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VERGREEN_
(시간이 오래 지난 새벽녘, 마법부로 향하는 공중전화 부스 근처를 걷고 있었다. 어딘가 붕 뜨기라도 한 듯 거리를 거닐다 당신의 뒷모습을 본다. 인상을 얕게 찌푸리곤 구둣소리를 딱 울렸다.) 힐데? (긴가민가한 양 묻고.)
@yahweh_1971 ⋯⋯ (당신의 호명을 듣자마자 잠시 멈춰선다. 대로로 향하기에는 늦은 새벽이라 사람이 몇 없어 숨을 수 없고, 골목길로 향하기에는 막다른 끝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 그는 대답 없이 몸을 돌려 골목 사이로 달리기 시작한다.)
@2VERGREEN_
(당황하되 침착하게 지팡이를 겨눴다. 무언으로 주문을 왼다. 인카라서스.)
@yahweh_1971 (주문이 전사되자마자 짧은 순간에 뒤를 돌아본다. 몸을 굴려 피하려고 해보지만⋯ 그대로 소환된 밧줄에 엉켜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진다.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리지만 이내 포기한다.) ⋯ 알았어, 알겠어. 도망 안 갈 테니까 풀어줘⋯.
@2VERGREEN_
(밧줄이 엉겨붙는 것까질 확인했다. 지팡이를 아래로 내리곤 느긋하게 다가간다. 구둣발 소리가 툭툭 울린 끝에 당신의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왜 도망갔어? (달빛을 등지곤 부드럽게 물었다. 파란 눈이 싸늘하게 반짝인다.) 뭐가 부끄러운 거지?
@yahweh_1971 ⋯. (당신의 푸른 눈을 곁눈질한다. 운이 없었다. 달빛이 지나치게 밝았다. 밤이어도 지나치게 환한 세상에, 숨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뭐가 부끄러운 거지?' ⋯ 말 그대로, 정곡을 찔렸다. 당신과 마주하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망치고자 한 것이다. 입술을 꾹 깨문 채로 아무 것도 대답하지 않는다.)
@2VERGREEN_
(당신을 응망한 이래 일분여가 지나고서야 한숨을 쉬었다. 그래, 싸구려 악당 행세는 관두지. 지팡이로 몸을 톡 두드리자 밧줄은 맥없이 풀렸다. 짧게 히죽이곤 당신 곁 유리조각을 왼손으로 쓸어낸다.) 밤이 길고 사위가 조용한데, 상담이나 할래? (툭 털곤 다른 손을 내밀었다.) 아니면 다시 골목 아가리로 뛰어들어봐. 하하, 내일이면 장례를 치르겠군......
@yahweh_1971 ⋯ 말했잖아, 도망 안 가겠다고. (밧줄이 묶였던 자리를 손으로 느리게 주무르며 몸을 일으켜 앉는다. 좁은 골목길, 벽에 기대어⋯ 느리고 크게 숨을 내쉰다.) 난 내담보다는 상담에 능해서, 그래⋯ 도대체 이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건지, 너부터 좀 말해줄래? (당신이 내민 손을 가만히 바라본다. ⋯ 잡아도 될까?)
@2VERGREEN_
당연히 양방향이 되어야겠지. (당신이 손을 잡지 않으면 시선이 옮겨간다. 잉크 자국이 희미하게 착색된 제 손끝을 물끄러미 보았다.) 나부터 답하자면, 하루종일 신문사에 눌어붙어있다가...... 이제 와서야 겨우 산책이나 하려던 참이야. 네 북실북실한 뒷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래, 지금쯤엔 귀가했을 거야. (평온하며 일견 싸늘하기까지 한 표정과 달리, 문장이 이어지며 묘하게 말투가 들뜬다.) ...... 이제 네가 대답해.
@yahweh_1971 이런, 퇴근하는 직장인의 발목을 붙든 옛 친구라니⋯ 이거 내가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 하지.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인지 약간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결국 그는 당신의 손을 잡지 못한다. 허공에서 색도, 크기도, 온도도 다른 두 손이 서로를 만나지 못하고 의미 없이 맴돈다.) ⋯ 기도하던 참이었어. 마법 정부가 봉쇄되었다더라. 저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칠 테니까⋯⋯.
@2VERGREEN_
...... 그랬구나. (무엇도 쥐지 못한 손은 허공을 움키곤 늘어뜨려진다. 숨을 터뜨리며 짧게 웃었다.) 여호와에게 기도하면 양들의 말을 들어준대? 그의 양들이 저렇게 무더기로 갇혀있는데도...... (신은 아우성을 듣지 않는다. 빛을 잃은 눈이 굴렀다. 불온하기 짝이없는 말이 이어 뱉어졌다.) 차라리 내게 기도하면 들어줬을 텐데.
@yahweh_1971 아니. 그는 단 한 번도 제가 치는 양들의 기도를 들은 적 없지. 가끔 성질이 당길 때 듣는 척이나 해주는 거야. (즉답한다.) 신이니 뭐니,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네. (당신을 곁눈질하며 듣기 싫게 깔깔 웃는다.) 신을 믿는 건 아니야. 그냥 내 마음 편해지려고 좀 해봤어. 인간은 나약해서, 매달릴 만한 곳이 못 되거든. ⋯ 지금 생각한 건데, 네 이름은 도대체 누가 지어주신 거야? 악취미다.
@2VERGREEN_
죽여버릴 것도 없지. 죄다 허상이고 관념이잖아? 차라리 나약해빠진 인간을 믿으라니까. 그러면 네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 원망할 대상이라도 생기겠지...... (얕게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무어라 반응하든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차라리 훌쩍이며 웅크리는 것보다야 보기엔 좋다.) 내 작명은 독실한 성공회 집안에서 했어. (정확히는 그 집안에 분노한 마녀가 했다.) 네 마음엔 드나? 좋아할 것 같은데, 이런 악취미 같은 건.
@yahweh_1971 허상이고 관념이니까 믿는 거야. 인간은 죽어버리잖아. 매번 죽어나갈 때마다 매달릴 인간을 바꿔치우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어나가는 세상 아닌가? (간극.) 그리고 인간은 나약해. 그렇게 매일 원망을 받았다가는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죽어버릴 지도 모르지. (조소한다. 그저 웃겼다. 기도하는 마녀와 메시아의 이름을 단 마법사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꼴이, 아무리 보아도 웃기기만 해서.) 아니, 나도 마음에 안 들어. 야훼는 본인의 죽음으로 구원을 선포했으니까. ⋯ 블루웰스가 그럴 리는 없고, 홉킨스 쪽?
@2VERGREEN_
불온하긴, 힐데가르트. 너도 수녀의 이름을 받았다지 않았어? (그러나 이름은 그것을 가진 이보단 지어준 이들의 원념을 담는다. 마리암과 그 자신이 되물리며 이름을 지었듯이. 잠시 회색의 올빼미를 떠올렸다.) 오히려 전적인 신뢰보단, 그래. 신을 다룰 땐 그런 믿음이 현명하기야 하지...... (사이.) 마리암 홉킨스가 지은 것이라면, 그건 홉킨스라고도 쳐주나?
@yahweh_1971 그분께는 유감이 없지만 — 난 내 이름도 충분히 악취미라 생각해. 내가 신실한 신자가 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그 순간 그 또한 당신의 올빼미를 떠올린다. 열세 번째 제자의 이름은 새에게 붙이기에는 너무 거창하지 않았나, 하고.) ⋯ 네 어머니? (그러고 보니, 당신은 메브를 제외한 가족의 이야기를 거의 꺼내놓지 않는 편이었으므로. 그 호명은 매우 낯설다.)
@2VERGREEN_
친애하는 내 어머니. (그러나 더 할 말은 없다. 눈이 천천히 굴렀다. '어머니'는 늘상 입에 담기에 어색한 단어다.) 네 이름은 누가 지어주셨는데? 굳이 따지자면- 넌 그 수녀의 단면들 중 신실한 신자보단 철학과 약초학의 대가가 어울려. 그 사람을 잘 알진 못하더라도...... 당대의 여성들이 홀로 이름을 알리려면 '신'의 가호 아래 있어야 했겠지. 성인의 이름으로 알려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기야 하지만.
@yahweh_1971 아버지께서. 내가 당신과 같은 일을 하길 바라셨대. 가게를 차리기 이전에는 약에 대해 연구하던 분이셨으니까⋯. (싱긋이 웃으며 대꾸한다. 그래, 수많은 계시자들이 신의 음성을 들었다는 핑계 아래에 숨었던 것처럼.) 네가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 듣는데⋯ 난 널 기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까 어디까진 물어도 되고, 어디서부터는 물으면 안 되는 영역인지 좀 알려줄래? 몇 남지 않은 친구를 더 잃고 싶진 않아.
@2VERGREEN_
(당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낯선 꼬마아이에게 친절했던 가족은 수 년이 지나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 마리암에 대해 궁금한 거야?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쪽은 오히려 친애하는 메브라, 나머지는...... 원한다면 물어봐. 나도 전해들은 내용이라, 거의 잘은 모르지만. (상담이 이렇게 변질되는군. 어이없어 조금 웃었다.) 하지만, 솔직히...... 재밌진 않을걸.
@yahweh_1971 (물론 당신이 집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탐탁치 않아했던 패트릭이 영특한 듯 보이는 당신을 보자마자 태세를 전환했다는 것은⋯ 밝히지 않는다.) 메브는⋯ 잘 지내고 있지? 이 정도는 물어도 되잖아. (본 목적을 잃고 흘러가는 대화가 처음도 아니고. ⋯ 메브에 대해서도 물을 것이 많았으나 — 우선은 주어진 것부터.) 재밌지 않아도 상관없어. ⋯ 어머니와는 떨어져서 산 거야?
@2VERGREEN_
걔는 잘 지내겠지. 연락해본 적 없어. (말은 무미건조하게 툭 떨어진다. 대답할 것을 했으니, 화제는 금새 돌아간다. 지긋지긋한 형제에 대한 대담에서는 도무지 타인의 이야기마냥 서술할 수 없다.) 마리암 말이지? 여덟 살까진 함께 살았는데...... 솔직히, 기억나는 건 별로 없어. 난 늘 방에 처박혀있거나 나돌았거든. 이후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하여간에 소식이 없고. (사이. 이번에는 천천히 말을 고른다.) 날 싫어했을 거야. 내가 스큅이라고 생각했을걸.
@yahweh_1971 ⋯ 그래. (당신의 건조한 대답이 공기를 가르고 제게 닿자마자, 입을 다문다. 단호한 대답은, 마치 그것은 물어서는 안 된다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처럼 느껴져서⋯) 미안한데, 나는 항상 어머니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다니던 애였거든. 학교에 오고 나서야 모두가 나같지 않다는 걸 배우긴 배웠지만⋯ 남의 집에다 대고 '특이하다'고 이야기해도 돼? (간극.) 왜 그렇게 널 싫어하신 것 같은데?
@2VERGREEN_
판단하는 건 네 자유지. 나도 내 어머니가 '특이했다'고는 생각하는데...... 별로 유감은 없어. 나도 메브의 바짓가랑이를 죽죽 끌고 킹스크로스에 왔거든. (귀엽게 매달리는 어린애는 아니었지만. 지어보이려던 미소는 무심코 비집는 추억들에 입가 어드매에서 뚝 끊겨버린다. 제 입매나 조금 매만졌다.) ...... 힐데, 넌 부모의 사랑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해?
보편적인 인식 속 부모는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지만, 사랑은 결국 그 상황의 인과와 개인의 목적성이 만들어낸 감정이야. 달리 말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 무게를 따졌을 때 그리 다르지도 않아. 마리암은 머글들 사이 외로운 마녀였어. 내가 마법사이길 바랐지. 내가 마법을 구현했다면, 그는 날 사랑했을 거야. 하지만 난 메브에 이어 어머니를 실망시켰고..... (눈이 구른다.) 뭐, 지금 돌이켜봐도 원망할 건 없어. '스큅'을 버리지 않고 길러줬단 점에서 마리암이 친절하긴 했으니까.
@yahweh_1971 (당신의 질문에는 한참 침묵한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그래, 그는 학교에 오고 나서야 모두가 자신 같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그가 손에 쥐고 태어난 가족이, 가정이, 집이, 어쩌면 행운의 일종일 지도 모른다는 사유를 그곳에 당도하고 나서야 할 수 있게 되었다. 힐데가르트는 모자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가볍게 제 미간을 몇 번 꾹꾹 누른다. 한숨만 푹푹 내쉰다.) 판단하는 건 네 자유라고 했지만⋯. 오, 난 정말 남의 가족을 욕하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나 좀 못 참겠어. 물론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난 그 행동이 절대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그러니까 잠시만 귀 좀 막아줄래? 욕 좀 하게.
@2VERGREEN_
오, 기꺼이. (눈이 반짝인다. 귀를 막는 시늉했다.)
@2VERGREEN_
(그러나 마리암의 행동이 잘못되었는가? 교육적 측면에서- 그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형체 없는 종교를 이유로 드러내어 아들들을 학대하고 아내를 학대한 그 남편보다도 죄인의 자질을 갖췄는가? 그저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어째서 죄가 되는 것인지, 그는 그 마음에 대한 비판을 오래전부터 의아하게 여겨왔다. 사랑의 부재는 안타까운 일이되 죄가 아니다. 그저 사랑받음에 대한 조건이 타 가정보다 까다로웠을 뿐이다. *불쌍한 마리암.* 그는 되려 생각한다. 목적을 가지고 열 달을 희생한 아이가 반푼이로 태어난 것은 동정할 만한 일이다. 그는 마리암으로부터 감정의 본질을 배웠으며, 그렇기에 어머니를 사랑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yahweh_1971 (그러나 평생을 지극히 사랑받는 딸로서 자라와, 사실상의 '어머니'로 누군가를 거두어 기르고 있는 입장에서 당신의 이야기는 지극히도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비극이었다.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라고 해서 죄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적당히 참작하고 넘어갈 수 있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었으므로.) 하여튼, 지긋지긋한 마법사들. 이백 년은 뒤쳐진 종자들. 진작 아동보호국에 잡혀가 쇠고랑을 찼어도 시원찮은 녀석들 같으니라고! (빽 소리친다. 그리고는 제 손을 들어 당신의 팔을 내린다.) 다 됐어. ⋯ 그리고 하나만 이야기하자. 이것도 이상주의긴 하지만⋯ 조건이 달리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아이들은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온전히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대. (작은 한숨.)
@2VERGREEN_
(귀가 제대로 막혔을 리 없다. 영 기분이 괜찮아졌는지, 생글거리며 고함소리를 듣곤 팔을 내렸다. 이어지는: 납득하지 못할 말에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그는 친애에서 비롯된 분노가 제법 만족스럽다. 외려 저 자신이 깊이 공감하는 정서가 아니라 더욱 그랬다. 이것은 애정에 대한 구경에 가깝다.) ...... 사랑에 조건이 없다면, 어째서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아이를 더 귀하게 여길까? 그저 그들이 그들 자신만으로 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 것 아냐. (이것은 논쟁인가? 과거의 말버릇을 잠시 더듬었다.) '혈육'이라느니, 가족이라느니...... 그런 것들도 결국 다 조건이잖아? 뭐, 나도 마리암이 좀 극단적이었다곤 생각해......
@yahweh_1971 ⋯ 감히 말할게. (당신의 생글거리는 낯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눈을 떼굴 구른다. 한참을 침묵한다. 생각한다: 이것은 논쟁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자신보다 어리고 나약한 존재를 향한 사랑은 조건과 결과를 따질 수 없는, 선후관계를 규정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하면서도 당연한 일일 거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에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하기에 어느 한 쪽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함께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간극. 제 삶은 친애와 애정에서 표류하는 것이라⋯.) 자,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고. 알다시피 현실에서는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개별 사례들이 더 많긴 하더라. (그리고 슬쩍 입을 다문다. 혼자서만 너무 떠들어댄 것 같아, 머쓱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하여튼⋯ 내 논설은 여기까지야. 이제 다시 네 얘기도 들려줘. 어떤 것이든 좋으니까.
@2VERGREEN_
네 말이 '감히'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러나 반박문은 그것이 전부다. 이곳은 지저분한 골목의 초입이자, 파편들이 난자한 전장이다. 당신은 내가 방금 도망치지 못하도록 발목을 묶어둔 어린 양일 뿐이다. 논쟁과 학문의 장이었던 사랑하는 호그와트가 아니다.) (...... 그러나 여전히 설득될 수는 없어. 당신이 전재하는 것은 아주 원론적이면서도 그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녹슨 벽에 기댔다.) 내 사적인 이야기는...... 정말 별 거 없는데. 다 네가 싫어하는 거야. 부정적이고 못돼먹은 인간들의 이야기. (그러나 사랑하는 것들. 눈을 굴린다.) 네 이야기나 해봐. 멋지고 행복한 가정 말야......
@yahweh_1971 와, 나 안 그래도 실컷 쏟아낼 구석이 필요했는데. 부정적이고 못되먹은 인간들이라니, 비판하고 짜증내기에 딱 적당하잖아. (제 언어는 당신에게 닿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더 이상, 닿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적당히 너스레를 떨며 비꼬듯 말한다. 당신을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였던 것인지,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다.) 그것도 옛날 이야기지. 나도 내 고향을 떠난 지 오래 되었고. (어디를 가든 쇳덩이를 닮은 혈향이 풍겨오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멋지고 행복한 가정'의 이야기라니. 제 꼴도, 당신의 모양도 그저 우스울 뿐이라⋯.) 현재의 가정을 이야기하라면 곰팡내가 나는 아파트에 틀어박힌 마법사들 얘기밖에 못 하는데. 그래도 듣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