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N7H313L4ND
(온순하게 생긴 어느 청년이 당신과 마주친다. 이런 시기에 녹턴 근처에서 '급한 만남'이라고. 가까워질 적부터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곁을 스칠 때 자연스레 팔을 들어 모자를 슥 벗겨낸다.) 아, 실수...... (그러나 표정은 곧 의아해진다. 낯선 얼굴에 헨의 목소리가 묻는다.) 아일라?
@yahweh_1971 아, 뭐 하시는 거예요? (가볍게 짜증을 부려 보다, 확신하는 네 목소리에 간단히 체념해 버린다.) ......헨. 이 시간에 이런 곳엔 웬일이야. (희미하고 잔잔하게 웃어보이는 미소. 목소리에 장난기를 묻힐 수 있을 정도로는 여유롭지 못하다.) 나 빨리 가 봐야 하는데, 정말.
@1N7H313L4ND
이런. (그러나 크게 당혹한 음성은 아니다. 지팡이로 턱 부근을 건드리자 얼굴이 기묘하게 조립되었다. 눈은 길게 찢어지고, 살짝 마른 뺨 위론 익숙한 흉이 패인다.) 서둘러 가로지르기엔 이 뒤가 좀 엉망인데, 볼일 근처까지만 동행해줄까? (당신 일을 묻는 대신 고요한 뒤를 눈짓한다.) 방금 싸움질이 조금 있었거든. 길이라도 잘못 들면 번거로워질 거야.
@yahweh_1971 아, 아하하... (예상이 맞아 기쁘다는 듯, 그제야 조금 맑은 목소리로 웃는다. 어색하게 일그러진 아일라의 웃는 얼굴이 기묘하다. 언제나처럼, 검은 눈동자가 숨길 수 없는 집념으로 빛난다.) 역시 나밖에 없지? 널 한 번에 알아보는 건. ... (소심하게 덧붙인다.) 아니면 말고. 도와주겠다면 환영이야. 굳이 아는 척한다 싶었는데, 역시 넌 친절하네... ......근데, 싸웠다는 건 어떤 사람들이야? 너도 관련된 건가?
@1N7H313L4ND
그래. 다행이지, 네가 내게 해로운 애가 아니라서...... (한없이 일상적인 어조로 드문 신뢰를 내주곤 손을 내민다. 미지근한 신뢰는 기숙사를 공유하기 시작한 일학년부터 얄팍한 겹을 이뤄 쌓이고, 전란의 시대 당신이 소외를 이유로 편을 정하지 않았음을 알았을 적 굳어졌다.) 누가 낡아빠진 주점에서 행패를 부린 모양이던데, 지나가는 길에 마주쳤을 뿐이야. 요즈음엔 흔하잖아? 멍청한 이유로 싸워대는 것. (사이.) 뭐, 알아서들 하겠지만...... 휘말려서야 곤란해지니까.
@yahweh_1971 ...응! 내가 너를 일부러 해칠 일은 없을 테니까. (아일라 프레이저는 순수하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당신의 드문 신뢰를 얻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순순히 내민 손을 잡는다. 찬바람을 맞아 조금은 찬 손에, 명백히 타의적으로 관리된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그러게... 밖으로 나다니는 게 점점 더 위험해질 것 같아. (그게 전쟁이라는 거겠지만, 아일라는 기실 지금까지도 그러한 상황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도망치고, 방 안에 숨어서 이제까지 평온하게 살아왔다. 그것을 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것밖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너는 어떻게 지냈어? 기자 일 계속하는 거지? (...오랜만에 만난, 애정을 가진 동창의 일에게까지 무관심하지는 않은 것이다. 아일라의 전쟁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 당신의 기사나 사설에서 기인했다.)
@1N7H313L4ND
네가 그렇지. (면박이라도 주듯 대꾸하곤 잡은 손을 이끈다. 웃는 듯 입매를 올리다가도 시선은 금새 굴러가버린다. 당신이 아닌 골목길을 훑으며 걸음걸음 발을 디뎠다. 당신이 잡았을 손은 비슷한 온도를 띤다. 그러나 손끝과 마디는 잉크가 착색되고 갈라져 엉망이다. 군데군데 박힌 굳은살이 거슬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전쟁을 대하는 그의 흔적이되, 베이고 도려내진 누군가들의 상흔보단 한없이 일상적이다.) 기자 일은....... 뭐, 여전하지. 월급으로 근근히 연명하고, 상사에게 빌어 글들을 올리고...... (그러나 아주 진실은 아니다. 학창 시절 내내 낡은 망토를 입던 헨은 이름자에 블루웰스를 달자마자 퍽 부유해졌다.) ...... 도서관에 박혀서 괴악한 책들이나 읽고 싶다. 그게 내겐 더 어울릴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