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이 초토화한 마법부 안쪽, 모피 코트를 입은 한 청년이 휘적휘적 걸어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이 인사를 건네는 죽음을 먹는 자들. 가벼운 웃음으로 응하지만 눈빛은 미묘하다. 지하 9층에서 승강기가 멈추고, 미스테리 부서 입구 왼쪽에 있는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평소엔 위즌가모트의 법정으로 쓰이는 공간이 그를 맞이한다. 문이 좌우로 활짝 열린다. 제일 낮은 곳의 의자에 사슬로 결박되어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에스마일 시프. 그를 확인한 쥘의 안색이 잠시 흔들리더니 다시금 미소를 띤다. 가볍게 발을 구르며 아래로 내려가 당신 곁에 선다.) 안녕하세요, 목자 선생님Herdsman. 좋은 저녁입니다. 목소리 한 번 들려주시지 그래요? @callme_esmail
@jules_diluti (여기가 어디인지는 반쯤 잊었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사실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서-어차피 누구든 대략 비슷한 행위를 할 것이며 그가 할 답변도 비슷했다-새로운 발소리에도 잠시 가만히 숨을 고른다. 경쾌한 인사에 약간 짜증난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들고, 그리고 미미하게 의아한 표정이 된다. ...누가 봐도 "당신이 왜 여깄습니까?" 정도의 생각을 하는 낯으로, 입술이 순간 벌어지면 찢어진 상처가 욱신거린다. 항의하듯 다시 입을 딱 다물고 침묵한다.) ... ...
@callme_esmail 당신이 저를 위해 준비한 독은 잘 마셨어요. 피를 세 바가지는 토한 것 같네요. 타톨랑이 아니었더라면 죽었을 거예요. 순수 혈통 살인 미수, 이것만으로도 꽤나 형량이 무거워요. 아세요? (그렇게 말하며 당신의 주위를 천천히 걷는다... ... 두 손으로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있잖아요... 에스마일! 난 당신이 죽임당하길 바랐어요. 그쪽이 빠르고, 쉽고, 아프지 않았을 걸요. 근데 당신은 항상 내 기대를 배반하는군요. 항상!...
(잠시 말이 없다가.) 제가 윗선에 올렸던 제안서가 하나 있어요.
@jules_diluti ...(미간을 좁힌다. 무슨 소리지? 분명 독은 효력이 없거나 미미했을 텐데... ...주위의 보초들을 힐긋 보고는 당신이 부풀려 말하는 거겠거니, 한다. 몇 번 마른기침하고,)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죄목은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 (체포된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비명으로 벌써 쉬어 있다.) ...무슨 제안서요, 하고 여쭤봐 드려야겠죠?
@callme_esmail Haven't you herd못 들으셨나요? (그가 묻고, 일견 비꼬는 듯한 목소리엔 좌절스러운 기색이 희미하게 묻어난다. 품 안에서 양피지를 하나 휙 꺼내더니 당신의 코 아래로 들이민다.) 직접 읽으세요. 이미 마왕님의 승인을 받았으니까.
(당신이 종이를 천천히 읽는 동안 법정 안을 돌아다니는 걸음은 긴장되고 초조하다. 양피지엔 쥘 딜루티 린드버그의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다: "...그러니 우리는 단순히 불사조 기사단과 그 가담자들을 숙청하거나 처벌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꾀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를 삼아야 합니다. 이에 포로 중 한 명에게 아래와 같은 선택지를 줄 것을 제안합니다.")
@jules_diluti ...가민과 그런 관계까지 되십니까? (대놓고 빈정거리는 투로 "본보기를 삼아야..."까지 읽다가-뭐, 디멘터와 공개 키스쇼라도 시키겠다는 건가? 아무리 마법 세계가 중세라고 해도 말이지-다음은 눈으로 마저 읽는다. ...이 필체로 읽을 거라고는 평생 상상해본 적 없는 내용이 -그러나 내용을 혼동할 수 없을 만큼 명확하게 적혀 있고, 그는 드물게 말을 더듬는다.) ... ...저, 저한테 뭘, 하시겠다고요. ...아니죠? 아냐. 쥘. 쥘, 제발. 그냥 겁주시는 거죠? 제가 화나게 해서, 당신한테 독을 먹였다고 해서...?
@callme_esmail *당신이 잡힐 줄 몰랐다고요!* (잇새로 날카로운 소리를 뱉는다. 웃음기가 가신 눈은, 필사적인 변명은 그 자체로 증거가 된다. 겁을 주는 것도 아니고, 질나쁜 농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의 운명은 정해졌으며, 그는 선택 아닌 선택의 입회인으로 이곳에 와있다는 것을. 애원하듯 말을 잇는다.)
당신이 살아남을 줄 몰랐어요. 세실같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약해빠진 당신이, 하필이면 에스마일 시프 당신이, 그 난전에서 주문 하나 제대로 맞지 않고 목숨을 부지해 여기까지 끌려내려올 줄 몰랐다고요. 당신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기사단이고, 본보기로 삼기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침묵. 주변으로부터 시선이 쏠리고, 그는 잠시 미동도 없다가 그린듯한 미소를 짓는다. 부드럽게 덧붙이기를.) 선택하세요, 에스마일. 당신은 아즈카반 15년 형을 받을 수도 있고, 지금 바로 석방될 수도 있습니다. 혀가 잘린 뒤에요.
@jules_diluti ... ...(동공이 확장된 채로 잠시 숨을 헐떡이다가, 입꼬리를 올려 보인다.) ...이러실 필요 없어요. 쥘. 당신 말대로, 그냥 저잖아요. (자조적인 미소로,) 제가 뭘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제가 당신처럼, 제인이나 헨처럼 위험한 선동가인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가끔 농담 몇 개 하고 다니는 건데, 본보기 삼아 봤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잠깐, 그럼 다른 사람에게 하라는 말이 되잖아. 세실은 붙잡히지 않았나? ...죽은 건 아니겠지, 그럼 멜로디는, 엔야는... ...잠시 넘어오는 구역질을 참는다.) 그냥, 살짝만... 한번만, 그냥, 풀어주시면 돼요. 풀어주신 다음에, 마왕이나 다른 사람한테는 계획대로 했다고 말만 하시면, 제가 알아서 닥치고 살면 되잖아요, 네? 한 마디도 안 할게요. 입도 뻥끗 안 하고... 누구한테도 안 말할게요. 제발,
@jules_diluti (말도 안 되는 헛소리까지 하며 매달린다. 사실 그는 단순히 아즈카반 15년형을 선고받았다면 생각보다 형량이 낮네요, 하고 평온하게 끌려간 뒤 이 주 이내에 말라죽었을 것이다. 가끔은 희망이 더 잔인할 때가 있다.) ...이건 절 망가뜨릴 거에요, 쥘. 돌이킬 수 없게 할 거라고요. 제발, 당신은 이러면 안 돼요...
@callme_esmail (그는 갈등에 휩싸인다. 물론 이것은 당신을 풀어줄지 말지, 그런 편리한 갈등이 아니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저 어느 쪽이 당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나을지, 그것이 고민될 따름이다. 당신은 결코 아즈카반 15년 형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엔 끔찍한 기억이 지나치게 많다. 하지만 혀를 자른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두 번 다시 방송을 하지도 못하고, 그냥 살아만 있는 것. 그 모습을 보는 것과, 자신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당신이 말라죽는 것... 어느 쪽을 택해야 그의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마른침을 삼킨다. 그의 시선이 법정 안을 한 바퀴 움직인다. 이곳에 있는 모든 죽음을 먹는 자들의 이름을 알고 있다. 다섯 명 중 세 명을 그가 이 길로 끌어들였다. 잠시 당신을 데리고 빠져나가는 상상을, 이들이 웃으며 두 사람을 보내주는 상상을 한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현실로 돌아온다.)
@callme_esmail (지팡이를 예고 없이 가로로 휘두르자, 뺨이라도 맞은 것마냥 당신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간다. 그가 최초로 타인에게 행사한 날것의 폭력이다. 다른 사람이 보라는 듯이 웃고, 다른 사람이 들으라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마왕님께 거짓말 하면 잘도 속으시겠어요. 그렇죠, 여러분?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비로소 긴장을 풀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는 몇 개의 지팡이가 소매 속에서 이쪽을 겨누고 있다가 슬그머니 늘어뜨려졌다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가 가르친 이들이니까.)
선택하세요, 에스마일. 어렵지 않잖아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지만 그는 이 순간, 당신이 레질리먼시를 할 수 있길 바란다. 머릿속으로 애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원한다... 나는 집행자도 아니고, 총책임자도 아니에요. 당신을 구할 수 없어. 당신이 잡히지만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야. 그러니까,)
(후자를 골라.)
@jules_diluti ...쥘, 제발, 제가 잘못- 헉, (당신이 수 초를 고민하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애걸하다가, 눈앞이 한번 번쩍인다. 겨우 피가 멎어가던 입가가 다시 터져 주륵 흐르고,) (...그때에서야 다시 주위에 그와 당신 말고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듯, 몸을 떨며 주위를 돌아본다. 기억이라도 지우라고, 아니면 당신의 권력으로 무마해 보라고 속삭여 보기엔 빌어먹게도 미미한 이지가 돌아와 상황을 이해했다: 당신이 때려서 그렇다고, 원망 섞인 생각이 스쳤다. 그는 레질리먼시를 할 수는 없었으나 당신의 눈을 들여다볼수는 있다. 아마도 남은 평생 당신의 샛노랗게 반짝이는 눈빛을, 그 안에 담긴 가증스러운 애정을 원망하며 연민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 "평생"이 과연 얼마나 길지는 이 순간 온전히 그의 선택이고, 너덜한 손끝이 묶인 의자의 팔걸이를 긁으며 쥐었다 펴진다.)
@jules_diluti ... ...(차라리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멍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빠르지도, 고통 없지도 않겠지만 지금 닥친 수치와 고통에 비해서는 디멘터들은 그 외딴 바위섬만큼이나 멀게 느껴지고, 약간은 순전히 반발심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충동마저 스친다. 그는 죽음을 자주 생각했고 그것은 기억으로마저 느껴졌으니, 그 긴 잠이 악몽이라 해도 삶의 파랑과 돌팔매보다 두려워 피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목숨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기에-그것은 어느 전사에게 진 빚이었고 번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약속이었으며 어느 햇살 섞인 날의 부탁이었고 옛 친구의 마지막 자비심이었고 어느 기자의 폭력적인 바람이었고 수많은 이들의 염원이었으며, 그를 끊임없이 죽이려 하는 세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그의 삶이라는 어두운 농담에 눈물 흘린 결과였으며,)
@jules_diluti (...심지어는, 죽음이 당신의 죄책감을 덜기에도 나은 쪽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당신이 지금 그 반대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하러 견디겠는가- "세상의 채찍질과 모욕을, 압제자의 횡포와 권력자의 멸시를, 보답받지 못한 사랑의 고통과 불공정한 재판을. 관리들의 무뢰함과 시정 잡배들에게마저 당하는 발길질을." 하지만 그는 결정을 내렸으니 이 독백을 더 끄는 것은 무의미하다... 너무 울어서 더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리하여 깨달음이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드는구나.") ...살려주세요.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제발... (누군가 지팡이를 들고 다가온다. 입을 벌리라고 명령하고, 그는 짧은 망설임 끝에 그렇게 한다.) (...에스마일 시프는 그 다음을 기억하지 못했다.)
@callme_esmail (그는 당신이 죽는 편이 명백하게 낫다는 것을 알았다. 그쪽이 당신에겐 쉽고, 빠르고, 편리했으며, 한평생 이어질 고통을 몇 주 안으로 단축시키는 길일 터였다. 또한 그에게도 안전한 선택지였다. 두 번 다시는 당신이 예비한 독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터였으며, 잘 때 결국 나의 잘못은 아니었노라고 되뇌이며 마음 편히 발을 뻗고 잘 수 있었으리라. 붙잡힌 기사단원인 당신이 아즈카반에 수감되지 않고 빠져나갈 방법은 없으니까. 자신이 얼마나 깊게 이 일에 관여했는지 아는 친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신에게 살아남기를 권한다. 왜? 이유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당신과 내가 살아있는 평생.)
(눈물에 젖은 당신의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말간 웃음을 터뜨린다. 그 소리는 거의 진정성 있게 들리고 조금도 비명같지 않다.) 그래요, 에스마일 시프! 당신이라면 그렇게 해줄 거라 믿었어. 그럴 줄 알았다고요! ...
@callme_esmail (이로써 본보기는 이루어지리라. 평화의 시대가 피의 기틀 위에 세워지리라. 그는 끔찍한 뒷맛의 즐거움에 사로잡힌다. 제안서의 최하단: 휘황한 문장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불사조 기사단원이라면 선택지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려 할 겁니다. 싸우기 위해서요. 그러니, 이 경우에 그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혀가 잘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거짓 선지자의 예언은 성취되었다. 그는 손을 씻듯 마주 문지르며 당신과 천천히 거리를 벌린다. 머잖아 그리워질 목소리를 향해 고별한다.) 잘 있어요, 카코폰Cacophon. 당신이 보고 싶을 거예요. 치료 잘 받으시고요. (죽음을 먹는 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선다. 그는 그 자를 향해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고 명령한다. 어조는 떨림 없이 나직하다.) 집행하시죠.
@callme_esmail (그리고 법정을 걸어나간다. 성큼성큼, 보폭을 넓게 해서 죽음을 먹는 자들을 스쳐지나가고, 그들은 그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며, 오브라이언은 말한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체포되었소." 섹튬셈프라! 등 뒤에서 빛이 번쩍이고 그는 귀를 막지 않는다. 쥘 린드버그는 계단을 두 걸음씩 뛰어오른다. 백 미터 계주를 마친 사람처럼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린다. 엘리베이터로 들어서려다 그 안에 타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부딪힐 뻔 한다. 놀라 눈을 깜빡이며 몇 걸음 물러난다. 장인의 얼굴을 확인한 그의 입에서 가벼운 탄성이 터져나온다.) 아, 앨봄 씨! 반갑습니다. 여긴 어쩐 일이시죠? ... 네, 네. 약간 바빴죠! 법정엔 가지 마세요. 마왕님께서 맡기신 중요한 일을 하고 나오는 길이거든요.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닐 겁니다...
@callme_esmail (고개 끄덕이다가 다소 충동적으로.) 아, 미스터 앨봄. 그리고 혹시 결혼식 날짜를 당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사스러운 날이잖아요.
(이렇듯 다 이루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