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아일롭스 부엉이 상점을 나오는 어느 마법사의 뒤를 쫓고 있다. 줄리아를 힐끗 본 레아가 그의 근처를 지나친다.)
@Julia_Reinecke (그를 피해가는 대신 그 자리에 멈춰선다. 눈에 번거로움, 귀찮음 등등이 서려도 순순히 구는 게 전과는 다르다.) '일'이었어요. 일. 월급 받고 하는 그 일 말고 '우리 쪽' 추가근무요. (그 사이 목표가 제법 멀어져서 이젠 보이지 않는다.)
@Julia_Reinecke (그리고 레아는 어른이 되었던 이래로 줄리아가 보이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든 적 없었다. 하지만 학창시절과는 달리 유순하다. 지난 해의 '진군' 이래로 내내... 이 먹이사슬의 역전이 옳은 듯이.) 붙잡아서 저 사람 기억에 아주 조금만 손을 댈 거예요. 그리고 상처 없이 풀어줘야 해요. 최근 핀갈이 '반동분자'를 처분하는 걸 봐버렸거든요, 저 사람. 가엾게도. (조금도 가여워하는 투가 아니지만 그렇게 말한다. 레아는 의도적으로 줄리아 쪽을 바라보지 않는다.)
@Julia_Reinecke '사실은 별 일 아니었다' 던가 아니면 다른 인상착의였던 것으로 속이면 마법부 인력을 낭비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기억 조작에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들킬 위험이 있다 보니- ...네, 죽이는 쪽이 훨씬 간편하긴 하네요. (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치고는 망설임이 고작 일이 초쯤으로 몹시도 짧았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저 당신과 같은 자리에,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오래 전처럼, 심지어 이제는 자신이 고작 하수인 정도의 입장인데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가능한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고개를 숙인다.) 생포가 어려우면 죽여주세요. 저는 그냥 부탁하는 입장일 뿐이니까...
@LSW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런 당신의 속마음을 꿰뚫어본 것마냥 ―그럴 리 없는데도, 그는 당신과 같은 레질리먼서가 아닌데도―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그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나서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초록빛 섬광이 번쩍하는 것이 보인다. 또 거기서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리고. 다시금 바람과 함께 그의 형체가 나타난다.) 네 부탁, 잘 들어줬어. 윈필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친다. 속삭이는 소리는 악마의 것처럼 조곤조곤했다.) 이거면 될까?
@Julia_Reinecke 자비롭게 살려둘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도 하지 않은 모양이네요. (조금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곁눈질만 할 뿐 줄리아의 눈을 바로 마주보지 않았다. 그 섬뜩한 광채는 한순간이었는데도 여전히 헤이즐넛색 눈 속에서 같은 색의 빛이 어른거리는 것만 같다. ...죽은 사람의 일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의식적으로 되새긴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떤 충동 탓일 것이다. 여유로운 포식자인 양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세상에 자연스레 녹아든 당신의 어둠이, 바뀌어버린 것이 어색해서, 자신도 그 풍경의 일부인데도 이 모든 것을 전부 견딜 수가 없어서...)
새삼 참 많이 변했군요, 라이네케.
@Julia_Reinecke 하하. (칭찬. 칭찬이라고!) 문제될 건 없죠. 문제될 건 없어요. 그냥 파리 하나 밟아 죽였을 뿐이니까...... (해묵은 증오가, 비틀린 화살이 다시 당신을 향한다. 이는 죽은 목숨에 대한 정의감 같은 것이 아니다. '당신 같은 늑대들'을 막아서 왔던 누군가의 무의미한 노력에 대한, 굴절된 분노다. 이제 당신은 만만하기는커녕 발톱을 다듬고 이빨을 갈아 날카로운 무기를 갖게 되었는데도. 레아는 끝내 어깨 감싸쥔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는다. 줄리아의 손을 쥐는 건 떼어내기 위함이다. 우습게도 그건 옷에 묻은 더러운 것을 쳐내다시피 하는 동작에 가깝다. 건드리지 말라는 양.)
@LSW (이것 봐라? 라고 말하는 듯 눈썹이 한 번 까닥였다. 당신의 동작이 함의하는 바는 너무도 명료했다. 도무지 선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그는 쳐내어진 손을 한 번 털더니 크게 웃었다.) 아, 레아. 레아. 그런 얼굴로 그렇게 말해봤자 설득력이 하나도 없잖아. 왜? 이제 와서 후회가 되기라도 하는 거야? 그를 죽이라고 한 게? 나를 막지 못한 게? 아니면, (고개를 기울인다.) 그보다 더 전인가? (무언가를 생각하듯, 당신을 가늠하듯,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여전히 불만이야, 내가 네 아버지를 죽인 게? 우리, 나름 화해한 줄 알았는데.
@Julia_Reinecke (지금이라도 머리를 조아리는 게 옳은데 영 그럴 수가 없었고 당신의 말들이 자신을 긁는 조롱조로 들렸으며 살인자 주제에 줄리아가 고개를 당당히 들고 다니는 세상과 당신의 존재와 나와 세상과—아니, 이 전부는 핑계일 뿐이다. '후회하지 않아.' '어차피 막을 수도 없었어.' 상념이 머릿속에서 세면대 배수구에 낀 머리카락 뭉치마냥 뒤엉킨다. 레아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유독 새하얀데 뺨이 불그스름해져서 열병이 오른 사람의 얼굴로도 보였다.)
(그때도 지금도 그저 비난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모든 원인을 돌릴 희생양 말이다. 줄리아가 어떤 단어를 발음하자마자 레아는 귓속에서 틱— 무언가 끊어지는 미세한 환청을 들었다. 레아는 즉시 지팡이를 빼들고 줄리아에게 무언 주문을 쓴다. 리덕토다. 그렇지만 수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상처입히는 데 노련한 전투원에게는 한참 어설퍼서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LSW (당신이 지팡이를 채 빼들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몸을 비틀어 당신의 마법을 피하는 동시에 주문을 날린다. “섹튬셈프라.“) 이러면 곤란하지. 우리, 그래도 나름 협력 관계인데. (주문을 맞아 가루가 되어버린 벽에서 먼지가 튀었다. 코트를 한번 툭툭 털고는.) 왜 그렇게 증오스러운 표정으로 날 봐? 네가 죽여야 했는데 나한테 그 기회를 빼앗겨서 그래? (고개를 기울이고.) 그래도 가장 치명적인 일격을 날린 건 너잖아? 네가 아니었다면, 불사조 기사단의 본부는 커녕 잔챙이들만 잡느라 고생했을텐데. 그 정도로도 나름 만족스럽지 않아? 네 아버지가 꿈꾸던 그 잘난 세상을 네 손으로 망쳐버렸잖아. 응? 레아.
@Julia_Reinecke (온몸의 피가 싸하게 내려앉는 감각이다. 덤볐다가는 오히려 제 쪽이 물어뜯기고 말 강자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당신은 자비롭게도 바로 나를 죽일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고. 헌데 그 부분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당신도 아버지 인생을 망쳐버렸으면서 그런 말이 나와요? 아니지, 인생을 망친 것도 아니지, 그냥 끝장내버렸죠.
(문제는 이쪽에 있었다. 나는 때때로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의식적으로든 그렇지 않든. 그것을 마주할 때마다 끔찍한 기분이 들고, 고통스럽고, 그래 고통스러워서...) 동료들에게 인정 좀 받자고, 으스대려고. (씹어뱉듯 말한다. 이건 부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눈엣가시인 약하고 어린 소녀를, 그 꼬마가 자라 된 어른을 부정하는 목소리다. 지팡이를 쥐고서 다시 줄리아에게 폭발 저주를 쓴다.) 봄바르다!
@LSW 프로테고. (가볍게 당신의 주문을 상쇄한다. 한 순간 펼쳐지는 방어막 사이로 불꽃이 튀겼다. 그러고는, ) 콘프링고. (당신에게 폭발 저주를 날린다.) 그래. 내가 끝장내버렸지! (지팡이 뒤의 웃음은 잔학하고, 그만큼이나 광기에 서려 있다.) 그게 얼마나 통쾌했는지 알아? 나는 너도 그걸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팡이를 몇 차례 더 휘두른다. "크루시오.") 그래서, 정말 그렇게 생각해, 레아 윈필드? 그럼 네 배신은 얼마나 고귀했는데? 응? 대답해 봐. 이스카리옷의 유다 씨. 그 '영웅' (여기에는 조소가 가득했고.)을 팔아넘겼는데, 왜 기쁘지 않아? 즐거워해야 마땅한 일이잖아? 안 그래?
@Julia_Reinecke (폭발 저주가 간발의 차로 빗겨나가 등 뒤의 벽에 적중했다. 레아는 곧바로 구르며 쓰러졌고, 머리를 부딪친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몸을 비틀며 바닥을 뒹굴고 만다. 아픔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른다.) 아아악! (몸을 웅크린 채로 헐떡인다. 고통이 조금, 아주 조금 가시자마자 핏발 선 눈으로 줄리아를 쏘아본다. 배가 아프도록 소리를 지른다.) 즐거워, 즐겁다고!
그러지 않았다고 한 적 없잖아요. 난... 난 돈 받으려고, 인정받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고, 몸뚱이에 문신 좀 새기자고 죽여버린 너랑은 다르게...
@Julia_Reinecke
넌, 제대로 된 이유도 없고. 그냥, 네 인생에서 치워버리려고 그랬던 거잖아. 짜증나서, 싫어서, 번거로워서, 그만두고 싶어서... (시야가 흔들린다. 겹쳐졌다가 어긋났다 하는 시야 속에서 줄리아 라이네케의 검은 실루엣은 목을 물어뜯으러 오는 늑대를 닮았다. 안색이 희게 질린다. 광적인 열기가 온몸을 지배하는 것만 같다. 저건 늑대다. 늑대지만, 아픔 때문에 본 헛것인지 레아는 줄리아의 손과 머리에 달린 검은 줄 같은 것을 보았다...)
(오래 전 '보았던' 것으로 줄리아 라이네케의 증오를 이해한다. 율리안에 대한 증오가, 사랑 같은 것들, 또 레아는 잘 알지 못하는 다른 것들과 시커먼 타르처럼 뒤엉켜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움직이는 저주가 되어 줄리아 라이네케의 손발에 매달려 있다. 레아는 헐떡이며 웃는다.) 정말 통쾌한 게 맞아? 진짜로?
@Julia_Reinecke (저건 늑대가 아니다. 늑대의 모습을 한 꼭두각시 인형이다. 감정과 광기의 앙금으로 움직이는,) 그게 아니라면 왜 하필 너였어... 내, 내가 했어야 했는데, 왜 굳이 누군가의 아버지를 죽인 거야? 왜?
@LSW ...... (지팡이를 당신에게 똑바로 겨누고, 당신과 지팡이 사이 연결되어 있는 붉은 빛줄기가 흔들릴 정도로 휘두른다. 마치 채찍질을 하듯이. 그렇게 하면 당신이 더 괴롭기라도 할 것처럼. 아니면 그저 분풀이를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팡이를 더 가까이 들이밀고.) 하하, 하. (헛웃음을 터뜨린다.) 그거 알아? 너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어. 항상 너는 다르다고 말하지. 사람을 괴롭혀도 너는 고귀하고, 사람을 해쳐도 너는 더 큰 이유가 있고, 부모를 사실상 죽여놓고도 아무튼 다르다고 말해. 그게 언제나 느껴지거든. 네 말에서, 행동에서, 지금처럼 말이야. 그게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알아?
@LSW (당신이 발밑에서 괴로움에 뒹굴었으면 좋겠다. 개처럼 기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주문의 강도가 더욱 세진다.) 우리는 다르지 않아. 다르지 않다고! 그래서 네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지. 그게 너를 향한 가장 큰 복수가 될 거란 걸 알았거든. 네 일생의 소망을 망치는 것. 왜냐면, 왜냐면...... (그조차도 부정하고 싶었지만. 너무도 명백하게 느껴지는 진실.) 우리는 닮았으니까! 네게 네 아버지는 지긋지긋한 족쇄니까! 그걸 부술 기회를 내 손으로 없애버리고 싶었어. (그러고는 광기에 차서 웃는다.) 그렇게 너는 패배하는거야! 우리가 다르다면 그 점에 있겠지. 안 그래?
(거짓 하나. 그것은 그가 아이작 윈필드를 죽인 유일한 이유가 아니었다. 거기에 있어서는 당신의 분석이 옳았다. 그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누군가를 죽여야만, 그 비탈진 길을 굴러가야만 했다. 앙금은 그의 가슴에 맺혔고, 제아무리 죽이고 죽이고 죽여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Julia_Reinecke (당신이 바라는 대로 그는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운 나쁘게 쥐약을 주워먹고 만 들개처럼, 바닥을 구르는 건 이제까지 당신이 고문해 왔을 숱한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신념이 있든 그렇지 않았든. 레아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이마를 땅바닥에 짓찧는다. 왼손 새끼손가락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인다.) 아냐, 난... 흐윽...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며) 으... (동시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죽인 건 그저 죽인 거다. 줄리아를 괴롭혔던 것에도 특별한 의미가 없다. '그저 눈에 거슬려서.' 줄리아와 다를 바 없었다. 서로 해하고 있는 지금도. 상처입은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끝내 생리적인 눈물이 고인다. 지팡이 끝에서 흐르는 붉은 빛이 당신과 나 사이를 잇는다. 직감한다. 그것은 채찍이 아니라 쇠사슬이다. 오래도록 우리를 묶어왔던 주박이다.)
@Julia_Reinecke (줄리아의 뒤에 있던 검은 줄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초점이 잠시 돌아오자 알 수 있다. 꼭두각시의 끈 같던 그것은 가로등이다. 저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쪽에도 있을.)
(옳다. 당신의 말이 옳다. 이건 당신의 말대로 지긋지긋한 족쇄야. 내 손과 발에는 아직 그 무거운 금속이 매달려 있다. 그리고 당신이 내 손으로 부술 기회를 박탈했지. 나를 움직이는 것도 당신에게 매달려 있는 끈이다. 그 끈들이다... 깨닫자마자 여태껏 겨우 버티고 있던 그의 몸이 축 늘어진다. 레아는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네가 옳았다. 패배자는 혼곤한 정신으로 중얼거린다. 마지막 오기다.) 그렇게 해서 너는 자유로워졌나?
(진정 자유로워졌다면, 그렇다면 왜 그렇게 피에 굶주린 늑대처럼 길 잃은 아이처럼 사방을 물어뜯고 다니는 거지? 그것도 묻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자유의 몸이 되었어?
@Julia_Reinecke 아니잖아. 너나 나나 똑같다면. (그 족쇄가 여전히 자신을 끌어내리고 있다면, 당신 또한 마찬가지일 테다... 희열이 온몸을 타고 흐르고, 반면 누군가 몸을 지저까지 끌어내리듯이 정신이 콱 쓸려내려간다.) ...불쌍해. 불쌍하다, 네가... (반쯤 의식 없이, 레아가 숨가쁘게 중얼거린다.) 불쌍해... (너를 동정한다. 나를 동정한다. 우리 둘 다 여기서 해방되기를 바란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