언가도 무너지는 기분이거든. 그래, 그러니까⋯ 모순적이게도 '지금 싸우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네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속으로 당신이 몇 번째일 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금 기억 나는 것만 하더라도 벌써 대여섯 번째다.) 내 생각도 그래. 일하다 보면 여럿 볼 거 아니야. 마법 세계의 물건이 얼마나 머글 세계로 쉽게 흘러가는지. (간극. 턱을 괴고 포크로 파이를 쿡쿡 찌른다. '고래는 숨는 동물이 아니야.' 패트로누스는 시전자의 깊은 잠재 의식을 반영한다고 했지. 그래, 숨지 않는 동물이 숨어 있는 게 얼마나 꼴이 우스워.) 갑자기 생각난 건데, 너 패트로누스 쓸 줄 알아?
@2VERGREEN_ 그래, 그렇다면 모순이야. (그의 대답은 명징하고, 또한 자격이 없었다. 그 또한 모순이었으므로. 가장 치열한 순간 가장 치열하지 않은 태도로 섰다. 그는 포크로 파이를 길게 긁다가 잘라 먹었다. 침묵.) 그런데, 이상하지. 싸우기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내게는 용기처럼 들려. 전장에서 우리는 모두 입장 하나를 강요당하기 마련이잖아. (포크를 위태롭게 쥐었다. 다시 바로잡았다.) 그 속에서 싸움 자체가 싫다고 말하는 게, 글쎄... 그만 말하겠다. 네겐 속 없이 말하는 것처럼 들릴 테니까. (패트로누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웃집에 잠시 맡겨두고 왔어. (못 쓴다는 소리다.) 너는. 가장 최근 패트로누스 부른 게 언제지?
@Kyleclark739 (사랑이 사라진 세계에서 사랑 비슷한 것을 외치는 것 또한 모순이지. 그러므로, 모든 것은 모순이다. 이 테이블에는 명징한 명제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식탁에 초대받은 이들은 모두 뒤죽박죽, 정의될 수 없는 이들뿐이었다.) 왜, 계속 이야기해도 되는데. 난 오히려 이렇게 얘기해주는 사람들이 반가워. 세상이 세상이라, 다들 이야기 조금 할 시간도 없이 서로에게 지팡이부터 겨누잖아. 지겨워 죽겠어. (막연히 당신의 것은 까마귀 따위의 형태를 띌 거라고 생각했다. 길조와 흉조의 범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며, 시체를 파헤치며 유희를 찾아 헤매는 고집스럽고 영리한 새.) 저번 겨울.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여전히 쓸 수 있으려나 궁금해서. (수많은 친구들이 죽고, 변절을 확인하고, 공포를 이겨내고 제 논문을 투고한 이후에. 그래도 난 행복한 기억을 불러낼 수 있을 지 궁금해서.)
@2VERGREEN_ (이곳에 서도 되는가? 그 이전에 이곳에 서라고 말해준 이가 있는가? 아주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다 보면 옆에선 지팡이를 꺼내들고 저주를 내질러 동료를 구하라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그는 공허한 시선으로 창밖을, 어딘가 급조한 도형처럼 보이는 먹다 만 제 파이를 훑었다.) 만나자마자 지팡이를 겨누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거다. 눈앞에 있는 게 목표물이 아니라면 거기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거지. (그는 눈앞의 옛 친구가 자신의 패트로누스를 상상해주고 있다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선을 넘나드는 검은 날개를, 시체와 보석을 동시에 물고 다니는 검은 부리를 상상하지 못했다. '저번 겨울.' 대신 상상한 것은 겨울의 고래였다.) 겨울 바다에서도 고래가 뜨나? ('불러냈냐'는 질문이었다.) 겨울엔 다들 숨어들 텐데. 더 혹독해지거나.
@Kyleclark739 (그는 당신이 기억하는 다급한 외침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비슷한 것을 떠올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4년 전의 어느 날이다. "그리핀도르! 당장 이리 모여, 흩어지지 마!" 찢어지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외치는 그와 그 옆에서 후배 몇 명을 잡아다 끌어오는 당신을. 당신의 그런 모습을 알기에, 힐데가르트는 도무지 카일 클라크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도 눈 앞에 있는 게 목표물이 아니라면 거기다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 되었을까.) 난 아직도 사람에다 대고 지팡이를 겨누는 게 어색해. (알지 못하기에, 짧막하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숙여 공연히 제 앞에 놓인 파이를 포크로 쿡쿡 찌른다.) 뜨더라. 너무 추워서, 겨울 바다와 함께 얼어붙었을 줄 알았는데, 숨지 않고 헤엄치더라. 더 혹독하고, 맹렬하게. ⋯ 그리고 난 그래서 슬펐어⋯⋯.
@2VERGREEN_ (그 연회장, 그 시간, 그의 눈앞에 있던 것이 힐데가르트 마치였다. 늘 그 시간 그 장소 눈에 보이는 것을 좇는다. 그 곳에 후배들에게 흩어지지 말라 외치는 힐데가르트 마치가 있었을 뿐이다. '비 내리는 창밖을 등지고 '한 명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겠지만.' 말을 흘렸으나, 그는 동시에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키는 것'은 원대하고 흠 없는 선이 아니다. 효율과 전혀 상관 없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도 직면해야 하는 서툴고 무딘 일이다. 발길을 묶는 해진 것들, 카일 클라크가 그런 것들에게서 멀리 떨어지는 동안 힐데가르트 마치는 '이리 모이라'고 외쳤다. 그 무렵의 카일 클라크는 적어도 자신과 다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뜨더라.' 일련의 기억들이 갈무리가 되고, 카일 클라크는 겨울의 고래를 상상했다. 겨울 속을 헤엄치는 고래를 이해할 수 있었고, 슬퍼졌다.) 차라리, 생각나지, 말지. (잠시 침묵.) 힐다, 잠시 나갈까?
@Kyleclark739 ("그 때 나를 불러 줘." 그는 결국 당신을 부르지 못했다. 카일 클라크가 발목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부르짖는 이들을 떨쳐내고 나아가고자 하는 동안 힐데가르트 마치는 모든 순간에 결국 무릎을 대고 앉아 그들의 손을 잡기 바빴으므로. 단 하나도 제대로 구하지도, 지키지도 못한 채로 함께 침몰하고 있었으므로. "바닷가를 지나가는 열차여도 좋을 것 같다." 당신은 또 다시 열차에 타지 못했고, 가지 못한 바다는 미제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바다에는 여전히 거대한 고래가 노래한다. 거대한 겨울에 맞서 제 존재를 증명하는 노래를 부른다.) ⋯ 좋아. 하지만, 어디로? (상념에서 깨어난 힐데가르트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반가운 소리였다. 이 곳에 더 앉아있었다가는 제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제 앞에 놓인 음식들을 정리하며 물었다.)
@2VERGREEN_ (머릿속에 잠깐 담았을 뿐 실제 발로 밟아보지 못한 장소 몇 개가 기억 속에서 지나갔다. 당연하지만 그는 그것을 '가보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닷가, 열차, 불러달라고 한 기억. 엄밀하게 가보지 못하였는데 이미 그 자리를 뜬 사람 둘 외에 무언가가 남아있다면 억울하기까지 할 것 같았다. 파이 가게를 나왔을 때 모양이 제각각 다른 다이애건 앨리의 건물 지붕들이 흐린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못 가본 곳.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는 버터맥주를 팔 법한 술집 입구에 들어섰다. 간판이 데롱거렸다. 그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그 인적 드문 뒤편으로 향했다.) 힐다, 여기다. (학생 때로 돌아가 장난을 치는 양 부르다가 지팡이를 꺼냈다.) 너도 해봐. (그리고 읊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는 앞으로도, 아마도 일평생 쓰지 못할 주문을 읊고는 건물에 몸을 기댄 채 마구 웃었다. 그는 이 시간, 이 장소에 힐데가르트 마치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Kyleclark739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따른다. 전쟁 속의 거리를 거닌다. '우리는 영원히 그 바다에 닿지 못하겠지.' 입을 다문 그는 만약 이런 세상이 아니었더라면 당신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열차에 오를 수 있었을 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니다. 아닐 것만 같다. 그런 세상이었더라도, 우리는 수많은 가정에서야 함께 맑은 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당황한 낯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학창 시절과 매한가지로 아무 것도 불러내지 못하는 당신의 붉은 눈을 바라본다. 제 패트로누스는 덩치가 크다. 이런 골목에서 불러내서야 영 눈에 띌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갑자기라니, 황당할 뿐이지만.) ⋯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러나 당신의 웃는 낯을 보면, 모든 건 상관이 없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고래가 좁은 골목 위, 하늘을 날며 노래한다. 호흡한다.)
@Kyleclark739 (⋯ 힐데가르트 마치는 아마도 영원히, 패트로누스를 불러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순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2VERGREEN_ (시야 위로 흰 형체가 떴다. 그것이 하늘을 가로지르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색 없이 흐린 날이라 그것은 거품이 많은 파도로 우연히 떠밀려온 고래 같았다. 어느날, 갑자기 만난 고래. '테러를 미리 알아차리는 조짐이 있다, 유독 긴 옷과 튼튼한 신발 두 조합을 찾아라.' 전장에서 두 시민이 그런 대화를 하며 골목을 바삐 지나가나, 곧 고래의 노래에 그 소리도 묻혔다.) 이거 사기야. 학교 다시 가고 싶어. (그는 힐데가르트 마치의 패트로누스에서 눈을 조금도 떼지 않으며 말했다. 불온한 전단지들이 거리를 더럽히고 있고 이곳으로 어린애처럼 달려오는 길에 전투의 흔적만 몇 개를 보았다. 고래는 전쟁을 무시하며 뜨지 않았다. 다만 그 위에 여전히 뜰 뿐이다.) 힐다, 나 아무래도 영영 패르토누스 못 부를 거 같아. (그는 웃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힐데가르트를 보았다.) 그런데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다. 그냥, 지금 그런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