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5일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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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00:04

(공문을 뿌리고 다니는 부엉이들의 날갯짓이나 각종 방송, 어수선한 목소리들도 거의 잦아든, 시간적으로는 새벽에 가까운 심야다.

녹턴 앨리 초입의 오래된 가게에 불이 켜진다. 유리창은 모두 바람을 맞고 잔금이 가 불투명하지만 딱 두 장만은 최근 새것으로 갈아 노랗고 환한 색이 흘러나온다.)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00:41

@Furud_ens (가게 앞으로 누군가 순간이동한다.)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00:45

@Finnghal (몇 초 지나지 않아 곧장 문이 열린다.) 들어와. (당신을 알아봤다는 듯.)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02:12

@Furud_ens (망토를 벗으면서 예의 소파에 앉는다.) 차 한 잔만 하고 갈게... ...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02:15

@Finnghal 그래. (물부터 올리고 묻는다.) 아무거나? 아니면 주문 있어?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02:37

@Furud_ens 네가 좋아하는 걸로. ... ... 프러드,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02:47

@Finnghal 내가 좋아하는 걸로. (유난히 힘주어 말을 반복했다. 몹시 쓴 차가 만들어질 것이다. 몹시.......)

......그래. (찻잎을 덜고 주전자를 데우고 물을 붓는 일련의 동작들은 계속되지만, 엷게 떨림이 섞인다.) 고마웠어. 너를 돕고 싶다고 했었는데, 어쩐지 네게 도움만 계속 받은 것 같다. 난, ....... (모래시계를 엎는다.) 정말 고마웠고, ...... 그래도, 난. (목소리가 의도적으로 즐거운 톤이 된다. 물기가 섞인 채로도.) 네게 계속 꽤 좋은 친구였던 것 같아서 제법 자랑스러워. 네가 그 힘든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 존재로 있게 하는 데, 나도 뻔뻔하게 신세를 지면서 꽤 기여했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눈물 뚝뚝.)

Finnghal

2024년 08월 25일 03:08

@Furud_ens 내가 누구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당신의 뒷모습을 멀거니 보며 되물었다. 그가 가담한 참극으로부터 로저 허니컷을 데려오는 것을 '도움'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의 기준에서는 아니었다. 도움이라는 것은, 당신이 그에게 베푼 것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웃어주는 것. 받아주는 것. 자리와 차를 내어주는 것. 숨쉴 수 있는 틈새를, 작은 세계를 만들어놓고 그를 환대하는 것.... 어느새 그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나는 네가 있어서 살았어... ... 네 도움이 없었으면 죽었을 거야. (그가 관찰하고, 경험하고, 이해한 바 ― 인간이라는 생물은 정말 성가실 정도로 연결을 필요로 했다. 항상적인 연결 속에서 끊임없이 그것을 갱신하지 않으면 산소가 부족한 것마냥 괴로워하다가 부서지고 숨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를 포함하여 세상의 모두가 그를 어떻게 부르든, 그 또한 엄연히, 피의 절반은―) 고마워, 프러드 허니컷. 나는 네게 목숨빚을 졌어.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03:40

@Finnghal 그러니까 잘 살아야 돼. (눈물을 숨기지 않고 소매를 들어 닦으면서 두 잔의 차를 가져온다.) 뜻을 잇고 싶다는 말도, 그것보다 더 예전에 했던, 너를 돕겠다는 말도 아직 유효하니까 희망 사항이 있으면 그것도 말해. 네가 세상에 왔다 가는 것을 잊지 않을 거야. 세상의 다른 모든 존재들이 그 주위의 존재들로 인해 기억되듯, 네 곁의 사람으로서 너를 잊지 않을 거야. 나는 핀갈 모이레 모레이와 영원히 함께할 거야. 네가, 나를 최고의 친구라고 말해 줬던 순간을, ... 기억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거야.

Furud_ens

2024년 08월 25일 03:40

@Finnghal (웃는 얼굴이, 당신을 마주하는 표정이, 슬픔만으로 물들어 있지 않다. 전후 사정이 그럴 법하다면 상황을 납득하고, 그래서 이별도 납득하는 합리적 사고, 그러나 그 상황 자체의 부조리를 이해하는 슬픔, 그러나 그 속에서도 그들이 이루어낸 인연과 연대, 신뢰에 대한 뿌듯함이 드러나 있다.

고통스러운 세계였는가? 그렇다. 이보다 나을 수 있었는가? 그렇다. 부조리한 세상이었는가? 더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떳떳할 만큼 최선을 다해 이 모든 생의 조건과 싸웠는가? 의심할 바 없이 그러하다. 눈빛에 힘이 깃들고 입끝이 호전성으로 치켜올라갔다. 그것은 이 순간, 분명한 전사의 눈이었다. 잔을 내민다.) 건배. 핀갈 모이레 모레이. 너 또한 나를 결코 잊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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