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앞으로 다가선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정확히 앞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라이네케. 소식은 들었습니다.
@Furud_ens (서로 다른 색의 두 눈동자가 당신을 향한다. 똑바른 시선과 어딘지 어긋난 시선.) ...... 그래서, 작별 인사라도 하려고 온 거야? (헛웃음을 짓는다.)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Julia_Reinecke (드디어 따뜻한 미소가 마주본다. 당신이 오랫동안 의심해 오던 두려움의 실체다.) 잘 지내세요, 줄리아. 건강하시고요. 당신의 여정에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
@Furud_ens (가만히 그 미소를 바라본다. 오랫동안 두려워한 것이었음에도, 정작 마주하니 느껴지는 것은 분노도, 추락에 대한 절망도, 공포도 아니다. 그저 가슴 한 구석이 시큰하니 아파올 뿐이다.) ...... 너는, 왜......
@Julia_Reinecke 우리가 둘 다 무사한 채 끝나서 다행입니다. (그는 며칠 전의, 다른 이와의 대화를 떠올린다. *"나는 그냥 걔를 받아 줄 거야. 그게 핵심이지. 어릴 때부터 봐 왔잖아......."* 그리고 미리 정해 두었던 오래된 결심. 그래도 만약 당신이 도리언이나 아브릴을 향한 실질적 위협이 된다면, 당신을 죽이는 것도 불사할 것이다....... 그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굉장히 오래 전 얘긴데. 나는 그냥,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너한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실제로도 없었지만, ...... 그래도. 그냥 할 수 있는 한 옆에 있었던 거지. 최근에는 그런 방식의 무력함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아.
@Furud_ens (오래 전의 대화를 떠올린다. 그래. 당신의 이해는 그런 식이었다. 그것은 에스마일 시프의 자기를 깎아 내미는 손과도, 힐데가르트 마치의 필사적이면서 연약한 다정과도, 레이먼드 메르체의 독선적인 애정과도, 핀갈 모레이의 차가운 보호와도 달랐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으나, 부정하고 거부했으나...... 그래서 당신을 찍어누르고, 굴종시키려 했으나. 당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 (한쪽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의안은 여전히 어긋난 시선을 당신에게 향하고 있었다.) 모르겠어.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네. (어쩐지 다 큰 당신의 얼굴에서, 열차에 처음 타 그에게 천체 모형을 보여주던 어린아이를 떠올린다. 그때로부터 너무도 많은 시간이 지났고, 우리의 사이는 너무도 많은 변화를 거쳤으나...... 어쩐지 그 미소만큼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Furud_ens 고맙다는 말은, 할 수 없겠지. (당신의 이해는 다정했을지언정 선이 아니었다. 아니, 그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그는 당신에게 가지는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고마움이 섞여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도...... 응.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 다행이야. (이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파멸로 치닫기 전에, 우리의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나서,) 다행이야......
@Julia_Reinecke 나중에 할 수 있으면 소식 전해. 안 그래도 되지만 네가 그러고 싶으면. (느릿하게 지나쳐 걸어간다. 그때 당신은 내가 《어린 왕자》 를 닮았다고 했던가? 그때 나는 마법 세계라는 유리돔 안에서만 자란 장미 같아서 당신의 말뜻을 다 이해하지도 못했고 비행사와 여행자와 여러 비유들에 대해 당신에게 맹하고 진지한 질문들만 던졌던 것 같다. 지금, 그는 당신이 알던 세계의 문학을 알고 비유를 안다. 그렇게 야생 장미 덤불이 작은 별을 다 뒤덮을 동안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았고 가시들은 꽃보다 많이 우거졌다.
@Julia_Reinecke 힐데가르트 마치가 어젯밤 뿌리던 꽃이 떠오른다. 연약한 이파리들이 바람에, 색채가 어둠에 잠기고,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환상 같은 향기만이 미약하게 스친다. 그와 같이, 어떤 사이는 언젠가부터, 세계의 척박함과 각자의 방만함으로 인해 가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닿지 않은 채 먼 곳에서 오는 향기로 존재만을 감각하리라.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돌아보지 않은 채 마지막으로 당신을 등진 채 툭 말을 건넨다. 그토록 많은 고통과 죽음이 있었음에도.......) 가끔은 네가 찾아와서 성질 부리던, 가게에서 일하던 시절이 그리울 거야.
@Furud_ens (당신의 등을 바라본다. 그토록 많은 고통과 죽음에도, 수많은 위협과 압박에도, 결국 당신이 내 곁에 머물렀던 것은 애정이었다. 내가 그토록 치를 떨어했던, 그 무엇보다 두려워했던...... 어쩌면 당신은 그것을 알기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준 것이 아닐까.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입을 벙긋거리다, 다시 다물었다. 어떤 대답도 여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말없이 그대로 당신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뒤로 돌았다. 단단히 다져진 거리의 바닥을 신발이 차는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당신으로부터 멀어졌다.)
@Furud_ens 안녕. (그는 당신에게 닿지 않을 말을 속삭인다.) 안녕. 프러드 허니컷. (안녕. 눈부시게 빛나는 금발을 가진 내 친구. 내 어린 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