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dwik 야. (호명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금세 쪼르르 다가와 붙고는, 위아래로 슬쩍 당신을 훑어보는 눈빛이 느껴진다.)
@2VERGREEN_ … (대답하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었다.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멀끔하되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하고서.)
@Ludwik 이제는 내 말도 무시하기로 결심한 거야? (시선을 돌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니까, 한 번씩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때면 자신이 알던 사람과는 너무 달라진 것 같아서.) ... 어디 가려고?
@2VERGREEN_ 다이애건 앨리. 전황… 들었어. 어머니한테서… (그동안 전쟁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으려 하던 루드비크답잖았다.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말이 잘 나와서. 생각하고 있었어. 계속. 왜… 다들 왜 저러는 걸까?… …
@Ludwik ...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 이해해. (당신이 응답하자마자 느리게 시선을 주고는, 먼저 발걸음을 돌려 다이애건 앨리로 향한다. 행선지는 같았다.) 글쎄, 너도 한 때 저 틈에 있었잖아. 무언가를 부수고,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싸우고, 투쟁하고, 계속, 계속... 그 때는 무슨 마음이었는데?
@2VERGREEN_ 그때는… (어딘가에 찔린 것처럼, 말이 멈춘다. 떠올리고 싶지 않다. 전부 잊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이어야 했다…) 확신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죽고 싶었어. …죽고 싶었어. 영웅적으로… (더는 못하겠다 싶었는지 입을 다물고, 발걸음도 멈춘다. 이어진 것은 흐트러진 조그만 간청이다.) 미안… 미안해… 가고 싶지 않아… … 다이애건 앨리… 이젠 가기 싫어… 안 보고 싶어, 제발… … 가지 마. 힐데가르트… 여기 있어… …
@Ludwik ... ...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 우뚝, 발걸음을 멈추고는 제 앞에 선 이를 응시한다. 어쩐지 당신이 아주 작아 보인다. 죽음으로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당신의 그 말들은 도무지 듣기가 힘들다.) ... 알았어. 어차피 나 혼자 가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어디로 갈래? ... 집에 데려다 줄까? 네가 원하는 대로 할 테니까...
@2VERGREEN_ (숨만 들이쉬고 내쉬었다. 눈을 질끈 감고 모든 것이 없다고 생각하자. 모든 것이… …) 너희 집… 거기로 가자. (다시 감정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니… 어디든 좋아… 순간이동 마법 쓸 수 있어?… 어디든 좋으니까 데려가 줘… …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Ludwik 미안, 순간이동 마법은 쓸 줄 몰라. 배우던 도중에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웠거든. 조금 걷는 거, 괜찮지? ... 우리 집으로 가자. (두어 발자국, 조금 더 당신의 곁에 가까이 다가온다. 한숨을 내쉰다. 어깨에 올려놓으려 했던 손이 멈춘다. 이것이 당신에게 위로가 아니라 두려움으로 다가갈까 봐서.) 언니가 오랜만에 휴가를 받아서, 집에 에티를 포함한 아무도 없을 거야... ...
@2VERGREEN_ (간신히 끄덕이곤 걸음을 옮긴다. 느리고 불안정하다.) 난… 순간이동 마법은, 익혔었는데… 출소한 뒤로… 잊어버렸어. (순간이동 마법은 어딘가 특정 장소로 가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와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의지가 없다면, 어디로도 갈 수 없다.) … …미안해. (너무 늦어버린 사과. 반복한다.) 미안해, 나 때문에.
@Ludwik (— 그리고 그 또한 순간이동 마법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다. 당신이 그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이 자신이 끝끝내 그것을 포기한 '울렁거리는 감각'과는 다른,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유를 가진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입을 다문다. 속이 울렁거린다. 다시 당신이 나를 호명하고, 붙들고, 바닥에 쓰러져 울음을 터뜨렸던 그 복도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땅끝까지, 아주 낮은 곳으로 추락하는 익숙한 기분이다.)
⋯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건데? 살아 있는 게 미안해? 태어나버린 게 미안해? 여전히 그래? 루디오⋯ ⋯ (이내 발걸음이 멈춘다. 울음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문다.) 말하지 않으면 몰라⋯.
@2VERGREEN_ (‘우리는 언제나 서로를 상처입히기만 하는 것 같다.’ 그는 생각한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지?… 내가 문제인 걸 거야. 늘 그랬어. 나는…’) 여전히 그래. (‘나는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 함께 발걸음을 멈춘다. 길은 멀고 다리는 아프며 눈앞은 흐리다.) 모든 게 다. … …모든 게 다… … 아무것도 견딜 수가 없어서… … 아니… 이런 말해서 미안해… 나 못 걷겠어, 부축해 줘… …
@Ludwik ⋯ 기대. 불편하면 얘기해. 차라리 업어줄게. (당신의 팔을 붙들고 거칠게 끈다. 얼마 차이 나지 않는 키인데, 자신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당신의 무게가 어색하다. 그러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는 터라, 오히려 이 적막이 달갑게만 느껴진다.) 그러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편했을 텐데. 아무 것도 몰라도 됐을 테니까. ('너도, 나도⋯.' 삶이라는 전제가 없다면,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고통도 존재치 않으니까.) 넌 전쟁이 끝나면 어떻게 할 거야?
@2VERGREEN_ (붙들린 채 이끌린다. 그렇게 하고 나면, 진심을 토하고 나면… 걷는 게 조금은 편해졌던가?…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건 죄책감이다. 내가… 엄마와 삼촌을 위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다는 그 죄책감… 전쟁이 끝난 뒤에야 태어나버려서 미안했다. 함께 고통받고 싶었다. 아니면 그들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가장 바랐던 건 내가 전사함으로써 둘 모두를 이루는 거였다. 그렇게 하면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었어. 외로움 없이 오직 사랑받고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느낄 일도 없었을 우스운 감정이야, 그렇지 않아, 힐데가르트?…’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 그들은 한동안 적막 속에서 걷는다.) 모르겠어. … …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태어나버렸다면…) 난 그냥… 어머니가 기뻐하는 일을 하고 싶어.
@2VERGREEN_ 삼촌하곤 만날 용기가 나지 않으니 어머니라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 더는 우실 일 없도록.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지? 결혼?… 그럼 분명 기뻐하실 테지. 내가 이혼한 거 때문에도 많이 우셨으니까. (전쟁 이후를 이야기하는 그는 전혀 기뻐 보이지 않는다.)
@Ludwik (고통이 증명이라면, 모든 것은 견딜 만 했었다. 당신이 명예롭게 죽음으로서 사랑받고 싶었던 것처럼, 자신은 추하게 살아남아 함께 서고 싶었다. 이 세계에 녹아들고 싶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결국 다르면서도, 같은 것에 맹목했던 거다. 그 맹목이 깨진 이후로는 엉망이었다. ⋯ 그래, 그가 당신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부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우리의 처지가 슬퍼서든, 아니면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이가 있다는 것에 안도해서든. 십 년을 거슬러 당신과 함께 발맞추어 걷다가, 어느 순간 멈춰선다. 뒤적거리며 담배 한 대를 빼어문다.) ⋯ 누구를 기쁘게 만들 생각 말고 네가 기쁜 일을 좀 찾아 보라고. 그런 마음으로 결혼했다가는 똑같은 결과를 낳을 걸. ⋯ 이렇게 들으니 악담같은데, 아니다. 아니야⋯ 미안해. (불은 붙이지 않은 채다.)
@2VERGREEN_ (맹목이 깨지고 나면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이번에도 모르겠다. 그저 힐데가르트와 함께 걷고, 함께 멈춰 설 뿐…) 어머니가 기뻐하시면 나도 기뻐. 그게 다야. …난 항상… … (라이터를 꺼내들더니 말없이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대신 불을 붙여 준다. 서로의 숨이 닿는 지근거리에서 잠시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구하고 싶었던 것 같아. …칭찬받고 싶었고. 웃기지… …
@Ludwik (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면, 우리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겠지.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이었겠지⋯. 불 앞에 대고 빨아들인다. 숨이 닿는다. 그 너머로는 이제 온전히 잿빛이 된 눈이 존재한다.) ⋯ 이왕 악담을 시작한 김에 하나만 더 얘기하자. 구원이 존재하기는 해? 난 단 한 번도 그걸 믿어본 적이 없어.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사도행전 2:21) 야훼도, 여호와도, 아도나이도 우리를 구하지 못하는데⋯?
@2VERGREEN_ 믿은 적 없으면 뭘 위해 기도하는 거야. (에티를 돌보던 날. 루드비크도 어느 순간 그 애와 함께 깜빡 잠들었던 적이 있더랬다. 어린아이 특유의 뜨거울 만큼 따스한 몸을 안고 졸다가 눈을 떴을 때… 힐데가르트 마치는 기도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신에게…? 야훼에게, 여호와에게, 아도나이에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묻고 싶었다. 묻지 못했다. 단지 숨 막힐 정도로 당신을 연민했고, 당신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잠든 척하는 것뿐이어서.)
(다시 현재. 제 몫의 담배를 꺼내들어 불을 붙였다. 연기가 런던의 거리를 부유한다. 두 사람은 표류하듯 거리에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저 멀리에는 힐데가르트의 작은 집이 있고 근방 어딘가엔 ‘안전지대’ 같은 루드비크의 셋방도 있지만, 우리의 진실된 조국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어쩌면 믿음의 대상도 없었다.)
@2VERGREEN_ …나도 믿지는 않아. 그냥. 그냥… 뭐든 확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해서 성경에 손을 댔을 뿐이지… 하지만 아무리 해도 믿을 수 없었어. 유물론자로 자라서 그런가… (씁쓸한 농조. 먼저 다시 걸음을 옮긴다. 힘없이 걷는 그는 곧 파도에 휩쓸릴 것만 같았고, 사실 그러고 싶었다.) 그래도 구원을 믿어. …믿고 싶어. (믿고 싶다는 말은 다시 말해 아직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 그것 없이는 내 삶도 없으니까.
@Ludwik 매달릴 곳이 그곳밖에 없으니 기도하는 거야. 인간은 나약해서, 너무 쉽게 죽어버리니까 신이라는 허울을 대신 그 자리에 세워둔 거야. ⋯ 사람들은 왜 이리도 쉽게 다치고, 죽고, 심지어는 무너지는 걸까. (그 날, 그는 당신의 곁에서 무릎을 꿇고 몸을 웅크린 채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냐 묻더라도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죽음이란 아주 긴 잠이라 하지. 아주 잠깐, 짧게나마 잠이 든 당신의 모습이 그럼에도 평안해보이지 않아서. 만약 어느 날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찾아오더라도 당신이 평강해질 것 같지 않아서. ⋯ 그것이 못내 두려워 기도했다. 당신을 연민했다. 구하고 싶었다⋯. 당신의 영혼을 위해 빌었다는 것은 영원히, 결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를 위한 일이기도, 힐데가르트 마치를 위한 일이기도 하였으므로.)
@Ludwik (그는 두어 발자국 뒤에서 당신을 따른다.) ⋯ 내가 예전에 얘기했던 거 기억 나? (전쟁 속 무도회. 음악이 울려 퍼지고 아이들이 웃으며 빙글빙글 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당신은 제게 매달렸었다. 멀리서 본다면 그들은 그저 평범한 친우처럼 보였을 것이다. — 조금만 거리를 두더라도 왜곡되어버리는 역사처럼, 삶도 다르지 않았다. — 그 이전에, 두 세계가 충돌하기 이전에, 그는 당신에게 소리쳤다. 비명을 질렀다. 당신의 장벽에 대고 돌을 던졌다. "넌 영웅이 되지 못해!" ⋯ 그리고 과거의 자신은, 당신이 그 사실을 이런 식으로 증명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공산주의의 언어로 세상의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고 했잖아. 그거랑 같아. 삶은 믿음에 선행해⋯. 삶은 어디서든 존재한다고. 내세를 향한 약속이나 구원 따위가 약속되지 않았을 지라도 우리는 살아야 해. (간극. 그러므로 나의 진심은⋯) 그러니까, 루디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돼⋯?
@2VERGREEN_ (‘“매달릴 곳이 그곳밖에 없으니.” 옳은 말이다. 나도 그렇다.’ 그리스도인은 최후의 심판과 불멸하는 영혼을 믿기에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루드비크는 장벽 안의 세계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 없다. 공산주의의 언어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고? 그럼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진실에의 믿음 없이 사는 삶에 의미가 있어?’ 힐데가르트 마치는 “있다”고 답하리라. 따라서 당신처럼은 ─ 한여름의 상록처럼은 살아갈 수 없을 거란 것은 영원히, 결코 말하지 못할 것이다…)
(폴란드 마법사들이 안전지대 안에서만 살아가길 택한 것을 그는 종내 이해했다. 장벽을 세우고 벽장 문을 닫아걸면 모든 게 편리해진다. 그 비좁은 세계에서는, 어쩌면 루드비크도 영웅이 될 수 있었다… … ‘너는 내게 영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의 세상에 힐데가르트 마치는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자 울 것 같았다. 울지 않기 위해 앞서 걸어갔다.)
@2VERGREEN_ 사라질 것 같다니. 그게 아니야, 나아가려는 거지…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없다.)
나도 이제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 그렇게 해야지… 매달릴 곳을 찾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야지, 보통 사람들처럼. (하지만 못 견디고 덧붙인 말:) … …근데 있잖아. 마치. …날 그렇게 부르지 마.
@Ludwik (결코 말하지 않아도 나는 대부분의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의 세계 안에 제가 차지할 자리는 없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다. 당신이 상록이 될 수 없다는 것쯤은, 진작에 깨달은 사실이었다. 당신을 처음 마주한 지로, 그 지긋지긋한 악연이 시작된 지로 벌써 열번째 해가 기울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의식 속 깊이 잠든 그것에 가닿았으므로 도무지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당신 앞에 서면 익히 그랬던 것처럼, 속이 울렁거린다. 제 귓가에 심장이 뛰는 소리가 울리고, 머리가 어지럽다. 또다시, 또 다시⋯ 당신을 상처주고야 말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 나아가고 있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루디오,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그는 당신을 따르던 발걸음을 멈춘다. 못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당신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Ludwik ('다들 똑같아. 과거의 자신을 영영 부정하고 싶어하지.' 우리의 삶은 시간 속에 흘러가는 것이라, 과거와 우리를 분리시킬 수 없다는 사실에서 도망쳐 슬쩍 눈을 감고 무고한 이가 되려고 하지. ⋯ 나라고 그러고 싶지 않은 줄 알아?)
고작 그 호명 하나도 견디지 못하는 주제에. ⋯ 그런 주제에 정말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 나라고 매 순간 죄책감에 시달리고, 위선의 결과를 목도하며 살아가고 싶은 것 같아?' 묻고 싶었다. 화난 듯이 앞서 나가, 당신의 앞을 가로막는다. '나라고 이 이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눈물을 흘리는 채로 당신의 옷깃을 틀어쥐고, 거칠게 당긴다. '나라고, 좁은 세계로 숨어들어가고 싶지 않은 줄 알아?' 억울했다. 가슴 속이 답답하고, 당장이라도 모든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무너뜨리고 싶다. 당신의 세계를 망가뜨리고 싶다. 구할 수 없다면, 차라리 내 손으로 당신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2VERGREEN_ (발걸음이 멈추었다. “넌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비난조. 도저히 뒤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힐데가르트가 제 앞을 가로막고 멱살을 쥘 때까지 어딘가로 도망치지도 못했다. 힐데가르트가 표하는 감정들은 분명한 적의다. 루드비크의 세계─그것이 벽장 안이든, 장벽 안이든─, 그 자체를 향한 적의. 내면에 사랑이 있었기에 사랑받고 싶어하는 어린아이로서는 온전히 거부할 수도 없는 그것!… …)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되돌아간다. 시선을 마주할 수 없었다. 타고 남은 겨울의 재는 여름의 상록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해했다:)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갈 거야. 날 쓸모 있다고 여겨 주고, 너처럼 날 상처입히지 않는 사람들한테로. 이게 옳은 방향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어. (정말로?) …상관없어. 내게 믿음만 준다면… … 그게 나빠?…
@Ludwik (힐데가르트는 순간 어느 하얀 마녀를 떠올린다. 그가 이야기하는 네버랜드란 이름의 신세계를 떠올린다. 누구도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되는 곳. 어른이 되지 않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곳. ⋯ 당신은 열한 살로부터 전혀 자라지 못했다. 그것이 놀랍지도 않으며⋯. 모든 것을 깨달은 순간 힘없이 잡고 있던 옷깃을 놓는다.) 가.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 너를 상처입히지 않는 이들만 있는, 아늑한 온실로 가라고. ⋯ 너도 내가 싫잖아. 처음부터 날 미워했으니까⋯. (간극.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당신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댄다.) 결국은 나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랐고.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결국 너를 사랑했고,) 그게 네 행복이라면 멋대로 해. 말리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