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거구의 남자가 터덜터덜 거리를 걷는다. 머리를 모로 흔드는 모습은 무언가에 실망한 이의 것도 같고, 예상한 비탄을 맞이하는 이의 것도 같다. 그가 지팡이를 손아귀에 쥔다. 그리고는 골목 사이로 몸을 숨긴 채 주변을 바라본다. 무언가를 살피듯이. 혹은... 기다리는 어떤 것이 있는 것처럼. 숨을 죽인 그는 어둠속에 녹아들기 알맞다. ...시 ...분. 녹턴앨리 b구역 12번지. 불사조기사단. 여의치 않을때는 파기할것. 다급했던 목소리에 대한 기억. 품안에는 편지봉투 하나가 있다.)
@Raymond_M (평범한 외모와 왜소한 체구를 가진 청년이 터덜터덜 거리를 걷는다. 실망한 건지 비탄에 잠긴 건지, 둘 모두인 건지 모를 낯으로 아래만 보며 걷다가… 로브를 뒤집어쓴 이와 툭 부딪친다.) 아.
@Ludwik
(당신과 부딪힌 그가 무심코 고개를 내렸다가... 이내 당신을 마주친다.)미안합...루디오?
@Raymond_M (올려다보기도 전에 몸이 굳었다. 한참 뒤 응답한 말은 재회의 인사가 아니다.) 그건… 내 이름이 아니야. (하지만 그는 ‘루디오’라고 불리던 소년과 그리 다를 것 없는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었다.) … …메르체.
@Ludwik
네가 했던 말을 인용하지. '그건 내 이름이 아니야.' 난 '레이'라고. 그새 잊어버린거야? 그게 아니면 잊어버리고 싶었던거야? 오랜만이잖아...(그는 잠시, 당신을 뭐라고 호명해야할지 고민하지만... 길지 않다.)'내 친구'.
@Raymond_M …레이. 그래, 레이라고 부르면 되겠어?… (하지만 그것은 친애를 담은 호명이 아니다. 공허한 이름, 회의적인 언어…) 내 소식은… 아마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우리가 친구인가… … 친구… 왜? (레이먼드와 처음 만났을 때. 이제는 10년도 더 지난 그날도 이렇게 물었었다, “왜”냐고. 루드비크는 아직도 답을 얻지 못한 사람처럼 군다.)
@Ludwik
(그러나 그는 그 지점에 대해 지적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했을 뿐.)날 못믿는거야, 그게 아니면 널 못믿는거야? 이 친구야, 내가 네게 약속했잖아. 난 네 영원한 친구일거라고.(그가 한숨을 푹 내쉰다. 그새 엄청 말랐네. 뭐 못먹고 다녔어? 짧게 중얼거리며 허를 차고.)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 내가 널 애정하기로 결정한거야. 그리고 그 사실엔 아직까지 이견이 없다. 그렇지만 일단은 밥이나 한끼 하러 가자. 내가 살게. 솔직히 너 지금 밤잠을 일년은 제대로 못이룬 사람같은 얼굴이거든.
@Raymond_M 나는… (무어라 말하려다 그만둔다. 힘이 없었다. 재회의 반가움보다 수치스러움이 앞서고, 친구를 향한 믿음보다 자기 자신에의 증오가 큰 탓이다.) 그래, …가자. … …미안하니까 내가 사게 해 줘.
@Ludwik
(그가 당신과 어깨동무를 한다. 호그와트 4학년 무렵 그랬던 것처럼. 그는 당신을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군다. 우리가 만난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족히 흘렀으며, 당신이 제게서 거리를 뒀던 건 그보다 오랜 시간이었는데도. 그의 손끝이 당신의 머리칼을 훑는다. 한숨섞인 웃음.)됐어. 나중에 더 비싼걸로 뜯어 먹고 말지. 해산물이나 향신료 안가리지?(그러나 그는 당신의 답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순간이동 특유의 익숙한 감각. 어두운 골목의 한복판에 놓이기 무섭게 그가 당신의 등을 툭툭 두드린다.)이 근방에 빠에야를 맛있게 하는 집이 있더라고. 좀 비싸도 인심이 넉넉해서 가끔 먹으러 와. 가자. 일단 배 좀 채우자고.
@Raymond_M (내치지 않는다. 루드비크는 가만히, 모든 걸 받아들이듯 서 있었다. 한때 그가 담금질과 균열 사이에서 어른이 되었던 것처럼 지금은 체념과 인정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이 뒤집힌다.) … …저기, 잠깐만… 쉬었다 가게 해 줘… 빠에야가 싫은 건 아니고… 속이 좀… 안 좋아서. 순간이동은 오랜만이거든… … (“순간이동하느라 살이 1kg쯤 더 빠졌을 것 같다”고 제 나름의 농담을 해 보려 했다. 그다지 웃기진 않았다. 대신 물음을 던졌다.) …여기 근처에 살아?
@Ludwik
(당신의 시선은 저를 보지 않는다. 그저 허공을 정처없이 헤매고 있을 뿐. 그러나 그는 그 점을 지적하는 대신... 솔직하게 당황한다. 따뜻한 손이 당신의 등을 쓸어내린다.)1kg이나? 많이도 내렸군. 배터지게 먹을 준비 해. ...속 괜찮아? 콜라부터 한 잔 먹여야 할 판이군...(끙, 그가 앓는 소리를 낸다.)아니, 여기보단 교외에서 살지. 밥먹으러는 아니라도 여기에 집 못지 않게 많이 오지만. 웨스터민스터잖아, 여긴 시위의 거리거든.
@Raymond_M (얌전히 있다가.) 시위… 자주 가? 머글들이랑 같이?… 마법사 사회에서 네 소식 듣기 힘들다고 생각하긴 했어. (그는 크쥐시토프 삼촌을 떠올린다. 크쥐시토프 칼리노프스키과 레이먼드 메르체의 경우는 많이 다르겠지만, ‘연대를 택했다는 점은 같다.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빠에야도 머글들과 함께 먹은 건가… …
@Ludwik
내가 영국에 붙어있을때는 대부분 가지. 어른 마법사가 되고 가장 좋은 점은 세계를 절반으로 접어서 어디라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니까. 머글 신문에 실린 어느 사진 귀퉁이쯤에는 내 얼굴도 있을걸. 루디오, 그건 용광로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 같다. 그러니 가자, 들어가면 그 가운데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줄게. 나도 졸업하고 나서 찍기 시작했거든.(그가 눈을 껌뻑인다.)음, 종종은? 가족과 먹으러 거기도 하고, 포장해서 집에 가기도 하지. 친구들과 먹으러 가기도 하고. 넌 세번째 경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